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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8 건국절’ 입장표명한 김병준, “文정권 타도” 주장도 토론인가?

기사승인 2018.08.14  17:0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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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성태의 와이드뷰] “역사를 정치 도구화 말라” 후배 학자의 간곡한 당부에도..

“박사모 집회에서 3시간 동안 촛불 들고 서 있다 온 느낌입니다.”

역사학자 전우용이 13일 오후 ‘대한민국 건국 70주년 맞짱 토론회’를 마치고 남긴 소감이다. 이날 심재철 자유한국당 의원과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 포럼이 공동주최하고, 대한민국 건국 70주년 기념위원회가 주관한 ‘대한민국 건국 70주년 맞짱 토론회’에 참석한 전우용 한국학중앙연구원 객원교수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거대한 뿌리는 절대로 쉽게 뽑히지 않습니다”라며 1948년 건국론을 지지하는 패널들이 주장한 발언들을 전했다. 

“자유민주주의와 반공이 대한민국의 건국 정신이다.”
“대한민국 정부 수립에 협조하지 않은 김구 등은 건국 방해세력이다.”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부정하는 자들은 국민 자격을 인정하지 말고 공민권을 제한해야 한다.”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흔드는 문재인 정부를 그냥 두어서는 안 된다.”
“문재인 정권을 타도해야 대한민국을 바로 세울 수 있다.”

대한민국 건국 70주년 기념위원회가 주관하는 토론회는 이날이 처음이 아니다. 자유한국당 심재철 의원과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 포럼이 공동주최하고 있는 토론회가 73주년 광복절을 앞두고 릴레이로 열리는 중이다. 이날 발언만 놓고 봐도, 이 토론회들이 과연 건강한 ‘역사토론’의 장인지, 극우와 보수의 결집을 위한 집회인지 헷갈리기에 충분하지 않은가. 전우용 교수 역시 이를 지적하고 있었다. 

“이런 취지의 발언이 나올 때마다 박수갈채가 쏟아졌습니다. 저런 사람들에게서 힘을 얻는 자한당이 압도적 제1야당입니다. 지금 지지율이 정의당보다 낮으니 다음 총선 때 사라질 거라고요? 글쎄요.... 거대한 뿌리는 절대로 쉽게 뽑히지 않습니다.

마지막에 사회자가 ‘오늘 반대측 패널로 나오신 분들은 그 중 온건한 분들...’ 운운하기에 마이크 뺏어서 한 마디 했습니다. ‘왜 자꾸 온건파니 강경파니 가르려 드십니까? 모두 한국인이잖아요.’ 그랬더니 또 야유가 쏟아졌습니다. 아마, 갈라지길 바라서였을 겁니다.”

   
▲ 13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진행된 대한민국 건국 70주년 기념 토론회에서 김병준 자유한국당 비대위원장을 비롯한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어느 후배 역사학자의 간곡한 당부 

이날 토론회 참석자는 총 6명이었다. 1948년 건국론을 지지하는 자유민주진영 패널은 한국학중앙연구원 양동안 명예교수와 이영훈 서울대학교 명예교수, 이주천 전 원광대학교 사학과 교수가, 그 반대편에 진보민주진영 패널은 김민철 민족문제연구소 연구위원과 함께 전우용 한국학중앙연구원 객원교수, 심용환 성공회대학교 외래교수가 참석했다. 

“전우용 선생님께서 한마디 하셔서 저도 남깁니다. 자유한국당에서 주최했고 청중의 거의 대부분이 극우 성향의 어르신들인 가운데, 더구나 저를 빼고 대부분 원로 학자들이셨으니 제 입장에서 어찌 편한 토론회를 보냈다고 말할 수 있을까요? 인터넷에 뜨는 기사들을 보니 매체의 성향에 따라 기사 방향도 잡혀 있더군요.”

심용환 교수 역시 같은 날 토론회에 참석한 후기를 올렸다. 심 교수는 이미 극우 성향의 원로들이 분위기를 장악한 상태에서 건전한 토론이나 “왜 건국절이 중요한지 동의할 만한 설득”이 불가능했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짚은 핵심은 역시나 “역사의 정치 도구화”였다.  

“역사를 정치 도구화 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이것은 소위 개혁 진보 진영에도 드리는 말씀입니다. 대통령부터 일각의 시민단체까지 1919년 건국설을 주장합니다. 민족문제연구소 김민철 선생님을 비롯하여 소위 '민주진보진영'의 학자들 중 누구도 1919년을 지지하며 1948년을 반대한다고 말 한 사람이 없습니다. 대관절 어느 역사학계에서 이런 단순한 주장을 한단 말입니까.”

