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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창진 “대한항공 기업문화는 일제강점기 잔재.. ‘자발적 노예’ 양상”

기사승인 2019.02.27  15:2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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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o발 책터뷰] <플라이 백>을 출간한 박창진 지부장의 격식 있는 인터뷰

한진 그룹 총수 일가의 ‘갑질’을 세상에 알린 ‘땅콩회항’ 사건. 사건의 피해자인 박창진 대한항공 직원연대 지부장이 지난 4년여의 날들을 기록한 책 <플라이 백>을 출간했다.

박창진 지부장은 자신의 목소리로 그날의 일들을 온전히 알리고 자신이 싸우는 이유를 밝히기 위해 신간 <플라이 백>을 출간했다고 말했다. 아울러 책을 통해 지금가고 있는 여정이 누군가의 마음에 작은 불씨를 일으키길 바란다고 밝혔다. 

박 지부장은 1년 순수익 1조원대인 대한항공 직원들의 열악한 근무 환경을 지적하고 개선해 나갈 것을 촉구했다. 또 회사가 일제강점기 식민지 정책과 같은 교묘한 수법으로 노조원들을 압박하고 있다며 ‘자발적 노예’에서 벗어나는 길은 ‘용기 냄’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또 사건 이후 정확한 팩트 확인 없이 받아쓰기 하는 언론도 문제점도 지적했다. 더불어 노동자로서 문재인 정부에 바라는 점도 털어놨다.

인터뷰는 지난 23일 서울 신촌동에 위치한 한 스터디 카페에서 진행됐다. 

   
▲ 박창진 대한항공 직원연대 지부장이 23일 'GO발뉴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박효연 기자>

# 땅콩회항.. 그 후

Q 박 지부장과 인터뷰 약속 잡기가 쉽지 않았어요. 쉬는 날이 많이 없이 근무하는 거 같은데, 요즘 같은 경우는 더욱이 책 출간으로 일정이 바쁜 걸로 알아요. 일정 소화는 어떻게 하나요?

거의 초인적으로 사는 것 같아요. 저 같이 반기를 든 사람에게 우리 사회가 끊임없이 포기할 것을 요구하잖아요. 전체주의적 사고인데 그래서 다 똑같아야 한다는 거죠. ‘정의롭지 못해, 이건 바꿔야 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제거 대상이 되는 거죠. 저 역시도 지난 4년 동안 엄청난 강요를 받았고 중간에는 포기하고 싶은 유혹도 많았어요. 왜냐하면 너무 힘드니까 하지만 지금은 뜻을 함께하고 있는 사람들이 생겨 용기를 내고 있어요. 일정이 좀 빡빡하긴 한데 제가 맡은 역할에 충실하기 위해 초인적인 힘을 (웃음) 발휘하는 거죠. 

Q 박 지부장을 응원하는 많은 국민들이 제일 걱정하는 게 아무래도 건강인 것 같아요. 현재 표정은 밝아보여서 다행스럽기 한데.. 건강은 좀 어떤가요?

공황장애는 잘 극복이 안 되더라고요. 건강을 한 번 놓치고 나니까 회복하기가 정말 힘든 것 같아요. 슬픈 현실인데 생활화된 가식, 가면을 계속 쓰고 있는 거죠. 서비스맨은 웃어야 한다고 늘 웃음을 강요하거든요. 그런데 실제 외국은 그렇지 않아요. 서양 사회는 안 웃는다고 서비스를 제대로 받지 못했다라고 하지 않아요. 우리나라가 유독 그래요. 우리 같은 사람들을 서비스맨으로 생각하는 게 아니라 노예로 생각하는 문화가 있는 거예요. 그 개념이 혼동되고 있어서 서비스 항공사 같은 회사들이 노동력을 착취하는 과정에서 인권을 생각하지 않는 거예요. 안 웃으면 벌점 줄 거야. 월급에서 깔 거야. 이렇게 되는 문화가 그대로 남아 있는 거죠. 그래서 제 웃음도 아마 인권의 상실에서 오는 웃음이 아닐까 싶어요. (웃음)

Q 울음 때문에 공격 받은 일도 있었다고 들었어요.

