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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에 실린 ‘기무사 문건’ 비판 칼럼, 왜?

기사승인 2018.07.30  08:2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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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자수첩] 한국 보수정치는 조선일보 ‘그림자’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아예 이참에 한국의 보수 정치가 권위주의의 그늘로부터 벗어나는 기회가 되었으면 한다. 민주화 이후 30년이 지났지만 보수는 여전히 민주화 이전의 시대에서 정체성을 찾는 것 같다. 보수 정치가 추앙하는 대상은 이승만, 박정희뿐이다.” 

오늘자(30일) 조선일보에 실린 강원택 교수(서울대 정치외교학부) 칼럼 가운데 일부입니다. 강원택 교수는 “보수 정치를 재건하고 싶다면 우리의 지난 정치사를 새롭게 해석해야 한다”면서 “민주화를 위한 투쟁이라는 지난 우리 정치사에 대한 포용 없이 보수의 외연 확대는 쉽지 않아 보인다”고 충고했습니다. 

조선일보에 ‘이런’ 칼럼이 실린 것을 어떻게 봐야 할까요. 좋게 해석하면 ‘보수에 대한 비판’을 통해 한국 보수진영의 거듭나기를 촉구했을 수도 있습니다. 자유한국당으로 상징되는 ‘한국 보수’와 조선일보는 상당히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 조선일보에 보수의 거듭나기를 촉구하는 칼럼이 실리는 것은 어찌 보면 유의미한 일이기도 합니다. 그만큼 한국 보수가 위기라는 데 조선일보 역시 동의한다는 말이기 때문입니다. 

   
▲ <이미지 출처=조선일보 홈페이지 캡처>

‘기무사 계엄령 문건’ 심각성 지적하는 칼럼, 조선일보에 실리다…왜? 

사실 제가 강원택 교수 칼럼을 주목한 건 ‘기무사 계엄령 문건’과 관련한 내용 때문이었습니다. 강 교수는 해당 칼럼에서 “국가의 질서가 통째로 무너질 때 군이 나서야 하는 건 불가피하지만, 경찰이 있음에도 군이 직접 개입해야 하는 상황은 매우 특별한 경우”라면서 “그럼에도 마치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을 기각하면 곧바로 군이 나서야 할 것 같은 상황을 염두에 둔 것은 문건 작성의 정치적 의도에 의구심을 갖게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특히 강 교수는 “계엄령 해제 요구를 막기 위해 야당 의원들을 구속 수사하는 방안까지 검토한 것을 보면, 계엄령 선포의 목적이 단지 질서 회복에 그치는 건 아닌 듯하다”면서 “그런 점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이를 두고 ‘구시대적이고 불법적인 일탈 행위’라고 비판하면서 진상 규명을 지시한 것은 마땅한 일”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그동안 조선일보가 ‘기무사 계엄령 문건’에 대해 보도한 것과는 ‘정반대 입장’에서 이 문제를 지적한 겁니다. 

사실 조선일보가 자신들의 논조와 ‘맞지 않는’ 칼럼을 실은 것이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예전에도 종종 있었던 일입니다. 그것이 외연의 확장을 겨냥한 것이었는지 아니면 다양성 확보를 의도한 것이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진보적인 내용’의 칼럼도 조선일보 실린 적이 있었던 점을 감안하면 이번 칼럼 게재가 이례적인 일은 아닙니다. 

하지만 ‘기무사 문건’과 관련, 군의 ‘비상계획과 검토’는 별문제 없다는 점을 지금까지 강조해 왔던 조선일보 입장을 감안하면 이번 칼럼이 예외적인 건 분명한 것 같습니다. 조선일보는 지난 11일자 사설에서 “실제로는 탄핵에 반대했던 국민이 헌재의 결정에 일부 반발했지만 우려했던 만큼의 혼란과 폭력 사태는 발생하지 않았다 … 다행히 그런 극단적 사태는 벌어지지 않았고 당연히 그 문건은 실행될 이유가 없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런데 그런 조선일보에서 “문건 전체가 공개되면 시시비비가 보다 분명해지겠지만 지금까지 밝혀진 것만으로도 문제점이 적지 않다”는 칼럼이 실렸습니다. 뭔가 어색하고 이상합니다. ‘기무사 문건’에 대한 조선일보 입장이 변하고 있는 걸까요? 그건 아닌 것 같습니다. ‘기무사 문건’ 관련 보도에서 별다른 변화의 조짐이 나타나지 않기 때문입니다. 조선일보 기사를 보면 여전히 ‘기무사 개혁’ ‘군 개혁’에 반대하는 듯한 기류가 많이 보입니다. 

