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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예술인 블랙리스트 하나만으로도 朴 탄핵대상”

기사승인 2016.10.15  16:2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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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영광의 발로GO 인터뷰 91] 홍성담 화백

지난 9월 23일부터 경기도 안산에 위치한 416 기억 저장소에서는 2016 세월호 참사기억프로젝트 2.5 <들숨:날숨>이 진행되고 있다.

이 행사는 그림과 낭송문화제로, 매주 금요일 저녁 7시 ‘금요일에 함께하렴’ 기억시 낭송이 있다. 또 홍성담 화백의 작품 14점이 세월호참사 발생 1000일 되는 날까지 전시된다.

지난 13일 안산에 위치한 홍성담 화백 작업실에서 그를 만나 전시회와 인터뷰 전날 알려진 ‘청와대 문화예술인 블랙리스트’에 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홍 화백은 ‘블랙리스트’ 사건과 관련 “이승만 정권 때나 박정희 정권, 또 일제 강점기는 물론 히틀러 시대에도 없었던 인류 최초의 일”이라며 “(박근혜 정부가)예술가 약 만 명의 블랙리스트를 작성해서 정권을 유지해야 마음이 편할 정도가 되니 무도하고 무능하다”고 개탄했다.

그는 “시종일관 정권 안보에만 매달려서 그밖에는 아무 일도 못하는 박근혜 정권의 진면목이 이번 예술가 블랙리스트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다음은 홍성담 화백과의 일문일답을 정리했다.

   
▲ 홍성담 화백 ⓒ 이영광 기자

“세월호 유가족과 활동가들, 상처 공유 소통하는 자리”

- 지난 9월 23일부터 416 기억전시관에서 작품을 전시하고 있는데 반응은 어떤가요?

“원래 이 전시는 관람객들도 중요하지만, 세월호 사건에 관심을 가지고 활동했던 여러 활동가와 유가족들이 함께 그림을 보면서 서로 아픔을 공유하고, 소통하자는 취지로 기획된 전시예요. 그렇지만 일반 시민들도 가끔씩 오셔서 머릿속으로 생각만 했던 상황들을 그림을 통해 그려볼 수 있고 그로인해 고통을 겪고 있는 사람들에 대한 공감을 이끌어내는 기회가 될 것 같습니다.”

- 유가족들은 작품에 대해 뭐라고 하나요?

“유가족들은 그동안에 자식들이 바닷속에서 죽임을 당했기 때문에 바다만 바라봐도 가슴이 아프고 하다못해 푸른색만 바라봐도 혹은 컵 속에 담긴 물만 봐도 깜짝깜짝 놀라죠. 그럼에도 물속에 죽어 있는 시신들을 그렸는데 이는 유족들이 두려움으로부터 벗어나야 한다는 의미에서입니다. 바다와 죽음에 대한 트라우마에서 벗어나야 국민도 더불어 벗어날 수 있고 그래야 세월호 진상규명을 위해 새로운 싸움을 준비할 수 있다는 제 생각을 말씀드렸어요.

제가 이 그림을 그린 이유는 자식을 빼앗긴 유가족을 위로하려고 그린 것이 아니예요. 물속에서 마치 물고문 받듯이 죽어 간 어린 영혼들이 과연 살아있을 때 어떤 꿈이나 희망을 품었는지, 그들이 마지막 남기고 싶은 이야기가 뭔지, 또 그들이 어떤 고통을 당하면서 죽어 갔는지 등 철저하게 죽은 자의 편에 서서 죽은 자를 대변하고 이야기를 전하기 위해서예요. 유가족들에게 이런 생각을 말씀드렸고 유족들도 제 이야기에 공감해주셨습니다.”

“세월호 참사 3주기 이후를 그려보기 위한 전시”

- 이 전시는 2016 세월호 참사 기억프로젝트 2.5 <들숨:날숨>의 일환인데 소개 부탁드려요.

