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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세청 기자실 칼럼]국세청, 그 ‘철옹성’의 특종과 낙종 사이

국세청은 출입기자들에게는 철옹성과 같은 곳으로 불린다. 검찰, 경찰, 국가정보원과 함께 ‘4대 권력기관’이라고 불릴 정도로 막강한 정보력과 권한을 가지면서, 취재가 거의 불가능할 정도로 보안이 철저하기로 유명하다. 국세기본법상 세무조사에 관한 내용은 비밀에 부치기 때문에, 세무조사에 대한 내용은 언론에 알려주지 않고 확인도 해 주지 않는다. 그래서 국세청은 취재가 가장 어렵고 출입하기가 까다롭기로 ‘악명이 높은’ 출입처로 이름나 있다.

하지만 국세청은 매력적인 출입처이기도 하다. 취재가 어려운 만큼 남들이 쓰지 못하는 기사를 쓴다는 자부심도 크고, 보도 이후 파장도 다른 정부 부처 발 기사보다 훨씬 크다. 하지만 취재에 몇 곱절의 피와 땀을 흘려야 한다. 그 어려운 세법을 주말도 없이 공부해야 하고, 기사 하나를 쓸 때 기본적으로 전문가 십여 명 이상을 만나 그들이 하는 말을 이해해야 한다.

지난 2011년 처음으로 국세청에 발을 내디뎠다. 첫 특종은 ‘국민MC 강호동 거액 탈세’ 단독 보도였다. 이 보도로 탈세에 대한 경각심이 커지면서 연예계에서 광범위하게 묵인되어왔던 탈세 관행이 상당히 근절됐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두 번째 특종은 ‘신세계 1천억원대 차명주식’ 보도였다. 이마트에 대한 특별 세무조사 과정에서 신세계그룹 전·현직 임원 명의로 된 차명 주식이 무더기로 발견됐다는 내용이다. 그 해 국정감사에서는 신세계의 차명주식 보유 사실이 공개됐고, 줄곧 차명주식이 없다고 부인하던 신세계그룹은 보도 이후 석 달 만에 차명주식 38만여 주를 이명희 회장의 실명으로 전환한다고 공시했다. 수천억 원대의 추징금과 과태료 등이 뒤따랐다.

세 번째 특종은 삼성의 제2인자로 군림해 온 이학수 전 삼성그룹 부회장에 대한 탈세여부 조사 보도였다. 그는 삼성을 떠나기 전까지 막대한 재산을 축적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에 대한 검찰 수사가 한창인 때인데다가 이명박 전 대통령이 삼성으로부터 뇌물을 받았다는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었다. 이학수 전 부회장은 이명박 전 대통령 사건의 핵심 증인이기도 했다.

이 기사들은 광범위한 취재를 통해 발굴한 기사다. 국세청 내부에서는 그 누구도 입을 열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사가 나간 이후 국세청에는 한동안 ‘곽인숙 주의보’가 내려져 어느 누구도 나를 만나주지 않아 취재에 큰 어려움을 겪기도 했지만, 특종을 세 번씩이나 하니 스스로 우쭐한 마음도 들었다.

하지만 최근 이런 일도 있었다.
지난 10월 서울지방국세청에 대한 국정감사장. 자유한국당 추경호 의원이 구글 등 글로벌 IT기업의 과세 방안에 대해 질의하자, 김명준 서울청장은 "국내 자회사가 계약 체결권을 상시적으로 행사하는 등 정황이 있으면 과세 방안이 있다”고 답했다.

국세청 출입기자의 촉이 발동했다. 폭풍 취재에 돌입해 서울청 국제거래조사국이 1년 넘게 세무조사를 벌여 구글로부터 6천억 원 규모의 법인세 등을 추징한 사실을 취재했다. 의기양양하게 보도 시점과 후속 기획까지 생각하던 무렵, 국세청에서 역외탈세 보도자료를 냈다.

보도자료를 보니, 내가 열을 올리며 취재하던 구글에 대한 세무조사 내용이 실려 있었다. 단독 기사는 녹아 없어졌다. 그동안 몸과 마음을 갈아넣으며 그 어려운 국제 조세를 공부해서 취재했는데. 타사 기자에게 물을 먹은 것도 아니고 출입처에 물을 먹고 나니 허탈한 쓴 웃음만 나왔다.

특종이 낙종되는 아픔을 겪었지만, 어쨌든 최고의 국제 조세 전문가인 김명준 서울청장의 추진력과 성과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아울러 세간에서 우려하는 것처럼 5년 뒤 소송에서 패해 결국 ‘대형로펌만 돈 벌기’로 끝나지 않도록 소송에서도 승리하길 바란다. 나에게 물을 먹인 출입처가 그래도 잘 돼야 하지 않겠는가.

대한민국의 과세권은 무엇보다 중요하니 말이다.

※ 위 내용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세무사신문 제761호(2019.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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