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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마 기자 “기득권자 관점에서 기사 쓰는 것이 기레기”

기사승인 2019.02.25  10:5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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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성태의 와이드뷰] 공영방송 부르짖었던 KBS와 MBC에 ‘돌직구’

“하나는 소득주도 성장정책 기조를 유지해달라는 것이다. 재벌 중심의 경제체제를 바꾸지 않으면 정권이 아무리 바뀌어도 서민들의 삶은 달라지지 않는다. 재벌과 유착하는 정치엘리트만 바뀔 뿐이다. 박정희 이래 수십 년 간 지속되어온 경제구조를 바꾸어야 한다. 소득주도 성장정책은 그 초석일 뿐이다. 기득권 세력의 압력과 유혹을 이겨내야 한다. 어렵겠지만 문재인 정부는 그 기초만 깔아도 성공이다.

둘째는 공론화위원회 방식의 국민대표단 제도를 더 활성화해주면 좋겠다. 우선 공영방송 사장 선임과정에 이 제도를 전격 도입해 국민들이 직접 사장을 뽑을 수 있게 하면 공영방송 종사자들이 정치권 눈치를 볼일이 없어질 것이다. 나아가서는 검찰총장이나 경찰총장 등 권력기관장들도 모두 청문회를 거친 뒤 국민대표단이 뽑도록 법을 바꾸는 것이 좋다. 제왕적 대통령제는 특정인에게 몰린 권한을 분산하고 국민에게 돌려줌으로써 타파 될 수 있다.” 

지난 13일 MBC 이용마 기자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러한 의견을 개진한 바 있다. 잘 알려진대로 병마와 싸우고 있는 이 기자는 “윤도한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이 다녀갔다”고 밝히며 이 메시지를 문재인 대통령에게 전달했다고 덧붙였다. 이 기자는 지난 2012년 MBC 파업 당시 최일선에 섰던 해직기자 출신으로 2017년 말 복직했으나 그에 앞서 암 투병 소식이 전해지며 안타까움을 자아내기도 했다. 

이 같은 이 기자의 메시지에, 문 대통령이 화답했다. 지난 17일 이용마 기자와 가족들을 직접 찾아 위로와 응원을 전했고, 이 기자의 의견 개진에 적극적으로 답한 것이다. 이날 이 기자는 문 대통령에 대해 “참으로 고마운 분”이라며 아래와 같은 글을 남겼다. 

“문재인 대통령께서 문병을 다녀가셨다. 참으로 고마운 분이다. 나 같은 게 뭐라고 이렇게 챙겨주시니 고맙기 그지없다. 김정숙 여사께서 직접 보내주신 무릎담요도 아주 긴요하게 쓰일 거 같다. 무엇보다 아이들에게 잊지 못할 기억이 될 것이다. 대통령 할아버지랑 직접 만나다니...”

24일 방송된 KBS1 <저널리즘 토크쇼 J>가 문 대통령에 이어 다시 이용마 기자를 만났다. 문 대통령이 방문했을 당시 MBC <뉴스데스크>를 비롯해 다수 언론들이 이를 보도했지만, 이후 이 기자를 다시 만난 건 <저널리즘 토크쇼 J>가 유일했다. 이날 방송에서 이 기자가 들려준 고언, 특히 문 대통령도 공감했다는 공론화위원회 관련 제언은 분명 경청할 만한 부분이 적지 않았다.  

   
▲ 문재인 대통령이 최근 암투병 중인 이용마 MBC기자 병문안을 다녀왔다. 이 기자는 17일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에 올린 글에서 "문 대통령께서 문병을 다녀가셨다"며 "참으로 고마운 분이다. 나 같은 것이 뭐라고 이렇게 챙겨주시니 고맙기 그지 없다"고 적었다. <사진=이용마 MBC 기자 페이스북>

이용마 기자 찾은 문 대통령이 적극 찬성했던 방안들

“문 대통령도 이 공론화위원회를 활성화하는 방안, 그리고 집단지성(集團知性)을 우리가 살려가자는 방안, 여기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찬성을 하시더라고요. 공영방송 사장을 뽑는 것도 그런 국민 대표단을 뽑아서 그 사람들이 선출을 하게 하는 그런 방식이 될 수도 있고.”

이 기자는 자신의 제언에 문 대통령이 “적극 찬성했다”고 밝힌 뒤, 이 공론화위원회가 공영방송 사장 선출 과정에서도 긍정적으로 활용될 수 있음을 피력했다. 공영방송 정상화를 위해 해직까지 불사했던 전력의 소유자인 만큼, 자신의 ‘전공’ 분야에 대한 개선책을 문 대통령에게 적극적으로 어필한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지난 17일 이 기자는 문 대통령의 방문 소감에 덧붙여 자신의 제언에 대한 대통령의 반응을 아래와 같이 전한 바 있다.   
 
