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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보 노무현’과 그의 ‘친구’ 문재인 대통령의 ‘운명’

기사승인 2018.06.19  14:3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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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성태의 와이드뷰] 수보회의서 ‘노무현’ 이름 꺼낸 이유

“마지막 2000년 선거는 그 이전에 종로에서 당선되었기 때문에 지역구가 종로에 있는데, 훨씬 유리한 곳인데 왜 그걸 버리고 부산으로 가냐, '바보...' 이렇게 붙여줬죠. 그 동안에 사람들이 나한테 붙여줬던 별명 중에서 제일 마음에 드는 별명입니다.” 

2007년 임기 말이던 노무현 대통령은 한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자신의 별명을 위와 같이 설명했다. ‘바보 노무현’은 그렇게 탄생했다. 정치적 유불리를 따지기는커녕 지역주의 타파를 위해  운명을 걸었던 이가 바로 ‘바보’ 노무현 전 대통령이었다. 지난 15일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과의 인터뷰에서 ‘7전 8기’의 주인공인 송철호 울산시장 당선인이 털어 놓은 고 노무현 대통령과의 일화는 꽤나 감동적이었다.  

“내 대통령 퇴임 끝나고 나서 우리 또 나가자.” (노무현 대통령)
“대통령님, 지금 무슨 말씀을 하십니까? 그동안 대통령님이나 저나 그렇게 깨지고 이제 대통령님까지 하셨으면 명예도 있고 그만하셔도 안 되겠습니까?” (송철호 변호사)
“무슨 소리 하나? 우리가 지역주의를 극복했나? 지역주의 하나도 극복된 게 없는데 우리가 대통령배지 하나 했고 당신 국민고충처리위원장인데 그거 한 번 했다고 만족한다 이 말인가? 또 부딪혀서 지역주의 극복할 때까지 싸워야지.” (노무현 대통령)

   
▲ 송철호 더불어민주당 울산시장 당선인이 14일 오후 경남 김해 봉하마을에서 故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 참배를 마치고 쓴 방명록. <사진=송철호 울산시장 당선인 페이스북>

송철호 당선인은 노무현 대통령이 재임 중임에도 퇴임 후 ‘지역주의 극복’을 위해 싸우겠다며 본인을 “어떻게든 싸우게 만들었다”고 전했다. 노 대통령이 끊임없이 정치를 독려했다던 송 당선인이 털어 놓은 일화를 좀 더 들어보자. 

“대통령님 다음에 임기 마치고 나가시면 분명히 떨어집니다.” (송철호 변호사)
“떨어지기도 해야지. 떨어지면 떨어지는 대로 해야 전 세계인들한테 대한민국 민주주의 이것밖에 안 된다고….” (노무현 대통령)
“그럼 해외 토픽에 나옵니다.”  (송철호 변호사)
“해외 토픽에 나오면 더 좋지.” (노무현 대통령)

“이렇게 말씀하시는데 정말 죽겠더라고요”라면서도 송 당선인은 형, 동생 사이였던 고 노무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과의 관계를 ‘운명’이라 칭했다. 그렇게 부산지역에서 유명한 인권변호사로 활약했던 노무현, 문재인, 송철호 세 사람 중 두 사람은 대통령이 됐고, 또 한 사람은 7수만에 울산에서 민주당 배지를 달고 시장으로 당선됐다. 

이어 송철호 당선인은 문 대통령과의 일화도 소개했다. 2011~2년 경 또 다시 낙선을 하고 “더 이상 정치 안 하겠다”고 집까지 이사한 송 당선인에게 이호철 당시 비서관이 찾아왔다는 것이다. 당시 문재인 변호사가 송 당선인을 찾은 이유는 이랬다.  

“그런데 문재인 변호사가 찾더라고요, 이호철을 통해서. 이호철이 찾아왔어요. 문재인 쪽에서 꼭 좀 뵙자고 한다고. 그래서 만났더니 ‘형, 이사했다며? 다시 이사 가소.’ 이사한 지 넉 달밖에 안 됐는데 또 이사를 가라는 거예요. 그래서 ‘내는 내 맘대로 못 사나?’하니까 ‘그게 운명인데 어쩝니까?’ 그래서 다시 이사를 갔죠. 무서운 분들한테 딱 트랩에 걸려 있었어요.”

   
▲ <이미지 출처=유튜브 영상 캡처>

“그게 운명인데 어쩝니까?”라던 문재인 대통령의 지방선거  

“그게 운명인데 어쩝니까?”

꽤나 인상적인 문 대통령의 한 마디가 아닐 수 없다. 지역주의 타파야말로 ‘친구’였던 인권변호사 노무현과 문재인이 소명의식을 가지고, 아니 운명으로 받아들인 정치적 테제였던 셈이다. 그리고, 문재인 대통령 역시 18일 오후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이러한 ‘운명’을 언급했다. ‘노무현’이름까지 거론하면서.  

“이번 선거를 통해서, 지역으로 국민을 나누는 지역주의 정치, 그리고 또 색깔론으로 국민 편 가르는 분열의 정치는 이제 끝나게 됐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런 지역주의 정치, 또 분열의 정치 구조 속에서 정치적 기득권을 지켜나가는 그런 정치도 이제는 더 이상 계속될 수 없게 됐다고 생각합니다.”

