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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증세법 상 과세관청이 의뢰하는 감정평가, 과세권 남용 소지는 없을까?

Ⅰ. 서론

일물일가의 법칙. 세상의 물건 가운에 그런 법칙이 통할 수 있을까? 아니라고 본다. 부동산의 경우에는 더욱 그렇다. 이런 점에서 특정 부동산의 시가를 알려면 팔아보는 방법밖에는 없는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도 상속세법에 모법도 아닌 시행령과 시행규칙으로 매매사례가액이라는 것을 만들어 마치 시가인양 취급하고 있지만, 이 또한 시가는 아니다. 왜냐하면 아파트의 경우 같은 단지 안에 있는 것이라도 관리 상태는 물론이고 내부의 구조 즉 인테리어를 언제 어떻게 했는가에 따라 가격은 천차만별로 차이가 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일률적으로 같은 금액으로 취급하고 있는 실정이다. 

최근에 와서 부동산 값이 천정부지로 뛰다보니 과세관청이 증여 및 상속재산에 적용할 시가에 대해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즉 상속세법 시행령(이하 `영'으로 약칭한다) 제49조 제1항 단서의 법문을 근거로 과세권자가 직접 비용을 들여 외부에 감정평가를 의뢰하여 그 가액으로 과세하는 것이 이제는 거의 관행화되어 가고 있는 실정인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도 일부 세무사가 납세자로부터 위임받아 상속(증여)세신고서를 작성하면서 시가를 알 수 없다고 판단하여 보충적 평가방법으로 신고했다가 과세관청이 그 신고된 가액을 부인하고, 감정가액으로 결정함에 따라 부담세액이 턱없이 늘어나는 바람에 납세자의 원성으로 애꿎은 세무사만 낭패를 보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이러한 사례들을 듣고 보면서, 과연 과세권자가 법령에 근거하여 직권으로 감정평가를 할 수 있는지를 연구·검토해 볼 필요성을 느꼈다. 그 결과 다음과 같은 주장을 펼치게 되었다. 이하에서는 지면을 줄이면서 독자가 부담없이 쉽게 읽을 수 있도록 상속재산(상속세)에는 증여재산(증여세)을 포함하는 것으로 하며, 대상재산은 부동산(토지와 건물)에 한정하기로 한다.

Ⅱ. 쟁점 및 필자의 주장

1. 쟁점과 관련된 법문
  상속세법 및 증여세법(이하 `법'으로 약칭한다)상의 재산평가 기준은 `시가주의'이다. 즉 과세대상 재산은 시가에 근거하여 평가하고, 과세한다는 것이다. 이때 시가란 `불특정 다수인 사이에 자유롭게 거래가 이루어지는 경우에 통상적으로 성립된다고 인정되는 가액'을 뜻하지만, 여기에는 `수용가격·공매가격 및 감정가격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시가로 인정되는 가격'을 포함하는 개념이다(법60,①). 

위 밑줄 친 대통령으로 정하는 바(방법)는 영 제49조(평가의 원칙등) 제1항을 뜻하는데, 상속재산은 평가기준일(1) 전후 6개월 이내(2)의 기간(이하에서 `평가기간'이라 하면서, 설명의 편의를 위해 `①의 기간'이라 한다) 중 매매·감정·수용·경매 또는 공매(이를 통틀어 `매매등'이라 한다)가 있는 경우에 그 가액도 시가로 보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에 덧붙여 평가기간이 ①의 기간이 아니더라도 ⑴평가기준일 전 2년 이내의 기간(이하 ‘②의 기간’이라 한다) 중에 매매등이 있거나, ⑵평가기간이 경과한 후부터 상속세(증여세) 법정결정기한까지의(3)기간(이하 ‘③의 기간’이라 한다) 중에 매매등이 있는 경우에는 평가기준일로부터 Ⓐ 매매가 있었던 때에는 매매계약일, Ⓑ 감정가격(4)이 있는 때에는 가격산정기준일과 감정가액평가서 작성일, Ⓒ 수용·경매·공매가 있을 때에는 그 매매·보상·경매·공매가액도 평가심의위원회(이하 `평가위원회'로 약칭한다)의 심의를 거쳐 승인(인정)을 받으면 시가로 볼 수 있도록 확대하고 있다. 다시 말해 ② 및 ③의 기간 동안에 매매등이 있고, 평가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결정되면 그 매매등 가액도 시가로 간주하여 과세할 수 있다는 의미이다. 다만 평가위원회의 심의는 ②의 기간으로부터 ③의 기간까지, 즉 3년 3개월[= 2년(②)+신고기한 6월(①)+결정기간 9월(③)](5) 동안 시간의 경과 및 주위환경의 변화 등을 고려하여 가격변동이 거의 없었다는 사실을 전제로 한다. 