“기억 저장소라는 것이 단순히 죽은 자들의 유품이나 국민이 활동했던 여러 가지 자료들만 소장하고 저장하는 공간이 아니라 그런 자료들을 기반으로 해서 새로운 문제의식을 내놓아 항상 세월호 행동이 새로워질 수 있는 공간이기도 하죠. 내년 4월 16일은 3주기입니다. 그 이후를 우리가 생각하면서 할 수 있는 기획을 해 보자고 해서 전시회가 추진되었어요.”

- 어떻게 참여하게 되었어요?

“저는 이미 2014년 7, 8월에 광주 비엔날레에서 세월호 걸개그림으로 세월호 사건과 5.18 광주 학살 사건을 비교하는 그림을 그렸고 그동안 틈틈이 세월호 관련 그림들을 그려왔습니다. 그래서 기획자의 이야기를 듣고 흔쾌히 참여할 수 있었죠.”

“대통령에게 ‘왜 죽었는지 밝혀달라’ 얘기하는 아이들…”

- 14점이 전시되어 있잖아요. 작품마다 메시지가 있을 것 같은데 몇 가지 소개 부탁드려요,

“사건 당시로 되돌아가면 오전 10시 10분 배가 기울어지고 해경들은 선원들만 구해서 가게 되죠. 그런데 그때 배 유리창 속에서 밖을 내다보고 두드리며 구해달라고 비명을 지르던 아이들의 상황도 그리고 ‘내 몸은 바다’라는 시리즈 그림이 몇 점 있습니다. 뭐냐면 가족들은 영혼이 바닷속에서 빨리 나와주기를 원하지만 자기가 죽은 이유를 확실히 알 때까지는 자기 몸 안에 바다를 담고 있겠다는 의미의 그림도 있고 또 하얀 아이들의 영혼이 서해를 훌쩍 건너와 한강을 통해서 북악산 아래 청와대까지 진출해 청와대 뒷산에 서거나 잔디밭에 앉아서 대통령에게 ‘우리가 왜 죽었는지를 밝혀달라’고 이야기하는 모습도 있어요.

그리고 우리는 죽은 걸로 알고 있는 유병언 회장이 아주 행복한 미소를 지으면서 화초를 키우고 있, 우리가 상상하지 못하는 그림도 있습니다. 그런 그림들을 보면서 이 사건의 실체가 무엇인지 그리고 그 당시 죽은 자들이 어떤 고통과 괴로움을 받고 죽어갔는지 그리고 죽은 자들의 영혼이 어디에서 배회하는지 우리가 다시 한 번 생각할 기회가 되길 바랍니다.”

- 어떤 작품에 가장 애착이 가세요?

“그림 중에 상당히 아름다운 그림이 있습니다. ‘내 몸은 바다’라는 시리즈 중에 한 작품인데 평소 좋아했던 여학생에게 그 여학생의 생일이나 되었나 봐요. 남학생이 꽃을 주는 그림인데 그걸 물속에서 하얀 영혼들이 서로 좋아하는 감정을 나누는 모습이 있거든요. 그 그림이 가장 아름답다고 말할 수 있겠어요.”

   

“죽음의 경계에 섰던 경험, 세월호를 그릴 수 있었던 힘”

- 그림을 그릴 때 모티브가 중요할 것 같은데 주로 어디서 얻었나요?

“제가 태어나서 자란 곳이 마을 뒷산에서 세월호 사고가 났던 맹골수도가 보이는 섬입니다. 그래서 저는 물속에서 여러 가지 일을 하다 죽은 친구도 있고 아저씨도 있어요. 어렸을 때부터 물속에서 죽은 시신도 많이 봤어요. 때문에 물속에서 죽은 자들을 어떻게 위로하고 그들의 영혼을 어떻게 저승으로 깨끗이 씻어서 올려야 할지도 저는 알아요.

제가 1989년에 시국 사건으로 서울 안기부(현 국정원) 지하실에서 조사를 받은 경험이 있는데요. 그때 제가 25일간 조사를 받으면서 굉장히 심한 물고문을 당했습니다. 물고문이라는 게 죽음과 삶의 경계를 수없이 오가서 고통스러운 일인데 그런 기억들이 세월호를 그릴 수 있는 하나의 힘이 됐어요.