여당의 압승으로 끝난 지방선거 결과를 두고 문재인 대통령은 위와 같이 평가했다. 문 대통령은 또 “아주 기쁜 일”이라면서도 “한편으로 아주 어깨가 무거워지는 일이기도 합니다. 이번에 아주 높은 투표 참여와 정말 성숙한 주권자의식으로 새로운 정치를 만들어주신 국민들께 다시 한 번 감사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며 공을 국민들에게 돌렸다. 그러면서 지역주의 타파에 대한 개인적인 속내도 감추지 않았다. 노무현이란 이름은 그 과정에서 호출됐다.  

지역주의 타파와 관련해 문 대통령은 “제가 정치에 참여한 가장 주요한 이유 중 하나, 가장 중요한 목표 중 하나를 이룬 셈”이라며 “그뿐만 아니라 노무현 대통령 때부터 정말 꿈꿔왔던 일이고, 3당 합당 이후 30년 가까운 세월 동안 정말 많은 사람들이 고통 받고 눈물을 흘리면서 노력한 결과”라며 이렇게 덧붙였다.  

“저는 지역주의 정치, 색깔론에 의지하는 분열의 정치를 꺾어놔야 우리 정치가 진정으로 발전할 수 있다고 믿었다.”

실로 이번 지방선거 결과는 앞서 노무현 대통령이 꿈꿨던 동서의 화합과 지역주의 타파, 분열의 정치의 종식을 ‘친구’ 문재인 대통령이 10여 년 후 가시적으로 이뤄냈다는 평가를 받을 만하지 않겠는가. ‘7전 8기’의 주인공인 송철호 당선인 역시도 “고통 받고 눈물을 흘리면서 노력한” 많은 이들 중 한 명일 테고. 

이제 <조선일보>식 지역주의는 먹히지 않는다 

“결국은 우선 지역주의가 많이 약화됐어요. 정말 제가 평소에 생각한 게 동서를 연결하는 나제통문이 되고 싶다, 이런 생각을 했는데 이번에는 조금 나제통문이 뚫린 것 같아요. 저쪽에서 지역 이걸 가지고 공격을 제법 했거든요. 아주 교묘하게 하더라고요. 하는데, 그게 별로 안 먹혀요. 그래서 저는 큰 희망을 봤죠. 그리고 또 이번에는 문 대통령께서 워낙 잘하셨어요.”

송철호 당선인은 지역주의가 많이 약화됐다고 진단했다. 여전히 “교묘하게” 지역주의를 이용하는 세력이 있지만, 그게 잘 안 먹혔다고 했다. 그러나 지금도 지역주의는 물론 분열의 정치를 조장하는 세력은 잔존한다. 힘이 예전처럼 세진 않지만, 그럼에도 기세양양하다. <조선일보>가 대표적이다.  

“이제 대한민국 입법·행정·사법·지방 등의 모든 권력이 한쪽으로 쏠렸다. 2020년 총선까지 거의 2년 동안 국민으로부터 심판받을 일도 없다. 이런 조건에서 정권의 오만과 독주가 일어난다. 견제받지 않는 권력은 한쪽 눈으로만 세상을 보고 자기들 생각이 정의라고 생각하며 나라를 한 방향으로 몰아간다.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은 그런 독선에 빠져들지 않는지 스스로 경계하고 자제하는 노력을 끊임없이 기울여야 한다. 야당이 제 구실을 못하는 상황에서 모든 국사(國事)에 스스로라도 균형을 잡아야 한다. 크게 가진 권력일수록 큰 책임이 따른다.”

지방선거 직후인 14일자 <조선일보> 사설은 문재인 정부 1년을 총체적으로 폄훼하며 “문재인 정부가 정말 이런 성적표를 받을 정도로 국정을 잘 운영했는지는 의문”이라고 썼다. 정치·사법부·언론 모두 “한국은 완벽하게 진보·좌파 쪽이 장악하게 됐다”고 적었다. <조선일보>의 절망감이 여실히 드러나는 대목이다. 지역주의와 색깔론으로 그 위세와 권력을 유지했던 언론이 할 말은 아닌 싶지 않은가. 

다행히도, 문 대통령 역시 <조선일보>의 절망(?)을 포함, 이번 지방선거 결과가 지닌 이면의 의미를 잘 파악하고 있었다. 문 대통령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주마가편(走馬加鞭) 같은 채찍질”이란 표현을 쓰며 “그 지지에 답하지 못하면, 높은 기대를 충족하지 못하면 기대는 금세 실망으로 바뀔 수 있고, 기대가 높았던 만큼 실망의 골도 깊어질 수 있다”며 경계를 늦추지 않았다. 이렇게 <조선일보>식 지역주의와 색깔론, 분열의 정치가 이제 잘 먹히지 않는 이유를 문 대통령 스스로가 설명해 주고 있는 셈이다. 

   
▲ 문재인 대통령이 참여정부 시절 노무현 전 대통령과 함께한 모습. <사진=뉴시스>

하성태 기자 

하성태 기자 woodyh@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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