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尹 돼지국밥’만 보도하더니, 입장문 나오자 앞다퉈 보도…언론 후속검증은?
“제 집에는 제 친구들도 모여 살았어요. 누구랑 동거할 시간이 없는데, 어떻게 누구랑 동거를 합니까. 우리나라 공무원 사회가 얼마나 무서운데 그 검사는 바봅니까? 그건 이득을 위한 일방적인 공격이에요.”
지난달 30일 <뉴스버스>와의 인터뷰(☞[단독인터뷰] ‘윤석열 X파일’ 반박 김건희 , “쥴리였으면 본 사람 나올것”)에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아내 김건희씨는 이른바 ‘검사 동거 관련 소문’에 대해 위와 같이 단언했다.
▲ 지난 2019년 7월25일, 검찰총장 임명장 수여식 당시의 윤석열 전 총장과 부인 김건희 씨. <사진제공=뉴시스> |
친구들끼리 모여 살았다는 주장은 차치하더라도, 일견 거짓 소문에 단호하게 대응하는 정치인 아내의 전형적인 ‘워딩’이라 할 수 있었다. 이에 대해 <뉴스버스>는 “정체불명 문건에는 김건희씨의 과거를 언급하며 김씨가 과거 전도유망한 유부남 검사와 동거를 했다는 이야기도 담겨 있다”며 질문의 배경을 설명한 바 있다.
앞서 해당 인터뷰는 윤 전 총장의 대선출마 선언 직후 공개돼 화제를 모았고, 정치권 안팎과 언론 및 여론의 관심은 이른바 ‘쥴리’ 의혹에 맞춰졌다. 인터뷰 이 전까지 수면 위로 올라오지 않았던 김씨의 유흥업소 근무 관련 의혹에 대해 김씨 본인이 “제가 쥴리니 어디 호텔에 호스티스니 별 얘기 다 나오는데 기가 막힌 얘기”라며 먼저 입을 열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의혹은 그뿐이 아니었다. 해당 인터뷰에서 <뉴스버스>는 “김건희씨의 출입국 기록이 나오지 않는다는 의혹이 제기되거나 동거 중이던 검사와의 해외여행 출입국 기록이 삭제됐다는 소문도 떠돌고 있다”며 항간에 떠돌던 ‘검사 동거’ 관련 소문에 이어 같은 검사와의 해외여행 의혹에 대해서 물었다. 그에 대한 김씨의 해명은 이랬다.
“저희가 뭐 출입국 기록을 지웠다느니 하는 말이 있는데, 예전에 어떤 기자가 저한테 질문해서 그럼 기자님이 공권력을 다 동원해서 출입국 기록을 그걸 지울 수 있으면 저 좀 가르쳐 달라고 했어요. 할 수 있으면 한번 지워달라고. 사회가 자꾸 마타도어로 기득권을 지키려고 하는데, 이래선 우리 국민들이 피해를 본다.
제가 공무원 부인으로 한 9년 살아봤는데 이런 거짓에 너무 놀아나니까 어떤 것들도 다 색안경을 끼고 본다. 결국 피해자는 다 국민들이예요. 왜 우리가 거기에 놀아나야 됩니까. 거짓과 진실은 반드시 있는데 목소리 큰 사람이 자꾸만 이긴다. 그래도 결국 사실은 사실이고, 진실은 드러나게 돼 있다”
맞다. 사실은 사실이고, 진실은 드러나게 돼 있다. 김씨는 ‘쥴리’ 의혹에 대해 “제가 쥴리였으면 거기서 일했던 쥴리를 기억하는 분이나 보셨다고 하는 분이 나올 거예요. 제가 그런 적이 없기 때문에 시간이 지나면 모든 게 가려지게 돼 있어요”라고 답했다. 사실이었다. 김건희씨의 과거 행적을 똑똑히 기억하는 이가 출현했다. 다만, ‘쥴리’ 의혹이 아닌 ‘검사 동거’ 의혹과 관련된 증언일 뿐이었다.
