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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찬형 사장 “시청자가 ‘그만하면 됐다’ 할 때까지 노력하겠다”

기사승인 2018.11.29  16: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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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영광의 발로GO 인터뷰 280] 정찬형 YTN 사장

YTN이 가장 먼저 지난 10년 정권의 언론장악 직격탄을 맞았다. 6명의 해직자를 배출했고 방송은 한없이 망가졌다. 그러나 지난해 정권 교체된 후 조준희 사장이 사임하며 YTN에도 봄날이 오는 듯했다.

하지만 부적합한 사장 취임으로 YTN은 또다시 아픔을 겪어야 했다. 양대 공영방송이 새로운 사장을 맞이해 정상화를 시작할 즈음 YTN은 최남수 사장 퇴진을 주장하며 파업에 돌입했다. 방통위의 중재로 인해 접점을 찾았고 최 사장은 구성원의 불신임으로 퇴진하였다. 

그 후 YTN은 새 사장 선임 절차에 들어갔고 tbs를 청취율 2위로 올린 정찬형 사장을 새로운 사장을 선임했다. 9월 말 취임한 정 사장은 지난 10년 해직됐던 기자들을 인사 전면에 배치해 차근차근 변화를 준비했다. 

그리고 다음 주 월요일인 12월 3일 대대적인 개편으로 시청자들과 만날 준비를 마쳤다. 사장 취임 2개월과 개편에 대한 이야기가 궁금해 지난 27일 서울 상암 YTN 사옥 사장실에서 정찬형 사장을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 다음은 정찬형 사장과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이다.

   
▲ 정찬형 YTN 사장 <사진=이영광 기자>

“MBC보다 훨씬 뒤늦게 새 출발 앞둔 YTN, 정말 절박해 보였다”

- YTN 사장으로 취임하신 지 2개월입니다. 낯선 곳일 텐데 적응은 하셨어요?

“평생 일해왔던 곳이 방송 현장이라서 YTN 역시 낯선 공간은 아니에요. 하지만 적응은 아직이라고 생각합니다. 일단 YTN이라는 공간에 익숙해져 가고 있고, 안에서 일하는 식구들 얼굴을 익혀가는 중이고, 공동의 목표를 찾아 방향을 맞추기 위해서 지혜 모으고 소통해 나가는 초반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두 달 쯤 지나면서 제 입장에서는 좀 편하게 얘기할 수 있는 정도가 되었다고 해야 하나요? 그러나 잔소리 듣는 식구들은 힘든 시기이겠다고 조심스럽게 예측합니다(웃음).” 

- 이전에 외부에서 YTN을 보는 것과 내부 들어와서 보는 YTN은 다를 거 같아요.

“외부에서 볼 땐 내부 사정을 모르니까 ‘왜 저러지?’라고 물음표가 더 많았던 거 같아요. 그러나 지금은 똑같은 일이 벌어졌을 때 내부사정을 알면서부터는 ‘그러면 이렇게 하면 어떨까? 이렇게 하면 더 좋은 뉴스를 만들지 않을까?’라고 구체적 방안을 생각해 보게 되었으니까 느낌표가 더 많아졌달까요?” 

- MBC나 tbs는 종합편성 방송인데 YTN은 보도전문 채널이라 다를 거 같아요.

“당연하죠. tbs 라디오나 MBC 같은 종합편성은 드라마, 예능 시사 교양 등 다양한 장르가 있고 보도도 하나의 장르로 돼 있지만 YTN은 보도만 24시간 내는 특수한 채널이라 차이가 크죠. 제작하는 공정이나 편성하는 방식 같은 게 다르고 조직문화도 다릅니다.” 

- 지난해 친정인 MBC 사장 선출할 때 사장님도 후보군으로 분류되셨지만, 응모를 안 하셨어요. 그리고 YTN 선출할 때 응모하셔서 취임하셨죠. MBC가 아닌 YTN을 선택한 이유가 있을 것 같아요.

“문화방송의 재건을 위해서 사장직 공모에 많은 훌륭한 분들이 나섰다고 생각해요. 저는 당시에 tbs에 남아 하던 일을 그냥 계속하는 것이 옳다고 판단했어요. 그 후 8개월 뒤 YTN에서 사장 공모할 때는 MBC보다 훨씬 뒤늦게 새 출발을 앞둔 상황을 보면서 정말 절박해 보였다고 해야 할까요? 오랜 고통을 딛고 새로 복구를 하는 YTN에 부족하지만 제가 힘을 보태 기여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을 했던 거예요. 팩트체크를 하자면 제가 YTN을 선택한 것이 아니라 YTN이 저를 선택했다고 하는 게 옳을 겁니다.” 

