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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의 방북 초청 수락, 가장 불편해하는 언론사는?

기사승인 2018.10.19  08:2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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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자수첩] 1면에 기사 ‘하나’ 배치한 조선일보…중앙·동아일보와도 대조적

   
▲ 문재인 대통령이 18일 로마 바티칸 교황궁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을 예방해 인사하고 있다.<사진제공=뉴시스>

교황의 사상 첫 북한 방문이 현실화 될 것으로 보입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문재인 대통령과의 면담에서 “공식 초청장을 보내주면 좋겠다”며 사실상 방북하겠다는 의사를 밝혔기 때문입니다. 

또한 프란치스코 교황은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추진 중인 한국 정부의 노력을 강력히 지지한다”면서 “멈추지 말고 앞으로 나아가라. 두려워하지 말라”고 지지 의사를 밝혔습니다. 

교황의 방북 의미 축소시킨 조선일보…중앙·동아는 사설 게재

이번 교황의 방북 초청 수락은 몇 가지 측면에서 상당한 의미가 있습니다. 오늘자(19일) 한겨레가 지적하기도 했지만 “문재인 대통령은 한반도 평화 국면을 촉진할 획기적인 디딤돌을 마련함과 동시에 이를 후퇴시킬 수 없도록 하는 강력한 ‘판막’을 마련”했습니다.  

또한 △평화와 화해의 상징인 교황의 사상 첫 방북 자체가 전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켜 북-미 양쪽을 한반도 비핵화를 향해 나아가게끔 하는 압박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큽니다. △아울러 세계 12억 가톨릭 사회의 영적 지도자의 방북을 통해 북한을 명실상부한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끌어올리는 효과도 거둘 수 있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과 문재인 대통령의 ‘38분 단독면담’이 가진 의미가 이처럼 매우 큽니다. 오늘자(19일) 전국단위종합일간지들이 1면과 종합면 등에 관련 기사를 싣고 사설에도 면을 할애해 이번 면담의 의미 등을 짚은 이유입니다. 

하지만 ‘38분 면담’을 불편해하는 언론사가 있습니다. 가급적 의미를 축소하고 싶은 마음이 지면 곳곳에서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기사는 1면에 스트레이트 형식으로 ‘하나’ 실은 게 전부인, 사설조차 게재하지 않은 언론사가 있는데요 바로 조선일보입니다. 

조선일보가 오늘(19일)자 지면에서 관련 기사를 지면에 실은 건 <교황 “김정은, 공식 초청장 보내주면 갈 수 있다”>(1면)가 전부입니다. 중앙과 동아일보도 1면 기사 외에 종합면에 관련 기사를 싣고 사설까지 게재했지만 조선일보는 1면에 기사 하나 달랑(?) 배치했습니다. 

오늘 많은 언론이 보도했지만 교황은 취임 이후부터 줄곧 미국과 쿠바의 국교 정상화를 비롯해 콜롬비아 평화협정 타결 등에서 막후 역할을 하며 적대 관계에 있는 나라들 사이의 평화를 촉진해왔습니다. 2014년엔 사회주의 국가인 쿠바를 처음 방문해 세계의 주목을 받기도 했죠. 그동안 프란치스코 교황은 한반도 평화에도 많은 관심을 보였습니다. 교황이 북한을 방문하게 되면 한반도 정세에도 큰 도움이 될 거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한겨레가 사설에서 지적한 것처럼 “교황의 방북이 실제로 성사된다면 한반도 냉전 종식의 상징적 사건이 되는 것은 물론이고, 북한의 개방과 국제사회 진입에 중대한 계기가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또한 “북-미 비핵화 협상도 국제적인 신뢰 분위기 속에서 한층 속도감 있게 진행될” 수도 있습니다. 

   
▲ 문재인 대통령이 18일 로마 바티칸 교황궁 교황 집무실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으로부터 묵주를 받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교황의 북한 방문, 한반도 평화 분위기 정착에 도움…조선일보는 불편하다? 

