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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하 작가 “尹, 최고의 빌런 캐릭터.. 동네 이장도 하면 안돼”

기사승인 2023.02.03  11:3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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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o발 인터뷰]<2023 굿바이전 인 서울> 참여한 팝아티스트 이하 작가

팝아티스트이자 풍류 화가인 이하 작가는 지난해 9월 용산 대통령실 인근에서 윤석열 대통령을 풍자한 포스터를 붙여 경찰조사를 받고 현재 검찰 조사를 앞두고 있다. 혐의는 옥외광고물법 위반이다. 이하 작가는 앞서 2012년 연희동 일대에도 전두환 씨를 풍자한 포스터를 붙였고 2014년에는 서울 광화문 일대에 박근혜 전 대통령을 풍자한 포스터를 거리에 뿌려 기소되기도 했다. 권력을 풍자하는 그림과 사회적 퍼포먼스로 이슈를 만들던 이하 작가는 ‘문화계 블랙리스트’에 오르기도 했다. 

이하 작가는 문재인 정부 시절 풍자 작품 발표가 뜸하다가 최근 들어 다시 활동하기 시작했다. 그는 얼마 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전시 예정이었던 ‘2023 굿바이전 인 서울’에 참여했다. 하지만 전시 작품이 국회사무처에 의해 기습 철거되면서 전시회가 취소되는 등 ‘표현의 자유’ 논란이 일었다. 

이에 대해 이하 작가는 “이명박, 박근혜 정부 때도 일방적이고 기습적으로 작품을 떼어 간 적이 없다”며 “윤석열 대통령에게 필요한 건 감성”이라고 말했다. 이하 작가는 또 “전시된 작품에 대해 자극적인 내용을 뽑아 트집을 잡는 것”이라며 “예술인으로서 다른 이들에게 선한 영향력을 끼칠 것이고 양심과 신념에 따라 어떤 어려움이 있어도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인터뷰는 지난 1월 26일 서울 정릉에 있는 이하 작가의 작업실에서 진행됐다. 

   
▲ 팝아티스트이자 풍류 화가인 이하 작가 <사진=박효연 기자>

# 윤석열 정부에서 예술인으로 살아남기

Q 최근 국회 의원회관에서 전시 예정되어 있었던 ‘굿바이전’에 참여했는데 작품들이 강제 철거가 되면서 전시가 취소됐어요. 전시에 직접 참여한 작가로서 어떻게 보고 계신가요?

예술은 사회적 계급이 높지 않아요. 예술가라는 존재들은 돈을 버는 사람들이 아니니까 사회적 약자처럼 보호해야 된다, 이런 인식이 있어요. 그래서 예술가들은 무슨 짓을 해도 봐주자, 라는 사회적 합의가 있거든요. 예술인을 건드린다는 건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말도 안 되는 거예요. 이명박, 박근혜 때도 사실 말없이 작품을 떼어 간 적이 없어요. 그때는 그나마 합의점을 찾고 그랬는데 지금 정권은 말없이 떼어간 거죠. 일방적으로 기습을 한 거죠. 그런데 그게 오히려 홍보가 됐어요. 지금 작품들을 벙커1에서 전시하고 있는데 사람들이 많이 와서 보고 가요. 흥행했으니 일단 고맙죠 뭐. (웃음)

Q 국회에서 다른 작품들도 전시되고 있지 않나요?

국민의힘 의원들이 초대한 작가들의 작품도 전시를 많이 하거든요. 그런데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아요. 그런데 꼭 진보 성향의 작가들이 전시를 하면 문제를 제기하더라고요. ‘굿바이전’이라는 이름으로 전시한 게 두 번째예요. 첫 번째도 문제가 있었어요. 다들 기억하실 텐데 박근혜 전 대통령을 패러디 한 이구영 화가가 그린 풍자화 ‘더러운 잠’이라는 작품으로 한창 논란이 됐었어요. 트집이라고 봐요. 누가 봐도 그건 패러디거든요. 프랑스 화가 에두아르 마네의 작품 ‘올랭피아’인데 정상적인 미술 교과서를 본 사람들은 다 아는 그림이에요. 이번에도 누드라는 자극적인 내용을 뽑아 트집을 잡은 거죠. 

   
▲ <2023 굿바이전 인 서울>에 전시되어 있는 이하 작가의 작품. 국회의원 회관에서 전시예정이었던 <2023 굿바이전 인 서울>은 오는 2월 8일까지 서울 서대문구에 있는 벙커1에서 전시되고 있다. 이하 작가는 전시된 자신의 작품에 대해 “남북평화를 염원하는 작품.”이라고 밝혔다. <사진 제공 = 이하 작가>

Q 최근에 SNS에 올린 ‘그 입 좀 지져뿔자’라는 작품이 페이스북 규정 위반으로 삭제되었어요. 어떤 작품이고 삭제 이유는요?

