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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영화제 해법, 사과와 명예회복이 먼저

기사승인 2016.07.29  15:0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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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왜 그러셨나요. 김동호 위원장님께 묻습니다”

* 아래 글은 오늘(7월29일) 부천영화제 <한국영화 표현의 자유 사수를 위한 포럼>에서 발표할 편지 형식의 발제문입니다.

부산영화제 해법, 사과와 명예회복이 먼저
“왜 그러셨나요. 김동호 위원장님께 묻습니다”

김동호 위원장님, 무더위에 안녕하신지요.
아무래도 순서가 바뀐 듯 합니다. <다이빙벨> 상영 과정에서 생긴 일이라, 그동안 당사자인 만큼 입을 다물고 있었습니다만, 그래도 이건 아닌 듯합니다.

이른바 ‘부산영화제 파동’은 프로그래머들이 정당하게 ‘선택’한 영화를 부산시장이 부당하게 ‘개입’하자 집행위원장이 원칙을 ‘지키는’ 과정에서 불거진 사건입니다.

   
▲ 왼쪽부터 강수연 공동집행위원장, 서병수(부산시장) 조직위원장, 이용관 전 공동집행위원장. <사진제공=뉴시스>

‘부당한 개입’이 파동의 원인이 된 만큼 우선적으로 부산시장의 진정성 있는 사과와 영화제를 지키는 과정에서 표적 고소된 이용관 집행위원장에 대한 명예회복이 우선해야 하는 것입니다. 그래야 앞으로 부당개입을 막을 수 있는 제도적 장치로서 ‘충분한’ 정관개정도 이뤄질 수 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부산영화제 파동은 며칠 전 정관개정이 통과됨으로써 갈등해소 국면으로 접어드는 듯합니다. 샴페인 터지는 소리에 가려 사과와 명예회복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이제 잘 들리지 않습니다. 이사회는 ‘5:5다 5:4다’ 숫자계산으로 분주할 뿐이구요. 이건 본말이 뒤집힌 거지요.

진상조사와 책임자 처벌이 미진한데도 재발방지를 위한 충분한 법제화가 이뤄지는 경우는 찾아보기 힘듭니다.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이 그렇고 종군위안부 배상문제가 그렇습니다. 모든 문제는 본말이 제대로 정립될 때만 순리대로 풀리게 되니까요.

하물며 작은 교통사고가 나도 우선 사고조사와 운전자 책임을 묻고 나서 재발방지를 위한 법제를 손질합니다. 무엇이 우선돼야 할까요? 김동호 위원장님은 과연 부산영화제 파동을 제대로 해결할 수 있는 인식을 가지고 계신 분이신가요?

위원장님은 최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다이빙벨>이 ‘편향적이며 나쁜영화’라는 취지의 말씀을 하셨습니다. 제 눈을 의심했습니다. 그래도 영화제 정상화를 위한 의지를 그리 밝히신거겠지 여겼습니다. 하지만 며칠 전 <스마트미디어앤>과의 인터뷰에서 또다시 같은 취지의 말씀을 반복하시는걸 보며, 과연 이분이 부산영화제 파동을 해결할 수 있는 분인가 회의가 들었습니다. 이 편지를 쓰게 된 이유이기도 합니다.

물론 위원장님은 말씀 뒤에 그래도 ‘선택은 프로그래머의 몫’이라고 덧붙이셨습니다. 하지만 이미 앞선 말씀 그 자체로 중대한 개입이 이뤄진 것입니다. 위원장님 개인의 표현의 자유, 중요하지요. 하지만 위원장님은 부산영화제 수장으로서, 무한대의 표현의 자유를 지니는 평론가나 관객과는 다른 위치에 계십니다. 표현의 자유 침해 문제로 국민적 불신을 받고 있는 부산영화제 조직위원회의 구원투수로 등판하신 분이기에 더욱 그렇습니다.

검찰은 수사권 독립을 위해 검찰총장의 수사개입을 금하고 있습니다. 공영방송 역시 편집권 독립을 위해 사장의 개입을 철저히 차단하고 있습니다. 예컨데 인사권을 위시한 경영권을 장악한 MBC 사장이 PD수첩의 4대강 사업 고발을 ‘편향적이며 나쁜’ 보도라고 규정하는 순간 이미 중대한 개입이 이뤄지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어느 피디도 편향적이며 나쁜 보도를 하고 싶지 않을 것입니다. 조직 수장의 판단과 그 판단의 공표는 향후 조직원들의 자기검열 기제로 작동할 것이 분명하기에 고도로 자제되어야 합니다.

