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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환성‧김광일 PD 사망, 올 게 올 것 아닌가 생각 들어”

기사승인 2017.07.30  13:0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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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영광의 발로GO 인터뷰 159] 박봉남 한국독립PD협회 PD

현지시각으로 지난 14일 저녁 8시 45분경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EBS <다큐 프라임-야수의 방주>를 촬영하던 박환성, 김광일 PD가 교통사고로 사망했다. 사망 사실이 알려진 건 19일 오전이었다. 독립PD들 사이에서는 터질 게 터진 것이라며 지상파의 갑질 문화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관련해 지난 26일 서울 남부터미널 근처 커피숍에서 박봉남 한국독립PD협회 PD를 만나 박환성, 김광일 PD 사망에 대한 심경과 사고 경위를 비롯한 EBS와 박환성 PD의 제작비를 둘러싼 논쟁, 그리고 박 PD가 생각하는 해결책 등을 들어 보았다. 다음은 박봉남 PD와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이다. 

   
▲ 故 김광일 PD <사진=박봉남 PD 제공>

- 아프리카에서 EBS <다큐프라임-야수와 방주>를 촬영하던 박환성 PD와 김광일 PD가 지난 14일 교통사고로 사망했는데 소식은 어떻게 들으셨어요?

“18일 저녁 9시 즈음 박정남 PD에게 전화를 받았어요. 박 PD가 하는 말이 ‘남아공에 있는 코디 바네사(Vanessa)에게서 연락이 왔다. 환성이 형이 지금 남아공에서 촬영하는 데 연락이 안 된다. 무슨 일이 있는 거 같다’는 거예요. 그리고 한 시간 후 다시 연락이 와서 가족 연락처를 알고 싶다고 해요. 가족에게 알려야 할 비상상황이 발생했다는 걸 직감했죠. 사망사고 아니면 납치로 추측했고 가족연락처를 알아보기 시작했죠.

10시 반 즈음 바네사가 ‘박환성, 김광일 두 사람이 밤길에 운전하고 이동하다가 맞은편 차량과 정면으로 충돌해서 두 명 다 사망했다’는 사실을 문자로 알렸어요. ‘매우 매우 불행하고 슬픈 뉴스다. 미안하다’고 보냈죠. 바네사는 박환성 PD가 남아공 촬영할 때 코디예요. 그 친구가 우리 시간 18일 오후 11시에 정식으로 알려준 거죠. 그래서 저희는, 독립 PD 몇 명으로 긴급하게 단톡방을 만들어서 박환성-김광일 PD의 가족 연락처를 수배하기 시작했고 남아공에 있는 한국 영사에게 이 사실을 통보하고 후속 조치를 취해 줄 것을 요청했어요. 이 작업은 박정남 PD가 했어요.

밤 11시경에 김광일 PD 아내 연락처를 확보했지만 박환성 PD 가족 연락처는 여전히 확보 못 했어요. 그리고 저희가 사망 사실을 알리기보다는 사고를 접수한 남아공 한국 대사관의 영사가 가족들에게 정식으로 해주는 게 좋겠다고 하고 저희는 기다렸죠. 그래서 19일 오전 시간 박환성 PD 남동생과 김광일 PD 아내에게 남아공 주재 한국 영사가 정식으로 사고와 사망 사실 통보를 했죠.” 

“왜 현지 운전기사를 안 썼을까, 제작비 부족으로 늘 힘들어 했는데..”

- 소식 들었을 때 심경은 어땠어요?

“매우 놀랐어요. 첫 느낌은 두 사람이 밤에 운전하다가 마주 오는 차량과 정면 충돌했다는데 아프리카 촬영에서 왜 현지 운전기사를 안 썼을까? 돈 아끼려고 그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제작비 부족으로 늘 힘들어 했거든요.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올 것이 온 것 아닌가 생각했어요. 해외 출장 때 위험을 감수하고 밤에 직접 운전해서 이동하는 걸 저희도 많이 했거든요. 이 사실을 알려준 박정남 PD는 울음 도가니였고 많은 후배와 동료들이 충격에 빠졌어요. 게다가 박환성 PD는 EBS와 싸움을 진행 중인 상황이었기에 이 파장이 간단치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죠. 충격과 당혹감, 분노가 엉켜 있었어요.” 

