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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금전문가는 ‘세무사’
현 상 철
아주경제 경제부 기자

세무사 자격 보유 변호사의 세무대리 금지에 관한 위헌법률심판제청과 변호사의 외부세무조정업무 제한에 대한 헌법소원심판청구에 대해 헌법재판소로는 지난달 26일 ‘헌법불일치’ 결정을 내렸다.

지난해 12월 8일 56년 숙원사업으로 꼽히던 세무사법이 개정된 지 반년도 안 된 시점이다.
변호사 세무사자동자격부여 폐지를 이뤄내기 위해 응원하고 힘을 보탠 많은 세무사들은 아쉬움이 클 것이다.

헌재는 “세법과 관련 법령에 대한 해석·적용에 있어 일반 세무사나 공인회계사보다 법률사무 전반을 취급·처리하는 변호사에게 오히려 그 전문성과 능력이 인정된다”며 “그럼에도 심판대상 조항은 세무사 자격 보유 변호사가 세무대리를 할 수 없도록 전면적으로 금지하고 있어 수단의 적합성을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어 “자격제도를 규율하고 있는 법 전체의 체계상으로도 모순되고, 세무사 자격에 기한 직업선택의 자유를 지나치게 제한하는 것”이라며 “소비자가 세무사·회계사·변호사 중 가장 적합한 자격사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세무대리의 전문성을 확보하고 납세자의 권익을 보호하려는 입법목적에 더 부합한다”고 덧붙였다.

헌재는 혼란 등을 방지하기 위해 2019년 12월 31일까지 법 조항의 효력을 잠정 인정하기로 했다. 이때까지 국회는 해당 조항을 개정해야 한다. 2004년부터 지난해까지 변호사 자격을 취득한 사람은 앞으로 세무업무의 일부 수행이 가능해질 전망이다.

변호사 등의 업계와 대립 끝에 업계 숙원을 이뤄냈을 때 한껏 고무된 세무사들을 기억한다. 국회 법사위 의원 17명 중 12명이 변호사 출신이다.

세무사회의 노력이 얼마나 대단했는지 의심할 여지가 없다. 2003년 16대 국회 때 본격적인 논의가 시작됐으니 자그마치 15년 만이다. 자동폐기되는 일도 세 차례나 있었다. 당연히 이 기간 세무사·변호사 업계의 시선은 이곳으로 쏠릴 수밖에 없었다.

세무사법 개정을 두고 업계 간 의견이 팽팽하게 맞섰고, 적잖은 잡음도 들려 나왔다.

회원이 날로 늘어 같은 업계 내에서조차 경쟁이 치열해지다보니 이들의 공방은 생존을 위한 분쟁으로 불렸고, 각 단체 회장에겐 최고의 치적이 되는 사안이기도 했다. 헌재의 이번 결정으로 지난해 한숨 돌린 세무사 업계는 다시 전열을 가다듬고 있는 모양새다.

그러나 이를 블랙홀로 만들어서는 안 될 것이다. 세무사 업계가 넘어야 할 산은 ‘숙원사업’만 있는 게 아니다. 공교롭게 이들이 다툼을 벌이는 동안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사라지게 될 대표 직업으로 세무사와 변호사가 꼽혔다. 업역 다툼이 생존을 담보할 수 없음을 인지해야 할 때다. 진화하지 못하면 생존은 불가능하다. 세무사는 앞으로 세금 문제에 대해서만큼은 소비자에게 반드시 선택받아야 한다. 이를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는 분명하다. 전문성과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

변호사 세무사자동자격부여 폐지에 대한 세무사 업계의 논리는 세무전문성이었다.

그런데 헌재는 오히려 변호사에게 전문성이 인정된다고 했다. 만약 변호사가 세무업무 전반이 아닌 일부만 맡는다 할지라도, 소비자가 세무전문가를 변호사로 인식한다면 세무사는 존재 의미를 상당 부분 잃어버린다고 볼 수 있다. 영역을 지키는 건 중요하고 시급한 사안임에는 분명하지만, 모든 정력을 여기에만 쏟아서는 안 된다는 얘기다.

세무사 업계를 위협하는 위험은 다른 전문직에만 있는 게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인식해야 할 것이다. 빨라진 변화 덕분에 소비자들은 점차 세무정보를 자체적으로 알아보고 소화할 수 있게 되고, 그만큼 세무사를 찾아 상담하는 일은 점차 줄어들고 있다. 스스로 해결 불가능한 부분에 대해서만 세무사를 필요하게 되고, 기대 이상의 결과를 원하게 될 것이다.

전문성을 갖춰 경쟁력을 키우는 것만큼 향후 세무사 업계의 발전을 뒷받침하는 건 공익적 활동일 것이다.

지금까지 세무사는 최전선에서 납세자와 함께 해 왔다. 납세자의 권익을 보호할 때도, 그들의 억울하고 답답함을 풀어준 것도 세무사다. 무료 세무 상담이나 마을세무사 등 재능을 아낌없이 기부해 왔고, 학생들을 대상으로 세금교실을 열어 세금의 중요성과 납세의식을 고양시키는 데 앞장섰다. 이러한 활동이 의례적인 행사로 그치지 않으려면, 기존 활동보다 발전된 모습이 필요하기에 더 많은 공익적 활동에 대한 고민이 필요할 것이다.


※ 위 내용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세무사신문 제723호(2018.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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