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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 “박원순·이낙연 독대 오보”…기사삭제도 사과도 참 쉽다

기사승인 2020.07.11  12:5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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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8시간 동안 200여개 기사 쏟아내…“단톡방 내용 그대로 기사 쓴 기자도 있어”

“박원순 서울시장이 실종됐다는 신고가 9일 접수됐다. 경찰은 2개 중대를 투입해 박원순 시장의 소재를 파악하고 있다. 박원순 시장이 실종 전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독대한 사실이 추가로 밝혀졌다.

박원순 시장이 실종된 이유로 모 매체에서 박 시장 관련 미투 의혹을 보도하려 했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 실제로 박원순 시장에 대한 미투 신고가 접수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경찰은 ‘보안 유지를 위해 자세한 내용은 말하기 어렵다’고 전했다.”

9일 오후 8시경 <한국경제>가 보도한 <박원순 실종 전 ‘이낙연 독대’…미투 신고 접수돼> 기사의 핵심이다. 이날 저녁 쏟아진 ‘박원순 오보’ 가운데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베스트 오브 베스트’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의 기사라 할 수 있다. 

   
▲ <이미지 출처=인터넷 커뮤니티>

기사를 뜯어보자. <한국경제>는 ‘제목 장사’를 위해 ‘이낙연 독대’를 제목으로 뽑았다. 여기에 ‘박원순 실종’과 ‘미투 신고 접수돼’라는 온갖 선정적인 표현을 압축해 제목에 우겨 넣었다. 헌데, 실제 기사를 보면 팩트체크는커녕 문장을 이어붙인 형태로 허접한 정보기 나열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우선 ‘이낙연 독대’에 해당하는 문장은 “박원순 시장이 실종 전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독대한 사실이 추가로 밝혀졌다”이 전부였다. 이후 기사 내에 어떠한 추가 설명도 없었다. 그저 “추가로 밝혀졌다”는 추측보다 못한 문장을 기반으로, 어떠한 근거도 없이, ‘이낙연 독대’를 제목으로 뽑은 것이다. 

“미투 신고 접수돼”란 제목도 근거가 부족하긴 마찬가지다. 3선 서울시장이 실종된 상태라면, 신중에 신중을 기한 보도가 요구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경찰이 확인해 주지 않은 사실, 즉 <한국경제>가 확인하지 않은 팩트를 제목으로 뽑는 것은 클릭을 유도하기 위한 낚시라고 밖에 볼 수 없어 보인다. 

심지어 해당 기사를 쓴 기자는 해당 내용이 담긴 두 문장을 “소문이 돌고 있다”와 “알려졌다”로 끝을 맺었다. ‘역대급 오보’라고 한 건 다 이유가 있어서다. 해당 기사를 출고한지 하루가 지난 10일 오후 <한국경제>는 정정보도에 나섰다. 

10분 만에 삭제할 기사를 왜?

“해당 내용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됨에 따라 약 10분 후 기사를 삭제했습니다. 불확실한 정보로 독자 여러분께 혼란을 끼친 점 사과드리며 이낙연 의원에게도 사과드립니다. 더불어 이 기사와 관련해 이낙연 의원의 요청으로 기사를 삭제했다는 루머도 사실이 아님을 알려드립니다.” (10일 <한국경제>, <[정정 보도] ‘박원순, 이낙연 독대 보도'에 대해 사과드립니다>.)

   
▲ <이미지 출처=한국경제 홈페이지 캡처>

삭제도, 사과 참 쉽다. 10분 후에 삭제할 기사였다면, 기사를 쓰지 않는 것이 ‘정상’이다. 기사를 삭제하기까지 10분 여 간, 도대체 <한국경제>가 취할 수 있는 이익은 무엇인가. 수천, 수만, 수 십 만의 조회 수가 가져다갈 수익을 고려한 것인가. 도대체 어느 정도의 수익이면 이러한 오보를 과감하게 지를 수 있는 걸까. 

KBS라디오 <주진우 라이브>의 진행자인 주진우 <시사IN> 전 기자는 박 시장 실종 당일 쏟아진 오보를 두고 “단톡(단체 채팅방)방 등에서 흘러나온 내용을 그대로 기사화한 기자도 있다”고 말한 바 있다. 그렇다면 <한국경제>의 해당 오보 또한 그렇게 확인되지 않은 ‘지라시’와 같은 내용을 그대로 기사화한 거라 봐도 무방할까. 