- 사고는 우리 시간으로 15일 오전이고 알기는 18일 밤인데 시간은 왜 걸린 건가요?

“저희가 파악한 바에 의하면 현지 시각 14일 밤에 도로를 가다 사고가 나서 두 사람과 맞은편 차량 운전사가 사망한 거예요. 현지 경찰이 두 사람의 시신을 베들레헴 국가 영안소로 이동시켰지만 누군지 신분을 알 수 없었던 거죠.

16일 또는 17일 원래 두 사람이 급하게 이동하려고 가고 있었는데 아마 국내선 비행기를 타고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려고 했던 것 같아요. 그런데 나타나기로 한 지역에 안 나타난 거죠. 거기에서 현장을 진행할 현지 가이드를 만나기로 했는데 안 오니 바네사라는 코디에게 연락했죠. 바네사는 전체를 컨트롤했고 지역마다 포스트가 있는 거죠. 사실 돈이 많으면 바네사가 전 과정을 동행했을 거예요. 가이드는 두 사람이 안 오니 바네사에게 연락했고 그도 큰일 났다 싶었지만 두 사람의 행방을 알 수 없던 거죠. 그래서 렌터카 회사에 전화해 보니 차를 반환 안 했다고 해서 경찰에 신고한 거죠.

며칠 사이 사고 난 게 있는지 알아봤어요. 이 친구도 현지 시각 18일 오전 경찰에 실종 신고를 하고 수배를 하자마자 한 두시간 안에 파악해서 저희에게 알리고 가족을 찾은 거고 가족의 연락처를 수배해서 영사가 연락한 것이 19일 오전이니까 4일만에 가족에게 통보된 거죠.

   
▲ 故 김광일 PD 아내가 김 PD에게 보내는 편지 <사진=한국독립PD협회 제공>

그 기간 동안 두 사람은 사고로 사망하고 시신은 영안소에 안치된 데 아무도 이들이 누군지 모른 거죠. 그래서 사고 원인을 파악할 수 없는 것은 현재 파견된 대책위나 가족이 오면 파악되겠지만 맞은편 차가 비틀거리며 와 충돌했다는데 다 사망했고 시간이 꽤 지났기 때문에 상대방이 음주 운전을 했는지 여부도 알 수 없고 목격자가 없어요. 사고 난 후에는 경찰이 수습했겠지만 사망원인이나 누구 책임인지는 모르죠. 다만, 확실한 건 현지 운전수 없이 두사람 중 한 사람이 직접 운전했을 가능성이 높고, 어제 파악한 바에 따르면 먹다 남은 콜라병과 빵이 있었어요. 그걸 먹으며 급하게 이동한 거예요.” 

- 그럼 졸음운전 가능성은 없는 건가요?

“그건 지금 확인할 방법이 없어요. 대책위가 돌아오면 어느 정도 파악할 수 있겠죠. 지금 저희가 파악한 것에 의하면 김광일 PD 핸드폰은 분실됐어요. 누가 가져간 거죠. 그리고 박환성 PD 핸드폰은 찾았다고 해요. 근데 이동했기 때문에 카메라 등 모든 장비가 그 안에 있었을 터인데 이것도 온전한지 확인 안 되고 두 사람의 시신 훼손 정도가 심해서 어제(25일) 화장했어요. 27일 유골만 가져오는 거예요. 그래서 과실 여부는 현지 경찰의 공식 발표가 있어야만 판단할 수 있죠.”

- 박환성 PD와 김광일 PD는 어떤 분이었나요?