- YTN의 새 출발도 늦은 데다가 방송환경이 달라졌잖아요. 예전엔 지상파와 보도전문 채널이 있었는데 지금은 종편과 인터넷이 있어서 잘해야 한다는 조바심이 있을 거 같은데.

“예전에는 채널 자체가 많지 않았는데 지금은 엄청나게 늘었고요. 분화가 됐다고 할까요? 취향에 맞게 시청자 군이 갈리면서 나뉘어 있죠. 조바심이라고 하는 건 적절치 않고 이런 상황에서 이기는 그림은 무엇일까, 이런 상황에서도 YTN이 제 역할 다해서 박수받고 사람들 기대를 충족시키는 방법은 무엇일까 고민하는 단계라서 차분히 준비하고 있어요.” 

- 그럼 그 방법은 뭘까요?

“‘시청자가 믿고 보는 YTN’을 생각했어요. 시청자들이 지금까지 믿고 보지 않았거든요. 지난 10년간 언론이 제대로 못 했고 권력에 대한 비판과 감시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던 것 잘 아시죠. 그리고 권력에 의한 통제를 거부했던 YTN이 가장 먼저 노조위원장과 기자가 해고되는 사태가 벌어졌고, 언론이 장악되고 재갈 물린 상태에서 제 기능 제대로 못 하니까 어이없는 오보가 잇달아 나온 적도 있고요, 오죽했으면 tbs에 있을 때 ‘팩트체크 제대로 인한 채 YTN 기사를 잘 못 인용하면 돈으로 물어내는 수가 있으니까 진행자들이 유의해줄 것’을 공식적으로 요청했겠어요. 지금 그에 대한 반성 차원에서 믿고 보는 YTN을 만들기 위해서 저희가 지혜를 모으는 과정이에요.” 

- 사장님 첫인사로 지난해 복직한 기자들을 전진 배치했잖아요.

“그것도 앞서 얘기한 믿을 수 없는 뉴스, 그래서 인용할 때 맞는 기사인지 걱정하며 봐야 하는 뉴스로 비난받게 된 원인을 뒤집어보면 취재 잘하고 제대로 일할 수 있는 기자들을 해직시켜서 제대로 일 못 하게 한 상황이 그런 걸 만들어냈을 거로 생각했기 때문에 당연히 공정 방송을 위해 열심히 목소리를 높인 분들이 중요한 역할을 맡아야 한다는 생각을 한 거죠. 앞서 말씀드린 ‘믿고 보는 YTN’이 되기 위해 첫걸음이 그거라고 생각해서 그렇게 한 거예요.” 

- MBC나 KBS는 과거 청산 위원회를 두어 활동하잖아요. YTN도 그런 기구가 필요할까요?

“YTN 역시 노사합의로 만들어 놓은 ‘미래발전위원회’가 구성되어 활동 중입니다. 진실규명과 책임자에 대한 문책, 그리고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 강구까지, 그래서 큰 책임을 맡은 기구인데 당연히 사내갈등의 치유와 화합이 최종 목표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조직구성원들 사이에 엄정한 진상규명을 통해서 과거의 진실이 밝혀져 지고, 갈등 원인을 찾아 지우고 진실한 보도를 위해 온 힘을 모아야 하겠죠. 그렇게 해서 결국 일을 중심으로 시청자와 시민에게 봉사하는 언론사로 제대로 작동되도록 조직의 힘이 모이게 해야죠.”

- 지난 7일 탐사 전문 매체인 뉴스타파와 제휴를 맺었잖아요. MBC, KBS도 뉴스타파와 협업을 하지만 제휴 맺지는 않았는데 YTN이 제휴 맺은 이유가 있을까요?

“문서로 만들어 놓으면 더 열심히 서로의 이익을 위해 윈윈하는 방향으로 고민하겠죠. 저희 YTN 같으면 뉴스타파가 가진 탐사 저널리즘의 왕성한 취재력과 기술력, 취재 기법을 통해 거기서 만들어낸 뉴스를 저희와 할 수 있는 일이 없는지 고민할 수 있고 뉴스타파는 YTN을 통해 자료와 영상 등 협력을 얻을 수 있고 그래서 문서로 만들어 놓고 같이 협력하는 것이 향후 좋은 결과를 가져올 거로 생각합니다.” 

