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기고
정부청사는 대전으로 갔어야 했다

김 덕 준

부산일보 서울경제팀 부장


세종시에 있는 국세청 기자실. 항상 조용하다. 기자들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국세청 간부의 브리핑이 있는 날엔 좀 북적대지만 그나마 오후엔 또 썰렁하다. 국세청 기자는 대개 기획재정부 출입기자를 겸하고 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업무가 많은’ 기재부로 다시 빠져나가기 때문이다.

국세청 본청이 서울 종로에 있을 땐 그러지 않았다. 늘 기자실엔 사람들이 붐볐고 기자들간의 정보교환도 자주 이뤄졌다.

정부부처 중에서 청 단위에서 기자실이 별도로 마련된 곳은 경찰청, 검찰청, 국세청 3곳 정도다. 국세청의 중요도를 짐작하게 할 만하다. 문제는 세종시 국세청 기자실이 이처럼 한산하니 국세청 내부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감시의 역할’을 잘할 수 없다는데 있다. 취재가 기자실에서만 이뤄지는 것은 아니지만 기본이 되는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참 안타까운 일이다.

이 글을 쓰는 기자는 정부세종청사가 출범할 당시부터 세종시에 근무했다. 2013년 말 기재부가 세종시에 내려올 당시 그 겨울은 얼마나 춥고 눈이 많이 내리던지. 제발 이사는 겨울에 하지 말았으면 한다. 세종시 발령을 받고 1주일쯤 되던 때, 기자는 정부청사 안에서 길을 잃었다. 밤 8시쯤 국토교통부 기자실에서 나왔는데 눈이 하얗게 쌓여 어디가 어딘지 구분이 안됐다. 지금이야 구획정리가 잘 됐지만 당시에는 청사가 매우 어수선하던 때였다. 길을 잃고 헤매다 어느 공무원을 만났다. “바깥으로 가는 출입구가 어딥니까?” 간절히 물었다. 그 공무원은 “나도 모릅니다. 내려온지 이틀됐어요”라고 답했다. 30분만에 출입구를 찾아 숙소로 향했다. 너무 추워 몸이 덜덜 떨렸다.

현 정부는 ‘도시재생’을 국정과제로 삼고 국토부에 도시재생사업기획단과 5개 과를 만들어 핵심사업으로 추진 중에 있다. 지난해에만 68곳의 도시재생 시범사업지역이 선정됐고 올해는 총 100곳을 더 뽑을 예정이다. 앞으로 5년간 50조원의 예산이 이 사업에 투입된다. 사람이 살기에 낡고 불편한 도심지를 깨끗하고 편리하게 재탄생시키겠다는 정책이다.

사업의 의도 자체는 매우 순수하다. 하지만 만약 정부청사가 대전으로 옮겼으면 어땠을까. 대전엔 청사가 들어설만한 여유 공간도 많고 엑스포 행사장도 개발하는 곳이 없어 흉물로 방치돼 있었다. 통계청, 산림청, 관세청 등 청단위 정부청사에 주요 부처가 합쳐지면 대전은 그야말로 중부권 최대의 도시가 될 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 대전의 모습은 정반대다. 지난해 대전에 사는 사람 2만4700명이 세종시로 빠져나갔다. 인구의 순유출(유출-유입) 규모가 1만6000명에 이른다. 대전은 점차 활력을 잃고 있다. 지하철이나 트램(노면전차)을 새로 놓는다고 하지만 인구가 줄어들면서 그 동력이 사라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대전도 도시재생에 총력전을 펼치지만 인구 감소로 어느 정도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까 의문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사석에서 “도시재생이라는 과제는 참으로 좋은 목표지만, 그냥 억지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고 말했다.

한편으론 수도권에 있던 공공기관들도 대거 지방으로 이전해 혁신도시에 자리를 잡았다. 혁신도시엔 고층빌딩이 들어섰고 주변엔 새 아파트와 상가들이 즐비하다. 그러나 인근의 대도시들은 직격탄을 맞았다. 인구가 혁신도시로 빠져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그나마 다행히 부산은 공공기관이 부산시내로 이전했다. 이 때문에 대연동에는 공공기관 직원들을 위한 대형 주거지가 새로 생겨났고 문현동엔 63층 빌딩이 완공됐다. 기자는 고향이 문현동 인근이어서 그 곳이 얼마나 낡고 어지럽던 동네인지 잘 안다. 다 떨어진 간판에 지저분한 쓰레기가 곳곳에 흩어져 있고 밤이면 우범지대로 변해 사람들이 기피하던 곳이다. 하지만 국제금융센터와 한국은행 부산지점, 대형마트 등이 잇따라 들어서면서 신주거지로 변모했다. 도시재생이 저절로 이뤄진 셈이다.

반면 진주혁신도시나 나주혁신도시는 인근 대도시의 위축을 불러왔다. 공공기관들이 진주로, 광주로, 전주로 이전했다면 기존의 도시들은 지방의 대형 거점도시로 본격적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다. 도시를 외곽지역으로 확산시키지 말고 기존 도시를 고밀도로 개발해 고령화와 인구감소의 현실을 이겨나가야 했다. 그렇게 했다면 지금 수십조원의 예산을 들이지 않고도 도시재생이 자연스럽게 이뤄질 수 있었다.

기자는 이같은 생각에 대해 행복도시건설청이나 국토부 관계자들에게 여러 차례 의견을 구했다. 그 사람들은 모두 동의했다. 그들은 “정부청사 이전이나 혁신도시 건설 입안을 할 당시에는 도시재생이라는 정책이 전혀 떠오르지 않았던 때였고 당시엔 신도시 개발이 국가 전체의 경쟁력을 높이는 것이라 생각했다”며 “하지만 결과적으로 이렇게 됐고 지금은 아쉬움이 클 뿐이다”고 말했다.

‘콤팩트시티(압축도시)’라는 개념이 최근 들어 새롭게 떠오르고 있다. 도시를 업무, 상업, 문화, 여가시설 등을 모두 집적화해 고밀도로 개발하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대중교통망이 촘촘해져 이용하기 편리해지고 상업지역내엔 주요 기반시설이 모두 들어서 업무효율도 높아진다. 대신 녹지지역은 충분히 살릴 수 있고 주거지역도 쾌적하게 변모할 수 있다. 하지만 지금의 정부청사와 공공기관 이전은 콤팩트시티에 정면으로 반대되는 형태로 구축됐다.

이제 와서 이 얘기를 해봐야 무슨 소용있겠냐고 말할 수 있다. 물론 그렇다. 지금은 어쩔 수가 없고 되돌릴 수도 없다. 대신 앞으로도 유사한 형태의 정부 정책이 얼마든지 입안될 수 있다. 그럴 경우 기업도시, 혁신도시 등 신도심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시도가 재연될 가능성이 있다.

미개발지에 신도시를 만들어 도시의 외연을 확장하려는 구상은 이제 지양하고 기존의 도시를 충분히 활용하는 방안을 먼저 제시해야 할 것이다.


※ 위 내용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세무사신문 제726호(2018.06.18.)

<저작권자 © 세무사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세무사신문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