“박환성 PD는 69년생으로 싱글이고 원래 항공사 승무원을 했었어요. 그러다가 2004년부터 자연 다큐멘터리를 제작했고 방송 다큐도 꽤 했어요. 그리고 해외에서 지원금을 받아 국제 공동 제작으로 해외에 판매도 많이 했어요. 우리나라에 자연 다큐멘터리 하는 사람 많지 않아요. 주로 동물을 소재로 인간과 자연의 조화 혹은 공존을 테마로 자연 다큐멘터리를 15편 정도 제작했어요. 그래서 자연 다큐멘터리에서는 유명한 연출자고 국내와 해외에서 활동하고 방송과 영화도 하고 주로 1인 사업자로 제작사는 ‘블루라이노픽쳐스’예요. 푸른 코뿔소죠. 저희와는 오래전부터 일해 온 사이예요.

그리고 전 김광일 PD를 잘 몰랐어요. 안면이 없었죠. 최근 페이스북에 올라온 걸 보면 80년생이고 주로 지상파 프로그램들을 연출했어요. 주변 사람 이야기를 들어보면 되게 순하고 수줍은 것 같아요. 그리고 아내와 주고받은 카톡을 보면 자상한 사람으로 알려졌어요. 이번에 박환성 PD와 동행했던 이유는 개인 작품을 하고 싶은 욕구가 있었고 그러기 위해 본인이 촬영을 배우고 싶다고 했대요. 박한성 PD가 자연 다큐를 제작하면서 촬영 감독과 함께한 적 거의 없거든요. 본인이 다 찍고 연출하고 편집했죠. 그래서 박환성 PD에게 촬영 기법을 배우고 돌아오겠다는 이유였죠.” 

- 기억에 남는 일도 있을 것 같은데.

“2004년 제가 재미있는 얘기를 들었어요. 뭐냐면 ‘한 사내가 뱀을 혼자 찍으러 다니고 있는데 굉장히 독특하다. 항공사 승무원이었다가 자연 다큐를 하기 위해 그만뒀고 미국에서 공부도 했고 재밌는 친구니 한번 만나보라’는 말을 듣고 연락해서 일산의 작업실을 찾아갔었어요. 그때 인상은 서글서글하고 키도 크고 자기 얘길 하더라고요. 그런데 혼자 일하는 사람이라는 느낌을 받았죠. 독특한 커리어잖아요. 그때 제가 ‘나도 독립군인데 잘 지내보자’고 말했어요. 그 후로도 박환성 PD는 뱀을 혼자 찍었어요. 그래서 2006년 KBS 환경 스페셜 <킬러의 수난, 구렁이와 살모사>로 연출자 데뷔를 한 거예요. 그 후에 박환성 PD는 계속 KBS 환경 스페셜, MBC 스페셜, EBS 다큐 프라임에서 야생의 삶, 그리고 지역을 해외로 넓이기 시작했죠.

제가 기억에 남는 일 하나를 얘기할게요. 저는 박환성 PD 작품 중 좋아하는 게 하나 있어요, 뭐냐면 2012년 무렵에 제작한 <투마 鬪馬>란 작품이 있어요. 중국에서 싸우는 말에 관한 이야기를 담은 건데 이 작품은 국내 지상파에서 돈을 댄 게 아니에요. Asian Pitch(아시안 피치)라는 피칭에서 제작비를 지원받았어요. 피칭 행사라면 프로젝트를 발표하고 프로젝트 선정자에 대해서 지원금을 주는 거죠. 아시안 피치는 매년 싱가폴에서 열리는 데 KBS, NHK Media Corp(미디어 콥)이라는 3개 채널이 공동으로 제작비를 만들어서 아시아의 유망한 프로젝트를 발굴하는 거예요. 돈은 7천만 원 정도 주고 완성되면 3개 채널이 방송하는 거예요.

