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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망장소 찾아간 강용석…“대선 버금가는 선거로” 김종인

기사승인 2020.07.10  18:3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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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론들, 신간 <박원순 죽이기> 입맛 맞게 ‘따옴표’ 보도…‘친문’ 운운한 세계일보

   
▲ 1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고 박원순 서울시장 빈소가 마련돼 있다. <사진=서울시 제공, 뉴시스>

“故 박원순 서울시장의 명복을 빕니다. 고인은 인권변호사이자, 시민운동가로 민주화에 앞장섰던 분입니다. 서울시장을 맡으신 후 서울 시민을 위해 헌신하셨던 분이었습니다. 황망한 심정입니다. 유족께 위로의 말씀을 전합니다. 더불어민주당은 고인의 큰 책임이었던 서울시정에 공백이 생기지 않도록, 시민의 안전을 지키는데 부족함이 없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고 박원순 서울시장의 급작스런 선택이 국민적 충격을 주고 있는 가운데, 10일 더불어민주당 허윤정 대변인은 위와 같은 논평을 내고 고인을 추모하고 유족을 위로했다. 국민의당 안혜진 대변인 역시 논평을 “참으로 불행한 일이 일어났다. 참담하고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수 없다”고 밝혔다. 정의당 김종철 대변인 역시 “참으로 당혹스럽고 황망한 일”이라며 애도를 표했다.  

“고인이 걸어온 민주화운동, 시민운동, 그리고 행정가로서의 삶을 반추하며 비통한 마음뿐이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빌며, 유가족께도 깊은 애도의 마음을 전한다.”

반면 통합당은 별다른 공식 논평을 내지 않았다. 전날(9일) 당 소속 의원들에게 “엄중한 시국에 언행에 유념해주길 각별히 부탁드린다”는 문자 메시지를 보낸 주호영 원내대표는 이날 당 원내대책회의 모두발언 서두에 “박 시장의 비극적인 선택에 대해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큰 슬픔에 잠겨있을 유족들에게 깊은 위로의 말을 전한다”고 언급한 게 전부였다. 

다만 통합당은 이날 오전 열릴 예정이던 당 일정을 취소했다. 아울러 홍준표 전 대표 등 개별 의원들은 소셜 미디어나 라디오 인터뷰 등을 통해 애도를 표하는 동시에 전날 언론보도를 통해 알려진 박 시장의 성추행 혐의에 대해 의견을 개진하고 있었다.  

김종인 비대위원장도 그 중 하나였다. 이날 오전 통합당 정강정책개정특위 세미나에 참석, 향후 당의 정강정책 변화가 집권으로 이어진다는 취지의 발언을 이어가던 김 위원장. 이어 그는 숨진 채 발견된 박 시장을 간접적으로 언급하며 “대통령 선거에 버금가는 선거를 준비해야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논란을 자처한 김 위원장의 발언은 이랬다. 직접 보고 판단해 보시기를.   

논란 자처한 김종인의 입 

“어제 갑작스러운 사태가 나서 말씀드리지만 우리가 내년 4월이 되면 큰 선거를 두 세군데 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 때를 맞이해서 우리가 무엇을 제시했을 적에 일반 국민들이 저 미래통합당이 이제는 변하는 모습을 보여주는구나. 변화는 모습을 보여서 국민에 확신을 줄 때 우리가 선거를 이길 수 있을 것이다. 

내년 4월 7일에 우리가 겪어야 할 서울시장 보궐선거나 부산시장 보궐선거라던가 경우에 따라서 또 다른 선거를 전제한다면 대통령 선거에 버금가는 선거를 준비해야한다. 그때를 대비해 어떤 준비를 해야 하는지 정강정책에 대한 토론으로 좋은 결실 가져오길 기대한다. 시대에 적응할 수 있고 국민 변화에 적응할 수 있는 정당이라는 기치아래서 새로운 정강정책 만드시는데 많이 노력해 주시길 당부 드린다.”

   
▲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이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당 정강정책개정특위 세미나 '전혀 다른 정치, 성비 좋은 정부'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같은 시각, 박 시장의 유언이 공개됐다. 서울시는 장례절차에 돌입했다. 그런 와중에 김 위원장은 보란 듯이 그 어떤 애도의 말 한 마디 없이 “갑작스런 사태가 나서 말씀드리지만”이라고 운을 뗀 뒤 “내년 4월 7일에 우리가 겪어야 할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강조하고 나선 것이다.  