누가 역사를 정치 도구화 하는가. 이미 국정교과서 폐지 이후 뉴라이트 역사관에 입각한 건국절 논란은 폐기된 것이나 마찬가지다. 하지만 ‘극우결집’이란 테제 하에 이러한 역사관을 되살리는 척 세 결집을 이루려는 세력이 고개를 들고 있다. 이에 대해 심 교수 역시 동의하고 있었다. 

더불어 심 교수는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선배’에게 ‘후배 역사학자’로서 간곡한 당부를 전했다. 심 교수는 글 말미 “국정화 투쟁이 한창이던 시절에도 그토록 외쳤던 주장이지만 역사 문제는 정쟁의 도구화가 아니라 학계와 교육계의 자율성에 의해 만들어져야만 하는 과정”이라며 “제발 부탁입니다. 간신히 얻은 정상화이고 4대 국경일을 비롯한 현행의 체제를 지금 시점에서 고쳐야 할 특별한 이유는 어느 곳에도 없습니다. 이러지들 않으셨으면 합니다”고 청했다.  과연 이러한 당부를 새겨들을 ‘선배’가 얼마나 될지 의문스럽다. 

‘1948년 건국절’ 입장 확실히 한 김병준 

사실 이러한 논란이 다시 불거진 배경엔 자유한국당의 용인이 전제됐다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오락가락하는 입장 표명으로 혼란을 주고 있는 김병준 비대위원장이 딱 그 짝이다. ‘대한민국 건국 70주년 맞짱 토론회’에서 축사를 한 김 위원장은 기자들에게 “김대중 정부 때나 노무현 정부 때나 다 (1948년을 건국절로) 그렇게 해왔다”라고 답해 논란을 야기하기도 했다.

   
▲ 13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진행된 대한민국 건국 70주년 기념 토론회에서 김병준 비대위원장이 축사를 하고 있다.<사진제공=뉴시스>

이와 관련, 14일 가톨릭평화방송 <열린세상 오늘! 김혜영입니다>에 출연한 김 위원장은 전날 토론회에서 “1919년이냐, 48년이냐, 뜨겁게 논쟁해 볼일”이라고 한데 대해 아래와 같이 답했다. 앞서 진행자는 “논쟁에 휘말리지 않으시려고 입장을 회피한 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고 꼬집었다.  

“입장을 회피하는 게 아니라 사실은 48년 건국이라는 것이요. 심지어 김대중 정부나 노무현 정부도 48년 건국을 당연시 해서 받아들였던 것입니다. 받아들여 가지고 거기에 대해서 별 문제가 없이 우리가 그런가 보다. 그리고 1919년에 우리 상해 임시정부, 그 당시에 우리가 임시정부를 세우고 국가를 세우고 한 부분에 대해서는 정식으로 전문으로 남아있고 했는데. 

최근에 와서 새로운 해석이 등장을 하니까, 새로운 해석이 등장해서 그것이 그냥 쉽게 사그라진 것이 아니라, 상당한 그것도 많은 사람들이 이야기를 하고 있지 않습니까? 그러니까 기본이 우리가 48년 건국이라는 설이 정돈이 되어 있었고 거기에 대해서 이론이 있으니까, 저는 뜨거운 논쟁이 또 다시 우리 민심을 여러 가지 흔들고 있으니까 토론을 해봐야 된다.”

과연 이 역사적 이견이 재차 토론이 필요한 사안일까. 이명박, 박근혜 정권의 실패가, 국정교과서의 폐해가 이미 검증된 마당에 다시금 이 논쟁에 불씨를 당기는 것은 그야말로 국론분열이요, 역사적 퇴행을 자처하는 불필요한 행위일 것이다. 

이 인터뷰에서 김 위원장은 “기본적으로 전체 다수의 의견은 저는 (건국절이) 48년이라고 보고 있습니다”라고 못 받았다. 그간 “토론의 가치” 운운하며 발을 뺐던 것과 달리 건국절과 관한 입장을 명확히 표현한 셈이다. 이제야 “누가 건국절 논란에 불을 지피는가”란 물음에 답이 명확해졌다.  

하성태 기자 

하성태 기자 woodyh@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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