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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석현 이사장의 ‘정치참여’는 한국 정치의 ‘퇴보’다

기사승인 2018.12.13  08:3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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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평] ‘한반도 평화 오디세이’에 대한 단상(3)

제가 홍석현 한반도평화만들기 재단 이사장의 ‘정치참여’ 가능성을 언급한 이후 반론을 펴는 이들이 있습니다. 

저는 어디까지나 하나의 가능성을 말하는 것이기 때문에 ‘저의 주장’을 고집할 생각은 없습니다. 하지만 앞선 글에서 언급한 것처럼 ‘홍석현 이사장의 향후 행보’는 계속 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홍 이사장의 ‘정치진출’ 가능성을 낮게 보는 분들은 그의 이력 때문입니다. 홍 이사장은 ‘삼성 X파일 사건’으로 주미 대사에서 낙마한 전력을 가진 데다 탈세 혐의로 구속된 전력도 있습니다. 또한 그의 부친인 홍진기 전 회장 역시 친일과 독재에 부역했다는 논란까지 제기됐는데 ‘이런 인물’이 정치에 참여한다 해도 가능성이 있겠느냐는 겁니다. 

   
▲ 2005년 12월27일 국회헌정기념관에서 열린 ‘X파일의 진실, 이대로 묻히나’ 토론회에 참석한 노회찬 당시 민주노동당 의원과 이상호 MBC 기자의 모습. <사진제공=뉴시스>

주목해야 하는 건 홍석현 이사장에 대한 이미지 변화

저 역시 쉽지 않다고 생각합니다만 최근 홍석현 이사장에 대한 이미지가 조금씩 바뀌고 있는 흐름은 주목해야 한다고 봅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을 전후해서 홍석현 이사장은 ‘손석희의 JTBC 체제’를 강화하면서 ‘박근혜의 부당한 압력에 굴복하지 않은 언론사주’라는 이미지가 조금씩 부각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2017년 4월16일 홍석현 이사장은 ‘박근혜 청와대’가 삼성을 통해 JTBC의 손석희 사장 교체압력을 행사했다는 내용을 폭로했습니다. 이후 각종 인터뷰를 통해 이런 부분을 강조했습니다. 최근에는 CBS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2018년 11월21일)에 직접 출연해 관련 내용을 소상히 밝히기도 했습니다. 잠깐 인용합니다. 

“정관용 : 이재용 부회장 재판 과정에서 보니까 왜 박근혜 전 대통령이 이재용 부회장 독대할 때 JTBC가 왜 그렇게 정부 비판하냐. 혹시 그때 정부로부터 막 압력 들어오지 않았었어요?

홍석현 : 압력이 있었죠.

정관용 : 홍 회장한테도 직접?

홍석현 : 저한테 직접은 이제 우리 이재용 부회장이 두 번 전했고. 그다음에 제 주변의 사람을 통해서 간접적으로는 제가 바보가 아니니까. 느낄 수 있게끔 많이 있었고요. 그다음에 이제 제 주변에 있는 사업가들이 좀 많은 괴로움을 당하고 있습니다.

정관용 : 막 협박도 하던가요?

홍석현 : 뭐 사실상의 압력이죠. 사실상의 압력. 다 제가 알아들을 수 있을 만큼의 압력을 제가 느꼈는데. 제가 그건 어디다도 전하지 않았습니다. 제가 그냥 다 소화를 했지. 우리 저희 아들이 대표로 하고 아들한테도 이야기를 안 했어요. 왜냐하면. 

정관용 : 영향을 받을까 봐.

홍석현 : 혼자서 힘든 게 낫지. 여러 사람 마음 아픈 것보다는.” 

   
▲ <이미지 출처=CBS 라디오 '사사자키 정관용입니다' 유튜브 영상 캡처>

정운현 현 국무총리 비서실장은 2017년 4월27일 <홍석현 회장에 관한 몇 가지 단상>(ㅍㅍㅅㅅ)이란 글에서 홍 이사장과 관련해 다음과 같은 지적을 했습니다. 

“비록 대선판에서는 몸을 뺐지만 차기 정부에서 뭔가 ‘벼슬’을 하고 싶은 욕망은 여전해 보인다. 최근 한겨레 인터뷰에서 ‘앞으로 국회의원 등 선출직에 나설 의향이 있나?’는 질문에 그는 ‘선출직이 제게 잘 맞는 옷처럼 느껴지지는 않는다. 그렇지만 작은 힘을 보태는 방법이라면 선출직이든 비선출직이든 배제하지는 않는다’고 답한 바 있다. 

시켜만 주면 한자리하고 싶다는 얘기다. 또 국회의원보다는 총리나 장관 같은 대통령이 임명하는 자리를 선호한다는 얘기다. 그 나이, 그 커리어에 초선의원으로 정치권에 얼굴을 내미는 것은 그로선 별로 탐탁지 않을 것이다. 최소한 총리, 또는 그에 버금가는 자리 정도는 돼야 성에 찰지도 모른다.” 

‘최소한 총리 혹은 그에 버금가는 자리’ 제안을 받는다면?

저는 정운현 국무총리 비서실장의 당시 지적은 지금까지 유효하다고 봅니다. 홍석현 이사장은 ‘삼성 X파일’ 때문에 주미 대사에서 낙마한 이후 정치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뜻도 내비쳤지만 저는 그가 여전히 ‘본격적인’ 정치행보를 위해 꾸준히 준비를 해왔다고 생각합니다. 

홍석현 이사장의 ‘싱크탱크’와 ‘국내외에 형성한 네트워크’는 문재인 정부가 무시하기 힘들 정도로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습니다. 