“소득주도 성장정책과 재벌 중심의 경제구조의 변화에 대한 확고한 입장을 보여주었다. 복지확충에 대해서도 불변의 입장이다. 적어도 경제정책에 관한한 확고한 신념을 가진 것 같아 무한 신뢰가 간다. 대통령의 집단지성에 관한 신뢰도도 높다. 공론화위원회 방식의 점진적인 확대방안에 대해서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방송사 사장 선임과정에 공론화위원회 방식의 국민대표단을 운영하는 방안에 대해 적극 찬성했다.”

이 기자가 문 대통령에게 집단지성을 강조하는 한편 공론화위원회라는, 다소 모험적일 수 있는 국민대표단 제도의 필요성을 역설한 이유는 무엇일까. “공영방송이라는 건 간단해요. 주인이 국민이잖아요”란 말에 그 답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한국사회의 엘리트들이 일반 국민의 민의, 민도의 수준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저는 그동안에 기자 생활을 20년 넘게 하고 현장에서 어떻게 보면 대한민국 사회를 많이 지켜봤거든요. 그러면서 느낀 결론 중에 하나가 대한민국은 엘리트(élite)의 폐해가 지금 너무 심하다, 이런 생각을 하고 있어요. 무슨 얘기냐 하면 예를 들어 제가 그전에 기자 생활을 하면서 지금 기재부죠? 경제부처 관료들 혹은 검찰이나 법무부에 있는 검사들, 외교 공무원들, 뭐 이런 사람들을 만나서 이야기를 하면요. 다 똑똑해요. 개인적으로 만나서 이야기를 하면. 

그런데 문제는 이 사람들이 자기 조직 논리에서 한 치도 못 벗어나요, 보면. 엘리트들의 생각과 일반 대중의 생각이 굉장히 거리가 멀단 말이에요. 이제 대한민국의 어떻게 보면 국민 민도(民度)라고 할까요? 굉장히 수준이 많이 높아졌어요. 그런데 이 엘리트들은 사실은 이 국민의 민도를 제대로 못 따라가고 있구나. 이 생각을 해요.”

   
▲ <사진출처=KBS 화면캡처>

이용마 기자가 말하는 ‘기레기’는?

한편 이날 <저널리즘 토크쇼 J>는 인터뷰 후반 이용마 기자에게 ‘돌직구’를 던지기도 했다. 그 질문은 이 기자에 대한 것이 아닌 바로 공영방송 정상화를 부르짖었던 KBS와 MBC에 대한 것이었다. 

인터뷰에 나선 정세진 아나운서는 두 방송이 “(정권 교체 이후) 나아졌다고 보시는지?”라고 물었다. “참 어렵거든요. 국민만을 바라보고 한다고 하더라도 많은 비판을 계속 받고 있습니다”라고 전했다. 

이 기자는 “시일이 걸릴 것”이라면서도 “마음껏 나래를 펼쳐라”라고 당부했다. 복직이 됐음에도 투병 중이라 일선에 복귀하지 못하고 있는 이 기자의 전망과 당부인 만큼, 그 무게감이 더 클 수밖에 없었다.  

“이제 공영방송 정상화 된지 얼마나 됐어요. 이제 불과 1년 남짓 아닌가? 그동안 5년 내지 길게는 10년 정도 회사가 제대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가 이제야 제 목소리를 내면서 조금 제대로 돌아가려고 하고 있는데, 그러다 보니 시일이 걸리죠. 

아마 여러 가지 목소리들이 많이 오고 비판도 많을 거고, 계속 시끄러울 겁니다. 하지만 그게 민주주의예요. 그런 것들을 모아 모아가면서 한 방향으로 이제 갈 수 있도록 해야죠. 그걸 듣기 싫다고 그냥 한쪽에서 잘라버릴 때 그게 독재가 되는 거죠. 우리가 그걸 반대해서 지금 싸웠던 거잖아요.”

병상에서까지 재벌 중심의 경제체제 타파는 물론 공영방송 사장 선출 과정에 있어 공론화위원회 방식의 국민대표단 도입 등 구체적인 제언을 이어나가고 있는 이용마 기자. 그는 마지막으로 선후배 기자들에게 “사회적 입장을 대변할 것이냐, 기득권 관점에서 기사를 쓸 것이냐”고 물었다. MBC 선후배 뿐만 아니라 한국 언론이 경청해야 할 제언이 아닐 수 없었다. 

“마음껏 나래를 펼쳐라. 자기들이 원하는 거. 얼마든지 찾아서 해라. 다만 시각을 분명히 하자. 누구의 관점에서 쓸 것이냐. 이게 기득권자들의 관점에서 쓸 것이냐. 아니면 사회적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사회적 약자들의 입장에서 기사를 쓸 것이냐. 이걸 이제 정해야 돼요. 그걸 분명히 하지 않으면 아마 ‘기레기’라는 소리 계속 나올 거다(웃음).” 

   
▲ <사진출처=KBS 화면캡처>
   
▲ <사진출처=KBS 화면캡처>

하성태 기자 

#이상호의_뉴스비평 https://goo.gl/czqud3

하성태 기자 woodyh@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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