높은 관심 속에 공개된 양 전 검사 모친의 인터뷰
“김건희씨가 과거 양◯◯ 전 검사와 동거를 했고 그의 어머니가 거주하고 있는 경기도 남양주 팔당 모처에 자주 놀러갔으며 함께 생활하기도 했었고 모친을 향해 ‘어머니, 어머니’라 부르며 살갑게 지냈다란 충격적인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또한, 현재 김건희, 윤석열 부부가 거주하고 있는 서초동 주상복합 아파트 아크로비스타 306호를 최초 분양받아 원금과 이자를 합쳐 중도금과 잔금을 부어오다 2달치만 남겨두고 자신(김건희)이 대신 대납해주겠다고 하면서 가져간 아크로비스타를 강탈해가다시피 했단 이야기도 들었습니다.” (27일 열린공감 TV 정PD 페이스북 글 중에서)
인터넷 매체 열린공감TV가 26일 유튜브 채널을 통해 공개한 <특종! 양◯◯ 전 검사 어머니 단독 인터뷰! - “얘가 너무 남자가 많았다” “남의 재산을 빼앗았다”> 방송의 핵심 요약은 이랬다. 해당 방송에서 열린공감TV는 <경향신문> 강진구 기자와 ‘검사 동거’ 의혹의 당사자인 양 모 전 서울남부지검 차장검사의 모친 A씨와의 지난 24일 인터뷰를 공개했다.
해당 의혹은 <뉴스버스>에 앞서 지난해 KBS <시사기획 창>이 <유검무죄 17년 만의 소송> 편을 통해 윤 전 장모 최씨와 18년 간 법정 투쟁을 벌이고 있는 정대택씨 관련 사건을 취재하면서 자세히 다룬 바 있다(☞관련 기사 : KBS 기자가 밝힌 ‘김건희 출입국 기록’ 미스터리 전말).
당시 양 검사는 KBS와의 인터뷰에서 ‘최씨와 김씨와 함께 여행을 한 것은 맞지만 최씨가 댄 여행비는 뇌물이 아니었다. 김씨를 소개해 준 것은 제이슨이란 인물이고 해외로 이민간 그 제이슨은 연락이 되지 않는다’는 취지로 관련 의혹을 부인한 바 있다. 또 KBS는 정씨 재판 과정에서 양 전 검사와는 달리 최씨와 김씨의 해외여행 출입국 기록이 제출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열린공감TV 취재 결과 A씨의 증언은 과거 양 전 검사의 KBS의 인터뷰와는 완전 딴판이었다. A씨에 따르면, 김씨는 A씨를 엄마라고 부르고 자신을 딸, 양 전 검사를 오빠라고 부르며 가족과 다름없이 생활했다. 또 A씨는 김씨가 양 전 검사와의 동거 이후 윤 전 총장과 결혼한 것에 대해 “나(와 아들)를 배신하고 다른 남자한테 갔다”라고 말했다. A씨가 털어놓은 김씨의 석연치 않은 행적은 그게 전부가 아니었다.
▲ <이미지 출처=유튜브 채널 '열린공감TV' 화면 캡처> |
“게다가 양 전 검사를 배신(?)하고 윤석열씨와 결혼하고 하와이로 신혼여행을 떠나면서 양 전 검사 모친에게 전화하여 뒷말이 나오지 않게 이른바 ‘말단속’을 했단 너무도 믿기 힘든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 밖에 노부부가 살고 있는 팔당 전원주택을 담보 잡았다가 들통 난 사건과 첫 남편인 산부인과 의사와의 파경에 이른 자세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이러한 양 전 검사 모친의 증언은 그동안 김건희씨가 주장해온 과거 유부남 검사와 동거를 했다는 소문에 대해 ‘제집에는 제 친구들도 모여 살았다’며 ‘누구랑 동거 할 시간이 없는데, 어떻게 누구랑 동거를 하나"라고 한 이야기를 전면 부정하는 매우 중요한 증언이었습니다.” (27일 열린공감 TV 정PD 페이스북 글 중에서)
양 전 검사의 반론과 사필귀정
이처럼 A씨가 묘사한 김씨의 행적은 충격적일 수밖에 없었다. 이를 반증하듯 열린공감TV가 26일 저녁 공개한 해당 영상은 27일 오후 50만을 육박하는 높은 조회수를 기록 중이다. 하지만 열린공감 TV의 A씨 단독인터뷰를 받아 보도한 주요 언론은 이날 오후까지 <오마이뉴스>와 <이데일리>, JTBC 뿐이었다.
