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fault_top_notch
default_setNet1_2

조금은 보기 민망한 경향의 ‘신격호 회장 영결식’ 기사

기사승인 2020.01.23  16:17:21

default_news_ad1

- [신문읽기] 공정한 태도 유지했던 ‘부고 기사’ … 영결식 기사에선 균형감 상실

“롯데 창업자인 고 신격호 명예회장이 22일 성공의 상징인 롯데월드타워에서 마지막 길을 떠났다 … 명예 장례위원장을 맡은 이홍구 전 국무총리는 추도사에서 ‘당신이 일으킨 사업들은 지금 대한민국의 경제를 떠받치는 기둥이 됐다. 우리 시대의 위대한 선각자였다’고 추모했다.”

오늘(23일) 경향신문 25면에 실린 고 신격호 롯데 명예회장 영결식 기사 가운데 일부입니다. 해당 면 헤드라인으로 실렸습니다. 제목은 <신격호 롯데그룹 창업자, 롯데월드타워에서 영결식 엄수…“당신이 일으킨 사업은 나라의 기둥이 됐습니다”>입니다. 좀 깁니다. 

   
▲ <이미지 출처=경향신문 홈페이지 캡처>

기성 언론은 롯데그룹 홍보실이 아니다 … 최소한의 균형은 지키자 

고인에 대한 예의 차원에서 영결식 기사를 싣는 건 충분히 이해합니다. 하지만 경향신문이 롯데그룹 홍보실이 아닐진대 ‘이런 식의 일방적인 제목’을 뽑는 게 온당한 것인가 – 묻고 싶습니다. 

‘고 신격호 회장 영결식 엄수’라는 저널리즘적 관점을 유지할 수는 없었을까요. 경향신문에게 던지는 질문입니다. 아니면 오늘(23일) 서울신문이 보도한 제목 - <두 아들 배웅 받으며… 123층 롯데타워서 마지막 길 떠나> 정도에서 그칠 순 없었던 걸까요. 

“당신이 일으킨 사업은 나라의 기둥이 됐습니다”라는, 저널리즘을 다루는 언론이 뽑은 제목이라고 보기엔 다소 보기 민망한 대목을 굳이 넣어야 했는지 의문입니다. 

경향의 ‘오버’는 여기서 그치지 않습니다. 같은 면에 류종수 전 마루베니 사장 보좌역의 ‘추모글’을 관련 기사로 싣습니다. 제목이 <21세기는 한국의 세기 예언한 경제인>입니다. 내용은 굳이 소개하지 않겠습니다. 

   
▲ <이미지 출처=경향신문 홈페이지 캡처>

다만 이미 지난 20일 1면과 8면 전면을 할애해 신격호 회장과 롯데그룹을 조명하는 기사를 내보낸 경향이 ‘영결식’ 관련 기사를 이 같은 비중과 기조로 배치해야 했는지에 대해선 여전히 물음표를 던질 수밖에 없습니다. 무엇보다 지난 20일 기사의 논조와 오늘(23일) 경향신문의 ‘기조’는 상당히 다릅니다. 한번 볼까요? 

“일본과 한국을 오가는 ‘셔틀경영’과 무리하게 차입하지 않는 ‘빚 없는 경영’ 등 그간 높이 평가받던 신 명예회장의 경영철학과 공적도 거미줄처럼 얽히고설킨 지분구조, 전근대적인 황제경영 등으로 빛이 바랬다. 아흔이 넘어서도 경영권을 손에 쥐고 승계구도를 확정짓지 않는 바람에 결국 평온치 못한 말년을 보내야 했다.” 
(경향신문 1월20일자 8면 <풍선껌으로 시작, 유통·관광·유화 망라한 ‘재계 5위 기업’ 이끌다>) 