네, 이건 엄연한 2차 가해라고 생각하는데요. 예전에 제가 TV에서 딱 한 번 운 적이 있어요. 그것도 녹화 끝나고 스튜디오에 잠시 앉아 있는 사이에 말이죠. 그런데 스케치 영상을 찍는다고 그 장면이 화면에 나간 거예요. 그랬더니 사람들이 ‘너 피해자인거 알겠는데, 왜 피해자임을 극명하게 드러내느냐, 처량하게 구느냐, 동정하느냐’라고 하더라고요. 그런 일이 있다 보니 제 감정을 더 숨기게 됐죠. 

Q 책을 내게 된 계기가 있나요?

책에도 제 이정표나 알림판 같은 역할이 되고 싶다라고 얘기 했는데 ‘용기 냄’에 관련된 내용인데 ‘우리 사회에 부당함에 용기를 내고 싶다’ 사실 그게 되게 힘들잖아요. 그러다보니 다들 목소리를 안 내는데, 책을 통해 살짝 보여줬으니 다른 사람들도 용기를 내면 좋겠다는 생각에 책을 출간하게 됐습니다.

   
▲ <플라이 백> (박창진 / 메디치미디어)

# 현재 진행 중.. ‘땅콩회항’

Q 책 읽는 내내 살얼음판을 걷는 느낌이었어요. 언론보도를 통해 오너 일가에 대한 내용은 알고 있었는데 ‘자발적 노예’라는 표현도 썼는데 실제 현장에서 근무하는 노동자들은 어떨까요?

책 쓴 내용은 사실 10분의 1만 들어갔다고 생각하시면 돼요. 아마도 현장에 있는 많은 노동자들이 ‘자발적 노예’로 사는 게 편하다고 생각할 수 있어요. 

지난 10년간 보수정권이 들어서면서 한결같이 외친 게 경제가 안 좋다였어요. 그러다 보니까 만날 취업난이다하는 거죠. 사내 유보금은 지금 수백 조가 있고 이걸 공평하게 나누지 않은 게 문제인데요. 그러다보니 사회에 나가면 죽는다고 생각해요. 물론 현실이 그렇기도 하고요. 나오면 치킨 집을 차려야 하는데 치킨 집은 하루에도 몇 개씩 망하잖아요. 그럴 자신도 없다보니까 공포감이 학습이 된 거죠. 저도 그런 공포감에 자발적 노예로 살았는데 어쩔 수 없이 내몰리다 보니 투쟁 아닌 투쟁을 하게 된 거죠. 

Q 지금 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지금은 소수가 노조활동을 하고 있기 때문에 회사가 소수들을 집어서 공격하는 거예요. 인사상 불이익을 주고 기본적인 낭독시험에서 떨어지게 한다는 거죠. 그런데 이런 사람들이 2천명, 3천명이 된다고 생각해봐요. 이 인원들에게 어떻게 다 피해를 주겠어요. 그렇게 되면 회사가 민주적으로 바뀌게 되어 있어요.

이 단계에서 필요한 게 바로 ‘용기’죠. 자발적 노예에서 벗어나는 길이예요. 그런데 시간이 필요하죠. 2003년부터 2016년까지 압박을 해 왔던 회사고 땅콩회항 이후 안하무인으로 똑같은 일을 해왔는데 직원들 역시 반 스파르타 복종에 익숙해져 있는 거예요. 

Q 땅콩회항 이후 근무 환경이 좀 바뀌었나요? 어떤가요?

변한 건 없어요. 얼마 전에 대한항공 주주권을 행사하는 사모펀드에서 조차도 승무원을 더 뽑아라라고 했어요. 이익을 추구하는 입장에서 봐도 지금 이 인원으로 운영한다는 것은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하는 거죠. 1년 순수익 1조원대인데 조금만 아껴도 충분히 인원 충당이 되거든요.

지금 약 1천 명에서 2천 명 정도가 모자라요. 제가 대한항공 직원연대 지부장을 맡고 있다 보니까 4~5년 차 되는 후배들이 자주 와서 하소연해요. 휴가를 한 번도 가본 적 없다. 비행 스케줄이 너무 타이트하다. 우리끼리 우스갯소리로 하는 게 여기서 아파서 쓰러지거나 죽지 않으면 빠져나갈 수 없다라고 해요.

