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fault_top_notch
default_setNet1_2

정치인도 아닌 김어준 모친 빈소 취재 나선 조선·중앙, 스토킹인가

기사승인 2020.07.11  14:56:14

default_news_ad1

- 근조기 숫자 센 <중앙>…지면까지 할애, 5건 기사 쏟아낸 <조선>

   
▲ 방송인 김어준씨 모친의 빈소가 마련된 서울 서대문구 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 왼쪽부터 김어준씨, 정봉주 전 의원, 주진우 기자, 김용민 평화나무 이사장 <사진출처=김용민 이사장 페이스북>

“이복임 씨 별세·김어준 TBS FM 뉴스공장 진행자 모친상 = 9일 서울 세브란스병원, 발인 12일 오전 5시 40분”. 

<동아일보>가 10일 게재한 ‘부고’ 중 일부다. 9일 소셜 미디어를 중심으로 알려진 <김어준의 뉴스공장> 진행자 김어준씨 모친의 별세 소식을 짧게 전한 것이다. <동아일보>는 이 부고 외에 김씨 모친과 관련된 별다른 소식을 일절 전하지 않았다. 

이 정도면 꽤나 상식적이다. 청취율 1위라고는 하지만, 일간지가 한 라디오 방송 진행자의 모친이 별세했다는 소식을 공들여 전하는 것은 어딘가 부자연스럽지 않겠는가. 하지만 이에 대한 <조선일보>와 <중앙일보>의 주목도는 남달랐다. 왜 그랬을까. 

<중앙일보>의 ‘웃픈’ 현장스케치  

“모친상을 당한 방송인 김어준 씨가 10일부터 조문을 받기 시작한 장례식장은 다소 한산한 모습이다. 같은 날 오전 0시 1분께 박원순 서울시장이 숨진 채 발견되면서 박 시장의 빈소로 조문객이 몰린 영향으로 보인다. 
 
김어준 씨는 모친이 9일 별세하자 서울 서대문구 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 특1호실에 빈소를 마련하고 10일 오전 11시부터 조문을 받기 시작했다. 10일 오후 들어 특1호실 좌·우와 정면 통로에는 59개의 근조기가 가득 메웠다. 빈소 앞 통로에 내놓은 근조기 중 거의 대부분(46개)이 국회의원이 보낸 것이었다.”

   
▲ <이미지 출처=중앙일보 홈페이지 캡처>

10일 오후 <중앙일보> 인터넷 판의 <한산한 김어준 모친 빈소···그 앞엔 빼곡한 국회의원 근조기> 기사의 서두다. 같은 날 따로 이씨의 부고를 지면에 실은 <중앙일보>는 이씨의 빈소 앞 풍경을 세세히 묘사했다. 근조기의 숫자를 일일이 세면서까지 왜 그랬을까. 다음 문장에 그 답이 있었다. 

“고민정·김남국·윤미향·김두관·김용민·정청래·송영길·김홍걸 의원 등이다. 가장 눈에 띄는 입구 바로 앞에는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김경수 경상남도 지사의 근조기가 자리 잡았다. 또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의 근조기도 각각 눈에 띄었다. 근조기가 빼곡한 데 반해 이날 오후 2시 기준 조문객은 많지 않았다(...). 

특히 이날 오후 3시30분 쯤에는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조문한 뒤 약 25분간 머물렀다. 윤 의원에게 고인과의 관계를 묻자 윤미향 의원은 ‘누구신데요’라고 되물었다. 기자가 소속을 밝히자 윤 의원은 고개를 돌렸다.”

‘근조기가 빼곡한 데 반해 이날 오후 2시 기준 조문객은 많지 않았다’는 문장이 눈에 콕 박힌다. 풀이하자면, 실제 조문객에 비해 현직 여당 정치인들이 보낸 조화가 많지 않았다는 기이한 의도가 엿보이는 현장 스케치라 할 수 있다.

사실 되묻고 싶은 건 이런 거다. 해당 기자는 빈소에 얼마나 머무르며 취재를 했는지, 그 취재 과정에서 우연히 만난 윤 의원의 멘트만 기사에 포함시킨 건 아닌지, 무엇보다 이씨 빈소에 놓인 정치인들의 근조기 개수가, 또 정치인들의 실제 조문 여부가 왜 중요한지 말이다. 