그 작품이 짧은 시간 공유가 많이 되었어요. 그런데 누가 신고를 했더라고요. 선동과 폭력을 조장했다는 이유로 페이스북에서 삭제되었어요. 

예술가들은 캐릭터로 평가를 해요. 윤석열 대통령은 아주 매력적인 빌런 캐릭터, 악독한 빌런 캐릭터예요. 모든 걸 다 갖췄어요. 아주 야비하고 치사하고 뻔뻔하죠. 거기다가 멍청하기까지한 모든 걸 다 갖춘 최고의 빌런 캐릭터다, 이렇게 말하고 싶어요. 어느 동네나 그런 사람이 있을 수 있어요. 놀 때는 재밌죠. 그런데 이런 사람이 이장이 되면 큰일 나거든요. 이런 사람의 특징은 누가 내 재산 빼앗아 가지 않을까 노심초사하다가 창문에 고양이 한 마리 지나가면 막 놀라서 권총으로 난사해요. 

지금 해외 가서 하는 짓을 보세요. 이 양반 입을 좀 꿰맸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어떻게 입을 다물게 할까, 고민하다가 제가 용접을 잘하거든요. 그래서 용접하게 됐죠.

   
▲ 이하 작가는 지난해 용산 대통령실 인근 버스 정류장에 대통령 풍자 포스터를 붙여 경찰 조사를 받았다. <사진제공=이하 작가>

Q 지난 해 윤석열 대통령 풍자 포스터, ‘벌거벗은 임금님’ 작품을 용산 버스정류장 등에 부착했다가 옥외광고물법과 경범죄처벌법 위반했다는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았어요. 현재 사건 진행이 어떻게 되고 있나요?

작년 9월, 경찰 조사를 받았고 이제 검찰 조사가 남아 있는데 아직 연락이 없네요. 전 이미 비슷한 걸로 기소가 돼서 아마 이번에도 벌금이 나오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어요. 

Q 지난번에는 벌금 마련을 위해 그림 경매를 했는데, 이번에는 어떻게 하실 생각인가요?

정류장에 그림 붙일 때부터 생각하고 있었는데요. 이번에 벌금이 나오면 아예 들어갈까 싶어요. 제가 그림을 그리니 들어가서 벽화에 그림 그리고 나올까 해요. 제가 교도소를 가는 건 훈장이라고 생각해요. 언젠가 사람들이 알아주면 좋고, 그렇지 않더라도 이건 나의 양심과 신념에 의해 하는 거니까요. 제가 양심과 신념에 맞게 해야 직성이 풀리거든요. 나 같은 놈들이 계속 움직여야죠. 어려움이 있어도 저는 계속할 거에요. 

Q 작품 활동하면서 그래도 제일 걱정스럽고 겁나는 게 있을 것 같아요.

내가 유일하게 겁내는 게 하나 있어요. 내가 이 시대에 맞는 그림을 그리고 있나? 나는 이 시대에 대중들이, 민중들의 진보적인 의식을 작품 안에 녹여야지 하는 게 제 철학인데, 내가 이걸 잘하고 있나? 작품에 안 보여지면 어떻게 하나, 이런 게 제일 두려워요. BTS나, 싸이나 자기들 식대로 그냥 논 거죠. 그걸 대중과 코드가 맞아 거대한 문화를 만들었어요. 저 역시 마찬가지에요. 내 식으로 그림을 그린 게 대중들이 알아봐주는 거죠. 세상이 찾는 거죠. 하지만 가끔 그런 생각을 해요. 내가 시대의 흐름에 맞게 가고 있나, 하는 생각이요. 그게 맞지 않을까봐 걱정이 돼요. 

Q 예술가로서 본 윤석열 정부, 어떤가요?

아마 이 정도까지 예상한 사람은 없을 거예요. 진짜 슈퍼스타가 될 것 같아요. 박근혜 정부 전체적으로는 그냥 멍청하기만 했던 것 같은데 지금은 멍청함 플러스 뭔가가 더 많아요. 제일 슬픈 건 박근혜 정부 때는 말하자면 민주주의를 지탱하는 보루가 많았어요. 백기완 선생 같은 인물도 있었고 민주당도 열심히 했던 것 같고. 그런데 지금은 권력을 공유하는 기관들, 국민의힘, 검찰, 경찰, 국세청, 법원, 언론, 모든 것들이 권력을 공유하는데 쓰이고 있어요. 아주 똘똘 뭉쳐 있어요. 

