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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준 추인, 누가 노무현이란 이름으로 장사를 하는가

기사승인 2018.07.19  07:0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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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성태의 와이드뷰] ‘노무현 정신 계승’ 운운 자체가 유산 훼손시키는 일

“큰 자리 가셨으니 더 큰 시각으로 세상을 보시기 바랍니다. 국회의원이 발의한 법안에 엉뚱하게 대통령 끌어들이시지 마시고요. 그리고 노무현 전 대통령 얘기도 더 이상 안 하시는 게  그쪽 분들에 대한 예의 아니겠습니까?”

지난 17일 추인된 자유한국당 김병준 신임 혁신비상대책위원장을 향한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의 이유있는 ‘디스’가 계속되고 있다. 18일 오후 손혜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김 위원장이 문재인 정부의 ‘학교 커피 자판기 설치 금지 법률 개정안 공포’ 사례를 언급하며 “국가주의가 사회 곳곳에 스며들고 있다”며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이었다면 거부권을 행사했을 것”이라고 문재인 대통령을 비판한 것에 대해 날을 세웠다.  

이날 김 위원장은 기자간담회에서 김상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어린이식생활안전관리특별법’ 개정안을 언급했다. 이 법안은 모든 학교에서 커피를 포함한 고카페인 함유식품의 판매를 금지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한다. 

   
▲ 18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 자유한국당 당대표실에서 진행된 김병준 혁신 비상대책위원장 기자간담회에서 김 비대위원장이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김 위원장은 이에 대해 “연방제에 가까운 분권형을 추구하는 이 정부마저 커피 금지법 같은 법안이 통과돼 공포된다”며 “초중고에 커피 자판기 설치하는 것까지 국가가 법으로 막는 것이 맞느냐”고 날을 세웠다. 

이와 관련 손 의원이 지적한 것은 김 위원장이 고 노무현 대통령을 끌어 들인 부분이다. 현 정부를 비판하기 위해 ‘노무현’이란 이름을 언급하는 자유한국당 혁신비상대책위원장의 이러한 행태를 여당 의원들이 곱게 볼 리 만무하다. 김 위원장은 추인 당일부터 ‘노무현’이란 이름을 입에 올렸다. 기자들의 질문이 집중된 탓도 있겠지만, 노무현 청와대 정책실장 출신 김 위원장의 ‘노무현 팔이’는 불편한 구석이 한 둘이 아니다.   

“김병준 (정책)실장은 노무현 대통령의 눈과 귀를 혼란케 했을 것”

“노무현 정신은 여기도 대한민국, 저기도 대한민국이다.”

17일 김병준 위원장이 이날 추인과 함께 고 노무현 대통령에 대해 내뱉은 일성이다. 더불어민주당 일각에서는 “자유한국당이 뒤늦게나마 고 노무현 대통령의 정신을 계승한 것”이란 평가까지 나왔던 모양이다. . 

과연 그럴까. 정말 김병준은 ‘노무현의 사람’이자 ‘노무현의 남자’였을까. 그래서 자유한국당의 ‘김병준 체제’는 자연스레 ‘노무현 정신의 계승’으로 연결되는 걸까. 꼭 그러지만은 않은 것 같다. 18일 오전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자신의 페이스북에 떠올린 기억만 봐도 그러한 ‘노무현 장사’는 먹히지 않을 공산이 커 보인다.  

“당시 청와대 정책실장을 맡고 있던 김병준 실장이 국회로 여당 국회의원인 나를 찾아왔다. ‘금산분리법’ 본회의 상정을 또 연기하자는 것이었다. 당시 박영선 대표발의 ‘금산분리법’은 삼성 등 재벌기업의 극한 반대로 청와대마저 연일 토론을 이어가며 몇 차례 법사위 상정이 연기되는 등 매우 뜨거운 이슈 였다. ‘경제가 어려운데... 무조건 연기해야 된다’며 나를 강한 어조로 김병준 실장은 압박했다. 내가 뜻을 굽히지 않자 나중엔 버럭 화도 내셨던 기억이다.”

“2006년 12월 어느 날로 기억한다”며 글을 시작한 박 의원은 당시 노무현 청와대 정책실장이던 김병준 비대위원장이 ‘금산분리법’ 통과를 강력히 압박했다고 털어놨다. 물론 자신은 재벌의 체제 강화에 기여하는 금산분리법을 반대했으며, 그러한 법안을 강력하게 밀어 붙인 김병준 비대위원장이 노무현 대통령의 눈과 귀를 흐렸을 가능성까지 제기했다. 이쯤 되면, 꽤나 노골적인 비판이라 할 만 하다.  

“그러나 나는 여기에 굴하지 않았고 법은 통과 되었다. 만약 그때 김병준 정책실장의 생각대로 “금산분리법 ”이 통과 되지 않았다면 지금 우리나라 경제는 어떻게 되었을까? 아마도 더이상 손댈 수 없는 부의 쏠림현상으로 재벌왕국이 되었을 것이다.

