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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과 분노”...유경근 위원장이 말하는 세월호 영화 <악질경찰>, <생일>

기사승인 2019.03.16  11: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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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성태의 와이드뷰] 최고의 공감은 ‘함께 분노하는 것’

   
▲ 좌로부터 영화 '악질경찰'과 영화 '생일'의 포스터

“세월호 유가족들은 눈을 감으면 영원히 뜨기 싫은 밤과 눈을 뜨면 어떻게든 살아내야 할 아침이 반복되는 삶을 살아왔고 살아가야 한다. 내 자식에게 갈 때까지.”

지난 14일 유경근 4.16가족협의회 집행위원장이 본인의 페이스북에 올린 문구다. 유가족의 심정을 함축적으로 대변하는 아픈 문장이었다. 그러면서 유 위원장은 “‘눈물과 분노’가 함께 페어야 고인 웅덩이가 아닌 강물이 되어 세상을 바꿉니다”라고 적었다. 눈물과 분노. 이야말로 아마도 지난 5년, 세월호 유가족들을 버티게 한 두 가지 상반된, 그러나 일치된 감정이 아니었을까. 

지난 13일, 언론시사를 통해 공개된 <악질경찰>도 바로 이 두 감정을 모두 담고 있는 영화였다. 시사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이정범 감독은 “세월호를 다룬 작품을 한다고 했을 때 처음에는 주변의 만류가 있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를 하는 데 내 안에 끓어오르는 무언가가 있었다. 이 이야기를 하지 않으면 앞으로 더 나아가지 못할 것 같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유 위원장도 페이스북에 역시 “세월호참사 주기를 앞두고 세월호참사를 떠올리게 하는 영화 두 편이 나옵니다”라고 이 <악질경찰>을 소개했다. 유 위원장은 “세월호 참사를 정면으로 다루지 않으면서도 세월호 참사가 모티브이자 숨은 주제인 영화 <악질경찰>(3/20 개봉, 이정범 감독)”이라고 적었다. 그렇다면 세월호 유가족인 유경근 감독은 이 영화를 어떻게 봤을까. 

세월호 참사에 대한 최고의 공감은 ‘함께 분노하는 것’

“<악질경찰>은 최고의 공감은 ‘함께 분노하는 것’임을 직설적으로 보여줍니다. 세월호 참사가 박근혜 탄핵의 시발점이었음을 상기시키고, 남은 적폐청산과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을 위해 여전히 ‘분노’해야 함을 이야기합니다. 

때로는 조필호의 ‘악질스러움’이 필요할 수도 있으며, 지금이 바로 그때라고 얘기하는 것도 같습니다. 분명한 것은, 세월호 참사 유가족으로서, 통쾌함을 통해 새로운 종류의 격려와 지지를 받았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고맙습니다.”

“고맙다”는 인사와 함께 유 위원장은 영화 <악질경찰>을 이렇게 설명했다. 유 위원장이 새로운 종류의 격려와 지지라는 표현을 쓴 것은 아마도 이 영화가 세월호 참사를 직접적으로 가져오진 않지만 영화의 주제와 인물의 심리 배경을 관통하고 있기 때문이이라. 

영화의 주인공은 온갖 악질적인 언행을 일삼던 비리경찰 조필호(이선균 분)다. 안산 단원경찰서 형사인 그는 폭발사건의 용의자가 된 후 자신보다 훨씬 더 거대한 악이 지배하는 세상과 마주하게 된다. 

   
▲ 영화 '악질경찰' 스틸컷

살기 위해 발버둥 치던 이 비리경찰이 세월호 참사와 연관이 있는 고등학생 미나를 만나고,  설상가상으로 폭발사건의 비밀과 연관이 있는 진짜 나쁜 놈들과 얽히게 된다. 그러면서 필호는 자신보다 지독한 악질들이 들끓는 세상을 목도하게 되고, “너희 같은 것들도 어른이라고”라며 분노하는 미나를 이해하게 되면서 악의 무리와 맞서기에 이른다.   