   
▲ 26일 오후 서울 송파구 문정동 서울동부지검에서 '계엄령 문건 의혹 합동수사단' 현판식이 열렸다.<사진제공=뉴시스>

보수의 외연 확대는 조선일보와의 ‘단절’에서 시작된다 

그럼 점에서 저는 강원택 교수의 칼럼이 ‘조금’ 아쉽습니다. 강 교수는 ‘기무사 계엄령 문건’에 대한 야당의 대응을 비판하면서 “민주화 이후 30년이 지났지만 보수는 여전히 민주화 이전의 시대에서 정체성을 찾는 것 같다”고 비판했습니다. 보수야당이 ‘과거 패러다임’을 고집할 경우 생존이 어렵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보입니다. 

일견 타당한 지적이지만 저는 강원택 교수의 칼럼이 야당보다는 조선일보를 향했어야 한다고 봅니다. ‘민주화 이후 30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민주화 이전의 시대에서 정체성을 찾는 언론’이 조선일보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입니다. 

조선일보가 과거에 비해 영향력이 축소되긴 했지만 보수정당에 미치는 영향력은 여전히 만만치 않습니다. 저는 강 교수가 지적한 보수의 외연확대가 성공하려면 조선일보가 환골탈태하든지 아니면 보수야당이 조선일보와 단절하는 방법이 아니고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봅니다. 이를 테면 강 교수가 칼럼에서 지적한 다음과 같은 부분을 지금까지 가장 실천적으로 지면을 통해 적용시킨 언론이 조선일보이기 때문입니다.  

“보수 정치가 추앙하는 대상은 이승만, 박정희뿐이다. 물론 나라를 세우고 경제를 발전시킨 그들의 공로는 역사적으로 중요한 평가를 받게 될 것이지만, 보수 정치가 이들에게만 매여 있는 한 민주화라는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예컨대, 독재자 박정희와 조국 근대화의 지도자 박정희는 서로 분리될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따라서 보수 정치를 재건하고 싶다면 우리의 지난 정치사를 새롭게 해석해야 한다.” 

‘기무사 계엄령 문건’만 해도 그렇습니다. 강 교수는 야당의 대응만 비판했지만 야당 못지않게 ‘기무사 개혁’을 방해하고 진상조사에 태클을 걸었던 것은 조선일보를 비롯한 일부 ‘보수’언론이었습니다. 그런데 강원택 교수 칼럼에는 야당 비판만 있고 ‘보수 언론’에 대한 비판은 없습니다. 만약 해당 칼럼에 조선일보를 비롯한 보수언론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내용이 포함됐다면 칼럼이 실릴 수 있었을까요?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일단 ‘빈 칸’으로 남겨 놓겠습니다. 

‘기무사 개혁’ 방해 … 야당보다 더 ‘반대 목소리’ 낸 건 조선일보

저는 강원택 교수 칼럼이 ‘보수언론’에 대한 비판을 포함시켰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다음과 같은 부분입니다. 

“야당으로서 대통령을 견제하고 비판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특정 후보를 위해 댓글을 달고, 민간인을 사찰하고, 정치적으로 의심이 드는 문건을 만든 군부대의 활동을 방치할 수는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야당은 대통령의 말보다 근본적으로 기무사 정치 개입의 문제점을 먼저 지적했어야 했다.” 

이 대목에서 ‘야당→조선일보 혹은 보수언론’으로 바꿔도 이상할 게 별로 없기 때문입니다. 강원택 교수가 언급한 ‘군은 일어나라’ ‘계엄령을 선포하라’ ‘계엄령이 답’이라는 문구는 태극기부대 집회에서만 있었던 건 아닙니다. 보수언론의 지면광고에도 그런 문구가 ‘여론’이라는 이름 하에 버젓이 실렸습니다. 

저는 한국 보수의 환골탈태는 야당만 변한다고 이뤄지는 게 아니라고 봅니다. 변하지 않는 조선일보와의 ‘단절’ 없이 보수의 외연 확대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합니다. 

민동기 미디어전문기자

민동기 미디어전문기자 mediago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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