그럴 리가. <한국경제>가 '박 시장 실종' 1보 이후 10일 정오 까지 쏟아낸 관련 기사가 무려 200여 건이다. 전날 오후 6시경부터 박 시장의 유언장이 공개된 10일 정오까지 대략 시간 당 10개가 넘는 기사를 쏟아낸 셈이다. 

아무리 짧은 설명을 곁들인 '사진 뉴스'가 포함된 숫자라지만, 이 같은 어마어마한 기사량이 의미하는 것이 ‘장사’, ‘낚시’ 말고 또 뭐가 있을지 의문이다. 설마 ‘공익성’이라 우길 기자가 존재할지 여부도. 

<로톡뉴스>의 사과문에서 알 수 있는 것 

“기사가 최초 보도된 오후 6시 52분은 실종된 박 시장의 생사가 전국민적인 관심을 두던 때였는데, 잘못된 기사로 혼선을 드렸습니다. 또한, 박 시장 가족분들께도 사과의 말씀 올립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한국경제>가 정정 보도를 게재한 10일, 법률 서비스 플랫폼 '로톡(LawTalk)'의 법조 전문 매체 <로톡뉴스>도 ‘박원순 오보’에 대한 사과문을 게재했다. 사과문 서두에서 알수 있듯, <로톡뉴스>는 <박원순 서울시장, 극단적 선택… 성균관대 근처서 시신 발견>이란 '속보'를 냈다. 

당시 <월간조선>을 필두로 일부 매체가 동일한 오보를 내던 시점이었다. 이후 경찰이 박 시장의 시신을 11일 자정 경 발견하면서, 이들 매체의 속보와 단독들은 모두 오보로 판명났다. 이들 매체 중 <로톡뉴스>가 “머리숙여 사과드립니다”라며 장문의 사과문을 게재한 것이다. 

“잘못된 보도 후 오늘 아침까지 비판의 목소리를 하나하나 모두 확인했습니다. 그 동안 저희에게 관심 가져주시고 믿어주셨던 분들의 기대와 신뢰를 무너뜨렸다는 점이 뼈아팠습니다. 더욱더 신중한 보도가 이뤄졌어야 했던 때에 속보 경쟁에 휩쓸려 경솔한 판단을 했습니다. 변명의 여지가 없는 저희 잘못입니다.”

   
▲ 로톡튜스 7월 11일 메인 페이지 화면. 홈페이지 상단에 '故박원순 시장 관련 오보 사과문'을 게재했다.
   
▲ <이미지 출처=로톡뉴스 홈페이지 캡처>

단 몇 줄에 불과한 <한국경제>의 정정보도와 비교할 때, 꽤나 솔직하고 진심이 느껴지는 사과문이라 할 수 있었다. 문제는, 속보 경쟁에 휩쓸린 오보라는 사실을 언론 스스로가 알고 있다는 점이다. 즉, 알고도 속보경쟁에, 클릭 장사에 누군가의 목숨을 좌지우지하는 오보를 낸다는 사실 말이다. 

혹자는 이번 ‘박원순 오보’를 둘러싼 속보경쟁과 잇따른 오보의 연쇄를 두고 세월호 참사 보도가 떠오른다고 했다. 같지만 다르다. 세월호 당일 ‘전원 구조’ 오보는 언론들이 정부와 해경의 발표를 검증 없이 보도하고 또 통신사의 속보를 받아 쓴데서 비롯됐다. 반면 이번 ‘박원순 오보’는 경찰이 극구 부인했음에도 불구하고 일부 매체가 ‘사망’을 확정적으로 보도했다. 

<로톡뉴스>의 사과문에서 알 수 있듯, 일부 매체는 사망 사실이 확인되지 않은 걸 알면서도 속보경쟁이, 클릭 장사를 더 중요하게 여겼다고 볼 수 있다. 이런 무책임한 매체들이, 기자들이 과연 세월호 참사가 또 다시 일어난다면 같은 실수를, 동일한 오보를 내지 않을 수 있을까. 

하성태 기자 

하성태 기자 woodyh@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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