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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 2주년’보다 ‘태극기 집회’를 주목한 언론은?

기사승인 2018.10.28  23:1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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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론비평] 리포트 절반 이상을 ‘태극기 집회’에 할애한 TV조선

“서울 도심은 오늘(27일)도 보수와 진보 단체의 시위로 하루 종일 정치 구호가 오고 갔습니다. 보수 단체는 정부의 경제실정과 안보문제를 거론했고 2주년을 맞은 촛불집회 측은 적폐청산 완수와 최저 임금 강행 등을 주장했습니다.” 

지난 27일 TV조선 <뉴스7>이 보도한 리포트 서두 부분입니다. 리포트 제목이 <태극기 집회 “안보 참사”↔촛불집회 “적폐청산”>입니다. 리포트 서두 부문과 제목을 보고 대략 짐작한 분들도 있을 것 같은데요. TV조선은 이날 촛불집회보다 태극기 집회를 더 주목했습니다. 

리포트 비중도 절반 이상을 ‘태극기 집회’에 할애했고, 촛불집회는 후반부에 살짝 덧붙이는 형식을 취했습니다. 촛불집회 2주년을 맞이한 날, TV조선은 태극기 집회에 비중을 들였습니다. 촛불집회에 대한 TV조선의 시각이 어떤지를 정확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 <사진출처=TV조선 화면캡처>

촛불집회에 대한 TV조선의 시각을 정확히 보여주다

TV조선은 리포트에서 ‘촛불집회’ 의미보다는 문재인 정부 비판하는데 할애했습니다. “최저임금 개악 등 사회 여러 분야가 역행하고 있다며, 촛불로 탄생한 문재인 정부도 민의를 반영하지 못한다”는 내용에 방점을 찍은 겁니다. 

이날 촛불집회 2주년 행사에서 ‘이 같은 주장’이 나온 건 사실이지만 남북화해와 한반도 평화를 촉구하는 목소리도 있었습니다. △재벌개혁 △최저임금과 비정규직 문제 해결 △사법 개혁 △집값 문제 해결 등 다양한 요구들이 쏟아졌습니다. 

하지만 TV조선은 재벌개혁이나 사법농단 연루자 처벌 등과 같은 ‘구체적인 요구’들은 언급하지 않습니다. 그냥 ‘문재인 정부도 민의를 반영하지 못한다’고 추상적으로만 보도합니다. 리포트 절반 정도는 ‘태극기 부대’를 주목하고, 말미에 덧붙인 ‘촛불집회’는 문재인 정부 비판으로 활용합니다. ‘TV조선스러운’ 방법입니다. 

다른 방송사들은 ‘촛불집회 2주년’을 어떻게 보도했을까요? TV조선만큼 ‘문제점’이 심각하진 않았지만 미흡한 점이 있었습니다. 

그중에 가장 문제가 많았던 곳은 MBC였습니다. MBC는 이날 <뉴스데스크>에서 ‘촛불 2주년 집회’를 단신으로 전했습니다. 다음에 소개한 내용이 리포트의 전부입니다. 

“한국 진보연대와 민주노총 등은 오늘 저녁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박근혜 퇴진 촛불 2주년 대회’를 열었습니다. 참가자 1천여 명은 ‘촛불의 힘으로 탄생한 새 정부가 미흡한 민생 대책으로 혼란을 키우고 있다’며 ‘목소리가 커진 적폐세력을 국민의 힘으로 청산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 <사진출처=MBC 화면캡처>

‘촛불 2주년’을 무조건 주요하게 다뤄야 한다는 얘기는 아닙니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맞는 ‘촛불 2주년’에 대해 적어도 공영방송이라면 ‘단신’으로 다뤄서는 안 된다고 봅니다. 연속기획으로 각 분야별 개혁작업이 제대로 진행되고 있는지 점검까지 기대하진 않지만 ‘단신’으로 보도할 만큼 가치와 의미가 없느냐. 저는 아니라고 봅니다. 

