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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제품 불매운동이 배타적 민족주의?

기사승인 2019.08.16  10:5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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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자수첩] 조선일보의 ‘파시즘’ 우려는 왜 일본 문제에서만 작동되나

“서울 광화문 교보문고 완구 매장에서 딸이 사달라는 장난감을 보던 젊은 엄마가 ‘어머, 일본 거네. 안 되겠다’ 하며 돌려세우는 것을 봤다 … 길에서 ‘어, 일본인이네?’ 면박 주는 이들은 없었을까.” 

오늘(16일) 조선일보 30면에 실린 <우리 안의 파시즘>이라는 칼럼 가운데 일부입니다. 신동흔 문화부 차장이 썼습니다. 

신동흔 차장은 “민족 감정을 나쁘다고 탓하는 것은 아니다”면서 “하지만 민족주의가 배타성을 띨 때 위험해진다. 그 열기의 과잉이 테러와 전쟁으로 이어진 사례는 수도 없이 많다”고 했습니다. 

   
▲ <이미지 출처=조선일보 홈페이지 캡처>

남에게 일상적으로 ‘딱지 붙이기’ 하는 조선이 ‘우리 안의 파시즘’을 경계하자?

신동흔 차장의 칼럼은 일면 타당한 측면도 있습니다. 실제 ‘민족주의가 배타성을 띨 때 위험해지는’ 건 온당한 지적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일본 제품) 불매운동에 동참하지 않는다고, 반일 목소리 높이지 않는다고 타인을 비난하는” 것은 우리가 경계해야 합니다. 

텍스트 그 자체로선 신동흔 차장의 칼럼은 주목할 부분이 있다는 얘기입니다. 그런데 ‘지금 상황’이 조선일보가 우려할 정도로 ‘우리 안의 파시즘’을 경계해야 하는 상황일까요? 

만약 지나가는 일본인을 무차별적으로 폭행하는 사건이 벌어지고, 일본 제품 불매운동에 동참하지 않는 사람들에게 협박과 테러 등이 가해진다면 조선일보의 우려는 충분히 타당성을 가진다고 봅니다. 

하지만 이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제가 신동흔 차장의 칼럼을 ‘지나친 오버’라고 생각하는 이유입니다. 

“딸이 사달라는 장난감을 보던 젊은 엄마가 ‘어머, 일본 거네. 안 되겠다’ 하며 돌려세우는” 상황은 소비자의 선택권이지 배타적 민족주의가 아닙니다. 일본의 일부 기업이 ‘혐한 발언’과 ‘한국의 소비자를 무시하는 발언’을 연일 쏟아내는 상황에서 ‘일본 제품’ 구매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는 건 소비자 입장에서 당연한 거라는 얘기입니다. 

조선일보처럼 ‘배타적 민족주의’니 ‘우리 안의 파시즘’과 같은 표현이 등장할 상황이 아닐 뿐더러 “상하이 반일 시위 당시 성난 군중이 일본어 간판을 부수고 가게 유리창을 깨는” 것과 비교할 수 있는 성질의 것도 아닙니다. 

보수 단체의 ‘폭력적 집회’가 더 우려할 만한 수준… 조선일보는 ‘모른 척’ 

지금 한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상황’이 우려할 만한 수준인가요? 제가 봤을 땐 이렇게 평화적으로 불매 운동이 진행되는 사례를 찾기도 쉽지 않은 것 같은데 조선일보는 전혀 다른 시각으로 이 사안을 바라보는 것 같아 안타까운(?) 마음이 듭니다. 

오히려 제가 봤을 때 ‘보수단체’ 집회에서 나오는 구호 등을 보면 ‘섬뜩한 느낌’이 듭니다. 광복절 집회에서 나온 이들의 주장과 구호를 JTBC <뉴스룸>이 어제(15일) 보도했는데 일부를 소개합니다.

“오늘(15일) 광화문 광장의 다른 한편에서는 전혀 다른 내용의 집회도 열렸습니다. 겉으로는 광복절을 기념한다는 명분을 내걸었지만 정작 ‘빨갱이는 물러가라’는 구호를 남발했습니다 (중략) 

[조갑제/보수논객 : 친북 반일이 애국입니까. 여러분 반일이 애국입니까. 미국과 일본은 우리의 친구.] 

광복절을 맞이해 연 집회입니다. 그런데 ‘빨갱이’라는 용어와 함께 색깔론까지 등장했습니다.

[김문수/전 경기지사 : 지금 저 청와대는 전부 빨갱이가 다 채웠습니다. 빨갱이는 물러가라. 문재인은 물러가라.]” 

신동흔 차장은 “우리 사회는 불매운동에 동참하지 않는다고, 반일 목소리 높이지 않는다고 타인을 비난해도 되는 세상으로 바뀌어 가고 있다”고 했지만 오버는 그만했으면 합니다. 

   
   
▲ <이미지 출처=JTBC 화면 캡처>

반일 목소리 높이지 않는다고 비난? 취재기자에게 폭력 행사한 사람이 누구였나

서울 광화문 한복판에서 ‘일본은 내 친구’라며 문재인 정부의 일본 대응을 폄훼하는 발언이 공개적으로 나오고 있고, <반일 종족주의>라는 책이 베스트셀러가 되고 있는 곳이 바로 대한민국입니다. 

물론 일부 보수단체 집회와 <반일 종족주의> 책에 대해 비판 여론이 확산되고 있는 건 분명합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들에 대해 물리적 폭력을 행사하는 일이 우리 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나요? 

오히려 물리적 폭력은 <반일 종족주의> 저자가 MBC 기자에게 가했습니다. 조선일보 신동흔 차장의 눈에는 이런 ‘상황’이 정말이지 보이지 않는 걸까요?

다른 걸 다 떠나서 남에게 일상적으로 색깔론과 ‘딱지 붙이기’를 해왔던 조선일보가 유독 일본 문제에 있어 ‘우리 안의 파시즘’ ‘배타적 민족주의’ 운운하는 이유가 대체 뭘까요?

‘반일 운동’에 있어 ‘우리 안의 파시즘’을 경계해야 한다는 칼럼이 실린 오늘(16일) 조선일보 지면만 봐도 남에 대한 ‘배타성’과 ‘파시즘적인 시선’ 등이 많이 보입니다. 친북단체라는 ‘딱지’를 서슴없이 붙이는가 하면(<정의당에 택배 테러 친북단체 간부 기소> 10면) 6·15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를 ‘친북 단체’로 간단히 규정해 버립니다. 

‘우리 안의 파시즘’ 운운하기 전에 조선일보의 ‘파시즘적 보도’에 대해 성찰을 먼저 하는 게 어떨까 싶습니다. 

민동기 미디어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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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동기 미디어전문기자 mediago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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