위 법문에서 ‘주위환경의 변화’라는 문구에 주목하면 부동산에 대한 가격변동은 전국이 아닌 지역적인 변동추이를 의미하는 것으로 새길 수 있다.

2. 감정평가 의뢰의 부당성
위에서 언급했듯이 이 글의 초점은 영 제49조 제1항의 법문에 근거하여 과세대상 재산에 대한 시가를 결정지을 목적으로 과세관청이 직접 감정기관에 감정을 의뢰할 수 있는지에 있다. 이에 대한 필자의 견해는 `할 수 없다'로 결론짓고자 한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조세의 부과는 법령에 근거하여야 함은 물론 적용 법령의 올바른 해석이 전제되어야 하는 것이므로, 이에 대해 구체적으로 살펴보기로 한다. 
상속세와 증여세는 부과과세방식에 따르는 세목이므로, 정부가 `결정' 절차를 밟을 때에 비로소 조세채권·채무가 확정된다(국기법 22,③). 이러한 절차는 납세자가 제출한 신고서의 내용이 적절한지를 판단하기 위한 실지조사를 거쳐 이루어진다. 그러므로 과세권자는 조사과정에서 수집한 여러 자료들을 분석하여, 그것이 과세의 정당성을 뒷받침하는 직·간접적인 자료라고 판단되면 과세를 위한 입증자료로 채택하는 것이다. 
  
영 제49조 제1항 본문 하단에서 `평가기간이 경과한 후부터 상속세(증여세) 법정결정기한까지의 기간(위 ③의 기간) 중에 감정가격이 있는 경우'라고 하였으므로, 엄격해석의 원칙에 입각하여 `있는'이라는 용어가 무엇을 의미하지를 먼저 확인해 보아야 할 것이다.  

국립국어원의 표준국어대사전에 따르면 `있는'은 `있다'의 형용사로서, 이때의 `는'은 말하는 시점을 기준으로 `...사건이나 행위가 현재 일어남을 나타내는 어미'라고 되어 있다. 그러므로 사전에 나와 있는 뜻을 위 법문에 적용하여 해석하면 조사과정에서 나타나 있는 현재의 상황을 뜻한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다시 말해 위 법문 상의 `있는'은 세무공무원이 조사과정에서 수집한, 현재 드러나 있는 자료(이미 감정가액이 드러나 있는 상태의 것)를 뜻하는 것이지, 조사과정에서 새롭게 자료를 창설적으로 만들어내는 행위까지 포함하는 것으로 해석할 여지는 없어 보인다. 

둘째, 국세기본법 제2조(정의) 제21호에서 세무조사란 국세의 과세표준과 세액을 결정 또는 경정하기 위하여 질문을 하거나 해당 장부·서류 또는 그 밖의 물건을 검사·조사하거나 그 제출을 명하는 활동을 말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다시 말해 세무조사는 조세 부과와 관련되는 장부 등을 검사‧확인을 위한 필요한 범위 내에서 행하여야 할 뿐, 그 범위를 넘으면 조사권의 남용에 해당한다(국기법 81의4). 이런 점에서도 세무조사 과정에서 과세표준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자료를 창설적으로 만드는 행위는 세무조사의 범위를 넘어선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므로 조사과정에서 감정기관에 감정을 의뢰하여 별도의 과세자료를 만들 수는 없다고 할 것이다. 
더구나 세무조사는 법률행위[필수요소인 의사표시(예: 계약이 이루어지는 팔겠다는 의사표시와 사겠다는 의사표시)가 있어야만 법률효과를 가져오도록 하는 행위]가 아니라, 사실행위(제조․가공처럼 의사표시를 필요로 하지 않으면서 있는 그대로 법률효과가 인정되는 행위)라는 점에서 더욱 그러하다. 