Q 책에서 보면 회사에서 하는 행위들이 일제강점기의 그들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쓰는 정책이 식민지 정책과 같아요. 식민지가 그렇잖아요. 계급화 한다는 거예요. 어떤 계급이냐에 따라 이익을 달리 주어지는 거죠. 똑같은 일을 했는데 회사에 밉보인 사람들에게는 징계를 주는 식이죠. 선별적인 혜택과 벌을 주는 거죠. 그래서 갈수록 충성도 경쟁이 심해지는 거예요. 거기에 나머지들이 희생될 수밖에 없어요. 충성도가 넘치면 서로가 감시자가 되는 거예요. 내부 감시하는 X맨 제도, 옐로카드 제도, YY제도 등 현재 일어날 법한 일들이 아닌 것들이 많아요. 이를테면 박창진이가 화장실을 갔다왔다, 외국에서 면세품을 샀다, 이런 건 굳이 보고할 것도 아닌데 보고를 한다는 거죠. 과잉충성이라고 생각해요.

조현아가 부사장으로 들어오면서 승무원들의 기내식을 60%로 감량했어요. 그런데 팀장이었던 저는 식사를 온전히 할 수 있었거든요. 배고파하는 직원들, 특히 들어온 지 얼마 안 된 1년차 2년차 직원들은 굶기가 부지기수예요. 그래서 제가 자장라면을 끓여줬어요. 그랬더니 박창진이가 비행기에서 외부 음식을 가지고 와 조리해 먹는다라고 소문이 났더라고요.(웃음) 음해가 기분 나쁜 게 아니라 이런 열악한 상황을 조장했다는 거죠.

Q 이런 강압적인 기업문화가 어떻게 지금까지 유지될 수 있었을까요?

통제와 감시죠. 사실 다른 직군들은 많이 민주화 되어 있어요. 그런데 승무원들은 안 되고 있는 거예요. 왜 그럴까. 일단 주기적으로 같은 사람들끼리 근무를 안 해요. 그래서 정보가 원활하게 순화를 못하는 거죠. 서로가 잘 모르는 사이인데 식민지 정책을 쓰고 있으니 더욱 그렇죠. 서로를 감시하고 어느 날 갑자기 팀장이었던 사람을 팀원으로 강등시키는 제도를 둔 다든지 하는 거예요. 

또 한 가지 문제는 대한항공이 외국을 왔다갔다 한다는 것 뿐이지 사실 독과점이예요. 국토부와 노동부가 승무원들의 근무 환경을 관리감독 안 하잖아요. 김용균 씨 사건이 난지 한 달 만에 당진에서 같은 사고가 반복됐어요. 사고가 났어도 일단 오케이야, 제어할 사람이 없다는 거예요. 항공은, 항공법에 대해 잘 아는 사람이 국토부에 있어야 하는데 그렇지 않다는 게 문제고요. 노동 환경 역시 일이 힘드니 일찍 그만두거든요. 그럼 계속 젊은 친구들이 들어오는 거예요. 그리고 조금 일하다가 그만 두고, 회사 입장에서는 너무 좋은 거죠. 

   
▲ 지난해 12월14일 서울 중구 플라자호텔에서 열린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를 찾은 박창진 직원연대지부장 및 공공운수노조, 민주노총 등이 한진 그룹 조양호 일가의 퇴진과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의 주주권 행사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pob_graphers 제공>

Q ‘대한항공 직원연대‘에서 지부장으로 활동하고 있는데 어떤 일들을 중점으로 하고 있나요?

우선 조양호 일가의 갑질과 인권유린 행위를 감시하고 있어요. 책에서 유니폼 모델 에피소드에 대한 이야기를 했는데 내부에서 조양호 일가의 비위만 맞추니 그런 웃지 못할 상황이 생기는 거거든요. 조현아 전 대항항공 부사장이 외국 국적으로 진에어에 등기이사로 재직한 사실부터 총수 일가 일감 몰아주기, 사치품 관세 포탈,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의 대학 부정 편입학 사실, 조양호 회장의 횡령, 배임문제 등 문제가 많잖아요. 그런데 남한테는 엄격하고 자신들한테는 관대한 게 문제예요. 