   
▲ <이미지출처=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 홈페이지 캡쳐>

- 전국적으로 거의 존재감 없던 tbs를 라디오 청취율 1위로 만드셨잖아요. 때문에 YTN 구성원들의 사장님에 대한 기대도 클 것 같은데.

“<김어준의 뉴스공장>이 시사프로그램으로서는 괴력을 발휘해 전체 청취율 1위와 팟캐스트 1위를 했죠. 그 덕분에 라디오 채널 청취율 2위까지 올라간 건 맞아요. 그것도 전 연출이 아니라서 제가 만든 것 아니고 그렇게 한 것은 구성원들이에요. 저는 괴력을 가진 프로그램이 생겨날 수 있도록 전기도 깔아주고 돈도 투자했다는 정도죠. 환경을 만들어 주어서 구성원들이 그런 미라클을 만들어 낼 수 있도록 영감을 주고 응원해 주는 역할을 했다고 생각해 주시면 좋을 거 같아요.

지금 YTN 구성원들의 진실 보도에 대한 사명감, 열정과 투지가 엄청나요. 10년 동안 제대로 못 해서 안타까워했던 순간을 기억하기 때문에 그래서 많이 준비하고 있거든요. 이 열정과 투지가 대단하기 때문에 제가 오히려 우리 YTN 구성원들에게 기대하는 게 많아요. 저는 환경을 만들고 전기 깔아주고 수도 깔아줄 테니 열심히 해보자고 얘기하고 있거든요. 아마 좋은 결과 만들어서 12월 3일부터 시민들에게 보여줄 수 있을 거예요. 사장에 대한 구성원들의 기대 보다는 우리 YTN 식구들에게 제가 기대하는 게 더 크다는 걸 알아주셨으면 좋겠어요(웃음).” 

“대전환기, 전쟁 위협 벗어나 새로운 시대, YTN이 기여하겠다”

- 그럼 언제쯤 예전의 YTN 명성을 되찾을 거로 보세요?

“저는 빠른 시간 안에 ‘뉴스는 YTN으로 충분하다’ 느껴지면서 명성을 되찾을 거라고 봐요. 12월 3일 새 모습으로 개편하고 시청자들에게 새로운 모습으로 찾아간다는 개편 영상 보시고 많은 분이 깜짝 놀랐다고 하셔요. 앵커석에 앵커가 올라올 줄 알았는데 거기 수어 통역하시는 분이 올라오시고 앵커 준비하는 줄 알았더니 올라오자마자 수어로 저희 프로그램을 통역하잖아요. 그게 저는 소외되거나 배려가 더 필요했던 부분에 대해서 더 고민하겠다는 약속을 뜻하죠. 

마지막에 ‘진실을 전합니다. 진실을 다합니다’라고 써있잖아요. 그게 ‘진실’이나 ’진심’이라고 쓰고 ‘다짐’이나 ’약속’이라고 읽어주시면 좋겠어요. 워낙 지난 10년 동안 YTN 식구들 경력이 단절된 부분이 있어요. 어떤 분들은 완전히 쫓겨나서 밖에 있다 오신 분도 계시고. 해서 10년 공백을 딛고 새로 시작하다 보니 부족한 점이 조금 있겠죠. 그러나 조금 차분히 기다려 주시면 시민이 기대하는 좋은 뉴스로 보답하겠다는 게 제 공개 다짐이기도 합니다.”

- MBC나 KBS를 보면 새 출발 한 지 1년이 되어 가는데 자리를 못 잡고 있잖아요. 망가트리는 건 순간이지만 무너진 걸 다시 쌓는 건 그만큼 어려울 것 같아요.

“방송은 천 명이 넘는 인력이 모여서 같이 하게 되거든요. 이렇다 보니 좋은 품질의 콘텐츠를 만들어 내는 데까지는 시간이 필요해요. 금방 사장이나 보도국장 바뀌었으니 화면도 즉시 바뀌어야 한다는 기대치는 있지만, 시간이 걸리죠. 그렇지만 지금도 YTN 보시면 과거 뉴스보다 진화된, 달라진 뉴스를 보시게 될 거예요. 제가 오보 없는 뉴스 채널 강조하고 단편적인 사실보다 맥락의 중요성, 또 그보다 더 중요한 통찰이 가능한 뉴스가 되면 좋겠다고 얘기를 했는데 여기 구성원들이 동의해줬어요, 시간이 다소 걸리더라도 바뀔 거로 생각합니다.” 

   
▲ <이미지 출처=YTN 노동조합 페이스북>

- 이번 개편의 핵심은 메인 전략뉴스 3개와 메인 종합뉴스 2개를 중심으로 한 프로그램 단순화인 것 같은데 개편에서 중점 둔 부분은 무엇인가요?