이에 대해 정PD는 같은 페이스북글에서 “이렇듯 너무도 확실한 열린공감TV 취재에 대해 어찌 제대로 보도를 해 주는 곳이 없단 말입니까. 시민들은 알권리가 있습니다”라며 “윤석열 후보가 오늘 부산에 가서 돼지국밥에 소주로 점심을 먹는 것이 기사꺼리입니까? 그런 기사는 차고 넘치고 있는데 어찌 양 전 검사 모친의 한 맺힌 증언은 나몰라라 하는 것입니까”라고 토로하기도 했다.
▲ 야권 대권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27일 부산 서구의 한 식당을 방문, 지역 국회의원들과 함께 식사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
이날 늦은 오후 양 전 검사가 가족 일동의 입장문을 내며 반전이 일었다. ‘김씨와 사적 관계는 없었고 치매에 걸린 모친의 열린공감TV 인터뷰는 인권유린’이란 취지의 양 전 검사측 입장문을 언론들이 앞다퉈 보도하기 시작한 것이다.
해당 입장문에서 양 전 검사는 “열린공감tv 등은 94세 노모의 집에 일방적으로 찾아간 것도 모자라 ‘점을 보러 왔다’며 거짓말로 접근하고 원하는 답을 질문에 넣어 유도했다”며 “평소 94세 고령에 거의 거동을 제대로 하지 못하며, 귀가 어두어 가족에게도 동문서답하는 등 정신상태가 치매기가 있어 온전치 못해 가족들의 간호를 오랫동안 받아왔던 노모에게 무슨 의미인지도 모른채 유도된 답변은 모두 사실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양 전 검사는 “이번 행위로 충격받은 어머니는 몸져누우셨고, 가족들도 기가 막히고 비열한 인권유린 행위에 대해 이하 가족들을 대표하여 반드시 법에서 정한 엄정한 처벌이 이루어지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김씨는 지난달 <뉴스버스>와의 인터뷰에서 “거짓과 진실은 반드시 있는데 목소리 큰 사람이 자꾸만 이긴다. 그래도 결국 사실은 사실이고, 진실은 드러나게 돼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작금의 현실에서 “목소리가 큰 사람”이 누구인가. 아니, 검찰총장 재직 시절 ‘친검찰’ 언론이 떠받들다시피 ‘윤비어천가’를 쏟아내며 대선후보 반열에 올린 이가 누구인가. 바로 윤석열 전 검찰총장 아닌가.
핵심은 김씨의 과거 사생활이 아니다. 대선후보의 아내이자 대선 결과에 따라 영부인이 될 수 있는 김씨의 거짓 해명이, 그 해명 속에 감춰졌을 지 모를 불법과 위법이, 이를 가능케 했을지 모를 윤 전 총장의 두둔과 개입 의혹이 핵심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결국 김씨의 말에 답이 있다. 사필귀정일 수밖에 없다. 사실은 사실이고, 진실은 드러나는 법이다. 장모 최씨가 결국 법정구속되고 또 다른 재판을 앞두고 있는 것처럼 말이다. 그런 점에서, 김건희씨의 출입국 기록 의혹 등 관련 의혹에 한 발짝 다가간 열린공감TV의 보도의 파장이 어디까지 이어질지, 양 전 검사 측 주장과 다른 후속검증으로 이어질 지 관심 있게 지켜보도록 하자.
하성태 기자
하성태 기자 woodyh@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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