박창진한테는 24년간 가지고 있던 자격을 이번에 시험을 쳤더니 못한다, 외국말도 못하고 한국말도 못한다며 팀장 자격을 박탈한 거거든요. 자신들이 했던 수많은 회사 이미지 손상으로 입은 손해는 생각지 않는 거죠. 그래서 그런 것들을 못하고 있기 때문에 제가 국민연금 주주권 행사를 요구하는 시위를 하고 있는 거예요. 소액주주 권리 운동인데 소액주주 중에 대한항공을 가지고 계신 분들이 위임장을 써 주시면 다음번에 주주권 행사하는 회의에서 우리가 대행하겠다는 거거든요. 

그 다음으로는 노동자들의 권리를 위한 운동을 하고 있어요. 일하다가 다친 사람들이 있는데 그 분들 아무런 대처가 없어요. 대한항공 일반노조가 있긴한데 노동자의 권익을 대변하는 활동을 한다라고 얘기할 수 없어요. 그리고 노동자들에게 정보를 제공해주는 일을 하고 있어요. 우리나라는 초중고를 거치면서 한 번도 노동자 교육을 받지 못했어요. 우리는 사회인이고 회사 생활을 하기 때문에 고용주가 피고용주간의 어떤 관계가 형성되어야 하는지 알게끔 한다는 거죠. 

Q 직원연대 노조원이 300명에서 200명으로 줄었다던데 왜 급격하게 줄었나요?

회사에서 명단을 공개했고요. 아무래도 명단이 공개되면 직간접적으로 공격이 들어와요. 극심한 공포심에 탈퇴자가 생긴 거죠.

Q 힘든 싸움을 하고 계신데, 원동력이나 버티는 힘은 무엇인가요?

책 서두에도 현충원에 묻혀 계신 아버님과 외삼촌께 이 책을 드린다고 말씀을 드렸는데요. 저는 어릴 적 아버지의 강직함이 너무 싫었어요. 외삼촌 역시 20대 초반의 젊은 나이에 돌아가셨어요. 60년대 후반에 북한의 공격으로 동해안에 있던 해군 정찰기가 침몰하는 사건이 있었거든요. 의무병이었던 외삼촌은 끝까지 살아계시긴 했는데 다른 사람을 구한다며 들어가서는 끝내 나오지 못하셨어요. 나중에 그 사실을 알고 답답하고 이해도 안 가고 했어요. 남아 있는 자식들만 고생을 시켰다고 원망도 했고. 하지만 훗날 제가 이런 일들을 겪고 보니까 아버님과 외삼촌이 참 품위 있는 삶을 사셨구나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 한국 사회 그리고 정치

Q 조영호 회장 일가를 이야기 하며 참모의 중요성을 언급했어요. 정치인 중에 참모가 필요한 사람은 누구일까요?

김진태. (웃음) 
비행기에서 많은 정치인들을 봤어요. 정당을 떠나 실망을 하는 경우가 상당히 많았어요. 표면적으로 정치인은 국민을 위해 봉사하는 일을 하잖아요. 그런데 실상은 그렇지 않은 거죠. 여야를 떠나서. 군림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인데요. 

그런데 정치인의 삶도 그렇지만 우리 유권자인 국민들의 인식이 좀 변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정치 혐오증으로 인해 국회의원을 줄여라, 이렇게도 이야기하는데 사실 국회의원 수도 더 늘어나야 할 것 같거든요. 문제는 실생활에 경험이 많은 사람들이 국회에 가야죠. 뭐 어디어디 박사, 어떤 기업을 이끌었다? 이런 건 중요하지 않은 것 같아요. 항공도 마찬가지예요. 항공분과위원회 가보면 제가 뭘 설명을 하는데 못 알아듣는 거예요. 그 분야에 전문가들이어야 하는데 정치인들 보면 이것도 거의 세습이 되는 듯해요. 농업과 관련된 법이다 했을 때 밭에서 호미를 들었던 사람이어야 하잖아요. 그런데 그게 안 된다는 거죠. 

