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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총수 사실혼 규제, SM그룹 등에 적용될듯…실효성 논란공정위, 사실상 수장 공백 속 '기업 규제 완화' 신호탄 '재벌 봐주기' 논란도…외국인 총수 지정은 잡음 끝에 무산

공정거래법 시행령 개정안 설명하는 윤수현 부위원장

(세종=연합뉴스) 김주형 기자 = 윤수현 공정거래위원회 부위원장이 10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동일인의 친족 범위 조정 등 대기업집단 제도 합리화를 위한 공정거래법 시행령 개정안 입법예고와 관련해 설명하고 있다. 2022.8.10 kjhpress@yna.co.kr

정부가 대기업집단 동일인(총수)의 사실혼 배우자도 슬하에 자녀가 있으면 동일인의 친족으로 보는 방향으로 제도 개선을 추진한다.

규제 사각지대를 없애겠다는 취지이지만, 여전히 빠져나갈 구멍이 많다는 지적도 나온다.

◇ 사실혼 배우자도 자녀 있으면 친족…SK·SM그룹 적용 전망

공정거래위원회는 10일 특수관계인에 해당하는 동일인의 친족 범위를 혈족 4촌·인척 3촌으로 축소하되, 동일인과 본인 사이에 법률상 친자녀를 둔 사실혼 배우자도 친족 범위에 추가하는 내용의 공정거래법 시행령 개정안을 발표했다.

공정위는 "사실혼 배우자가 계열사의 주요 주주로서 동일인의 지배력을 보조하는 경우에도 특수관계인에서 제외돼 규제 사각지대가 있었다"고 시행령 개정 배경을 설명했다.

상법이나 국세기본법, 상속세 및 증여세법, 금융회사지배구조법 등은 이미 사실혼 배우자를 친족 범위에 포함해서 규정하고 있고 주요국도 경제 법령에서 사실혼 배우자를 특수관계인으로 본다는 게 공정위의 설명이다.

특수관계인은 대기업집단 규제를 적용받는 기업집단의 범위 등을 정하는 기준이다. 동일인과 친족 등 동일인 관련자가 보유한 지분이 합쳐서 30% 이상이거나, 동일인이 동일인 관련자를 통해 지배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회사를 계열사로 본다.

동일인의 친족으로 규정된 사실혼 배우자는 계열사 주식 보유 현황 등을 공시해야 하고 사익편취 금지 규제 등도 적용받는다.

다만 공정위는 법적 안정성과 실효성을 고려해 친족에 해당하는 사실혼 배우자의 범위를 '법률상 친생자 관계가 성립된 자녀가 존재하는 경우'로 한정했다.

시행령이 개정안대로 바뀌면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동거인인 김희영 T&C 재단 이사장과 우오현 SM(삼라마이다스)그룹 회장의 사실혼 배우자로 알려진 김혜란씨가 친족으로 인정될 가능성이 크다.

다만 김 이사장의 경우 지금도 재단 이사장으로서 동일인 관련자로 분류되고 있어 새롭게 특수관계인에 포섭되는 것은 아니다.

황원철 공정위 기업집단국장은 "시행령이 개정되면 동일인 관련자 및 친족 여부를 실무적인 검토를 거쳐서 판단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롯데그룹의 경우 현재 동일인이 신동빈 회장이기 때문에 고(故) 신격호 롯데그룹 명예회장의 사실혼 배우자인 서미경씨는 시행령이 개정되더라도 친족 여부 검토 대상이 되지 않는다.

기존에 사실혼 배우자 유무가 알려지지 않은 기업의 사례도 추가로 확인될 가능성이 있다.

일각에서는 공정위가 마련한 사실혼 배우자 규제 방안이 실효성이 있겠느냐는 의구심도 나온다. 총수 일가가 사실혼 배우자와 자녀의 존재를 숨기려 할 가능성이 크다는 이유에서다.

개정안에 따르면 동일인과 사실혼 배우자 사이에 자녀가 없거나, 자녀를 동일인의 가족관계등록부에 올리지 않았다면 친족에 해당하지 않는다.

자녀 유무에 상관없이 사실상 혼인 관계에 있는 사람을 배우자에 포함하는 상법 조항과 차이가 있다.

다만 자녀의 상속을 위해서는 가족관계 등록이 필요하고, 공정위에 특수관계인 현황을 제출할 때 자료를 누락하거나 거짓으로 제출하면 제재를 받는 만큼 어느 정도 실효성이 담보된다는 의견도 있다.

윤수현 공정위 부위원장은 브리핑에서 "부당 지원행위 등 사후규제는 규제 내용을 더 촘촘히 가져갈 수 있겠지만 대기업집단 지정제도, 상호출자 제한 등은 사전 규제이기 때문에 사각지대가 완전히 발생하지 않도록 규제를 설계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공정거래위원회

[연합뉴스TV 제공]

◇ 공정위 '기업 규제 완화' 신호탄…외국인 총수 지정 놓고 잡음도

동일인 친족 범위 조정은 윤석열 정부의 국정과제 중 하나로, 공정위가 새 정부 출범 이후 추진한 첫 대형 프로젝트다.

공정위는 정부 출범 이후에도 넉 달째 신임 위원장 임명이 이뤄지지 않아 사의를 표명한 조성욱 위원장이 계속 자리를 지키고 있다.

공정위는 내년도 대기업집단 지정 일정을 고려하면 시행령 개정을 더 늦추기 어렵다고 보고 사실상의 수장 공백 속에서도 개정안을 마련했으나, 이 과정에서 잡음이 일기도 했다.

원래 외국인도 일정한 요건을 충족하면 대기업집단 총수로 지정하는 내용을 시행령 개정안에 담을 계획이었으나 산업통상자원부, 외교부, 기획재정부 등 관계부처가 미국과의 통상 마찰 가능성 등을 우려하며 추가 협의를 요청해 막판에 무산된 것이다.

윤 부위원장은 "공정위는 한국계 외국인이 지배하는 기업집단이 등장하고 외국 국적을 가진 동일인 2∼3세가 증가함에 따라 대기업집단 제도의 형평성과 합리성을 제고하기 위해 외국인 동일인 지정 기준 마련을 추진해 왔다"면서도 "관계부처 등과 함께 통상 마찰 가능성을 충분히 검토하고 정부 내 공감대를 형성한 후에 추진 방안과 추진 시기를 결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공정위가 이날 발표한 시행령 개정안은 사실혼 배우자의 친족 포함을 제외하고는 모두 대기업집단 규제를 완화하는 내용이어서 과도한 '기업 봐주기'가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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