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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영길 처형’ 오보, 제대로 사과한 언론이 있었나

기사승인 2018.06.05  16:5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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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평] 정부 당국 책임론만 제기 … 북한 오보는 여전히 현재진행형

   
▲ <사진출처=SBS 화면캡처>

“북한이 군 수뇌부 3인방을 전면 교체했습니다. 우리 합참의장 격인 총참모장은 84세 리명수에서 63세 리영길로 교체된 것으로 SBS 취재결과 확인됐습니다 … 우리 합참의장 격인 총참모장에는 리영길이 발탁됐다고 우리 군 고위 당국자가 밝혔습니다. 올해 63살인 리영길은 리명수보다 21살 젊은 인물로 2013년 이미 총참모장을 맡았던 적이 있습니다. 제1 부총참모장에서 승진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지난 3일 SBS가 <8뉴스>에서 단독으로 보도한 내용입니다. SBS 보도 이후 많은 언론이 관련 내용을 전했습니다.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북한이 군 수뇌부를 교체한 배경 등을 짚었습니다. 그런데 ‘리영길 총참모장 발탁’ 소식을 전하는 언론 보도를 보며 씁쓸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불과 몇 년 전, 당시 정부 당국 발표와 언론의 대대적 보도로 ‘리영길 총참모장’은 처형된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처형된 리영길이 총참모장으로 복귀? 언론은 오보에 제대로 사과는 했나 

당시 ‘리영길 처형’ 소식은 특정 언론이 아니라 거의 대다수 언론이 보도했습니다. 대략 어떤 보도였는지 ‘기록 차원’에서 다시 한번 언급해 봅니다. 

“하루 아침에 사라졌습니다. 리영길이 처형됐습니다. 혐의는 비리. 갖다붙인 거는 여러 가지 붙일 수가 있겠죠. 북한의 김정은 공포정치는 2016년 새해에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김정은 집권 후 처형한 북한 간부. 간부입니다. 북한 간부만 100여 명에 달합니다. 이 내용 간단하게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YTN 2016년 2월11일, ‘뉴스특보-김정은 두터운 신임에도 리영길 처형…왜?’) 

   
▲ <사진출처=YTN 화면캡처>

“북한의 이번 군사 훈련에서 이달 초 처형된 이영길의 후임으로 총 참모장에 이명수가 오른 사실이 공식 확인됐습니다. 김정은식 공포 통치가 더해가면서 북한군 수뇌부는 생존을 위해 맹종하는 현상이 심화됐다는 분석도 나왔습니다.” (KBS 2016년 2월21일, ‘리영길 처형-리명수 후임’ 확인…“군 수뇌, 생존 위한 맹종”) 

   
▲ <사진출처=KBS 화면캡처>

“북한 김정은이 이달 초 리영길 군 총참모장을 ‘종파분자 및 세도·비리’ 혐의로 처형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김정은 집권 후 처음으로 지난 2일부터 양일간 개최된 당(黨) 중앙위원회·인민군당(軍黨) 위원회 연합회의에서 리영길이 긴급 체포됐다고 내부 소식통이 알려왔다고 대북전문매체인 데일리NK가 보도했다.” (국민일보 2016년 2월11일, “‘처형’ 리영길, 연합회의 석상서 ’창광 보안서’ 요원 수십명에 수갑채워져 체포”) 

   
▲ <이미지 출처=포털사이트 다음 국민일보 기사 캡처>

“우리의 합참의장에 해당하는 북한의 리영길 총참모장이 지난 2일에 열린 당 중앙위원회와 군당위원회 연합회의부터 보이지 않았습니다. 장거리 미사일 발사 직후 개최한 평양시 군중대회에도 등장하지 않았습니다. 대북 소식통들은 리영길이 이달 초 전격 처형됐다고 밝혔습니다. 처형 이유는 ‘종파분자 및 세도, 비리’ 혐의인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김정은에게 충성하지 않고 자신을 따르는 사람들을 모아 권력을 휘두르고, 비리를 저질렀다는 겁니다.” (MBC 2016년 2월10일, “北 군 서열 3위 리영길 처형, 종파분자·비리 혐의”) 

   
▲ <사진출처=MBC 화면캡처>

“특히 리영길 북한 총참모장이 ‘종파분자 및 세도·비리’ 혐의로 이달 초 처형됐다는 소식은 예사롭지 않다. 우리 합참의장에 해당하는 총참모장이 하루아침에 숙청돼 처형당했다는 얘기는 김정은 정권의 불안정성 증대를 보여주는 일이다…김정은 집권 이후 장성택 처형으로 시작된 공포통치가 지속하는 것은 북한 권부 내 심상치 않은 조짐을 시사하는 것일 수 있다.” (연합뉴스 2016년 2월10일, ‘연합시론’-리영길 처형이 확인한 北 불안정성, 철저 대비해야) 

   
▲ <이미지 출처=포털사이트 다음 연합뉴스 기사 캡처>

정부 당국이 ‘흘린’ 기사 그대로 받아쓴 언론 … 책임은 정부 당국? 

북한 관련 보도는 특성상 정부 관계자나 국정원발 기사가 많을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그동안 북한 고위급 인사의 처형이나 사망 관련 보도는 오보가 많았습니다. 정부 당국이 ‘일방적으로 흘린’ 정보를 그대로 사실인 것처럼 쓰기에는 ‘찜찜한 구석’이 많다는 얘기입니다. 

