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문성 결여, 정치검사, 부실수사·수사청탁 의혹, 尹과 사적 인연 등 논란투성이
윤석열 대통령이 김홍일 전 국민권익위원장을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의 후임 후보자로 12월 6일 지명했습니다. 언론노조 등 언론현업단체, 민주언론시민연합 등은 김 후보자가 방송‧통신 분야 경력이 전무하고 윤석열 대통령과 사적 인연을 앞세워 지명됐다는 점을 비판하며 지명 철회를 촉구한 바 있습니다.
TV조선 “윤석열 대통령이 섞박지만 보면 떠오르는 선배”
김대기 대통령 비서실장은 방송통신위원장 인선을 발표하며, 김홍일 후보자는 “어린 시절 부모를 여읜 후에 소년가장으로 농사일을 하면서도 세 동생의 생계와 진학을 홀로 책임지고 뒤늦게 대학에 진학한 후 법조인이 되신 입지전적인 인물”로 “어려운 삶의 경험을 바탕으로 공명정대하면서도 따뜻한 법조인으로 오로지 국민을 위해 헌신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습니다. “김홍일 후보자는 업무 능력, 법과 원칙에 대한 확고한 소신, 어디에도 치우치지 않는 균형 있는 감각으로 방송통신위원회에 독립성과 공정성을 지켜낼 적임자”라면서도, 김홍일 후보자가 방송‧통신 분야의 경력이 전무하다는 문제에 대해선 아무런 언급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김대기 비서실장과 마찬가지로 방송통신위원장 직무 적합성보다 김홍일 후보자의 개인 사연을 전하는 데 집중한 언론이 적지 않습니다. 시작은 TV조선인데요. TV조선은 김홍일 후보자 지명 전 <단독/윤대통령 “섞박지만 보면 떠오르는 선배”…새 방통위원장에 김홍일 곧 지명>(12월 6일 류병수 기자)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언젠가 가까운 인사들과 설렁탕 집을 찾았을 때 직접 한 말”을 전하며 윤석열 대통령과 김홍일 후보자의 사적 인연을 강조했습니다. 윤 대통령이 설렁탕 집에 가면 나오는 섞박지를 보고 떠오르는 귀한 선배가 있는데 “김홍일 선배”라고 말했다는 내용입니다.
TV조선의 해당 보도는 윤 대통령이 “가장 존경하는 검사 선배”가 김 후보자라는 사실과 김 후보자에 대한 김 후보자 지인 법조인의 긍정 평가를 전했습니다. 보도 말미에는 “야당은 어제(5일) 김 위원장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 지명) 유력 보도가 나오자마자 일제히 ‘김홍일 때리기’에 나섰다”고 덧붙였는데요. 김홍일 후보자의 방송‧통신 분야 전문성 결여에 대한 각계의 우려와 비판을 사실상 ‘야당의 김홍일 후보자 때리기’로 치부한 것입니다.
▲ 윤석열 대통령과 김홍일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의 사적 인연 강조한 TV조선과 채널A(12/6) |
동아일보·채널A, 윤석열·김홍일 인연 부각
디지털타임스, 동아일보, 서울경제, 조선일보, 채널A, 뉴스1, 파이낸셜뉴스, 이데일리 등도 윤석열 대통령의 ‘섞박지만 보면 떠오르는 선배’ 발언을 보도했습니다. 특히 채널A는 <방통위원장에 ‘존경하는 선배’…야 “또 검사”>(12월 6일 조아라 기자)에서 야당의 지명 철회 요구를 짧게 언급한 뒤, “검사 출신 인사에 대한 부담감도 검토됐지만 여권 내부에서는 누가 되든 야당이 방통위원장 추가 탄핵을 벼르고 있는 만큼 법률가의 꼼꼼한 행정이 필요하다고 결론내린 것”으로 대통령실의 김홍일 후보자 지명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TV조선 보도와 마찬가지로 김홍일 후보자의 전문성 결여에 대한 지적이나 비판은 없습니다.