그로부터 1년후 퇴임을 앞둔 노무현 대통령은 내게 ‘권력이 재벌로 넘어 갔어요. 재임기간 중 이것을 제대로 못한것이 제일 후회돼요. 박영선 의원의 말이 맞았어요”라며 긴 한숨을 쉬셨다. 나를 찾아와 ’금산분리법‘ 상정 연기를 압박했던 김병준 실장은 아마도 노무현 대통령의 눈과 귀를 혼란케했던 몇 사람 가운데 한 사람 이었을 가능성이 높다.”

   
▲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의원 <자료사진, 뉴시스>

손혜원부터 박영선, 강연재까지... 쏟아지는 ‘노무현 장사’ 비판 

박 의원의 이러한 회고는 김병준 비대위원장을 향해 ‘노무현의 사람’, ‘노무현 정신’ 운운하는 레토릭에 찬물을 끼얹는 지적이라 할 수 있다. 전날 역시 페이스북에 “노무현정신 왜곡, 이런 말씀을 하셨는데 자유한국당 비대위를 통해서 어떤게 노무현정신인지 잘 보여주시기를 기대하겠습니다. 꼭 보여주세요!!!”라며 반어법을 구사했던 같은 당 전재수 의원의 비판과 맥락을 같이 한 것이다. 

“여기도 대한민국 저기도 대한민국이니 당신의 탐욕따라 박근혜 총리제의도 수락하고 비대위원장도 맡을 수 있습니다. 다만 노대통령님을 입에 올리지는 마시라는 이야기입니다. 누가 누구더러 노무현정신 왜곡이라 하십니까? 그냥 그쪽 일 잘 하셔서 건강한 야당 만들어주시면 됩니다.”

이러한 여당 기류에 반기를 든 꽤나 흥미로운(?) 반박도 물론 있었다. 지난 6.13 지방선거에서 자유한국당 후보로 노원병에 출마했던 강연재 변호사의 페이스북 글이 바로 그런 경우다. 자유한국당 전국위원회에 직접 참석, 비대위원장 추인을 봤다는 강 변호사는 여당 의원들과 똑같이 김 위원장과 고 노 전 대통령이 함께 언급되는 것에 대해 비판적이었다. 헌데, 그 이유가 창의적(?)이었다고 할까. 

“이분을 비대위원장으로 모신 것은 한국당이 노무현의 정신을 인정하고 받아들인 것이므로 늦게나마 잘 되었다는 식의 더민당 모 의원들의 비아냥거림. 또 한쪽에서는 노무현의 '배신자'라는 비난들. 

그렇다면, 전두환 전 대통령이 상임위원장으로 있던 '국보위' 위원이었고 박근혜 전 대통령의 지난 대선 캠프 공동위원장도 하셨던 '김종인님'을 민주당 비대위원장으로 모시고 심지어 이분께 공천권까지 맡기며. ' 다 드릴테니. 우리를 살려만 달라'고 외쳤던 지금의 민주당은. 전두환. 박근혜 전 대통령의 정신을 인정하고 계승한 정당이군요?

또 이들의 비난대로라면, 박근혜의 배신자는 되고 노무현의 배신자는 안 된다는 것인데 이해가 안 되는 내로남불이지요.  배신자 비난 자체를 동의 못합니다만.“

   
▲ 2008년 8월 생존 당시 노무현 전 대통령과 손녀가 경남 김해 봉하마을에서 자전거 산책을 즐기고 있는 모습. <사진출처=사람사는 세상 노무현 재단>

그렇다. 지금 필요한 것은 노무현이란 이름 자체의 거론을 되도록 줄이는 것이다. 박영선 의원의 말마따나 김 위원장과 ‘노무현 정신의 계승’ 운운하며 연결짓는 것 자체가 그의 유산을 훼손시키는 것 아니냐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지 않은가. 더욱이 ‘내로남불’과 같은 비판까지 등장하는 마당에 여당에서 그런 뉘앙스를 풍기는 행태가 어불성설이라 할 수 있다. 

플러스의 정치라기보다 마이너스의 수사학이란 비판을 감수하면서까지 노무현이란 이름을 소환할 필요가 어디에 있겠는가. 그저 몰락 중인 자유한국당호에 승선한 김 위원장의 혁신안이 성공하는지, 그도 아니면 그 보수 제1야당과 김 위원장이 동반 몰락하는지만 목도하면 그만 아니겠는가. 이미 박근혜 전 대통령과 한 배를 타려다 한 차례 실패한 바 있는 김 위원장의 앞날은 오롯이 그의 몫이라 할 것이다. 그 누구라도 계속해서 노무현의 이름을 자기 정치를 위해 팔아먹는다면, 향후 더 거센 반발에 부딪치지 않겠는가.  

하성태 기자

하성태 기자 woodyh@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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