특히 대북문제의 경우 ‘정치적 의도’가 깔려 있는 보도가 많았습니다. 사실관계 확인이 어렵고, 관련 정보가 정부 당국에서 일방적으로 ‘발표’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언론은 자신들의 보도가 정치적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하고 끊임없이 의심해야 합니다. 북한 관련 보도에서 언론의 신중한 태도가 요구되는 이유입니다. 

사실 2016년 2월10일 박근혜 정부가 발표한 ‘리영길 처형’ 소식은 정치적 의도를 충분히 의심해볼 만한 상황이었습니다. 박근혜 정부가 개성공단 폐쇄를 발표한 날이 바로 이날이기 때문입니다. 당시 상당수 언론은 개성공단 전면 중단과 함께 리영길 처형 소식을 대대적으로 보도했는데, 갑작스런 개성공단 폐쇄로 인한 여론의 후폭풍을 ‘김정은 정권의 포악성’ 강조를 통해 희석시키려 한다는 비판이 제기됐습니다. 언론 입장에선 합리적 의심이 가능한 대목이었다는 얘기입니다. 

더구나 당시 리영길 처형 ‘보도자료’가 기자들에게 배포되는 방식도 평소와 달랐습니다. 통일부가 기자들에게 이메일을 통해 전달했는데, 당시 통일부는 ‘대북소식통’으로 인용해 달라면서 정보 근거를 ‘유관기관’으로 해달라고도 요구했습니다. 그런데 이런 식으로 북한 정보를 통일부가 공개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었습니다. 무슨 얘기냐? 발표 시점과, 발표 방식 등을 두고 충분히 박근혜 정부의 ‘정치적 의도’를 의심해볼 많나 상황이었다는 얘기입니다. 

하지만 당시 상당수 언론은 통일부가 ‘배포한’ 보도자료를 열심히 받아썼습니다. 위에서 언급한 보도들이 그 ‘증거들’입니다. 박근혜 정부의 정치적 의도나 사실관계에 대한 의심 등은 극히 일부 언론을 제외하곤 대부분 생략됐습니다. 그러나 불과 석달 후인 2016년 5월9일 제7차 노동당대회에서 북한 리영길 전 인민군 총참모장이 당 중앙군사위원회 위원에 임용된 것으로 확인되면서 해당 보도는 오보로 판명나게 됩니다. 박근혜 정부와 한국 언론이 동시에 국제적으로 망신을 당하는 순간이었습니다. 

‘리영길 처형’ 오보로 판명나자 정부 당국 질타한 조선일보 

당시 관련 내용을 북한 노동신문이 보도하면서 ‘리영길 처형’은 오보라는 게 확인됐습니다. 그러자 일부 언론은 정부 당국 책임론으로 몰고 갑니다. 특히 조선일보는 2016년 5월11일자 사설에서 정부의 무능을 강도높게 비판했습니다. 

“북한 내부 사정은 사람을 통해 듣는 것이 많기 때문에 100% 정확할 수 없다. 사실 확인이 핵심이라는 의미다. 오류가 거듭되면 공신력(公信力) 전체가 훼손돼 결정적인 순간에 나라가 큰 혼란·혼선에 빠질 수 있다 …정보 원천은 우리 정보 당국일 것이다. 정보 당국의 무능은 새삼 말할 필요도 없지만 불확실한 정보를 100% 사실로 믿는 정도라면 심각하다. 지금 이 순간에도 북의 역(逆)정보 장난에 당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조선일보 2016년 5월11일자 사설 ‘처형됐다던 리영길이 건재하다니’) 

   
▲ <이미지출처=조선일보 홈페이지 캡처>

정부의 무능을 언론이 지적할 수는 있지만 최소한 그 ‘무능한 정부’의 일방적 정보를 그대로 받아쓴 언론이라면 오보에 대해 사과는 해야 합니다. 그게 책임있는 자세이자 온당한 태도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리영길 처형 오보’와 관련해 독자들에게 제대로 사과한 언론은 거의 없습니다. 오보를 내고도 정정이나 사과는커녕 ‘잘못된 정보’를 언론에 흘린 정부를 질타한 뒤 ‘아무 일 없다는 듯’ 언론은 그냥 지나쳐 버립니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리영길 처형’을 발표한 시점과 발표 방식 등에 대해서는 발표 당시부터 박근혜 정부의 ‘정치적 의도’를 의심해볼 수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하지만 발표 당시에는 그런 의문 없이 열심히 보도했던 언론이 오보로 판명나자 책임을 정부에게 돌립니다. 정부 책임이 가장 크지만 ‘의심해야 하는 상황’에서 충실히 받아쓴 언론 역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만약 개성공단 철수 분위기 조성용으로 리영길 처형을 공개한 것이라면 어리석다고 할 수밖에 없다”는 조선일보(2016년 5월11일 사설)의 ‘합리적 의심’이 왜 발표 당시(2016년 2월10일)에는 작동되지 않았을까요? 

오보를 내고도 너무 당당한(?) 국내 언론을 보며 드는 생각입니다. ‘리영길 처형’ 오보를 대대적으로 보도한 언론이 별다른 사과없이 ‘리영길 총참모장 발탁’ 소식을 보도하고 있습니다. 북한 관련 오보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인 것 같습니다. 

민동기 미디어전문기자 

민동기 미디어전문기자 mediago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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