동아일보는 김홍일 후보자 지명 당일 온라인 기사로 같은 내용을 전했는데요. 다음 날 신문지면에서도 윤석열 대통령과 김홍일 후보자의 사적 인연과 김홍일 후보자의 성장과정을 보도했습니다. <윤 “설렁탕집 섞박지 보면 김홍일 선배 생각나”>(12월 7일 전주영‧장관석 기자)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네 살 많은 김 후보자를 ‘형’이라고 부르며 따르기도 했다”는 일화를 전하며 “자수성가한 김 후보자의 성장 배경과 가족사를 살펴보면 그를 둘러싼 반대 여론도 잦아들 수 있을 것”이라는 여권의 기류를 함께 전했습니다.
조선일보 “김홍일, 농사로 세 동생 키운 소년가장…백종원 가정교사 이력도”
김홍일 후보자가 과거 소년가장 역할을 하며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의 가정교사를 지냈다는 이력이 보도됐습니다. 디지털타임스 보도로 시작됐는데요. 디지털타임스는 <단독/김홍일 후보자, 백종원 가정교사였던 사연은>(12월 6일 정구학 기자)에서 “가정형편이 어려웠으나 공부를 잘했던 김홍일 후보자가 자신이 다니던 충남 예산고 교장 사택에서 기거하며 교장 선생님의 아들인 백종원씨를 가르쳤었다”는 김홍일 후보자 지인의 회고를 전했습니다.
▲ 김홍일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의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 가정교사 이력 전하는 기사 |
대전일보, 중앙일보, 서울경제, 연합뉴스, 헤럴드경제, 아시아투데이, 세계일보, 조선비즈, 위키트리, 아시아경제, 이데일리 등이 같은 내용을 전했습니다. 헤럴드경제 <“방송장악” 야가 비판한 그…백종원 가정교사였다>(12월 6일 김성훈 기자)는 기사 제목에서 김홍일 후보자에 대한 야당의 비판과 백종원 씨 가정교사 이력을 연관 지었습니다. 그런데 본문에는 김홍일 후보자의 성장과정과 각종 이력, 더불어민주당의 김홍일 후보자 지명 비판이 차례로 나열돼 있을 뿐입니다. 김 후보자에 대한 야당의 비판과 김 후보자의 가정교사 이력의 연관성은 등장하지 않습니다. 누리꾼들의 이목을 끌기 위한 제목으로 의심되는 부분입니다.
조선일보는 지면 기사 <방통위원장에 김홍일 권익위원장>(12월 7일 김동하 기자)에서 김홍일 후보자가 “농사로 세 동생(을) 키운 소년가장 출신”이라는 점을 강조합니다. 그리고 “(요리 사업가인 백종원 씨의 부친이) 김 후보자를 교장 사택에서 지내도록 배려하면서 김 후보자가 백종원씨를 가르친 인연도 있다”고 전했습니다. 김홍일 후보자에게 방송‧통신 관련 경력이나 전문성이 전혀 없다는 점은 ‘더불어민주당의 비판’으로만 언급됐습니다. 동아일보, 한국일보, 매일경제 역시 지면 기사에서 같은 내용을 전했지만, 김홍일 후보자의 전문성 관련 언급은 전무합니다.
전문성 결여, 정치검사·수사청탁 등 의혹 인물
김홍일 후보자는 방송‧통신 분야 전문성 결여 문제 외에도 ‘정치검사’ 논란의 중심에 선 인물이기도 합니다. 2007년 대선을 2주 앞둔 시점, 당시 서울중앙지검 3차장이던 김홍일 후보자는 이명박 당시 한나라당 대선 후보의 자동차 부품업체 다스 실소유와 투자자문사 BBK 주가조작 관여 등의 의혹을 수사했으나 “BBK는 김경준이 100% 지분을 가진 회사”, “(다스가) 이(명박) 후보 것이란 증거를 발견하지 못했다”며 불기소 처분을 내렸습니다.
