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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르담 화재’ 대서특필 언론, 스리랑카 테러는?

기사승인 2019.04.22  10:2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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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자수첩] 한국 언론의 서구 중심주의, 너무 심하다

“21일(현지시간) 스리랑카에서 발생한 부활절 폭발테러와 관련해 현재까지 13명의 용의자가 체포됐다. 사망자는 228명으로 늘었다.” 

오늘(22일) 뉴시스가 보도한 내용입니다. 뉴시스는 “신화통신에 따르면 현재까지 집계된 사망자 수는 228명, 부상자 수는 450명”이며 “CNN에 따르면 이번 공격으로 현재까지 스리랑카 국민들은 물론 최소 8개국 출신 외국인들이 희생된 것으로 파악됐다”고 전했습니다. 

사망자만 200여 명이 넘고 부상자 수는 현재까지 파악된 것만 450여 명입니다. 뉴시스는 “기독교 축일인 부활절이자 스리랑카 내전 종전 10주년을 불과 한 달 앞둔 시점에 일어난 이번 테러는 지난 1983~2009년 내전 이후 발생한 최악의 사건”이라고 평가했습니다. 

   
▲ 부활절인 21일(현지시간) 스리랑카 수도 콜롬보의 교회와 호텔 등에서 폭탄 테러가 발생해 한 경관이 폭발이 일어난 샹그리라 호텔 현장을 살피고 있다. 이날 폭발은 스리랑카 내전이 종료된 지 10년 만에 일어난 최대 폭력 사태로 3개 교회와 3개 특급호텔에 동시에 일어나 최소 160명이 숨지고 수백 명이 다쳐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노트르담 대성당 ‘도배’했던 한국 언론 … 스리랑카 테러는? 

‘스리랑카 내전 이후 발생한 최악의 사건’이지만 우리 언론은 이번 사안을 그렇게 중요하게 다루고 있지는 않습니다. ‘나라 밖’-특히 우리에게 낯선 나라 가운데 하나인 스리랑카에서 일어난 일이고, 우리 교민 피해가 없기 때문일까요? 

그렇게 볼 수도 있겠지만 저는 좀 생각이 다릅니다. 우리 언론의 ‘서구 중심주의’가 얼마나 심한지가 상징적으로 드러난 ‘하나의 사건’이라고 봅니다. 프랑스 노트르담 대성당에서 화재가 발생했을 때 ‘프랑스의 영혼’이 불탔다며 주요 뉴스와 1면을 도배했던 것과 비교하면 한국 언론의 ‘서구 중심주의’는 문제가 매우 심각합니다. 

우선 주요 방송사 가운데 어제(21일) 메인뉴스에서 스리랑카 테러 소식을 헤드라인으로 보도한 곳은 KBS SBS 정도입니다. KBS와 SBS는 어제(21일) <뉴스9>와 <8뉴스>에서 관련 리포트를 2꼭지에 걸쳐 보도했습니다. 

MBC는 어제 <뉴스데스크> 4번째 리포트로 전했고, JTBC는 <뉴스룸> 15번째 꼭지로 보도했습니다. 

노트르담 대성당 화재 때 방송사들은 어떻게 보도했을까요? 대성당 화재가 발생한 시기가 세월호 참사 5주기였음에도 불구하고 방송사들은 ‘스리랑카 테러’와는 정반대 태도를 보입니다. 

KBS는 지난 16일 <뉴스9>에서 관련 리포트를 3개 보도했고, 같은 날 MBC <뉴스데스크>는 영상 리포트까지 포함해 모두 4꼭지로 전했습니다. SBS도 <8뉴스>에서 3개 리포트로 관련 내용을 보도했습니다. 

가장 심한 ‘보도 편차’를 보인 곳은 JTBC <뉴스룸>이었습니다. JTBC는 지난 16일 <뉴스룸>에서 노트르담 대성당 화재와 관련해 11개의 리포트를 내보냈습니다. 당일 <뉴스룸>이 보도한 세월호 참사 5주기 관련 리포트가 9개(오프닝과 세월호 막말 리포트 포함, 앵커브리핑과 비하인드 뉴스 제외)라는 점을 고려하면 노트르담 대성당에 상당한 비중을 할애한 셈입니다. 

