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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 강제주의의 허상(虛像)

1. 현행 변호사 강제주의 관련 법률 조항 검토

당사자간의 분쟁이 생겨 법원의 재판이 필요한 경우 이를 전적으로 당사자에게 맡겨 당사자가 직접 소송을 수행하도록 할 것인지, 아니면 법률전문가인 변호사에 의해서만 소송수행이 가능하도록 제한할 것인지의 문제는 기본적으로 민주적 정당성을 부여받은 입법자가 결정할 일이라고 하겠다. 물론 그러한 입법자의 결정이 헌법 제27조가 규정하고 있는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하는 경우에는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법률 규정으로서 헌법에 위반된다고 할 것이다.

현행 「소비자기본법」 제72조 및 「개인정보보호법」 제53조는 “단체소송의 원고는 변호사를 소송대리인으로 선임하여야 한다”고 규정하며, 「증권관련 집단소송법」 제5조 제1항은 “증권관련 집단소송의 원고와 피고는 변호사를 소송대리인으로 선임하여야 한다”고 규정하여, 변호사 강제주의를 인정하고 있다. 또한, 「헌법재판소법」 제25조 제3항은 “각종 심판절차에서 당사자인 사인(私人)은 변호사를 대리인으로 선임하지 아니하면 심판청구를 하거나 심판 수행을 하지 못한다. 다만, 그가 변호사의 자격이 있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고 규정하여, 변호사 강제주의를 인정하고 있다. 이는 「헌법재판소법」이 제정된 1988년 8월 5일부터 규정된 내용이다.

이외에도 「형사소송법」은 `필요적 변호`, `국선변호인' 등의 규정을 두면서 일부 형사재판에서 변호사 강제주의를 규정하며, 「국민의 형사재판 참여에 관한 법률」은 `필요적 국선변호' 규정을 통해 변호사 강제주의를 규정하고 있다.

1949년 11월 「변호사법」 제정·시행으로 우리나라에 변호사 제도가 도입되었다. 현행 「변호사법」을 보면, "변호사는 기본적 인권을 옹호하고 사회정의를 실현함을 사명으로 한다”, "변호사는 그 사명에 따라 성실히 직무를 수행하고 사회질서 유지와 법률제도 개선에 노력하여야 한다”, "변호사는 공공성을 지닌 법률 전문직으로서 독립하여 자유롭게 그 직무를 수행한다”, "변호사는 당사자와 그 밖의 관계인의 위임이나 국가·지방자치단체와 그 밖의 공공기관의 위촉 등에 의하여 소송에 관한 행위 및 행정처분의 청구에 관한 대리행위와 일반 법률 사무를 하는 것을 그 직무로 한다”고 규정(법 제1조∼제3조)하고 있다. 과거 사법시험 시절과 달리 그 위상이 많이 낮아졌다고는 하지만, 아직까지도 「변호사법」 및 개별 법률 규정에 따라 변호사는 여전히 정치·경제·사회·문화의 전 영역에서 그 지위를 공고히 하고 있다.

2. 민사소송 분야 변호사 강제주의 도입 지속적 시도

변호사 강제주의를 일반 민사재판에까지 도입하여 확대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상당히 오래전부터 논의가 있어 왔다. 이러한 논의는 「민사소송법」 개정을 둘러싸고 민사법학자들에 의해 주로 전개되었으며, 법무부나 대법원, 대한변호사협회 등을 비롯하여, 국회의원들을 중심으로 「민사소송법 개정 법률안」이 발의되기도 하였다.

예를 들어, 제19대 국회에서는 윤상현 의원이 대법원 상고사건에서 변호사 강제주의와 국선·공동대리인제도를 도입하는 내용의 「민사소송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후일 철회)한데 이어, 홍일표 의원이 대법원의 부담 완화 문제와 연계하여 대법원과 별도의 상고심 법원을 설치하고 상고법원 사건이 아닌 대법원 심판 사건에 필수적 변호사 대리제도를 도입하는 「민사소송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한 바 있다.

또한 제20대 국회에서는 나경원 의원이 상고인이 변호사를 소송대리인으로 선임하지 않는 경우 재판장이 상당 기간을 정해 변호사 선임을 명령하도록 하고 이에 불응하면 상고장을 각하하도록 규정하고, 변호사를 선임할 자력이 없는 당사자를 위해서는 민사국선 제도를 도입해 대법원의 직권이나 당사자의 신청에 따라 국선대리인을 선정하도록 하는 「민사소송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한 바 있다.

이번 제21대 국회에서도 전주혜 의원(국민의힘)이 "국민의 재판청구권의 실질적 보장 및 권리구제를 위하여 법률심인 상고심 절차에 필수적인 변호사 대리인 선임을 강제하고 변호사를 선임할 자력이 없는 당사자를 위한 국선대리인 제도를 도입하고자” 「민사소송법 일부 개정 법률안」을 대표발의하였다. 이에 대해 대한변호사협회는 "전주혜 의원이 대표발의한 「민사소송법 일부 개정 법률안」을 포함한 `변호사 역할 확대 3법'을 적극 환영하며, 위 법안이 국민을 위한 법치행정의 초석이 될 것이라 기대한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변호사 강제주의를 민사소송 분야에 확대 적용하려고 하는 입법화 시도가 진정으로 국민을 위한 제도이면서 법치주의를 실현하려는 것인지 진지한 논의가 그 어느때보다도 필요하다고 할 것이다. 혹시나 로스쿨 시대에 쏟아져 나오는 변호사들의 `밥그릇 챙기기' 시도는 아닐지 의심스럽기까지 하다.

