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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당수 주류 언론이 외면한 ‘여상규 욕설 파문’

기사승인 2019.10.08  14:4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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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문읽기] 경향 국민 서울신문은 비중 있게 보도…나머지 신문은 축소·외면

<‘X신 같은게’ 이인영 “여상규, 법사위서 망언·욕설…윤리위에 제소 하겠다”> 

오늘(8일) 세계일보가 온라인에서 보도한 기사 제목입니다. 어제(7일) 서울중앙지검·서울남부지검 등에 대한 국회 법사위 국감에서 여상규 국회 자유한국당 소속 여상규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의 부적절한 발언이 도마에 올랐는데 관련 내용을 다루고 있습니다. 

많은 언론이 여상규 위원장의 ‘욕설’에 주목했지만 제가 보기에 더 큰 문제는 패스트트랙 수사와 관련한 부분이 문제가 더 심각합니다. 국회 법사위원장 자격으로 사실상 검찰에 대해 ‘수사 종결’을 압박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아니 ‘해석’이 아니라 ‘압박 발언’이라고 해도 크게 무리는 없어 보입니다. 

   
▲ <이미지 출처=세계일보 홈페이지 캡처>

여상규 위원장의 ‘수사 압박’ 발언 … 언론은 얼마나 비중 있게 보도했나 

일단 여상규 위원장 발언을 살펴볼까요. 다음과 같습니다. 

“패스트트랙 자체가 불법 사·보임에 의해 가결된 것이다. 그런 것은 정치 문제이지, 검찰이 손댈 일이 아니다. 어느 것이 공정하고 어느 것이 정의로운지 잘 생각해야 한다. 수사할 건 수사하고, 하지 말 건 하지 않는 게 진정 용기 있는 검찰이다.” 

쉽게 말해 자신이 피고발인인 국회 패스트트랙 사건과 관련해 “수사하지 말라”고 검찰에게 요구하고 있는 겁니다. 국회 법사위원장 자격으로 말이죠. 

이래도 되는 걸까요? 국정감사를 진행하고 있는 와중에 법사위원장이, 자신이 피고발인으로 포함된 사건을 언급하며 검찰을 향해 ‘수사하지 말라’고 하는 것 – 이인영 더불이민주당 원내대표가 언급한 것처럼 “명백한 수사 청탁이자 몰염치한 피고발인 언행”입니다. 

저는 여 위원장이 △법사위 국감에서 검찰을 향해 외압성 발언을 했고 △더불어민주당 김종민 의원을 향해 욕설을 했다는 이유만으로도 국회 차원의 강력한 징계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어물쩍 넘어갈 일이 아니라는 얘기입니다. 

그런데 이상합니다. 이른바 ‘주류 언론’이 이 문제를 비중 있게 다루지 않고 있습니다. 특히 조선·중앙일보와 같은 보수신문은 물론 한겨레와 한국일보도 사실상 ‘모른 척’ 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일단 오늘(8일) 발행된 전국단위종합일간지 가운데 관련 내용을 비중 있게 보도한 신문을 간단히 소개합니다. 

<법사위원장, 본인 고발된 패트 사건에 “검찰 수사 말라”> (경향신문 4면)
<여상규 “패스트트랙, 검찰 손댈 일 아니다”… 수사압력 논란> (국민일보 9면)
<패스트트랙 수사 압력 논란에… 여상규, 김종민에 “X신 같은 게” 욕설>(서울신문 4면)

   
   
▲ <이미지 출처=MBC 화면 캡처>

경향 국민 서울신문은 비중 있게 보도 … 나머지 신문은? 

이 정도가 여상규 위원장 발언의 문제점을 그나마 ‘비중 있게’ 소개한 신문입니다. 나머지 신문은 어땠을까요? 아예 여 위원장 발언의 문제점을 언급하지 않거나 ‘여야 공방’ 기사로 처리합니다. 심지어(!) 한겨레마저 국정감사 보도를 다루면서도 여 위원장 관련 내용은 오늘 지면에서 찾을 수가 없습니다. 일부 기사를 소개합니다. 

<조국 수사 싸고 내로남불 설전-욕설 논란> (동아일보 6면)
<“조국 낙마시키려 수사” “조씨 일가는 사기단”> (조선일보 5면)
<여 “피의사실 왜 흘리나”…야 “검찰개혁 빌미 수사 외압” 난타> (한겨레 4면)
<與 “檢, 조국 막으려 실력행사”… 檢 “사전에 내사한 적 없다” 반박> (한국일보 3면)

동아일보는 ‘국정감사’를 여야 공방 프레임으로 보도하면서 여상규 위원장의 부적절한 발언과 욕설을 포함시켰습니다. 조선일보는 국정감사 기사 말미에 한 줄 걸친 게 전부입니다. 다음과 같습니다. 

“한편 여 위원장은 검찰의 국회 패스트트랙 관련 사건 수사와 관련한 자신의 발언에 대해 김 의원이 항의하자 ‘X신 같은 게’라고 중얼거렸다 여당이 항의하자 ‘김 의원에게 사과드린다’고 했다”

한겨레와 한국일보는 ‘국정감사’ 기사를 조국 장관을 둘러싼 여야 공방으로 다루면서 여상규 위원장 관련 부분은 아예 언급이 없습니다. 저는 이런 보도가 이해가 안 갑니다. 

어제(7일) 국정감사가 진행되는 과정에서부터 오늘 오전까지 ‘여상규’ ‘여상규 욕설’이라는 키워드가 포털 ‘실검’에 오를 정도로 이슈가 됐는데 한겨레와 한국일보는 지면에서 ‘여상규 발언이 가지는 문제점’을 언급조차 하지 않습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7일 서울중앙지검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여야 의원들은 검찰의 조국 법무부 장관 일가 수사를 놓고 정면으로 충돌했다”는 식의 기사를 쓸 수밖에 없었는지, 정말 묻고 싶네요. 조국 법무부 장관이 ‘한 마디’ 하면 외압 논란 운운했던 언론이 ‘외압이 확실한 발언’에 대해선 침묵입니다. 

이러니 언론이 시민들로부터 비난을 받는 겁니다. 요즘 언론을 보면 ‘도대체 뭣이 중한지’를 잘 모르는 것 같습니다. 

민동기 미디어전문기자 

민동기 미디어전문기자 mediago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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