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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급쟁이의 세금과 ‘사장님’들의 세금

송 충 현 

동아일보 경제부 기자

회사에서 봉급을 받아 생활하는 소위 월급쟁이들에게 “한 달에 얼마 법니까”라고 물으면 답변은 크게 두 종류로 나뉜다. 우선 국민연금과 보험 납부액, 소득세와 주민세 등 공제내역을 무시하고 지급 총액을 이야기하는 부류다. 이들은 ‘세전월급’을 자기 월급으로 안다.

다른 부류는 ‘세후월급’을 자기 봉급으로 알고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어차피 통장에 찍히기도 전에 나라 곳간 구석구석으로 스민 돈, 만져보지도 못했으니 아예 월급으로 생각하지 않는 것이다.

전자는 나라가 떼어가는 세금을 굉장히 아까워한다. 가령 내가 얼마를 벌었는데 나라가 무려 얼마를 떼어가니 속상하다는 식이다. 반면 후자는 세금이 얼마든 크게 신경 쓰지 않고 산다. 세전월급이 얼마든 통장에 찍힌 실체적 숫자만을 노동의 가치로 인식한다. 걔 중에는 공제내역이 얼마인지 모르고 사는 이들도 있다.  

하지만 자영업을 하는 사람들은 다르다. 자영업 하는 많은 이들이 입에 달고 사는 말은 “세금 내느라 먹고 살기 힘들다”이다. 악착같이 일해 번 돈을 고이 주머니에 넣어 뒀다가도 세금을 납부해야 할 기간이 되면 빠짐없이 신고해야 하니 꼭 생돈 나가는 기분일 것이다. 자영업자들은 1년에 두 번 부가세를 내고 1년에 한 번 종합소득세를 내는데 때를 놓치면 10∼20% 가산세도 내야 한다.

소득의 상당 부분을 세금으로 내다보니 주머니에서 뭉칫돈이 나가는 기분일 테다. 그래서인지 세금을 적게 내기 위한 각종 꼼수도 난무한다. 현금 소득을 축소 신고하거나 영수증을 위조해 부가세를 피하려 하는 게 대표적이다. 국세청이 대기업뿐 아니라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를 대상으로 정기적으로 세무조사에 나서는 이유는 이렇게 누락되는 세금을 거두기 위해서다.

국세청은 자영업자가 원래 내야 할 세금보다 소득을 적게 신고하는 경우는 고의와 실수로 나뉜다고 설명한다. 의도적으로 세금을 피하기 위해 갖은 디테일을 동원하는 자영업자가 있는 반면 세금 신고 절차가 복잡하고 준비 서류가 많다 보니 의도치 않게 누락된 경우도 많다는 것이다. 국세청은 세무조사를 하면 이렇듯 실수로 신고를 누락해 가산세를 내는 자영업자가 적지 않은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이를 위해 8월 국세청은 내년 말까지 569만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에 대한 세무조사를 2019년 말까지 유예 및 면제해주는 안을 발표하기도 했다. 매출액이 도소매업 기준 연간 6억 원 이하라면 사업주가 단순 실수로 생살 같은 돈을 가산세로 내야 하는 상황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연간 1000명이 넘는 사업자가 세무조사 면제 혜택을 받을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탈세제보 등 고의성이 확실한 탈세 시도에 대해선 엄중히 대처하겠다고 밝혔다. 국세청은 10년 정도 세무조사를 받지 않았거나 의심이 가는 사례, 무작위 추출 등을 거쳐 세무조사를 진행해 왔다.

엄밀히 이야기 하면 국세청은 세금 징수 업무에 대해선 고의, 실수를 막론하고 엄정히 집행하는 게 원칙이다. 내 세금이 얼마나 떼어지는지도 모르고 세금이 빠진 월급을 평생 급여의 전부로 알고 살아가는 월급쟁이들을 위해 그렇고, 혹여 소득 신고를 실수할까 며칠을 밤새우며 영수증을 정리하는 성실 납세자를 위해서도 그렇다. 운이 좋으면 세금을 덜 내고, 운이 나쁘면 세금을 원래대로 낸다는 ‘로또 납세’에 대한 인식이 사라지도록 하는 게 국세청의 주요 업무 중 하나다. 

하지만 국세청이 이 같은 여론을 알면서도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을 위한 대책을 내놓은 건 그만큼 자영업자들이 벼랑 끝에 몰려 있기 때문이다. 폐업 자영업자 수는 2015년 79만 명에서 지난해 91만 명으로 늘었고 올해엔 100만 명 이상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많은 경제연구소와 학자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까지 현재 한국 경제의 시급한 과제는 “경제 심리 찾기”라고 입을 모은다. 국세청도 이 대책을 발표할 당시 “600만 명의 자영업자가 누구라도 세무조사 대상에 포함될 수 있다는 불안감을 안고 있다”며 “선의의 피해자를 구제해 심리적 부담을 줄여주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어차피 대책은 발표됐으니 문제는 시행이다. 국세청의 자영업자 지원 대책이 시장에 잘못된 시그널을 주지 않도록 고의적인 탈세 시도가 감지되면 빠짐없이 세무조사에 나서야 한다. 처음 대책이 발표됐을 때 시장이 우려하며 내놓은 ‘생색내기용 대책’이라는 비판을 피하려면 선의의 피해자를 최소화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다수인 성실납세자들에게 허탈감을 안겨주지 않는 것도 국세청이 고려해야 할 점이다. 자영업자 지원 대책 기한인 내년 말까지 국세청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 위 내용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세무사신문 제736호(2018.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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