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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질타한 재판부…언론은 ‘검vs정경심’ 공방으로 처리

기사승인 2019.10.19  11:3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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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문읽기] 피의자 방어권 침해에 대한 최소한의 개념은 있나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에 대한 재판이 시작됐습니다. 재판부는 검찰이 정 교수에게 사건기록을 전혀 보여주지 않아서, 방어권을 침해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오늘(19일) MBC <뉴스투데이>가 보도한 리포트 가운데 일부입니다. 정경심 동양대 교수의 이른바 표창장 위조 혐의와 관련해 첫 재판이 시작된 ‘풍경’을 담았습니다. 그런데 이례적으로 재판부가 검찰을 질타하는 상황이 나왔습니다. <뉴스투데이>가 보도한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 <이미지 출처=MBC 방송 영상 캡쳐>

수사기록 보여주지 않은 검찰 질타한 재판부 

“재판부는 지금까지 수사기록을 전혀 안 보여준 건 문제라고 말했습니다. 재판부는 ‘검찰이 변호인 측에 유일하게 제공한 사건기록 목록조차 익명화돼 있는데 이런 자료 제공이 무슨 의미가 있느냐’며 질책하기도 했습니다.” 

사실 이건 말도 안 되는 상황입니다. 경향신문이 오늘 사설 <재판과 수사 동시에 받는 정경심, 검찰 속히 수사 결론내야>에서 지적한 것처럼 “수사를 받으면서 재판도 받아야 하는 정 교수 사례는 이례적”이라는 얘기입니다. 왜 이례적인지 경향신문이 잘 지적하고 있습니다. 인용합니다. 

“피고 측 방어권 행사는 수사기록·증거 분석에서 시작된다. 그래야 재판에서 피고와 검찰 모두 공정한 입장에서 유무죄를 다툴 수 있는 것이다. 이는 형사소송법에 따른 피고의 권리이고, 변호인 조력과 신속한 재판을 받을 수 있도록 한 헌법이 정한 국민의 기본권이다. 그런데 이런 권리를 검찰이 봉쇄한 것이다.”

이런 기본적인 권리를 검찰이 봉쇄한 것이고 재판부마저도(!) 이런 검찰의 태도를 첫 공판에서 지적했습니다. 그렇다면 언론은 어떤 보도 태도를 취해야 하는 걸까요? 

저는 당연히 검찰을 비판하는 쪽으로 갔어야 했다고 봅니다. 경향신문이 지적한 것처럼 “검찰이 이런 이유로 피고의 정당한 방어권 행사를 막는 것은 과도한 검찰권의 행사일 뿐”이고 “피고인의 방어권이 검찰에 의해 무력화되는 일은 정(경심) 교수에게만 해당되는 일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더구나 검찰이 조국 전 장관에 대한 수사를 벌인 지 두 달 가까이 되고, 정경심 교수를 기소한 것도 지난달 9일입니다. 그리고 열린 첫 재판인데 아직 정 교수 변호인 측에선 검찰로부터 사건기록마저 제대로 전달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게 지금 정상적인 상황인가요? 

재판부마저 질타한 ‘과도한 검찰권 행사’ … 제대로 비판하지 않는 언론들 

놀라운 건, 이를 보도하는 언론입니다. 재판부마저 첫 재판에서 질타한 ‘과도한 검찰권 행사’를 언론은 제대로 비판하지 않습니다. 아니 이를 ‘검찰과 정경심 교수 측의 공방’으로 보도합니다. 정말 대단한(!) 언론입니다. 오늘(19일) 발행된 전국단위종합일간지 중에서 관련 내용을 보도한 기사들 제목만 간단히 추리겠습니다. 

<정경심 교수 첫 공판준비기일, 사건 기록 열람 공방 속 15분 만에 끝> (경향신문 8면)
<정경심 첫 재판 수사기록 열람 공방> (동아일보 4면)
<檢 “수사기록 열람 안 돼” vs 鄭측 “피고 방어권 침해”> (세계일보 2면)
<15분 걸린 정경심 첫 공판 ‘기록 열람’ 공방…재판부 “검찰이 불가 사유 안 밝히면 허용”> (중앙선데이 8면) 
<정경심측 “수사기록 달라” 檢 “공범 수사 차질”> (한국일보 5면)

사설에서 피의자 방어권 침해 문제를 지적했던 경향신문도 기사에선 ‘공방 위주’로 처리했습니다. 제목에 재판부의 ‘검찰 질타’를 언급한 중앙선데이도 기사 내용을 보면 공방 위주입니다. 정리하면 대다수 언론이 기사에선 ‘검찰 vs 정경심 교수’ 공방으로 보도했다는 얘기입니다. 

조선일보는 아예 정경심 교수 첫 재판 기사를 <꾀병 정황 동생은 親與매체 인터뷰… 아내는 나흘째 진단서 안내고 버텨>(5면)라는 기사에서 한 부분만을 언급했습니다. 

   
▲ <이미지 출처=조선일보 온라인판 캡쳐>

기사에서도 “정씨 변호인단에는 ‘이석기 내란선동 사건’을 변호했던 김칠준 변호사 등을 포함해 변호인이 18명(법무법인 3개) 포함됐다”는 내용을 포함시켰습니다. 피의자 방어권 침해에 대한 언급은 거의 없습니다. 저는 상당히 악의적인 의도가 있는 기사라고 생각합니다. 

오늘(19일) 한겨레는 정경심 교수 첫 재판에 대한 별도기사가 없는데 ‘이 문제’에 주목하지 않는 이유-저는 잘 이해가 안 갑니다. 검찰권이 ‘이런 식으로’ 과도하게 행사되고 있는 것에 대해 재판부마저 질타하고 있는데 언론이 이토록 무관심이면? 그것도 진보언론으로 분류되는 한겨레마저 비중 있게 보도하지 않는다면 누가 이 문제를 주목한다는 얘기일까요? 

피의자 방어권을 제대로 보장하지 않는 검찰은 비판받아야 합니다. 경향신문 지적처럼 “윤석열 검찰총장이 검찰개혁의 방향으로 내세운 ‘인권 보장을 최우선 가치로 둔 수사’와도 배치”될 뿐더러 “‘조국 수사’ 장기화에 따른 피해는 설명이 필요 없을 정도로 크고 엄중”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언론은 이 문제를 제대로 보도하고 있나요? 저는 여전히 검찰에 기울어진 언론의 편향적인 모습이 어른거립니다. ‘검찰에 기울어진 언론의 고장난 평형추’를 바로잡는 것도 언론개혁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민동기 미디어전문기자

민동기 미디어전문기자 mediago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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