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백만명 분량 폐기할 판…코로나 백신 구매 서두르지 않는 이유 중 하나”
월스트리트저널(WSJ)이 한국이 코로나19 백신 확보에 서두르지 않는다고 보도한 가운데 기모란 국립암센터 교수는 20일 ‘독감 백신’ 언론 보도를 떠올리며 서두를 이유가 없다고 했다.
기모란 교수는 이날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우리가 화이자나 모더나 백신을 샀는데, 어디선가 부작용에 대한 불안이 폭증된다고 하면 써보지도 못 하고, 아예 그거 쓰면 안된다는 얘기가 나올 수 있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언론들은 독감 백신과 사망 사이의 인과관계를 확인하지도 않고 속보로 ‘독감 백신 접종 후 사망’ 기사를 쏟아냈다. 김원장 KBS 기자는 SNS에 이런 식이면 ‘지난해 노인 10만2000여명 독감백신 맞고 사망’이라고 제목을 뽑아야 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김원장 “모두 피해…독감주사 ‘言 위험한 제목뽑기’ 멈춰야”).
▲ <이미지 출처=TV조선 '보도본부 핫라인' 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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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모란 교수는 “이러한 언론 보도로 불확실성에 대한 사람들의 불안이 커지면서 지금 예방접종률이 작년보다 한 10% 정도 떨어졌다”고 말했다.
기 교수는 “엄청 애를 써서 3000만명 분을 확보했는데 굉장히 많이 폐기하게 될 것 같다”며 “보통 100만명 분 정도를 폐기하는데 올해는 더 많이 할 것 같다”고 했다.
그는 “정부가 국가백신으로 1900만여명을 맞히려고 했는데 1300만명 밖에 안 맞아서 600만명 정도가 남아 있는 상태”라고 덧붙였다.
WSJ는 18일(현지시간) ‘코로나19 백신, 한국은 가격이 적당할 때까지 기다릴 수 있다고 말한다’란 제목의 기사에서 한국이 미국이나 유럽연합보다 백신 공급에 대한 접근법이 신중하다고 보도했다.
WSJ는 한국은 합리적인 가격에 구입하기 위해 서두르지 않으며 또 보건 당국자들이 초기 백신은 효과가 없거나 부작용을 낳을 수 있어 신중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고 전했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17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화이자와 모더나가 한국에 연락을 해와 빨리 계약을 맺자고 한다”며 “백신 확보에서 불리하지 않은 여건에 있다”고 밝혔다.
이철우 국제백신연구소(IVI) 박사도 WSJ와의 인터뷰에서 “확진자 수를 낮게 유지할 수 있는데 서둘러 백신을 주문해 위험을 감수할 이유가 있겠느냐”며 “한국은 미국이나 유럽처럼 급한 상황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화이자·모더나 백신 공급 상황과 관련 기 교수는 “화이자는 미국에 6억분, EU나 일본에 각각 1억 2천만 회분을 내년 말까지 납품하기로 약속했다”고 짚었다.
이어 “납품 약속한 게 9억여회분이기에 우리가 약속하고 구매한다고 해도 내년 안에 받기도 쉽지 않다”며 미리 돈 주고 살 이유가 없다고 했다.
또 “내년 3~4월까지면 지금 3상 임상시험을 하는 게 10개 정도 된다”며 “굉장히 많은 약들이 계속 효과를 발표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런 상황에서 미리 화이자 등과 계약해놓으면 더 좋은 게 나와도 물릴 수 없다는 것이다.
특히 화이자 백신은 영하 70도에서 5일간 보관해야 하기에 새로운 냉동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기 교수는 “영하 70도씨 콜드체인을 만드는데 돈을 쓰고 준비해야 한다”며 “현재 우리가 가지고 있는 2~8도 정도의 냉장 콜드체인이면 충분한 백신도 굉장히 많다”고 했다.
가격에서도 화이자, 모더나 백신은 최고가라며 “우리나라에서 위탁생산이지만 하고 있는 아스트라제네카 것은 4달러 정도밖에 안 된다”고 비교했다.
한국은 충분히 관리가 가능하고 좋은 백신들이 계속 나오기에 굳이 서둘러 비싼 가격의 백신을 살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민일성 기자 balnews21@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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