   
   
▲ 4월16일 JTBC '뉴스룸' 노트르담 대성당 화재 관련 보도 <사진출처=JTBC 화면캡처>

‘노트르담 대성당 화재’ 11개 리포트 내보낸 JTBC…스리랑카 테러는 고작 1개 

하지만 스리랑카 테러 관련 리포트는 고작 1개입니다. 그것도 어제(21일) <뉴스룸>에서 15번째 리포트로 내보냈습니다. 물론 노트르담 대성당 화재가 상당히 충격적인 소식이기 때문에 비중을 들여 보도하는 건 당연한 겁니다. 

그러나 노트르담 대성당의 문화적 가치가 아무리 높다 한들, 사망자 수가 200여 명이 넘고, 부상자 수가 500명 가까이 되는 스리랑카 테러보다 현격히 ‘뉴스 가치’가 높진 않습니다. 

11개와 1개라는 JTBC <뉴스룸> 리포트 개수의 차이는 뉴스 가치의 비중 여부만으로는 제대로 설명이 되지 않는다는 얘기입니다. 저는 이것을 ‘한국 언론의 서구 중심주의 산물’이라고 봅니다. 그리고 이것은 우리 언론이 극복해야 할 과제이기도 합니다. 

그나마 오늘 발행된 상당수 전국단위종합일간지는 스리랑카 테러 소식을 1면에서 보도했습니다. 하지만 의미부여나 비중 면에선 방송사와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1면 스트레이트로 스리랑카 테러 소식을 전한 것과 달리 노트르담 대성당 화재 소식은 관련 기사 등을 통해 집중적으로 보도했기 때문입니다. 4월17일 일부 신문이 보도한 기사 제목을 간단히 요약합니다. 

<프랑스의 영혼이 불탔다> (경향신문 4월17일 1면)
<인류문화의 ‘첨탑’이 무너졌다> (동아일보 4월17일 1면)
<‘프랑스의 심장’이 타버렸다> (조선일보 4월17일 1면) 
<‘파리의 상징’ 노트르담 대성당 화재… 세계인 마음도 까맣게 탔다> (한국일보 4월17일 1면) 

<김경래의 최강시사>(KBS 1라디오)를 진행하는 뉴스타파 김경래 기자는 오늘(22일) 오프닝에서 다음과 같이 우리 언론과 사회를 꼬집었습니다. 생각해 볼 대목이 많은 것 같습니다. 

“스리랑카에서 끔찍한 테러가 발생했습니다. 200명이 넘게 숨진 참극입니다. 대한민국을 비롯한 세계 정상들은 애도의 뜻을 표했고, 교황도 함께 했습니다. 

그런데 우리에게 스리랑카는 아무래도 상대적으로 낯선 나라입니다. 프랑스 파리에서 노트르담 성당에 화재가 났을 때 우리 언론들이 보도했던 것과 비교하면 확연히 차이가 납니다. SNS에서도 위로의 메시지가 넘쳤던 그때와는 분위기가 많이 다릅니다. 

심리적인 거리감이 워낙 멀기 때문이기도 하고, 서구 중심적인 교육, 미디어 때문이기도 할 겁니다. 어찌 됐든 200명이 넘게 숨진 테러가 실화로 성당히 불에 탄 것보다 관심을 받지 못하는 건 뭔가 자연스럽지 못합니다. 우리 교민의 피해가 없으니 안심이다, 이런 식의 태도에서 이제 벗어날 필요가 있지 않을까요.” 

   
▲ 부활절인 21일(현지시간) 스리랑카 수도 콜롬보의 교회와 호텔 등에서 폭탄 테러가 발생해 경찰이 응급차의 주로를 확보하고 있다. 이날 폭발은 스리랑카 내전이 종료된 지 10년 만에 일어난 최대 폭력 사태로 3개 교회와 3개 특급호텔에 동시에 일어나 최소 160명이 숨지고 수백 명이 다쳐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민동기 미디어전문기자

#이상호의_뉴스비평 https://goo.gl/czqud3

민동기 미디어전문기자 mediago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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