그간 <중앙일보>가 김어준씨를 친여 방송인, ‘나꼼수’ 출신의 ‘반엘리트주의’, ‘음모론 신봉자’로 규정해왔고, 또 이런 이미지를 덧씌우며 tbs를 비판해 왔던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헌데 굳이 김씨 모친의 장례식장까지 찾아 간 저의가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하물며 <중앙일보>가 정치인도 아닌 방송인이자 언론인인 모친의 빈소까지 열성적으로 취재하는 것은 오버센스일까, ‘김어준 스토킹’일까.  

지면까지 할애한 <조선일보> 

“오후 2시쯤에는 근조기가 59개로 늘었고, 빈소 밖 복도 양쪽으로 20m가량 길게 늘어섰다. 지나가던 조문객들이 신기한 듯 사진을 찍었다. 김홍걸 의원을 비롯한 일부 문상객은 김어준에게 조의금을 전달했다. 김두관·진성준·윤영찬 의원이 2시 30분쯤 빈소에 도착했다.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윤미향·최강욱 의원도 이날 오후 빈소를 찾았다. 김어준은 방송에서 이들에 대한 검찰 수사를 비난하고 있다.”

11일 <조선일보> 5면 <김어준 상가, 문상 이해찬 좌우에 주진우·정봉주>란 기사 말미다. 전날 <중앙일보>에 이어 근조기를 보낸 정치인들의 이름을 두 배 정도 나열한 현장스케치였지만, 제목만큼은 뚜렷이 달랐다. 주진우 전 <시사IN> 기자와 정봉주 전 의원을 내세우며 김어준씨가 ‘나꼼수’ 출신임을 강조한 것이다. 이런 스케치 기사를 지면에까지 실은 <조선일보>의 의도는 같은 날 1면 <“박원순 고소 여성 반드시 색출, 응징”> 기사에 고스란히 드러났다. 

   
▲ <이미지 출처=조선일보 홈페이지 캡처>

“박원순 시장은 자신의 비서 출신 여성으로부터 성추행 혐의로 고소를 당한 다음 날 집을 나선 뒤 북악산 기슭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두 사건 간 상관 관계는 박 시장 유서로도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친여(親與) 네티즌들은 성추행 피해 여성을 상대로 한 원색적인 비난과 신상털기를 시작했다. 방송인 김어준이 만든 딴지일보 사이트에는 이날 피해 여성을 특정해 공격하는 글이 쏟아졌다.”

이날 <조선일보>의 1면과 5면에 이어진 기사의 의도를 풀이하자면 이 정도쯤 될 것이다. 

‘박 시장 고소인에 대한 원색적 비난과 신상 털기가 시작됐다. 딴지일보 인터넷 게시판에 해당 글이 올라왔다. 딴지일보는 김어준씨가 만든 사이트다. 이 김어준씨 모친의 빈소에 여당 정치인들 다수가 근조기를 보냈다. 김씨와 친분이 두터 온 여당 의원들이 박 시장 고소인에 대한 여권 지지자들의 공격을 눈감아주는 것 아닌가.’ 

<중앙일보>만큼이나 ‘김어준 죽이기’에 골몰했던 것이 바로 <조선일보>다. <김어준의 뉴스공장>의 tbs를 친여‧편파 방송을 몰아갔던 것도 부지기수요, 작년 2월 연재한 ‘공정성 잃은 지상파’ 시리즈는 그러한 <조선일보>의 지상파 견제의 정점이었다고 볼 수 있다. 

이 연재의 주요 타격지점으로 라디오 청취율 1위인 <김어준의 뉴스공장>을 내세웠던 것은 물론이고. 그랬던 <조선일보>가 11일 지면 기사와 온라인 기사를 포함, 총 5건의 기사를 통해 이씨의 별세 소식을 다뤘다. 연예나 대중문화면도 아닌 사회면에. <조선일보>는 김어준씨를 어떤 위치라 여기고 있는 걸까. <조선일보>는 이날 1면 ‘팔면봉’ 코너에서 이런 두 문장 요약을 남겼다. 마지막 문장이 묘한 여운을 남긴다. 

“방송인 김어준 모친 상가에 도열한 여권 실력자들 謹弔旗(근조기). 실력자는 실력자를 알아보는 법?”

하성태 기자

하성태 기자 woodyh@hanmail.net

ad44
default_news_ad3
<저작권자 © 고발뉴스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default_news_ad4
default_side_ad1

인기기사

ad41
ad37
default_side_ad2
ad38
ad34
ad39

고발TV

0 1 2 3
set_tv
default_side_ad3
ad35

섹션별 인기기사 및 최근기사

default_setNet2
default_bottom
#top
default_bottom_notc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