“여느 재벌처럼 신 명예회장의 폐쇄적이고 전근대적인 경영 방식에는 비판이 뒤따랐다. 2015년 7월 그가 일본 롯데홀딩스 이사진을 ‘손가락으로 해임’한 사실이 알려졌다. 이에 사장단 회의나 주주총회 등을 거치기보다 주요 의사결정은 오롯이 그의 한마디로 이뤄졌던 그간의 독단적인 황제경영이 도마에 올랐다. 2006년 신동빈 회장이 롯데쇼핑 기업공개(IPO)를 추진할 때 ‘회사를 왜 남에게 파느냐’고 질책했던 이야기도 다시 회자됐다. 일부 지분을 통한 폐쇄적 계열사 지배나 복잡한 일본롯데와의 관계 등 불투명한 기업지배구조는 결국 아들 간 경영권 다툼의 불씨를 만들었다는 평가도 나온다.” 
(경향신문 1월20일자 8면 <풍선껌으로 시작, 유통·관광·유화 망라한 ‘재계 5위 기업’ 이끌다>) 
 

물론 신격호 회장 별세를 전후해 그의 생전 업적을 객관적으로 평가하는 기사와 ‘추모 분위기’를 전하는 영결식 기사는 ‘결’이 다르다는 반론을 할 수도 있을 듯 합니다. 

그럴 수도 있겠지만 그것도 ‘정도’가 있는 법입니다. ‘일방적 추모와 찬양’에 가까웠던 다른 신문과 달리 경향은 고인에 대해 ‘공과’를 나름 객관적으로 평가하려고 노력했습니다. 저는 그렇게 보고 있습니다. 

지난 20일 별세 기사를 객관적으로 조명했던 경향…영결식 기사는 ‘일방 추모’로

‘그랬다면’ 영결식 기사 역시 비슷한 기조로 가는 게 온당하다고 봅니다. 굳이 ‘롯데그룹 1인칭 시점’으로 오해받을 수 있는 기사는 내보내지 않는 게 좋았다는 얘기입니다. 더구나 굳이 ‘외부 기고’까지 받아 지면에 비중을 실을 필요가 있었을까요. 아무리 봐도 과했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물론 경향만 ‘과한 제목’을 붙인 건 아닙니다. 이를테면 동아일보는 오늘(23일) 23면에 <기업보국 실천한 거인, 고향에 잠들다… 신격호 롯데 창업주 영결식>이라는 제목으로 관련 기사를 보도했고, 중앙일보 역시 16면에서 <신동빈 “아버지, 우리나라 많이 사랑하셨다”>라는 제목으로 영결식 기사를 실었습니다. 

중앙일보는 신동빈 회장 시점으로 제목을 뽑았고, 동아 역시 ‘롯데그룹’ 관점으로 기사를 배치했습니다. 중앙과 동아 모두 저널리즘 관점과는 거리가 먼 제목이라는 게 저의 생각입니다. 

그런데 왜 이렇게 굳이 경향을 ‘콕’ 찝어서 비판하냐구요? 경향신문이기 때문입니다. 중앙과 동아일보는 고 신격호 회장 부고 기사를 ‘일방적인 찬양’ 수준으로 배치했지만 경향은 달랐습니다. 

   
▲ 22일 울산시 울주군 둔기리 롯데별장에서 고 신격호 롯데그룹 명예회장의 노제가 끝난 뒤 장지로 이동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우리 언론의 부고 기사가 ‘공정성을 잃은 주례사 비평’으로 가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경향의 ‘신격호 회장 부고 기사’는 나름 평가해 줄 대목이 있습니다. 그런데 그런 경향이 갑자기(?) 영결식 기사에서 균형이 무너졌습니다. 내용과 비중의 측면 모두 그랬습니다. 

저는 언론의 고위공직자나 기업인 ‘부고 기사’가 문제가 있다는 점을 이미 지적한 바 있습니다. 그런 맥락에서 나름 차별성을 보여준 경향의 이번 ‘신격호 회장 영결식 기사’는 안타까움을 줍니다. 굳이 이럴 필요가 있었을지 – 여전히 아쉬움이 남네요. 

민동기 미디어전문기자

고발뉴스TV_이상호의뉴스비평 https://goo.gl/czqud3

민동기 미디어전문기자 mediagom@gmail.com

ad44
default_news_ad3
<저작권자 © 고발뉴스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default_news_ad4
default_side_ad1

인기기사

ad41
ad37
default_side_ad2
ad38
ad34
ad39

고발TV

0 1 2 3
set_tv
default_side_ad3
ad35

섹션별 인기기사 및 최근기사

default_setNet2
default_bottom
#top
default_bottom_notc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