박환성 PD는 영어를 잘하거든요. 본인이 제안서를 쓰고 싱가폴에 가 지원받아 완성한 프로젝트죠. 제가 박환성 PD 작업실에 가서 편집하는 걸 봤거든요, 되게 좋았어요. 뭐냐면 진짜 힘이 넘치는 생생한 모습들이 가공되지 않고 그대로 드러났어요. 저는 그걸 영화판 해봐도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못했어요. 왜냐면 3개 채널이 제작비를 대는 대신 저작권을 다 갖는 거예요. 아쉬웠죠. 인상적이었던 것은 우리나라 KBS든 MBC든 EBS든 방송을 하게 되면 방송사가 원하는 일정한 포맷이 있는데 <투마>는 그와 굉장히 달랐어요. KBS, NHK, 미디어 콥이라는 일종의 채널이 펀딩만 하고 포맷은 관여를 안 한 거죠. 그래서 정말 다이나믹하고 말들이 싸움을 벌이는 데 숨소리가 들리는 것 같고 말을 응원하는 사람들의 불끈 쥔 탐욕과 욕망 등이 작품에서 철철 넘쳤어요.

박환성 PD는 늘 내셔널지오그래픽이나 BBC를 넘는 다큐를 하고 싶어 했어요. 물량 공세로는 안 되지만 자기만이 할 수 있는 최고의 자연 다큐멘터리가 있을 것이라고 했는데 그것을 위한 최소한의 조건이 있어요. 최소한의 제작비와 스텝, 안전장치죠. 그러기에는 우리나라 방송사가 지원하는 돈이 너무 적었던 거죠. 3편에 1억 5천, 2편에 1억 2천으로 제작 기간은 1년이 넘는데 그러니 본인이 혼자 가서 조연출 또는 촬영 보조 또는 후배 PD를 데려가서 현지 가이드와 다시 쇼부를 쳐야하는 상황이니까 해도 해도 어려운 거죠. 그래서 저는 <투마> 같이 힘 있는 작품이 형식에 구애됨이 없이 계속 나오길 바랐는데 방송사에서 정해준 포맷에 갇힌 느낌이 있었어요. 그래서 그의 열정과 그가 하고자 했던 바가 충분히 하지 못하고 생을 끝내서 되게 안타까워요.” 

“박PD ‘국고 왜 떼가냐’에 EBS ‘계약위반’ 역으로 치고 나와”

- 두 분의 사고는 제작비를 줄이기 위해 직접 운전하다 난 사고잖아요. 박 PD가 출국하기 전데 제작비를 두고 EBS와 논쟁이 있었다던데.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박환성 PD와 EBS의 분쟁 과정은 EBS가 99% 책임이 있어요. 제가 보기에 갈등의 핵심은 두 가지예요. 먼저 박 PD가 <야수와 방주> 2부작을 EBS 다큐 프라임으로 제작하기로 하고 작년 8월 즈음 계약서를 썼죠. 그리고 제작에 들어갔는데 제작비가 1억 4천이에요. 그것 가지고 두 편 충분하지 않냐고 얘기할지 모르겠지만 자연 다큐멘터리는 사람 찍는 것보다 힘들어요. <야수와 방주> 2부작을 본사가 찍으면 제작비가 3억 넘을 거예요. 그래서 박환성 PD는 본인과 후배인 김광일 PD 등 최소한의 스텝으로 진행한 거죠.

   
▲ 2014년 인천 다큐멘터리포트에서 룰 피칭하는 故 박환성 PD <사진=인천다큐포트 제공>

그리고 올해 5월 미래부 산하에 ‘라파’(RAPA)라는 전파진흥협회에서 UHD 제작 지원에 응모했어요. 지원작으로 선정되어 지원금은 1억 2천이죠. EBS가 1억 4천 라파가 1억 2천 그리고 선급금을 조금 받았어요. 그런데 이 사실을 EBS에 얘기하자 EBS가 어떻게 나왔냐면 ‘아 그래요? 그러면 EBS가 이미 방침으로 정한 상생 협력 방안에 근거하여 20%는 제작사 인텐시브로 가져가시고 40%는 제작비에 투여하고 40%는 간접비로 환수하겠습니다’라고 통지를 한 거죠. 이게 엄청난 갈등을 유발 시킨 거예요. 즉 국가 지원금 1억 2천이 들어왔는데 그중 40%를 간접비로 환수한다는 것은 그것을 EBS가 가져간다는 게 아니에요. 국가 지원금은 가져갈 수가 없어요. 그럼 어떤 식이냐면 40%에 해당하는 금액을 원래 EBS에서 주기로 했던 금액에서 차감하는 거죠. EBS는 원래 계약했던 지원금에서 국가 지원 40%를 세이브시키는 거죠. 이건 일종의 갈취행위라고 문제제기한 거예요. 그렇게 나왔을 때 우선 EBS가 대응을 잘 못 한 거죠.