하지만 검찰이 당선 유력 후보를 봐줬다는 비판이 제기되며 BBK 특검법이 통과된 이후, 2017년 검찰이 재수사에 착수했고, 2020년 대법원은 이명박 전 대통령에게 다스 비자금 횡령 등의 혐의로 유죄 확정 판결을 내렸습니다. 김 후보자가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장이던 2009년에는 윤석열 대통령과 부산저축은행 비리 수사를 함께했는데요. 이때 대장동 관련 대출 부분을 충분히 수사하지 않았다는 부실수사 의혹과 대장동 일당의 수사청탁을 받았다는 의혹도 제기된 상황입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정치적 중립과 독립성을 강하게 요구받는데 윤석열 대통령과 사적 인연이 깊은 후보자를 내세우는 것은 각계의 우려에 기름을 붓는 격입니다. 김홍일 후보자가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재직 시절 윤석열 대통령과 함께 일한 것을 시작으로, 지난 대선 당시에는 윤석열 후보 대선캠프에서 정치공작 진상규명 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고발사주 의혹’에 대응했던 것도 논란이 예상됩니다.
신변잡기 아닌 후보자 ‘검증’ 보도가 필요하다
김홍일 후보자 지명 당일, 전국언론노동조합은 <성명/언론장악 기술자도 모자라 이젠 언론말살 칼잡이인가?>(12월 6일)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김홍일 후보자의) 사적 인연은 사적 인연일 뿐, 백일도 안 되는 이동관 체제에서 망가질 대로 망가진 방송통신정책과 언론정책을 기본부터 다시 세울 그 어떤 요건도 충족하지 못한다”며, “방송의 ‘ㅂ’자도, 통신의 ‘ㅌ’자도 모르는 문외한인 검찰 출신” 김홍일 후보자의 지명 철회를 촉구했습니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은 <성명/윤석열 대통령은 정치검사 ‘법기술자’ 김홍일 방송통신위원장 후보 지명을 철회하라>(12월 6일)에서 김홍일 후보자 지명을 “해당 분야 전문성은 결여된 채 검찰 출신으로 대통령 친분이 우선되는 윤석열 정부의 ‘검찰 편향 회전문 인사’가 되풀이된 것”으로 평가하며 윤석열 정부의 인사권 남용을 규탄하고 김홍일 후보자 지명 철회를 촉구했습니다. 언론개혁시민연대도 <논평/방통위에 필요한 사람은 ‘대통령이 존경하는 선배 검사’가 아니다>(12월 6일)에서 “(김홍일 후보자가) 걸어온 길을 보면, 정부 코드에 맞춘 정치적인 인물”로 방송통신위원회의 독립성을 지켜낼 인물이 아니라고 비판하며 “방송통신위원회가 제대로 운영되기 위해 ‘전문성’을 갖춘 인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김홍일 후보자는 방송‧통신 분야 전문성 결여 문제 외에도 정치검사 논란, 부실수사‧수사청탁 의혹, 윤석열 대통령과의 깊은 사적 인연 등으로 많은 우려와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방송통신위원회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 제1조는 “방송과 통신의 융합환경에 능동적으로 대응하여 방송의 자유와 공공성 및 공익성을 높이고 방송통신위원회의 독립적 운영을 보장함으로써 국민의 권익보호와 공공복리의 증진에 이바지”하는 것을 법안 목적으로 명시하고 있는데요. 해당 조항은 법안 목적과 더불어 방송통신위원회가 언론의 자유와 공공성 및 공익성을 높이는 책무를 수행하기 위해 독립적으로 운영되어야 한다는 사실을 뜻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소년가장’, ‘유명인의 가정교사 이력’, ‘윤석열 대통령과의 사적 인연’ 등 김홍일 후보자의 신변잡기를 전달하는 보도가 아니라, 김홍일 후보자를 공직 후보자로써 검증하는 보도가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이유입니다.
* 모니터 대상 : 2023년 12월 6일~7일 포털사이트 네이버에서 검색된 김홍일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 관련 기사
민주언론시민연합 balnews21@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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