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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풍자영상’에도 긴급심의 남발…‘입틀막 정부’ 괜한 말 아냐”

기사승인 2024.02.24  12: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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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론시민단체들 잇단 성명 “풍자를 딥페이크로 자의적 규정, 심기경호 호들갑 심의”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가 윤석열 대통령 발언을 짜깁기한 영상에 대해 접속차단(시정요구)을 결정하자 시민단체들이 “‘입틀막 정부’라는 말이 괜히 나오는 게 아니다”라며 비판하고 나섰다. 

방심위는 23일 오전 긴급 통신심의소위원회를 열고 SNS에 올라온 ‘가상으로 꾸며본 윤석열 대통령 양심고백 연설’ 영상 등에 대해 접속 차단을 의결했다. 

해당 영상은 지난해 11월23일 틱톡에 게재된 44초 분량 영상으로 윤 대통령의 후보자 시절 방송 연설을 짜깁기한 것이다. ‘가상으로 꾸며본’이라고 제목을 달아 허위라는 사실을 명시했다. 

“저 윤석열, 국민을 괴롭히는 법을 집행해온 사람입니다. 무능하고 부패한 윤석열 정부는 특권과 반칙 부정과 부패를 일삼았습니다”, “윤석열 정부는 말로는 서민을 위한다고 하지만 무능과 부패로 자영업자와 소상공인 그리고 집 없는 서민들을 절망에 몰아넣었다”, “저 윤석열의 사전에 정치 보복은 있어도 민생은 없다”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 SNS에 유통되는 ‘가상으로 꾸며본 윤석열 대통령의 양심고백’ 영상. <이미지 출처=SNS 영상 캡처>

연합뉴스는 22일 <경찰, 윤 대통령 딥페이크 영상 방심위에 차단요청…긴급 심의>란 제목의 기사에서 “경찰이 윤석열 대통령 모습이 등장하는 딥페이크(Deepfake·AI로 만든 영상·이미지 합성 조작물) 영상을 발견해 방통심의위에 차단을 요청한 것으로 22일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연합뉴스는 “방심위는 이번 영상이 총선을 앞두고 사실상 윤 대통령과 관련된 최초의 딥페이크 영상으로 인지하는 것으로 전해졌다”고 전했다.

이어 23일 방심위의 접속 차단 결정 후 대통령실은 “허위영상에 대해 강력히 대응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김수경 대통령실 대변인은 용산 대통령실 브리핑에서 “해당 영상은 명백히 허위조작 영상이고 설령 가상표시를 했더라도 가상표지를 삭제한 영상이 온라인에서 확대 재생산되고 있다”며 “허위정보의 확산을 막아야 한다는 당위성에 따라 근절돼야 한다”고 말했다. 

또 김 대변인은 “일부 매체에서 사실과 다른 허위조작 영상을 풍자영상으로 규정하거나 가상표시가 있어서 괜찮다고 보도한다”며 “이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 이는 가짜뉴스를 근절해야 하는 언론의 사명에도 반하는 행동”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전국언론노동조합(언론노조)는 23일 성명을 내고 “최고 권력자의 심기를 거스르면 입을 틀어막고 듣고픈 말만 들으려는 정권을 향한 비웃음과 조롱을 담은 편집 영상이 SNS에서 확산되자, 경찰과 방심위는 이를 ‘사회 혼란’을 야기할 우려가 있는 ‘딥페이크’ 정보로 자의적으로 규정하고, 부랴부랴 접속 차단 조치를 취하는 과잉 대응 호들갑을 떨고 나섰다”고 했다. 

이어 “미풍양속을 해치고 사회 혼란을 야기한다는 이유로 국가권력이 장발과 치마 길이를 단속하고, 영화 필름에 가위질하고 언론 보도를 검열하던 군사독재 시절의 망령이 2024년에 현실로 소환되는 시대착오 그 자체”라고 비판했다. 

언론노조는 “더구나 영상 제작자가 ‘가상으로 꾸며 본 윤대통 양심 고백 연설’이라고 미리 밝혔는데 이를 대체 풍자 아닌 무엇으로 말할 수 있단 말인가”라며 “경찰과 방심위가 이를 딥페이크 정보로 둔갑시킨 것은 단순 풍자를 제재할 법적 근거가 없으니 접속 차단 명분을 만들기 위한 과잉 행정이자, 표현의 자유를 정면으로 침해하는 위헌적 발상”이라고 했다. 

언론노조 방심위 지부는 전날 성명에서 “가상으로 꾸몄다고 친절히 적어둔 쇼츠 영상을 두고, 대통령의 명예가 훼손되었다는 이유로 경찰청에서 방심위에 삭제요청 공문을 보내는 것도 코미디이지만, 작년에 게시된 영상을 두고 하루라도 빨리 긴급심의를 열어서 사회적 혼란을 막겠다는 위원장의 호들갑이야말로 비극”이라고 했다. 

또 “류희림 위원장은 대통령 심기경호에 몰두해 방송통신 심의 시스템을 무너뜨리고 있다”며 “뉴스타파 녹취록 인용보도에 대한 과징금 결정, ‘바이든-날리면’ 보도에 대한 과징금 결정에 이어, SNS에 올라온 40초 남짓 풍자영상까지 긴급심의를 남발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 <이미지 출처=MBC 화면 캡처>

언론개혁시민연대(언론연대)도 성명을 내고 “무엇보다 방통심의위의 ‘비겁한 꼼수’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언론연대는 “경찰은 해당 영상이 허위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불법정보)에 해당한다고 이첩한다고 했지만 방통심의위는 「정보통신에 관한 심의규정」 ‘제8조’를 적용해 불법정보가 아닌 유해정보로 게시물을 차단했다”고 짚었다. 

이어 “대통령과 같은 공적 인물에 대해서는 제3자의 심의 신청이나 직권심의를 할 수 없기 때문”이라며 “대통령이 직접 나서지 않으면 명예훼손으로 심의할 수 없다는 의미로 이를 피하기 위해 ‘제8조’를 무리하게 적용한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언론연대는 “문제는 방통심의위가 해당 풍자 영상을 삭제하면서 발생할 파장”이라며 “인터넷에서 유행하는 모든 ‘밈’이 심의 대상이 될 수 있음을 의미하기 때문”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입틀막 정부’라는 말이 괜히 나오는 게 아니다”라며 “정부의 표현의 자유 침해가 비판적인 언론을 넘어서 일반 시민들에까지 확대될 수 있다”, “한국의 민주주의가 감시사회, 검열의 시대로 퇴행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사단법인 오픈넷도 “이 풍자적 표현물의 문제는 대통령이나 지지자들의 ‘심기’를 불편하게 한다는 것뿐”이라며 “경찰과 방심위는 최초 게재된 지 1년 가까이 지난 동영상에 대해 ‘긴급심의’까지 열어가며 대통령의 심기 보호를 위해 국민의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위헌적이고 반민주적인 검열을 자행한 것”이라고 규탄했다.

오픈넷은 또 “과거 이명박 정부 하의 방심위가 ‘2MB18NOMA’ 트위터 계정을 차단하여 국민들의 광우병 관련 분노를 억누르려고 했던 것과 판박이”라며 “이 위법·위헌적 결정에 대한 취소소송 및 ‘건전한 통신윤리 함양’이라는 전근대적인 잣대로 인터넷 검열을 가능케하고 있는 방송통신위원회 설치법 제21조에 대한 헌법소원도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민일성 기자 balnews21@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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