<아저씨>를 만들었던 이정범 감독은 언론시사에서 “최초의 시작점이 세월호고, 이 사회를 이야기할 수 있는 방법에 고민한 게 지금의 <악질경찰>이다”라며 “시나리오를 기획했을 때부터 많은 고민을 했고, 영화사와 개인적으로도 큰 각오를 갖고 영화를 만들었다. 세월호라는 소재로 인해 투자도, 캐스팅도 힘들었다”고 밝혔다. 

또 이정범 감독은 “상업영화로서의 미덕을 놓치고 있는 건 아닌지 자기검열을 했다”며 하지만 영화에서 세월호를 다루면서 치열하고 처절하게 찍었다“고 고백했다. <악질경찰> 제작진은 영화가 언론에 공개되기 전까지 굳이 영화의 배경이 세월호 참사라는 사실을 공개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미 지난 2월 유가족들을 위한 시사회를 개최, 영화의 진심과 의도를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세월호 희생 학생의 가족, 친구, 이웃과 함께 한 <생일>의 공감

“두 영화 모두 세월호 참사에 대한 ‘공감’에서 출발했으며, 감독/스태프와 제작자 그리고 배우들까지 모두 어른으로서, 이웃으로서 미안함과 부채감을 진심으로 드러내고 용서를 구하는 것으로 그 ‘공감’을 표현하려 했습니다.”

유경근 집행위원장이 <악질경찰>과 함께 세월호 참사를 소재로 오는 4월 개봉하는 <생일>을 이렇게 설명했다. 전도연, 설경구가 주연한 <생일> 역시 오는 18일 언론시사회를 통해 처음 공개된다. 유 위원장은 “세월호 참사 피해자들(유가족-부모와 형제, 생존학생, 희생학생의 친구, 이웃)의 삶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영화 <생일>(4/3 개봉, 이종언 감독)”이란 소개 문구와 함께 아래와 같이 영화에 대한 감상을 전했다. 

“<생일>은 피해자들의 실제사례를 미화나 과장 없이 있는 그대로 보여줌으로써 그들의 이웃을 자처했던 ‘나’를 되돌아보고, 세월호 참사 당시 함께 공감했던 그 마음으로 돌아가게 합니다. 오랜 시간 희생 학생의 가족, 친구, 이웃과 함께 한 ‘이종언 감독’의 공감능력 덕분입니다. 

이러한 자성을 통해 세월호 참사는 304명이 희생당한 단일 대형참사가 아니라 각각의 진실규명이 필요한 304개의 사건임을 자연스럽게 깨닫게 합니다. 엄마 ‘순남’의 변화는 ‘살아내야만 하는 이유’를 찾아가는 과정이며, 이는 치유나 회복이 아니라 아들 ‘수호’에게 하루라도 더 빨리 가기위한 기쁜 여정의 시작입니다.”

   
▲ 영화 '생일' 스틸컷

이어 유 위원장은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의 이유가 점차 흐릿해져가는 지금, 이 두 영화가 ‘살인범죄’인 세월호참사의 진상규명 없이 우리 모두는 한발자국도 앞으로 나아갈 수 없음을 알게 하는 영화가 되기를 바랍니다”고 전했다. 

그리고, 현실의 유가족들은 내일(17일) 오전 10시 서울 광화문광장 내 416광장 세월호 분향소에서 희생자 영정들을 이운한다. 지난 2014년 7월 14일 처음 광장에 천막이 세워진 이후 무려 1천 700일 만이다. 유가족들은 세월호 5주기를 맞는 오는 4월 12일 광화문 416광장이 재개관한다고 밝혔다. 

유 위원장은 이 새 416광장을 두고 “앞으로도 세월호참사 진상규명을 바라는 피해자와 시민의 광장이 될 것”이라고 표현했다. 참사 5주기를 앞두고 나란히 개봉하는 <악질경찰>과 <생일>이 극장가에서도 그러한 광장을 연출해 낼지, 관객들의 공감을 모을지 지켜보도록 하자. 

하성태 기자 

#이상호의_뉴스비평 https://goo.gl/czqud3

하성태 기자 woodyh@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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