‘단신’으로 보도한 MBC … 공영방송 역할 제대로 하고 있나 

KBS와 SBS, JTBC 리포트 역시 아쉬운 대목이 많습니다. ‘기계적 중립’과 ‘사건 기사’ 중심에서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저는 ‘촛불 2주년 집회’와 ‘태극기 집회’가 왜 항상 같은 리포트에서 ‘대립 개념’으로 있어야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기계적 중립을 지킨다는 막연한 생각에서 비롯된 리포트 제작방식이 아닌가 의심을 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해야만 공정성(?)을 지킬 수 있다고 판단하는 걸까요? 만약 그렇다면 그런 사고방식이야말로 문제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촛불 2주년 집회’와 ‘태극기 집회’는 성격과 의미에 있어 완전히 ‘다른 차원’의 집회이기 때문입니다. 

저는 가치와 의미 등을 고려했을 때 ‘촛불집회’와 ‘태극기 집회’가 같은 선에 놓이는 것은 상당히 문제가 많다고 보고 있습니다. 박근혜 정부의 국정농단에 촛불을 들었던 ‘국민집회’와 ‘극히 일부 지지자들 중심’의 집회가 어떻게 ‘동일선상’에 놓일 수 있는 걸까요? 하지만 KBS와 SBS, JTBC 리포트가 바로 그렇게 하고 있습니다. 잠깐 볼까요.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국정농단 사태에 분노한 시민들이 촛불을 들고 광장을 가득 메우기 시작한 게 벌써 2년 전입니다. 오늘(27일) 2주년 기념 행사가 열렸는데, 촛불 민심을 반영하지 못 하고 있다며 현 정부에 대한 성토도 이어졌습니다 … 촛불집회 2주년 행사장 옆에서는 이렇게 경계석을 사이에 두고 보수단체들의 맞불집회도 이어졌습니다.” (KBS 10월27일 <뉴스9> ‘촛불 2주년 행사…맞불 집회도) 

“오늘(27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선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을 이끈 촛불 집회 2주년 기념행사가 열렸습니다. 이 자리에선 아직 적폐 청산이 끝나지 않았다며 개혁을 촉구하는 비판의 목소리가 컸습니다 … 서울역 광장 등 도심 곳곳에선 박근혜 前 대통령의 석방을 주장하는 보수단체의 맞불 집회가 열렸고 숭례문을 거쳐 광화문광장까지 행진했습니다.” (SBS 10월27일 <8뉴스> ‘촛불집회 2주년…개혁은 끝나지 않았다’) 

“박근혜 정권 퇴진을 요구한 촛불집회가 벌써 2주년을 맞았습니다. 시민들은 다시 촛불을 들고 광장으로 모였는데요. 다른 한편에서는 보수단체들도 집회를 열고 박 전 대통령 석방을 요구했습니다.” (JTBC 10월27일 <뉴스룸> ‘광화문에 모여 다시 든 촛불…친박단체 집회도’) 

   
▲ <사진출처=KBS 화면캡처>
   
▲ <사진출처=SBS 화면캡처>
   
▲ <사진출처=JTBC 화면캡처>

여전히 ‘기계적 중립성’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방송사들 

저는 방송사를 비롯한 언론들이 ‘맞불 집회’라는 단어를 사용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태극기 집회’에서 나오는 주장과 구호들이 보도할 만한 가치가 있는 것인지 △한반도 평화와 통일 움직임에 역행하는 것은 아닌지 △이들의 주장과 구호가 타당한 것인지 등에 대해 따져보고 판단해서 보도해야 한다고 봅니다. 그냥 ‘태극기 집회’가 열렸다고 ‘맞불 집회’라고 보도해선 안 된다는 겁니다. 

마지막으로 ‘촛불 2주년’을 맞이해 규모가 큰 방송사들 가운데 ‘기획성 보도’가 없었다는 점은 매우 아쉬운 부분입니다. 촛불집회 2주년을 맞아 짚어볼 ‘기획들’이 하나도 없었던 걸까요? 중요한 건 ‘촛불집회’ 자체가 아니라 ‘촛불 2주년’을 맞는 한국의 상황입니다. 그런 측면에서 보면 한국의 공영방송들은 여전히 제대로 된 역할을 못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민동기 미디어전문기자

민동기 미디어전문기자 mediago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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