왜 잘못했냐면 EBS가 2011년에 협력 제작자 협력 방안 두 가지를 공지했어요. 하나는 ’송사가 기존엔 모든 저작권을 독점해 2차적 저작물은 물론이거니와 촬영 원본도 방송사가 졌는데 문제가 되다 보니 EBS가 ‘EBS는 제작사와 촬영 원본을 공유해서 제작사는 2차적 제작물을 만들어 판매할 기회를 주겠다’는 것을 공표한 거예요. 또 다른 하나는 협찬금과 지원금을 어떻게 나눌 것인지에 대한 규정을 언급했어요. ‘협찬금이 들어오면 40%를 간접비로 환수한다’예요. 이건 협찬사를 고지해야 하기 때문에 당시로써는 그나마 진전된 거예요. 그전엔 협찬금 60%를 떼 갔어요. 왜냐면 협찬은 기업이거든요. 국가 지원금은 20%만 간접비 환수 명목으로 제작비로 차감하겠다고 한 거예요.

그럼 5월에 박 PD가 지원금을 받아왔을 때 외주 제작부장과 담당 CP가 어떻게 했어야 했냐면 ‘제작비 부족한데 지원금 받으셨네요. 수고하셨습니다, 이걸 어떻게 할지 논의해보시죠. 저희가 현재 할 수 있는 최선은 EBS가 2011년에 공표한 상생 협력 방안에 의거해서 제작사 인센티브와 제작비 투여로 80%를 쓰고 20%는 간접비 환수 명목으로 제작비에서 차감하겠습니다. 현실적으로 저희도 제작비로 다 투여하고 싶으나 제작 지원하는 곳을 자막으로 공지도 해야 하니 현재로서는 이게 최선입니다’라고 했어야 했다는 거죠.

그런데 지원금 규정도 아니고 협찬규정 규정을 문자로 날린 거죠. 여기에 박 PD가 왜 국고를 떼 가냐고 하니 어떻게 응대했냐면 ‘이 프로젝트는 원래 라파가 지원하기 전에 EBS 다큐 프라임과 계약을 끝낸 프로젝트다. 다시 말해 저작권은 EBS에 있는데 우리에게 얘기도 안 하고 제작 지원을 했으니 당신 책임이다. 계약 위반이다’고 역으로 치고 나온 거죠.

두 번째는 비슷한데 외주 제작부장과 담당 CP가 있어요. 최 모 부장과 유 모 CP인데 두 사람이 제작 지원비를 둘러싼 갈등이 불거졌을 때 과연 박 PD를 상호 호혜적으로 대우했나에 의문이 있어요. 제가 구체적인 물증을 제시할 수는 없지만 박 PD가 했다는 말을 전해들은 바가 있어요. 구체적 사례를 언급 않겠으나 두 사람이 이 상황에서 매우 박 PD 자존심을 상하게 했죠. 심지어는 인격적으로 모욕감도 느낀 것 같아요. 박 PD가 아무리 경력이 있다 한들 EBS와 전면전을 벌인다는 것은 앞으로 EBS와 일을 못 한다는 거예요. EBS만이 아니에요. EBS에서 소문나면 KBS, MBC도 못 해요. 사실상 모든 방송사와 관계가 단절될 걸 각오하고 문제제기를 한 거예요.”

“EBS가 지상파 갑을적폐 선도적 해결 방안 제시하길”

- EBS도 제작비가 얼마 들지는 대충 알 것 아닌가요?