또 세월호 사건이 일어나자마자 제가 이틀 뒤에 진도로 내려갔습니다. 거기서 일주일 정도 있으면서 여러 가지 상황을 겪었습니다. 그런 경험들이 저로하여금 그림 그리게 만들었고 이 그림을 그리지 않으면 제 화가 인생에 별 의미가 없어서 꼭 그리고 넘어가야 한다고 물속의 순결한 영혼들이 계속 저를 부른 모양입니다.”

“세월호 그림 이제 시작…아직 끝나지 않았다”

- 세월호는 아픈 기억이잖아요. 그래서 그림을 그릴 때도 힘드셨을 것 같아요.

“맞아요, 제가 집중적으로 세월호 그림을 그린 게 올 6~8월 사이예요. 올여름처럼 무더운 여름이 없었잖아요. 그 무더운 여름 내내 저는 마치 물속 깊은 속에서 어린 영혼들과 같이 지낸 느낌이 들어요. 그래서 전시회를 열고 거의 탈진한 상태가 됐습니다. 그런 것이 아니면 제가 힘든 것은 없죠. 그리고 세월호 그림은 이제 시작입니다. 아직 끝나지 않았어요. 세월호 학살 사건의 진상규명이 될 때까지 제가 세월호 그림을 틈틈이 그려갈 생각입니다.”

- 어떤 게 가장 힘드셨나요?

“제가 그림을 그리면서 세월호 사건으로 죽었던 304명뿐만 아니라 제 고향에서 어릴 적에 미역이나 김, 또는 조개를 깨다가 죽은 얼굴이 생각나고 제가 안기부에서 물고문 받을 때 죽음과 삶의 경계를 넘나들던 바로 그 당시가 너무 뚜렷하게 생각나는 너무 힘들었습니다.”

“모든 그림은 비극적 정서로부터 시작된다”

- 시사적인 그림을 많이 그리시는데, 이유가 있나요?

“원래 예술가라는 건 작가가 발붙이고 있는 현실에서 가장 가슴 아픈 비극이나 가장 괴로웠던 현실을 자기 성찰과 더불어서 기록해 나아가야 할 임무가 있습니다. 그리고 모든 예술은 비극적 정서로부터 시작됩니다. 그래서 우리 시대의 가장 비극이나 가장 눈물이 고인 곳 혹은 가장 가슴 아픈 슬픔이 베어있는 곳을 예술가들은 떠나지 않아야 합니다. 저는 얼마 남지 않은 제 일생도 그 원칙을 철저하게 지키면서 살고 싶어요.”

   
▲ <사진제공=뉴시스>

“박근혜 정권, 풍자를 받아 줄 정통성과 여유 없어”

- 화백님은 2012년도에 한번 논란이 있었고 2014년도에 또 한 번 그림이 논란이었잖아요. 힘들진 않으세요?

“그렇게 힘들지는 않아요. 왜냐면 어차피 제가 예술가로서 표현의 자유를 무한대로 누려야 하잖아요. 그리고 우리 사회의 기본적 자유 즉 생명이라든지 환경, 평화 등 인간이 누려야 할 인간 권리가 우리 사회에 제대로 그것이 보호되고 있는지 없는지는 예술가들의 표현의 자유가 얼마나 보장되고 있는지가 척도입니다. 그래서 예술가들을 잠수함 속의 토끼라고 이야기를 합니다.

그런데 특히 박근혜 정권이 들어서면서 예술가들의 표현 자유가 굉장히 탄압과 억압을 받아요. 제가 받는 논란이나 탄압은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왜냐면 이 정권이 비판적이고 풍자적인 내용의 그림을 받아 줄 정통성과 여유도 없어요. 그러니 당연히 저를 탄압하고 저의 입을 막고 저의 붓을 멈추게 하려고 애를 쓰는데 저는 그렇게 될 수가 없죠.”

- 외면하고 싶을 때는 없었나요?