저도 촛불집회 한 번씩 나가는데 예전처럼 사람들이 모이지도 않고 주변에서도 힘이 빠진 것 같아요. 그런데 우리가 한 가지 명심해야 해요. 권력자들 말이죠, 어느 순간 내가 세상을 다 가졌다, 라고 착각할 때가 있거든요. 그 때부터 망합니다. 왜냐면 세상은 이렇게 물리적으로만 움직이지 않거든요. 힘으로 되지 않아요. 우리가 촛불을 들어 아주 어럽게 세상을 바꾸죠. 이런게 반드시 세상을 변화시키는데 영향을 끼칩니다. 거기에 화학적으로 예술가들이 하는 행위들, K드라마, 음악, 음식, 이런 예술적인 것들이 자연스럽게 의식을 변화시킵니다. 예술이 가진 힘이 무섭잖아요. 이런 화학적 작용을 통해 세상은 또 변합니다. 

   
▲ 서울 정릉에 있는 이하 작가의 작업실에 여러 작품이 전시되어 있다. <사진=박효연 기자>

Q 좋은 지도자는 어떠해야 할까요?

좋은 지도자, 괜찮은 리더가 되기 위해선 두 가지 조건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의외로 간단합니다. 이성의 영역과 감성의 영역을 골고루 갖추고 있어야 해요. 김대중, 노무현, 문재인 같은 경우는 이 부분을 조화롭게 갖고 있었던 분들이에요. 그때는 큰 인기가 없었지만 결국 지금 사랑 받으시잖아요. 눈물 흘릴 줄 아는 그런 감성의 영역이 있어야 하는 거죠. 그런데 윤석열 대통령 같은 경우는 감성 영역이 없어요. 난 이렇게 없는 사람 처음 봐요. 가지고 있는 이성의 영역도 어떻게 하면 권력을 뺏을까, 어떻게 하면 말 안 듣는 놈 처리할까, 이런 쪽의 영역만 있는 거죠. 훗날에도 절대 사랑받을 수 없는 존재입니다. 지금이라도 자연인으로 돌아가야 해요. 본인을 위해서 여기서 그만두어야 해요. 국제적으로도 가장 바보 같은 리더가 될 것이고 망신을 당할 거에요.

제가 기소를 많이 당해서 검사들을 많이 만나봤잖아요. 검사들하고 얘기할 때 내가 쓰는 단어를 못 알아 들어요. 감성의 영역에서 쓰는 용어가 많잖아요. 나 역시 그들이 쓰는 단어를 못 알아듣죠. 이 분들 아이큐는 좋은데 이큐가 너무 없어요. 윤석열 대통령도 마찬가지죠. 결국 좋은 지도자는 감성 영역도 발달해야 된다, 이렇게 생각합니다. 

Q 몇 해 전에는 전국을 돌아다니면서 활동을 한 걸로 알아요. 또 계획이 있으신지?

아트트럭이라고 트럭을 끌고 전국을 다녔어요. 부산도 가고 팽목항도 갔었죠. 어느 곳은 사람이 어마어마하게 모였어요. 우리가 준비한 영화 틀어주고 저는 시민들 캐리커쳐 그려줬어요. 그때 반응이 무척 좋았어요. 아이들 어른들 할 것 없이 다 호응해주시고 응원해주셨어요. 문화의 힘이 느껴졌어요. 이렇게 세상을 변화시킬 수도 있겠다, 새로운 문화 형태가 될 수 있겠다 싶었어요. 내가 했던 행사 중에 가장 잘했다고 스스로 생각했어요. 그런데 지금은 자원도 없고 힘이 좀 빠졌어요. 하지만 언젠가 다시 하고 싶어요. 

   
▲ 이하 작가는 BTS와 김구 선생이 함께 있는 모습을 작품으로 남겼다. <사진=박효연 기자>

Q 작가님의 작품의 철학, 또 작품을 통해 전하고 싶은 게 무엇인가요?