하지만 조선일보 지면엔 ‘이런 평가와 전망’이 없습니다. 조선일보의 불편함이 어느 정도인지, 오늘(19일) 다른 언론사 지면과 비교를 한번 해보겠습니다. 

<교황 “김정은 초청장 오면 무조건 가겠다”> (경향신문 1면)
<“평화 향한 발걸음에 큰 힘…교황께 감사”> (경향신문 3면)
<문 “한반도 평화 지지 감사”…교황 “두려워 말고 나아가라”> (경향신문 5면)
<교황의 방북 수락을 환영한다> (경향신문 사설) 

<문 대통령 손 맞잡은 프란치스코 교황 “북한 가겠다”> (한겨레 1면)
<교황 “두려워말고 나아가라” 한반도 평화 강력한 지지> (한겨레 3면)
<교황, 문 대통령과 2014년 방한 떠올리며 환담> (한겨레 3면)
<미-쿠바 화해 기여한 교황…방북땐 북한 개방 기폭제> (한겨레 4면)
<북 사제 없어 교황 평양직행 어려워…서울 경유 현실적> (한겨레 4면)
<‘한반도 평화’ 디딤돌 될 교황의 방북 수락> (한겨레 사설)

<교황 “김정은 위원장 방북 초청 수락”> (한국일보 1면)
<“멈추지 말고 앞으로 나아가라”…방북 수락 교황, 문 대통령에 한반도 평화 메시지> (한국일보 3면)
<교황이 평양 땅 밟는 순간, 김정은 비핵화 의지 국제 공증> (한국일보 3면)
<한반도 평화 여정에 축복이 될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북> (한국일보 사설)

<교황 “북 초청장 오면 가겠다”> (중앙일보 1면)
<교황 순방 늦어도 6개월 전 결정 … 방북 빨라야 내년 4월> (중앙일보 3면)
<교황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지지, 멈추거나 두려워 말라”> (중앙일보 3면)
<프란치스코 교황의 역사적 방북 기대한다> (중앙일보 사설)

<교황 “초청장 오면 北 갈 수 있다”> (동아일보 1면)
<줄곧 분단현장에 깊은 관심… 내년초 동북아 방문때 방북 가능성> (동아일보 2면)
<교황 “평화 프로세스 멈추지 말고 나아가라… 두려워 말라”> (동아일보 3면)
<올리브가지 선물한 교황 “평화 염원 담았다”> (동아일보 3면)
<교황 “北 갈 수 있다”… 폐쇄국가에 변화의 빛을> (동아일보 사설)

여기서 언급하진 않았지만 국민일보와 서울신문, 세계일보도 종합면과 사설 등을 통해 이번 교황의 방북 초청 수락의 의미 평가 등을 짚는 기사를 ‘다양하게’ 실었습니다. 1면에 스트레이트 기사 하나 ‘달랑’ 배치한 곳은 조선일보밖에 없습니다. 

오히려 조선일보는 오늘 39면에 ‘북한 비핵화를 둘러싼 한미간 상호 불신’을 강조하는 워싱턴 지국장 칼럼을 실었습니다. 한반도 평화 정착에 획기적인 전환점이 될 교황의 방북이 불편한 것은 이해하지만 그래도 이건 좀 아닌 것 같습니다. 평가할 것은 평가하고 의미부여 할 것은 해야 하는 게 언론의 역할이기 때문입니다. 

“교황이 긍정적인 방북 의사를 내비침에 따라 교황이 역사상 처음으로 북한 땅을 밟을 가능성이 커지고, 이는 그 자체로 대사건이다. 한반도의 긴장과 갈등을 뒤로 물리고 평화를 앞당길 수 있다는 점에서 그렇다.” 

오늘(19일) 중앙일보 사설 가운데 일부입니다. 이런 역사적인 의미를 조선일보만 ‘모른 척’ 하고 있는 게 부끄럽지는 않은지요? 

민동기 미디어전문기자 

민동기 미디어전문기자 mediago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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