대한항공도 오너 역시 노동자로 살아본 적이 없는 사람들이거든요. 그러니 식사량을 줄이는 발상이 나온 거예요. 이런 걸 옆에서 말해줄 참모가 필요한 것 같아요.

   
▲ 지난해 총수 일가 퇴진 및 대한항공 정상화를 위한 가두 캠페인이 서울 광화문에서 열렸다. <사진=pob_graphers 제공>

Q 땅콩 회항 사건 이후 한국 언론의 문제점도 여실히 느끼신 것 같아요. 구체적으로 어떤 일들을 있었나요?

안타깝지만 언론도 갑질을 한다는 걸 느꼈어요. 예를 들면 이런 거죠. 대한항공 관련해서 어떤 이슈가 그냥 전화를 하는 거예요. 안 받아요. 그럼 수 십 번도 더 전화를 해요. 그래서 받으면 다짜고짜 ‘이거 맞아요? 안 맞아요?’ (웃음) 

얼마 전 워싱턴포스트지하고 CNN과 인터뷰를 하게 됐어요. 그런데 그 분들은 섭외하기 전에 SNS 통해 자기소개서를 보내더라고요. ‘나는 이러이러한 사람이다, 내가 쓴 기사는 이거다라고 하면서 링크 걸어주고. 그리고 우리는 이 부분에 대해 질문하겠다, 이런 취지이다. 그리고 네가 만약 이 글이 이해 안가면 통역을 해서 다시 보내겠다’, 이렇게 자세히 자신들에 대해 설명해주니 인터뷰를 안 할 수 없는 거죠. 

그런데 우리는 다짜고짜 전화해서는 왜 전화 안 받냐고 막 화를 내요.(웃음) ‘박창진 씨 그날 백화점 갔어요? 안 갔어요?’ ‘아, 가긴 갔는데’라고 대답하니 그냥 끊어요. (웃음) 제대로 된 취재도 없이 이슈가 나오면 냅다 던져 놓고 보는 거죠. 팩트 체크 없는 받아쓰기는 물론이고요. 충분한 이해관계 없고 전후 사정 설명 없이 그러다보니 자극적인 기사가 나가고 가짜뉴스가 나오는 거 같아요. 결국 피해는 국민들이 본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전 격식 있는 인터뷰를 했으면 좋겠어요. (웃음)

Q 아직도 검색해보면 ‘박창진 500억대 소송’이라는 글들이 자꾸 나와요. 이건 사실이 아니잖아요?

사실이 아니죠. 어디서 그 말이 나왔는지 모르겠는데. 엄연한 사실이 아닙니다. 

# 다시 일어서다

Q 최근 김복동 할머니 빈소, 김용균씨 빈소 등을 찾아뵈었어요. 이런 행보를 보고 혹자는 정치에 관심이 있나, 하는 이야기를 하기도 했어요.

처음 싸움을 시작했을 때 내가 왜 안락함을 팽개치고 이런 고독한 싸움을 하고 있나 생각했어요. 당시 직접적으로 손으로 내민 사람이 없었고 어떻게 보면 제가 자꾸 쇠사슬을 메고 타고 올라간 거 같아요. 제 뼈가 부러지면서 말이죠. 지옥을 본 거예요. 그런 걸 경험했기 때문에 극단적인 상황에 몰리는 사람들이 눈에 들어오더라고요. 손을 안 잡아줄 수가 없겠다. 나 역시 누군가의 손길이 절실히 필요했거든요. 내가 지옥을 봤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이 가는 지옥을 막아주고 싶은 거예요. 그런 마음이 좀 있었고요.

제가 의식적으로 깨어난 건 있지만 사회적 지위에서는 완전히 하락을 한 거예요. 몇 년 동안 제대로 된 월급도 못 받고 아파서 또 고생하고. 하지만 저는 여태까지 세금 한 번 안 낸 적 없고 법에 어긋한 짓을 한 적도 없어요. 그런데 사회에서 보호를 안 해준다는 거죠. 아쉬운 게 사회가 가지고 있는 구조를 바꾸지 않으면, 지금처럼 경제 성장만 외친다면 어마어마하게 큰 문제가 생길 것이다라는 걸 제 사건을 겪고 나서 생각하게 됐어요. 