3. 기존 헌법재판소의 합헌 결정 및 이에 대한 비판

헌법재판소는 변호사 강제주의를 규정하고 있는 「헌법재판소법」 규정에 대해 “변호사 강제주의 아래에서는 국민은 변호사에게 보수를 지급하여야 하는 경제적 부담을 지고 자신의 재판청구권을 혼자서는 행사할 수 없는 제한을 받으나, 법률지식이 부족한 당사자에 대한 조력을 통한 기본권 침해에 대한 구제의 보장, 승소의 가망이 없는 헌법재판 청구의 자제를 통한 헌법재판의 질적 향상 및 변호사의 감시를 통한 국가사법의 민주적 운영 등 변호사의 강제를 통하여 얻게 되는 공공의 복리가 그로 인하여 제한되는 개인의 사적이익에 비하여 훨씬 크다. 더구나 광범위한 국선대리인제도가 마련되어 있다는 점(헌법재판소법 제70조)등을 고려하면 변호사 강제주의는 공공복리를 위하여 필요한 합리적인 규정으로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고 판시한 바 있다(헌재 2004. 4. 29. 2003헌마783. 이외에도 헌재 1990. 9. 3. 89헌마120; 헌재 2002. 7. 18. 2001헌마839; 2004. 4. 29. 2003헌마532; 헌재 2005. 10. 27. 2005헌마502 등 다수).

그러나, 변호사 강제주의를 규정하고 있는 「헌법재판소법」 규정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여러 차례 기각(합헌) 결정은 다양한 관점에서 비판받아 마땅하다. 첫째, 변호사 강제주의에 의해 침해되는 기본권이 본질적으로 재판청구권임에도 불구하고 변호사 선임비용과 같은 재산권을 실제로 침해하는 기본권으로 이해한 것은 타당하지 않다는 점을 지적할 수 있다.
   
둘째, 2022년 1월까지 각하사유별 헌법소원심판 사건 통계표를 보면, 각하된 총 26,723건 중 “대리인 선임이 없는 경우” 각하된 1,743건을 제외하면 24,890건의 헌법소원심판 사건이 “다른 구제절차를 모두 거치지 않은 경우” 등의 이유로 각하되었는데, 이는 변호사 강제주의가 반드시 당사자 보호나 헌법재판의 전문성 요청을 충족한다고 결론지을 수는 없다는 것이다.

셋째, 헌법재판관이 본안 판단에 들어가기도 전에, 사전에 변호사가 승소가능성을 점쳐 헌법재판의 효율적 운영이나 질적 향상을 기할 수 있다는 논거는 어불성설이라 할 것이다. 변호사가 분쟁을 해결하는 재판관보다 더 우위에 있는 신(神)적인 존재라는 말에 다름 아니기 때문이다.
   
넷째, 변호사의 감시를 통한 국가사법의 민주적 운영이라는 논거 또한 비판 받을 수 있다. 왜냐하면, 「헌법재판소법」 제30조 제2항에 따르면 “헌법소원에 관한 심판은 서면심리에 의한다. 다만, 재판부는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에는 변론을 열어 당사자, 이해관계인, 그 밖의 참고인의 진술을 들을 수 있다”고 규정하여 헌법소원의 경우 직권심리와 서면심리를 원칙으로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헌법소원에서 변호사 강제주의를 통해 국가사법의 민주적 운영에 기여한다는 주장은 타당하지 않게 되는 것이다.

4. 국민의 기본권 실현 및 전문화 시대에 적합한 (헌법)소송 절차를 기대하며

헌법은 민법이나 형법 등의 개별 법률과는 차원이 다른 국가의 기본법으로서, 최고규범성, 개방성(추상성), 자기보장성이라는 고유의 특성을 갖는 법으로 이해된다. 1987년 현행헌법에서 헌법재판소가 도입된 이후 1988년 9월 헌법재판소가 설치되어 34년이 지난 지금, 헌법재판 이론과 더불어 많은 판례들이 축적되어 왔다.
   
헌법소원제도는 과거 오랜 기간 동안 권위주의적 군사정부 아래에서 기본권의 형해화 등 헌법의 부재상태를 장기간 경험한 이후 그 반성적 고려에서 나온 소중한 열매라고 할 수 있다. 헌법소원제도의 도입 취지를 고려할 때 헌법소원은 대한민국 국민이면 누구든지 아무런 제약없이 이 제도를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 점에서 헌법소원사건에 대해 변호사 강제주의를 적용하고 있는 「헌법재판소법」 관련 조항은 이제 그 시대적 소명을 다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특히나, 현대 사회는 더욱 복잡하여 각 전문분야별로 개별 법률에 근거하여 세무사, 공인회계사, 변리사, 공인노무사, 감정평가사, 법무사 등 전문자격사들이 대거 포진해 있으며, 각 분야에서의 교수나 연구자들도 자신들의 분야에서 열심히 연구하고 있다. 과거 변호사 자격증 하나만 있으면 정치·경제·사회·문화의 전 영역에 명함을 들이밀던 시대는 끝났다는 의미이다.
   
마지막으로, 변호사 강제주의는 변호사 선임비용 등 소송비용의 부담을 가중시켜 변호사를 선임할 경제적 능력이 없는 당사자로 하여금 헌법소원이나 상고를 단념하게 함으로써 재판을 받을 권리를 사실상 침해할 우려도 있으며, 과거와 달리 변호사 수가 증가했다고 하더라도 대부분 대도시 위주로 활동하고 있기 때문에 지방에 거주하고 있는 당사자로서는 변호사 선택에 어려움이 있다는 점 또한 고려되어야 할 것이다.

※ 위 내용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세무사신문 제816호(2022.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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