<한반도 평화 오디세이>에서 소개하고 있는 홍석현 이사장의 프로필에는 “현재 중앙그룹 회장, 월드컬처오픈 위원장, 삼극위원회 아시아태평양위원회 부회장, 베르그루엔거버넌스연구소 21세기위원회 멤버로 활동하고 있다”는 부분이 있습니다. 

이게 뭐가 그리 대단하냐구요? 대단합니다. 이 중에서 ‘삼극위원회’가 어떤 위원회인지만 간단히 소개하고자 합니다. 앞서 언급한 정운현 국무총리 비서실장 글에서도 언급된 내용인데 잠깐 인용합니다. 

“‘삼극위원회(The Trilateral Commission)’ 회원이다. 이 위원회는 1973년 데이비드 록펠러 전 JP모건체이스 회장이 만들었는데 2015년 서울에서 열린 회의에서는 북한 문제를 포함해 한반도의 상황과 자원안보, 기후변화, 세계 경제 등 다양한 주제에 관해 토론을 벌였다. 

이 위원회의 주요 회원으로는 미국의 헨리 키신저 전 국무장관, 매들린 올브라이트 전 국무장관, 커트 캠벨 전 동아시아·태평양 차관보, 폴 볼커 전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 등을 비롯해 고바야시 에이조 이토추 그룹 회장, 마키하라 미노루 미쓰비시상사 고문, 리자오싱 전 중국 외교부장 등이 있다고 알려져 있다. 한 마디로 국제사회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파워 엘리트의 모임인 셈이다.”(‘홍석현 회장에 관한 몇 가지 단상’ (2017년 4월27일 ㅍㅍㅅㅅ)

   
   
▲ <이미지 출처=삼극위원회(The Trilateral Commission) 홈페이지 캡처>

어디까지나 하나의 가정이면서 우려라는 전제하에 드리는 말씀이지만, 저는 문재인 정부의 영향력이 지금보다 약해지고 현 정부에서 차기에 대한 경쟁이 본격화될 때 ‘홍석현 이사장의 행보가 본격화 될 가능성’이 있다고 봅니다. 

유력한 대권후보가 없는 상황에서 경쟁이 격화되면 갈등과 내분이 극대화 될 수밖에 없죠. 이 상황이 지속되면 막강한 네트워크를 가진 홍석현 이사장의 존재감이 부각될 수도 있습니다. 분명한 건, 그가 현재 형성하고 있는 국내외적인 인맥과 ‘전문가 부대’는 지금도 무시할 수 없을 정도로 영향력이 크다는 점입니다. 

홍석현 이사장 네트워크에 의존하는 ‘정치상황’ 만들지 말아야

홍석현 이사장의 정치참여를 ‘대권’과 결부시키는 시각이 많은데 저는 그렇게만 볼 사안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홍 이사장이 ‘어떤 형태로 정치에 참여’할지는 저도 알 수 없습니다만 ‘대권’ 말고도 정치에 참여할 수 있는 방법은 많습니다. 

홍 이사장이 정치에 참여할 지 여부는 향후 정치상황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이것 한 가지는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겠습니다. 그는 ‘삼성X파일’ 사건에서 삼성 이건희 회장의 ‘지시’를 받아 정치권에 금품을 전달한 당사자였다는 점입니다. 적어도 이와 관련해선 홍석현 이사장은 법적인 책임을 진 적도 없고, 이와 관련해 공식적으로 사과하거나 입장을 표명한 적이 없습니다. 

그가 한반도 평화를 얘기하고 북한에 대한 전향적인 정책을 강조한다고 해도 ‘이 같은 사실’은 변하지 않습니다. 그가 ‘손석희 JTBC체제’를 지킨 언론사주였다 해도 ‘이 사실’은 변하지 않습니다. 

또 하나. 최근 들어 홍석현 이사장은 ‘박근혜 청와대 압력에 굴복하지 않고 언론자유를 지킨 사주’로 이미지가 인식됐지만 그는 과거에도 그랬고 지금도 여전히 ‘범삼성가 사람’이라는 겁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사건에서 알 수 있듯이 여전히 한국 사회는 ‘삼성공화국’입니다. 언론 보도 역시 여전히 ‘친삼성’이 압도적이며 삼성으로 대표되는 재벌개혁에 있어 미온적입니다. 

문재인 정부가 적폐청산 기치를 내세우며 개혁에 나서고는 있지만 저항도 만만치 않습니다. 정경유착이 완전히 단절됐다고 말할 수 있을까요. 재벌의 경제력 집중 완화와 같은 문제들도 개선됐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관료집단, 언론, 정치권 등 우리 사회 기득권 세력들은 여전히 ‘친삼성’ ‘친재벌’ ‘친기득권’에서 변한 게 없기 때문입니다. 

이런 문제점들이 산적해 있는 상황에서 ‘정치자금 전달자’이자 ‘범삼성가’인 언론사주 출신이 정치에 본격적으로 나선다? 저는 홍 이사장이 한반도 비핵화를 비롯해 문재인 정부 대북 정책과 ‘코드’가 맞는 노선과는 별개로 이 자체만으로 한국 정치의 퇴보라고 생각합니다. 

혹시라도 문재인 정부와 집권여당이 홍석현 이사장 네트워크와 영향력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정치상황이 된다면 어떤 상황이 펼쳐질까요? 물론 이건 어디까지나 저의 추정이고 하나의 가정일 뿐입니다만 ‘이런 상황’ 자체를 만들지 않는 게 앞으로 중요한 과제가 될 것 같습니다. 그런데 저는 이상하게도 ‘그런 징후’가 자꾸 보입니다. 저의 노파심이길 바랄 뿐입니다. 

민동기 미디어전문기자

민동기 미디어전문기자 mediago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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