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조작 선수’ 지시 7초 뒤, 김건희 계좌서 8만주 매도”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핵심 인물로 지목된 이들이 주식을 매도하라는 문자메시지를 주고받은 직후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씨의 계좌에서 실제 거래가 이뤄진 것으로 드러났다.

2일 검찰은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조병구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도이치모터스 권오수 전 회장 등의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 공판에서 주가조작 관련자들의 문자메시지와 김건희 씨 계좌의 주식 거래 기록을 공개했다.

▲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이 지난 7월15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혐의와 관련한 16차 공판에 출석하고 있는 모습. <사진제공=뉴시스>

한겨레‧경향‧MBC 보도에 따르면, 검찰이 도이치모터스 2차 주가조작이 한창 진행 중이었다고 판단한 2010년 11월1일, 김건희 씨의 증권계좌를 관리하던 투자자문사 블랙펄인베스트(블랙펄) 임원 민모 씨와 주가조작 ‘선수’인 전직 증권사 직원 김모 씨가 다음과 같은 내용으로 문자메시지를 주고받았다.

“12시에 3300에 8만개 때려달라 해줘”(김모 씨), “준비시킬게요”(민모 씨), “매도하라 해줘”(김모 씨).

김 씨가 “매도”를 지시하고 7초 뒤, 김건희 씨 명의의 대신증권 계좌에서 도이치모터스 주식 8만주를 주당 3300원에 매도하는 주문이 이뤄졌다.

MBC 보도에 따르면, 검찰은 재판에서 “이때 당시에 영업점 단말로 김 여사가 직접 직원에게 전화해서 거래했다”고 말했다. 또 이건 “누군가가 김 여사에게 전화해서 팔라고 했다는 뜻”이라고 풀이했다. 그러면서 누가 매도 지시를 전달한 건지 민씨를 추궁했다.

이날 민씨는 당시 김건희 씨 명의의 계좌에서 매도 주문을 낸 이가 투자자문사 대표인 것으로 추정된다고 했다. 그러자 검찰은 “그런데 당시 투자자문사 대표가 직접 김건희 여사 명의의 계좌에서 주문할 수 있었냐”고 물었고, 민씨는 “누가 매도했는지 모른다”고 했다.

이에 검찰이 “당시 (문자를 주고받은) 김씨나 증인(민씨)은 김 여사를 알지도 못한 상태이지 않았느냐”고 물었고, 민씨는 “몰랐다”고 했다.

민 씨는 지난해 수사 도중 미국으로 출국해 도피해오다, 1년여만인 지난달 29일 자진 귀국해 검찰에 체포된 뒤 1일 구속됐고 이날 재판 증인으로 출석했다.

관련해 같은 날 홍사훈 KBS기자는 SNS에 “‘3300에 8만개 12시에 때려달라...’ 오늘 재판에서 이보다 훨씬 중요한 사실이 까졌는데, 그것도 공판검사 입에서, 이건 아직 보도가 안 나오네”라고 적었다.

이어 “기자들이 판단을 못하는 것일 수 있고, 내부에서 매우 복잡한 싸움이 있는지도..”라고 추측하고는 “혹시 있을지 모를 의로운 일부 검사들을 응원합니다”라고 덧붙였다.

또 3일에는 “미국으로 도망갔다 체포된 민OO 이사가 어제 12월2일(금) 있었던 도이치모터스 공판에서 증인으로 나와 검사와 주고받은 내용”을 SNS에 공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