이는 일부러 “엄중한 시국에 언행에 유념해주길 각별히 부탁드린다”며 각종 설화를 의식한듯한 문자 메시지를 자당 의원들에게 돌린 주호영 원내대표의 당부와는 배치되는 언행이라 할 만했다. 일각에선 원 밖에서 활동 중인 김 위원장의 ‘마이 웨이’를 방증하는 언행 아니겠냐는 분석이 나왔다. 김 위원장은 이외에 박 시장에 대한 별다른 언급은 없었다. 이런 상식 밖 언행은 또 있었다. 

와룡공원 찾아간 강용석, 친문 운운한 <세계일보> 

박 시장의 실종으로 전 국민의 관심이 집중됐던 9일, 잇따른 ‘충격단독’을 내건 유튜브 영상과 라이브 방송을 이어간 <가로세로연구소>였다. 강용석 변호사 등 <가로세로연구소> 출연진은 <현장출동 박원순 사망 장소의 모습>이란 영상에서 박 시장이 시신으로 발견된 성북구 와룡공원 일대에서 방송을 진행해 비난을 자처했다. 

특히 출연자들은 검은 옷을 맞춰 입긴 했지만, 50분 여의 방송 중간 중간 웃음을 터트리고 박 시장을 조롱하는 듯한 언행으로 물의를 빚었다. 이를 두고 한 세월호 유족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너희들은 제발 나보다 오래 살아라. 꼭. 안그러면 너희들 죽음 앞에서 너희들과 똑같은 짓을 할 것 같으니”라며 분통을 터트리기도 했다. 

   
▲ <이미지 출처=유튜브 채널 '가로세로연구소' 영상 캡처>

아울러 강 변호사와 <가로세로연구소>는 이날 오후 서울시 부시장 등을 ‘업무상 위력에 의한 강제추행 방조죄’로 서울지방경찰청에 고발했다. 경찰이 박 시장의 사망으로 ‘성추행 혐의’ 피소 사건을 수사 종결하겠다고 밝힌 것에 대한 반발이었다. 강 변호사는 2010년대 초반 이후 수년 동안 박 시장 아들의 병역 문제를 문제삼으며 박 시장을 송사에 휘말리게 한 장본인이기도 하다.

한편 박 시장의 실종 직후 연이은 오보와 ‘낚시성’ 기사를 대량 쏟아낸 언론들의 선정적이고 과한 보도경쟁 역시 눈살을 찌푸리게 했고, 일부 언론은 10일까지 그런 논조를 유지하고 있었다. 

10일 출간 연기를 알린 <박원순 죽이기>의 저자 황세연 중원문화 대표의 인터뷰나 책 소개에 나선 일부 언론들의 보도 행태가 딱 그랬다. 일부 언론은 제목과 달리 반어법을 사용, 대권주자 중 하나였던 박 시장의 능력과 비전 등을 소개한 이 책의 내용 중 일부를 제 입맛에 맞게 ‘따옴표’로 이용했다.  

이를 테면, “친문 세력이 차기 대통령 후보로 구상하는 후보가 있다면 박원순 죽이기를 먼저 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호남이 원하는 진보적인 대통령 후보가 박원순이기에 ‘더민주당’은 호남의 움직임에 따라서 또다시 분열될 것”이란 내용을 <‘박원순 죽이기’ 저자 “박 시장, 생전 친문 때문에 힘들어했다”>로 바꾼 <세계일보>가 대표적이었다.

   
▲ <이미지 출처=세계일보 홈페이지 캡처>

“어떤 자살은 가해였다. 아주 최종적인 형태의 가해였다.” <시선으로부터>, 정세랑

박 시장의 극단적인 선택이 공식화될 즈음부터 소셜 미디어 상에서 회자되고 있는 정세랑 작가의 소설 속 문구다. 성추행 혐의로 피소된 이후 실종됐고, 이후 실종 신고 7시간여 만에 시신으로 발견된 박 시장의 극단적인 선택을 두고 애도와 비판의 목소리가 맞붙는 형국이다. 특히 성추행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에 해당하는 행위들을 멈춰달라는 의견 역시 ‘서울특별시장 반대’ 청원의 가파른 증가와 함께 힘을 얻고 있다. 

이렇듯 박 시장의 극단적인 선택은 공직자의 위계에 의한 성폭력의 문제점을 다시금 환기시키는 동시에 김종인 위원장과 같이 박 시장이 떠난 빈자리를, 그의 공과를 이용하려는 이들의 잇속 차리기를 리트머스 시험지처럼 드러내주고 있는 중이다. 

그 사이에서, 박 시장의 공과를 향한 양 극단의 비난 의견들은 여론의 뭇매를 맞으며 일종의 자정이 작동되고 있고. 이렇게, 박 시장의 극단적인 선택에 따른 후폭풍은 아주 오래, 만만치 않은 파고로 계속될 듯 싶다.      

하성태 기자 

하성태 기자 woodyh@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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