경제는 조금 더디게 가더라도 공정하게 나눌 수 있고, 공정함이 뭔지, 정의로움이 뭔지를 서로가 생각할 수 있어야 해요. 우리는 이미 선진국보다 풍족한 구조로 되어 있어요. 우리끼리 경쟁하고 착취하지 않아도 충분히 잘 성장해나가고 있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아직 사회가 이것을 바꾸지 못한다, 이런 부분이 무척 아쉬워요. 

정치에 관심 있냐 말씀하셨는데, 정치는 사람이 사는 사회에 당연히 필요한 거고요. 저 역시 적극적 사회 참여의 수단이 된다면 그것도 굳이 거부할 생각은 없다고 느낍니다.

Q 노동자로서 국민으로서 문재인 정부에 바라는 점이 있나요?

사람이 먼저다라고 얘기하셨어요. 이 사회에 잘못된 것들을 바꿔나가겠다 했어요. 그런데 그게 물론 현실적인 벽이 너무 큰 것은 인정하지만 개혁의 의지가 일괄되게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서 좀 안타깝게 생각하고요. 난관이 있고 어떤 불이익이 있다고 해도 좀 끝까지 밀고 나갔으면 좋겠다라고 생각해요. 

   
▲ 박창진 대한항공 직원연대 지부장이 신간 <플라이 백>에 사인을 하고 있다. <사진=박효연 기자>

Q 직원으로서 대한항공이 어떤 회사가 됐으면 하나요?

말뿐이 아니라 글로벌한 회사가 됐으면 좋겠어요. 조현아가 오면서 회사 복지나 회사내 분위기를 이전 시대로 이끌어 갔어요. 직원들을 노비로 전략시키면서 유니폼만 이태리 명품 브랜드를 들고 와 입혔는데 그게 다가 아니잖아요. 다른 존경을 받은 기업들은 직원들이 웃지 않는다고 벌주고 동영상에 나오는 것처럼 ‘죽어 죽어’ 하지 않거든요. 

내부 직원들이 진짜 회사 다니기 행복하고 스스로 웃음이 나는 그런 회사가 됐으면 좋겠어요. 제가 외국 승무원 만나면 가장 부러운 게 그거거든요. 자기 회사 자랑하는 거요. 그들은 절대 자기 회사 욕 안 해요.(웃음) 직원들에게 충분한 휴식을 주고, 또 그럼으로 그 혜택이 우리 고객들에게 돌아가는 거거든요. 안전한 비행을 할 수 있는 거고. 이런 모든 것들을 아우르기 위해선 우리 회사가 더 민주화 됐으면 좋겠어요. 

Q 마지막으로 고발뉴스 독자들께 한 말씀 하신다면?

책 좀 많이. (웃음) 제가 오늘 정말 진솔한 이야기를 많이 했는데요. 편견 없이 들어주셨으면 좋겠고요. 인간 박창진이란 사람이 특출나거나 대단한 사람 아닌 거 다들 아실 거예요. 저 또한 과오가 많고 부족함이 넘치는데. 아니라고 생각하는 이들에 대해 정말 아니라고 말할 수 있는 용기가 있거든요. 여러분도 부당함에 용기 잃지 마시고. 특히 부당함에 아니라 라고 외치는 언론에 힘을 실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박창진 민주노총 전국공공운수노조 대한항공직원연대 지부장

2014년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든 ‘땅콩회항’ 사건을 고발하며 한진 일가의 갑질을 세상에 알렸다. 2018년 5월 대한항공 경영 정상화 및 갑질 근절 시위를 주도한 것을 계기로 같은 7월 직연연대노조를 출범시켰고 초대 지부장을 맡아 활동하고 있다. 현재 사람이 먼저인 상식적인 사회와 노동의 가치가 존중받는 사회를 꿈꾸며 자신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는 <플라이 백>이 있다.

박효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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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효연 기자 balnews21@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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