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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숙청설’ 보도, 이제 사과만 남았다

기사승인 2019.07.06  11:3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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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문읽기] 5월31일 조선일보 1면 기사…‘팩트’가 대체 뭔가

<[단독] “구금설 1호 통역사 신혜영, 판문점서 김창선 통역”>

중앙일보가 지난 3일 보도한 기사 제목입니다. “지난 2월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2차 북ㆍ미 정상회담 이후 신변이상설이 돌던 북한 외무성 통역사 신혜영이 지난달 30일 판문점 남측 자유의집에 나타났다”는 내용입니다. 

중앙일보 보도 이후 언론의 후속 보도도 이어졌습니다. <신병이상설 北 통역사 신혜영 추정 인물, 판문점 회담 때 자유의 집 찾았다>(국민일보), <‘숙청설’ 김정은 통역관 신혜영, 판문점 회담에서 김창선 통역했다>(한국일보)를 비롯해 JTBC <정치부회의>에서도 관련 내용을 전했습니다. 

   
▲ <이미지 출처=중앙일보 홈페이지 캡처>

조선일보 2019년 5월31일 1면 기사에서 ‘팩트’는 대체 무엇인가 

이 정도 상황이라면 다시 조선일보 5월31일자 1면 기사를 ‘소환’할 수밖에 없습니다. <“김영철은 노역刑, 김혁철은 총살”>이라는 제목입니다. 조선일보가 해당 기사에서 전한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하노이 미·북 정상회담의 실무 협상을 맡았던 김혁철 국무위원회 대미 특별대표가 미림비행장에서 처형당했다 △김영철은 해임 후 자강도에서 강제 노역 중이다 △김성혜 통일전선부 통일책략실장은 정치범 수용소에 보내졌다 △하노이 회담에서 김정은의 통역을 맡았던 신혜영도 정치범 수용소에 갇힌 것으로 알려졌다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도 근신 중이다. 

조선일보에 따르면, 통역사 신혜영은 정치범 수용송 갇혀 있어야 하는데 지난달 30일 판문점 남측 자유의집에 나타났습니다. 무슨 얘기냐? 팩트가 틀렸다는 얘기입니다. 

조선일보 따르면,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은 근신 중이어야 하는데 지난달 3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대집단체조 예술공연 관람 때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그것도 리설주 여사 바로 옆에서 웃는 얼굴로 박수까지 치며 말이죠. 무슨 얘기냐? 조선일보 보도가 사실이 아니라는 얘기입니다. 

조선일보에 따르면, 김영철은 해임 후 자강도에서 강제 노역 중이어야 하는데 이미 그의 모습은 일찌감치 감지가 됐습니다. 조선일보 보도가 사실이 아니라는 얘기입니다. 

조선일보에 따르면, 김혁철 국무위원회 대미 특별대표는 미림비행장에서 처형당했어야 하는데 CNN 등 외신이 이를 ‘반박’하는 보도를 이미 했습니다. CNN은 지난달 4일 “처형설이 불거졌던 김혁철 북한 국무위원회 대미특별대표가 현재 살아있는 상태로 구금돼 있다”고 보도했고 “김성혜 통일전선부 통일책략실장도 구금된 상태로 조사를 받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 <이미지 출처=조선일보 홈페이지 캡처>

‘누더기’ 된 조선일보 기사 … 이제라도 정정하고 사과하라 

뉴스1인 6월4일 보도한 <CNN “김혁철·김성혜 등 북한 외교관들 살아있다”>를 보면 이런 내용도 나옵니다. 

“한 소식통은 CNN이 조선일보 기사의 진위 여부를 묻자 ‘그 기사는 틀렸다’고 답했다.”

CNN이 보도한 소식통을 굳이 인용하지 않더라도 조선일보 5월31일자 1면 기사는 ‘누더기’가 됐습니다. 아니 팩트가 하나도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조선일보가 보도한 5가지 핵심 팩트 중에 3가지 사실이 아니라는 것은 ‘우리 눈’으로 이미 확인을 했습니다. 나머지 두 가지 내용도 외신에 의해 사실이 아닐 가능성이 커졌습니다. 무엇보다 해당 기사가 오보라는 비판이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계속 제기됐지만 조선일보는 별다른 입장이나 후속 기사를 내놓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자신들의 보도가 ‘오보’라는 게 확인되는 상황을 기사로 전하는 일종의 ‘정신승리’ 기사를 계속 내놓는 ‘이상한 행태’를 보였습니다. 

‘김영철 숙청설’을 보도한 지 얼마 되지 않아 김영철이 공개석상에 등장하니까 <김영철 51일만에 등장… 처벌 끝? 미국 의식?>(조선일보 6월4일)과 같은 기사를 보도한 것이 대표적입니다. 

조선일보 독자권익보호위원회는 6월 정례회의에서 다음과 같이 지적했습니다.

   
▲ 지난 2월 제2차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의제협상에 북측 대표로 나섰던 김혁철 당시 국무위원회 대미특별대표(좌)와 북측 통역 신혜영씨(우) <사진제공=뉴시스>

조선일보 독자권익보호위원회 ‘지적’에 대한 입장 밝혀야 

“〈김영철은 노역刑, 김혁철은 총살〉(5월 31일 A1면) 기사가 오보 논란에 휩싸였다. 북한 관련 특수 상황에서 오보가 나올 수 있는 것에 대해 독자로서 이해한다. 문제는 기존 보도와 다른 새로운 팩트가 나왔을 때 어떻게 처리하느냐다. 김영철이 50여일 만에 등장했다면 기존에 설(說)로 보도했던 내용과 새로운 사실이 어떤 관련이 있는지, 또는 당초 보도가 어떤 경위로 나왔는지 설명이 있어야 하는데, 명확한 후속 보도가 없어 혼란스러웠다.” 

이 혼란을 조선일보가 이제 깔끔하게 해결해 주기 바랍니다. 다른 곳도 아니고 ‘조선일보 독자권익보호위원’들이 혼란스러워 하는데 ‘정리’를 해주는 게 책임있는 태도 아닌가요? 이런저런 복잡한 해명 말고 ‘오보에 대해 정정하고 사과하라’는 얘기입니다. 

민동기 미디어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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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동기 미디어전문기자 mediago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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