졸지에 편파적이며 나쁜 영화를 만든 감독이 되었습니다. 저야 애초에 감독을 지망하는 사람도 아니고 다만 방송사에서 쫓겨난 3류 기자일 뿐이니 괜찮습니다. 하지만 문제의 영화를 고르고 이 같은 영화를 지키느라 만신창이가 된 프로그래머와 집행위원장의 입장은 어떻게 되는 것인가요? 김동호 위원장님은 과연 서병수 부산시장의 사과와 이용관 집행위원장의 명예회복을 위해 싸울 진정성이 있는 분인가요?

부산영화제 개최를 희망하는 수많은 영화인들은 대체로 김동호 위원장님의 진심을 믿는 것으로 보입니다. 저 역시 그러고 싶습니다. 하지만 저는 최근 <중앙일보> 기사를 통해 위원장님께서 대통령 직속 문화융성위원회 위원장 재임 당시 부산영화제가 열리기 직전 <다이빙벨>을 시내 모처에서 미리 입수해 사전 모니터 하신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풍문으로만 듣다 사실로 확인한 순간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그럼에도 정권차원의 사전 검열은 절대 아니었다고 저는 믿고 싶습니다.

기사를 보니 편파적이고 나쁜 영화이기는 하지만 ‘틀도록 놔두는 게 좋겠다’고 서병수 시장에게 말씀하셨다고 적혀있더군요. 이 같은 발언은 어떤 법적 근거를 통해 이뤄진 것입니까? 부산시장을 직접 만나셨나요? 서병수 시장은 끝내 <다이빙벨>을 보지도 않은 채, 시종일관 ‘편파적이고 나쁜 영화’라는 공세를 이어갔습니다. 혹시 친박 정치인 서병수에게 ‘틀도록 놔두는 게 좋겠다’는 위원장님의 조언 보다 ‘편파적이고 나쁜 영화’라는 위원장님의 판단이 더 크게 영향을 미친 건 아닐까요?

만일 청와대의 지시가 없었어도 바쁘신 김동호 위원장님께서 <다이빙벨> 사전 모니터를 하셨을까요? 모니터는 진정 청와대 지시에 의한 것은 아니었는지요? 만약 모니터 결과 ‘편파적이고 나쁜’ 정도가 용인할 수위를 넘었다고 판단하셨다면 그때도 ‘틀도록 놔두는 게 좋겠다’고 말씀하셨을까요? 영화제에 아직 상영도 안 된 영화를 대통령 직속 장관급 위원장이 사전 모니터하는 것이 어떤 이유로든 정당화될 수 있다고 생각하시는지요?

   
▲ 지난 5월 부산국제영화제 조직위원회 임시총회에 앞서 서병수(가운데) 시장과 김동호(왼쪽) 부산영화제 신임 조직위원장 내정자, 강수연 집행위원장이 만나 성공적인 영화제 개최를 다짐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궁금한 김에 한 가지만 더 여쭙겠습니다.

2014년 당시 베를린영화제는 부산영화제에서 화제가 된 <다이빙벨>을 초청하기로 내부방침을 정하고, 해외 관객들 눈높이에 맞춘 수정본을 요청해왔습니다. 2개월간의 재편집과 보완을 거쳐 7분가량 늘어난 <다이빙벨> 확장판이 전달됐습니다. 하지만 베를린영화제측은 개최 직전 초청을 돌연 취소했습니다.

이유를 묻자, 베를린영화제측은 ‘한국 영화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사’(the most influencial person)가 ‘이 영화를 상영할 경우 한국 영화계가 피해를 입게 될 것이다’라고 압박을 가해왔다고 밝혔습니다.

지난 2년간 베를린측에 그 인사가 과연 누구인지 물었으나 답을 얻을 수 없었습니다.
저는 ‘그 인사’가 절대 김동호 위원장님이 아니라고 믿습니다. 하지만 위원장님은 자타가 공인하는 ‘한국영화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사’인 만큼 오해받으실 소지가 있습니다. 혹시 해외영화제에 압박을 행사했다는 부당한 오해를 불식시키기 위해서라도 베를린영화제측에 정식으로 ‘그 인사’가 누구였는지 공개를 요구하실 생각은 없으신지요?

부산영화제는 부산시민은 물론 전국민이 기다리는 세계적 축제입니다. 이 축제를 키우는데 산파역할을 수행해 오신 김동호 위원장님께 경의를 표합니다. 부산영화제의 독립성 확보 여부에 국민적 관심이 쏠린 마당에, 위원장님께서 영화제에 정치적 압력을 행사하는 여느 정치인들과는 다르다는 점을 명쾌한 답변을 통해 보여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뒤늦게 부산영화제를 사랑하게 된 <다이빙벨> 이상호 기자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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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호 기자 balnews21@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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