셋째, 보충적 평가방법을 신고한 모든 납세자를 대상으로 예외 없이 감정가액으로 과세한다면 모르겠지만, 그렇지 않고 일부의 납세자에게만 위의 방법을 적용한다면, 이는 조세법상의 대원칙인 공평(평등)과세의 원칙에 위반된다. 이는 헌법 제11조에 규정된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는 소위 `평등의 원칙'에 근거한다. 사전적 의미에서의 평등은 `차별 없이 고르고 한결 같음'을 뜻하고, 공평은 `어느 한 쪽으로도 치우치지 않고 고름'을 의미한다. 

헌법재판소의 결정문에 따르면 `평등의 원칙은 일체의 차별적 대우를 부정하는 절대적 평등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법의 적용이나 입법에 있어서 불합리한 조건에 의한 차별을 하여서는 안 된다는 상대적·실질적 평등을 뜻하는 것'으로 의미하면서 합리적 근거 없이 차별하는 것은 평등의 원칙에 반한다고 하였다(98헌바14). 물론 여기에는 절차적 평등과 관련된 사항도 포함된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이와 같은 논점들을 이(셋째) 논거에 대입해 보기로 하자. 우선 평등의 원칙에 맞게 과세하려면 보충적 평가방법으로 신고한 모든 납세자에게 같은 방식으로 적용해야 마땅하다는 논리가 성립한다. 따라서 합리적인 상대적 차별에 대한 기준 없이 예산이 허용하는 범위에서 선별하는 방법 등으로 `이 사람은 이렇게, 저 사람은 저렇게'하는 방식은 평등의 원칙에 반할 뿐만 아니라 차별받은 납세자로부터 공연히 조세저항을 불러일으키는 빌미를 제공하는 격이 된다. 그러므로 납세자를 화나게 해 터져 나오는 불만의 목소리는 대부분 절차적 불평등에서 출발한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넷째, 전부는 아니겠지만 대부분의 상속재산은 언젠가 팔게 될 것이다. 그때 양도차익을 계산하기 위한 취득가액은 상속으로 과세된 재산가액이 된다. 따라서 보충적평가방법으로 신고한 가액이 상속세 과세가액으로 된 후 해당 재산을 양도하는 경우라면, 그때의 양도차익은 (감정가액-보충적평가가액) 만큼 더 커지게 되므로, 그에 대한 양도소득세를 더 부담하게 된다. 결국 세금부담에 대한 시점의 차이만 있게 될 뿐 평가차이에서 오는 추가 세금은 면할 길이 없다. 이를 과세권자의 시각에서 보면 상속세와 양도소득세 중 어느 쪽으로 과세하는 것이 더 많은 세금을 거둘 수 있는지에 대한 판단의 문제로 보인다. 그렇다면 성급하게 지금 당장 눈에 보이는 이익에 집착할 것이 아니라, 거시적 차원에서 국가가 대인(大人)다운 자세로 느긋하게 기다리면서 납세자의 자유로운 선택에 맡기는 것이 오히려 합리적이라고 할 것이다.