“때로는 몸과 마음이 힘드니까 외면하고 싶죠. 원래 전 굉장히 탐미적인 미학을 가진 사람이라 제가 가진 탐미적 미학으로 돌아가고 싶지만 제 마음대로도 안 되네요. 왜냐면 현실은 끊임없이 사람을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내버려 두지 않아요. 그리고 싶은 그림 그리면서 행복하면 무슨 소용 있겠어요? 다 같이 행복해야죠. 그래서 도망가고 싶지만 제가 도망간다고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예요. 그런 생각으로 버티는데 또 풍자 그림이나 현실 비판적인 그림을 그리다 보면 나름 재미가 있어요.”

“문화예술인 블랙리스트 하나만으로도 박근혜는 탄핵대상”
“이 정도 밝혀졌는데 야당 뭐하나…원외서 탄핵 주도해야”

- 지난 12일 문화 예술인들의 블랙리스트 문건이 공개되어 논란인데 어떻게 보세요?

“이건 말도 안 되고 생각지도 못한 사건이 벌어졌는데요. 약 만여 명에 가까운 블랙리스트가 나왔는데 이런 건 이승만 정권 때나 박정희 정권은 물론 일제 강점기에도 이런 일은 없었어요. 그걸 보면 예술가 약 만 명의 블랙리스트를 작성해서 정권을 유지해야 마음이 편할 정도가 되니 무도하고 무능하죠. 시종일관 정권 안보에만 매달려서 그밖에는 아무 일도 못하는 박근혜 정권의 진면목이 이번 예술가 블랙리스트로 보여주는 거죠. 그래서 이것만으로도 박근혜 씨는 탄핵의 대상입니다.

그리고 이 정도 밝혀졌으면 야당이 원내에 있을 필요가 없다고 봅니다. 원외로 뛰어나와 탄핵 운동을 주도해야 한다고 보거든요. 그렇지 않으면 이런 정도의 일이 벌어졌는데도 불구하고 야당이 안 움직이는 건 야당도 더불어서 국민에게 탄핵받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히틀러 시대에도 없던 일…박근혜가 답해야”

- 예술인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블랙리스트에 오른 만여 명이 광화문에 총집결하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왜 블랙리스트에 올라와야 했는지 이게 문체부 차원에서 이야기하지 않으면 청와대로 진격해서 박근혜 대통령에게라도 그 대답을 받아 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건 히틀러 시대에도 없던 일이거든요. 이건 인류 역사를 통틀어 최초의 일 일 겁니다. 이걸 예술가들이 성명서 하나 발표하고 대거리 한번 하는 거로 끝나면 안 된다고 봅니다. 이건 예술인의 생사를 걸어야 하는 일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박근혜, 위기 직면하면 전쟁이라도 일으킬 사람”

- 마지막으로 한마디 해주세요.

“지금 우리 사회가 무척이나 혼란스럽습니다. 세월호 사건도 진상규명을 못 하고 특조위도 강제 해산 당하기에 이르렀고 백남기 농민 사건도 여러 가지 공안 통치에 의해서 죽음을 왜곡시키고 조작하는 음모가 한창 벌어지고 특히나 우리나라 경제가 대단히 어렵습니다. 특히 확실하게 대한민국의 경제가 일본처럼 장기침체로 빠져들어 가는데 이런 것이 여러 가지 새로운 정치적 동력을 일으키지 않으면 절대 해결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더 심각한 문제는 박근혜 정권이 북한 핵미사일 핑계 대고 마치 전쟁이라도 일으킬 정도로 여러 가지 말 폭탄을 구사하고 있어요. 그래서 저는 박근혜 정권이 레임덕에 들어가서 측근 비리 또는 여러 가지 진실이 밝혀지면서 정권 안보에 위험이 있을 때 박근혜 정권은 서슴없이 전쟁이나 국지전이라도 일으켜서 비상 계엄령을 선포하고 국회를 해산하고 전쟁 핑계로 내년에 있을 대통령 선거를 무기한 연기시키는 등 무지막지한 프로그램이 있지 않느냐는 우려를 하고 있어요.

이것은 비단 우려로 그치기만 바라지만 그렇게 하기 전에 국민의 행동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박근혜 정권은 분명히 자기가 위태로우면 전쟁이라도 일으킬 사람입니다. 이걸 독자들에 꼭 기억해 주세요.”

이영광 기자 kwang383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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