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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영업의 위기와 세무조사
안용성(세계일보 경제부 차장)


자영업이 무너지고 있다. 김동연 경제부총리의 표현을 빌리자면“우리 경제의 완충지대”가 흔들리고 있는 셈이다. 자영업은 임금근로자가 퇴임 후 다시 한 번 경제활동을 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통로다.

쫓기듯 직장에서 내밀린 40∼50대 중년층이 퇴직금을 들고 할 수 있는 일이 그 정도인 현실이다.

하지만, 드라마 ‘미생’의 대사처럼?“회사 밖은 지옥”이다. 준비없이 뛰어들었다가 퇴직금은 물론 빚만 떠안은 채 문을 닫기 일쑤다. 587만 자영업자의 출혈경쟁에 1년도 못 버티고 문을 닫는 경우가 허다하다.

자영업의 위기는 최근 급격히 증폭되고 있다. 좀처럼 살아나지 않는 내수와 천정부지로 치솟는 임대료, 여기에 배달·카드·가맹 등 각종 수수료는 자영업자의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장사하는 사람치고 힘들지 않다고 말하는 사람 없다. 자영업의 위기도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국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개인사업자의 신규(개업) 대비 폐업 비율은 72.2%다. 전년도 전체 자영업자 대비 해당연도 폐업 자영업자 비율(폐업률)도 13.8% 수준이다. 둘 모두 올해 들어 큰 변화를 보였다고 할 수 없다.

하지만 최근 자영업의 위기에 반론을 펴기는 어렵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분석을 보면 올해 1분기 전국 자영업자 한 곳당 월평균 매출은 3372만원으로, 1년 전(3846만원)보다 12.3%나 떨어졌다. 직원수 10명 미만의 제조업이 포함된 조사여서 매출규모는 컸지만, 추세적으로 심각한 내리막을 보였다.특히 음·식료품, 가방·신발, 액세서리 등이 포함된 소매업 매출은 같은 기간 41.4%나 급락했다.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은 울고 싶은 자영업자의 뺨을 때린 격이 됐다. 점주의 월 소득이 아르바이트생 월급보다 못하다는 하소연이 이어졌다. 한국편의점사업협회에 따르면 편의점의 월평균 수익은 지난해 195만원에서 올해 130만원으로 급락했다.

인건비를 감당하기 힘든 영세 자영업자들은 매장이 아닌 거리로 뛰쳐나왔다.

지난달 말 전국에서 모인 소상공인은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최저임금 제도 개선을 촉구하는 대규모 집회를 열었다. 정부는 뒤늦게나마 소상공인 대책을 내놨지만, 이들의 요구를 충족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평가다.

국세청도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을 위한 긴급지원 대책을 발표했다. 일정 연소득 이하의 도소매·제조·음식·숙박·서비스분야 자영업자에 대해 2019년?말까지 2년간 세무조사를 유예하는 게 핵심이다. 여기에 소득세·부가가치세 신고내용확인도 전면 면제된다. 전체 자영업자의 89%인 519만명이 혜택을 받는다.

자영업자뿐만 아니라 소상공인에 대한 세무 부담도 줄여준다.

연매출이 10억∼120억원이며, 근로자 수가 5∼10명인 소상공인에 대해서는 법인세 신고내용 확인을 면제해준다.

세무조사 유예(또는 면제)는 국세청이 지원할 수 있는 가장 높은 수준의 카드다. 국세청 전산망에 의해 무작위로 선정되는 정기 세무조사에 포함될 경우 탈세와 불법 여부와?관계없이 부담으로 작용한다. 세무조사 유예가 아니어도 세무서에서 개인사업자에 발송하는 '과세 자료 소명 안내문’(레터)만으로도 자영업자는 위축될 수밖에 없다. 특히 자영업과 소상공인 입장에서는 세무사를 통해 상담을 받는 등 실제 비용이 발생하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비판도 나온다. 세무조사는 법에 따라 적법하게 세금을 납부했는지 확인하는 절차다.

‘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이 있다’는 대원칙에 근거한다. 국세청이 세무조사를 강화하겠다는?것은 고의로 또는 실수로 세금을 부실하게 납부한 경우에 대한 징수와 함께 잠재적 탈세에 대한 경고의 의미도 담고 있다.?‘어나운스먼트 이펙트’(공표 효과)다.

자영업자에 대한 세무조사의 유예는 그런 의미에서 우려가 나온다. 자칫 탈세를 조장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하태경 바른미래당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자영업자를 달랜다는 미명 하에 탈세 범죄를 조장하는 것”이라며?“최저임금 과속인상으로 사고 쳐놓고 그 후과를 막으려고 소상공인 전체를 탈세범으로 인식되게 만들고 있다. 자영업자들의 마지막 남은 자존심까지 짓뭉개 버리는 것”이라고 썼다.
일리 있는 지적이다. 세금 행정은 공정함과 불편부당함이 생명이다. 더군다나 정치적 목적을 위해 세무조사를 유예하는 상황이 나와서는?안?된다. 세무조사 유예가?탈세하라는 의미로 읽히는 오류가 발생하는 것도 이런 이유다.
국세청은 세무조사 유예 조치의 긍정적인 효과에도 불구하고 다양한 비판이 나오는 점을 새겨들어야 한다. 해답은 단순하다.
불법에 대한 엄정한 조치다. 유예 조치와 별개로 탈세에 대한 명백한 의심 행위가 발견되면, 일벌백계해야 한다. 국세청의 존재 이유이며, 절대다수?선량한 납세자를 위한 최소한의 예의다.

※ 위 내용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세무사신문 제732호(2018.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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