“제가 아직 정확하게 제 눈으로 확인하고 귀로 들은 바는 아니지만, 초기 EBS와 <야수와 방주> 2부작을 얘기할 때 제작비가 1억 8천 정도로 얘기했다고 해요. 그러나 실제 문서상 계약은 1억 4천으로 됐다는 거죠. 양자의 입장이 다를 수는 있어요. 근데 1억 4천으로 됐잖아요, 1억 4천이 아프리카에서 해외 올 로케이션으로 찍기엔 부족하다는 걸 CP가 알았어야 해요. 이걸 모르는 건 제작 경험이 없다는 거죠.

NHK나 BBC는 총예산이 3억이라면 1단계로 NHK가 1억을 붙이고 지원금을 받아가며 예산을 확산하는 것이거든요. 다시 말해 방송사의 편성 PD는 예산 규모를 확인하고 적정 예산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을 제작자와 같이해야죠. 근데 1억 4천으로 깎인데다가 지원금 1억 2천을 받아오니 수고하셨고 잘 해보자고 한 게 아니라 40% 갖겠다고 던진 거죠. 이건 직무 유기에 해당하죠. 실제 저는 담당 CP는 <야수와 방주> 2부작이 얼마나 드는지 고민했는지 의문이에요. 이번에 CP가 가족과 함께 남아공에 갔어요. 가서 느끼길 바라고 그에 합당한 책임 있는 조치가 취해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EBS 차원에서 사과할 게 있어요. 상생 협력방안은 자기들이 마련한 건데 그걸 지키지 않은 거죠. 그리고 제가 확인한 바에 의하면 외주 제작부장이 누군가에 따라서 상생 협력 방안이 지켜지기도 하고 안 지켜지기도 했어요. 어떤 사람이 외주 제작부장을 할 땐 지원금의 100%를 제작비로 투여한 경우도 있어요. 이건 제작자와 긴밀히 협의한 거죠. 그러나 지금 외주 제작부장은 그러지 않았다는 거죠. 몰랐거나 성의가 없었거나 아니면 의례적인 방송사 갑질 문화 연장선에 있죠. 이 두 사람이 많은 원성의 대상입니다. 물론 박 PD도 책임 있어요. 그런데 그건 아주 경미하고 이 사태 본질이 아니에요.” 

- 이제 다시는 이같이 불행한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해야 하는데 어떻게 해야 할까요?

“중요한 게 뭐냐면 이 사태에서 우리가 앞으로 무엇을 개선할 것인지를 방송사가 세 가지 케이스를 얘기할게요. 일단 만연해 있는 갑을 관계 폐해와 가장 핵심적인 낮은 제작비, 모든 저작권을 독식하는 건 논외로 해요. 그나마 그것은 조금씩 개선되고 있어요. MBC 스페셜도 촬영 원본을 공유하고 EBS도 촬영 원본 공유를 방침으로 정했죠.

그런데 여전히 개선 안 된 세 가지가 있어요. 협찬과 지원금의 처리방안입니다. 첫째 제작사가 협찬금을 가져오면 40~60%를 무조건 떼 가요. 이건 거의 갈취행위죠. 두 번째 제작사가 노력해서 국가나 공공기관의 지원금을 받아오면 지금 하듯이 간접비 환수라는 명목으로 떼어가요. 세 번째는 제작사가 국가나 공공기관 지원을 받아서 사전 제작을 해 놓으면 거의 공짜로 틀려고 해요. 왜냐면 지원금을 받을 때 편성 의무 조항이 있거든요. 이거 적폐이고 반드시 시정해야 해요. 이 문제를 반드시 EBS가 선도적으로 해결 방안을 제시하면 좋겠어요. 이게 저의 요구사항입니다. 이번에 고치지 않으면 또 발생하고 EBS가 원하는 목표를 이룰 수 없어요.” 

- 마지막으로 <GO발뉴스> 독자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려요.

“저희는 그들을 잊지 않아요. 박환성 PD, 그가 꿈꾸었던 푸른 꼬뿔소가 되어 아프리카의 대자연을 거닐 거예요. 너무 슬퍼하지 말길 바라요. 가족들 모두 잘 살아갈 거예요.”

이영광 기자 kwang383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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