“개편에서 중점 주는 건 메인전략 뉴스 3개 그리고 종합뉴스 2개로 프로그램 편성을 단순화했잖아요. 메인전략뉴스 중 가장 주목받는 게 취재원과 패널이 출연해 주요 이슈를 풀어가려고 만드는 노종면·박상연 앵커가 진행하는 <노종면의 더뉴스>인데 오후 2시~5시에 방송됩니다. 김정아·오동건 앵커가 진행하는 <뉴스N이슈>가 오전 11시부터 와이드 뉴스쇼로 준비 중이에요, 또 나연수·김경수 앵커가 진행하는 <뉴스나이트>가 밤 9시 50분 찾아갈 예정이에요.

<노종면의 더뉴스>는 뉴스의 핵심당사자를 찾아 얘기 들을 거고 시사분석, 토론, 그리고 ‘돌발영상’을 리부트할 겁니다. 노종면 앵커가 바로 돌발영상 처음 만든 사람이에요. 그러나 노 앵커는 해직되고 돌발영상이 폐지되면서 YTN 암흑기가 왔다고 생각되는 데 다시 시작하는 날이 될 거예요.

그리고 아침에 이종원·강려원 앵커가 진행하는 <굿모닝YTN>이 오전 6시~8시 30분까지 아침 뉴스를 정리해 줄 거고 이광연·박석원 앵커가 진행하는 <뉴스Q>는 오후 6시~8시 30분 방송 예정인 저녁 메인 종합뉴스가 되겠죠. <뉴스Q>는 지상파와 종편을 포함해 저녁 종합 뉴스 중 장 빠른 시간대 뉴스쇼입니다.”

- 말씀하셨지만 눈에 띄는 게 ‘돌발영상’ 부활과 해직 기자였던 노종면 앵커의 복귀인 것 같아요.

“‘돌발영상’은 저도 즐겨보았던 YTN의 대표콘텐츠였죠. 이 좋은 콘텐츠를 없애고 ’돌발영상’을 처음 만들었던 기자를 해고한 상징적 사건이 YTN 10년 어두운 역사의 시작이라고 말씀드렸잖아요. 그렇게 언론에 재갈을 물린 뒤 권력은 부패했고 촛불 시민들이 복구해 낸 것이죠. 해직 기간 10년의 세월 동안 언론이 제대로 역할 못 하는 것을 보면서 이분들이 얼마나 안타까워했겠어요? 그 마음속에 자기가 돌아가면 어떤 뉴스를 할지 다짐과 고민을 하며 10년 동안 있었겠죠. 그분들이 돌아와서 만드는 첫 뉴스라서 진심을 다할 것이라 믿어요. 응원 많이 해 주시고 잘 못 한 것 있으면 댓글 달아주세요. 그럼 아마도 시청자들이 기대하는 더 좋은 뉴스로 진화할 거로 생각해요.”

   
▲ 2010년 11월30일 YTN 돌발영상의 한 장면. 한나라당 안상수 대표가 11월24일 연평도 피격 현장을 방문, 보온병을 보고 포탄이라고 말했다. <사진출처=YTN 화면캡처>

- 앞으로 3년 동안 어떻게 할 것인지 각오한 말씀 부탁드려요.

“시청자를 주인으로 모실 겁니다. 시청자가 ’그만하면 됐다‘ 할 때까지 노력 더 하겠고요. 한반도에 사는 우리 삶의 질서 자체가 크게 변화하는 대전환기라고 생각해요. 냉전 위협 속에 살다가 전쟁의 위협에서 벗어나서 새로운 꿈을 꿀 수 있는 무대로 바뀌고 있잖아요. 우리 자식과 후손이 안전하게 살 수 있는 땅으로 만드는 데 YTN이 다른 언론보다 더 기여하기를 바랍니다. 그렇게 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생각이에요. 지켜보시고 응원하시고 잘못하면 비판해 주시길 바랍니다.” 

- 마지막으로 <GO발뉴스> 독자들에게 한마디 부탁드려요.

“<GO발뉴스> 독자분들은 이번에 두 번째로 뵙게 되네요. tbs에서 이영광 기자 통해 인사드렸죠. 그때나 지금이나 늘 같은 마음이에요. YTN도 <GO발뉴스>도 서로 도와야할 일이 있을 때는 열심히 돕고 서로 발전하는 데에 힘이 되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이영광 기자 

이영광 기자 kwang383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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