오래전 백범일지를 읽었는데 아주 놀랐어요. 그냥 독립운동가로만 생각했는데 이 분은 인류애가 깊고 한반도를 넘어 세계사를 보는 인식이 무척 깊은 분이에요. 김구 선생이 문화의 힘을 얘기했잖아요. 정말 기가 막힌 말인 것 같아요. 저는 우리나라가 위대한 국가가 될지도 모르겠다, 라고 생각했어요. 문재인 정부 때 말이죠. 김구 선생의 말처럼 다른 나라를 쳐들어가서 죽이고 빼앗는 제국주의가 아닌 품질 좋은 제품을 전 세계에 보내줘서 생활을 풍요롭게 하고 사람들의 영혼을 즐겁게 해주는 문화를 가진 나라, 어려운 나라를 도와주는 그런 나라, 다른 나라의 존경을 받는 나라. 한 때 우리가 그럴 수 있겠다는 생각에 흥분을 한 적 있어요. 예술인으로서 다른 이들에게 선한 영향력을 끼치고 싶어요. 제가 진짜 하고 싶은 작품들을 널리 알리고 싶죠. 

Q 윤석열 정부가 아니었으면 했을 작품, 또 앞으로 하고 싶은 작품이 있다면요?

정치 패러디 그만하고 싶어요. 정치인들 보기 싫잖아요. 제가 진짜 하고 싶은 작품은 남북평화에 대한 작품이에요. 지금도 꾸준히 하고 있긴 한데 본격적으로 작품을 만들고 싶고요. 또 사라져가는 동물 시리즈를 만들고 싶어요. 제가 동물을 좋아하거든요. 

그리고 지금 꾸준히 작업하고 있는 게 있어요. 제가 있는 이곳이 정릉인데 인근으로 몇 마을이 재개발이 되고 있거든요. 그래서 사라져가는 것들, 마을 풍경, 정취, 사람들…. 이런 것들을 작품으로 기록하고 있어요. 

   
▲ 이하 작가는 곧 재개발이 되어 사라질 마을의 모습을 작품으로 남겼다. <사진제공=이하 작가 페이스북>

Q 어떤 화가가 되고 싶나요?

나는 대한민국이 세계 최강의 국가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정말 너무나 간절해요. 어느 정부도 감히 비교할 수 없는 국력과 문화력과 외교력을 갖춘 최고 수준의 국가가 되었으면 해요. 민주주의 그 이상의 민주 시스템을 선도하고 실천하는 나라죠. 그러기 위해 저는 통일운동을 하는 화가가 될 거예요. 때로 순진하다는 욕을 먹기도 할 것이고 뻘건놈이라는 손가락질도 받을 수 있지만, 상관 없어요. 

가끔 상상을 해요. 남북한 젊은이들이 같이 학교를 다니고 같은 회사를 다니는 상상, 두배의 땅덩어리와 8천만의 인구로 더 큰 시장을 만드는 상상, 원산 앞바다에서 스킨스쿠버를 하고 개마고원에서 캠핑하는 상상, 기차타고 영국가서 손흥민 축구 경기를 보고 우리 공장에서 만든 값싸고 좋은 물건을 세계에 실어 나르는 상상요. 이런 상상이 제가 통일운동을 하게 하는 원동력이 돼요. 

Q 마지막으로 고발뉴스 독자 여러분께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2012년 연희동에 전두환 풍자하는 포스터를 붙였는데 그때 이상한 잠바떼기 걸치고 절 도와준 이상호 기자님이 선명하게 기억이 납니다. 그때부터 고발뉴스에 굉장히 애정이 있었어요. 고발뉴스는 우리 민주주의를 지탱하는 보루에요. 그래서 살아남아야 합니다. 후원들 많이 해주세요. 덧붙여 독자 여러분께 추가로 드릴 말씀, 시대를 두려워하지 마세요. 독재자가 이기는 역사는 없습니다. 언젠가는 우리가 이깁니다. 반드시.

   
▲ 이하 작가는 지난 2012년 전두환의 전 재산 29만원이라는 주장을 풍자한 그림을 서울 연희동 주택가에 붙였다. <사진 제공=이하 작가>

이하 작가

팝아티스트이자 만화가, 풍류 화가인 이하는 대학 강사를 그만두고 마흔 한 살 늦은 나이에 미술가의 길을 택했다. 

그날 그날의 생각을 정리한 ‘풍자일기’ 등을 SNS와 민중의 소리에 연재하고 있다. 정치권을 신랄하게 풍자하는데 2011년 이명박 전 대통령을 풍자한 포스터를 부착한 것을 시작으로 전두환, 박근혜, 윤석열 대통령 등을 풍자한 포스터를 제작, 배포, 벽에 부착해 수차례 경찰 조사를 받았다. 예술의 사회적 기능을 믿고 행하는 풍자 전문 길바닥 화가로 한반도 평화를 염원하며 통일운동을 화가의 길을 걷고 있다. 

 

박효연 기자 balnews21@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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