다섯째, 위 논점들에 덧붙여 언급하고자 한다. 재산평가심의위원회운영규정(국세청 훈령 제2429호)에 따르면 납세자가 상속재산을 보충적평가방법에 따른 평가액이 아닌 다른 가액으로 신고하고자 할 때, 평가위원회의 승인을 받기 위한 신청 및 평가위원회의 답변 기한에 관한 규정이 있다.(6) 그러나 과세관청이 언제까지 신청해야 하는지에 대한 규정은 보이지 않고, 단지 평가위원회의 답변기한만 신청일로부터 2개월(보완기간 제외)로 정해져 있다(운영규정 제38조). 그렇다고 하여 무한정 끌고 갈 수 있는 사항으로는 보지 않지만, 어느 경우든 심의신청 및 결과통지를 포함해 확정을 위한 결정절차 모두가 법정결정기간 내에 완료되어야 할 것으로 본다.

법 제78조(결정·경정)에 규정된 법정결정기간(주석 (3) 참고)에 대한 법적성질을 판단한 하급심 판결(서울행정법원 2012. 2. 3. 선고 2011구합28509)은 훈시적 규정으로 해석했으나, 2018. 2. 13. 개정으로 기간이 연장된 이상(6개월 → 9개월) 이제는 강행규정으로 해석되어야 할 것이다. 왜냐하면 법원이 훈시적 규정으로 해석했음에도 굳이 법령을 개정하여 3개월씩이나 연장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Ⅲ. 결론

과세권자와 납세자 사이에 정보나 자료 수집의 능력에 대한 차이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전자가 우월적 지위에 있다는 사실은 어느 누구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한 무소불위의 위치에 있는 과세권자가 시가에 관한 각종 자료를 수집해 보았음에도 그것이 여의치 않다면, ‘시가를 산정하기 어려운 경우’로 보아 보충적평가방법으로 과세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왜냐하면 보충적평가방법에 의한 가액도 엄연히 법률상의 시가에 해당하기 때문이다(법 60,③). 그런데도 눈에 보이는 자료를 손쉽게 찾을 수 없다는 이유와 시행령 제49조 제1항 단서 말미의 ‘평가심의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해당 매매등의 가액을 ...확인되는 가액에 포함시킬 수 있다’라는 법문에 근거하여 일부 납세자를 선별적으로 선정하여 과세권자가 비용을 들여가면서까지 감정을 의뢰하여 나온 감정가액을 시가로 채택하여 과세하는 것은 과세권의 남용으로 비쳐질 수 있다. 또 국가가 비용을 들인다는 차원에서 자칫 국민들로부터 과도한 세금을 거둬들인다는 오해를 받을 소지도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감정을 의뢰하는 행위는 자제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그러므로 본 법에서 입법적으로 모든 상속재산을 일률적(강제적)으로 감정평가를 하도록 되어 있다면 몰라도, 시행령상의 법문을 확대 해석하여 선별적으로 감정평가의 방법을 활용하여 과세할 수는 없다고 본다. 
  
끝으로 감정가격의 범위를 확대시킨 영 제49조 제1항 단서의 규정은 본 법 제60조 제2항에서의 위임의 범위를 넘어선 무효의 규정으로 볼 소지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1) 상속(상속개시일)과 증여(부동산의 경우에는 등기일)가 있은 날을 의미한다.
(2) 증여재산은 평가기준일 전 6개월부터 후 3개월까지의 기간을 말한다.
(3) 상속세는 상속세과세표준 신고기한일로부터 9개월, 증여세는 증여세과세표준 신고기한일로부터 6개월을 말한다(영78,①).
(4) 감정가격이 둘 이상이 있는 경우이면 그 평균액으로 한다.
(5) 증여세는 2년 9개월(②의 기간+신고기한 3월+결정기간 6월)이 된다.
(6) 심의위원회는 납세자 또는 지방국세청장(관할세무서장)의 신청으로 심의하게 된다. 납세자의 신청은 상속세 과세표준 신고기한 만료 4개월 전(증여의 경우에는 증여세 과세표준 신고기한 만료 70일 전)까지 신청해야 한다(평가위원회 운영규정 제35조). 또 심의에 대한 결과통지는 상속세 과세표준 신고기한 만료 1개월 전(증여의 경우에는 증여세 과세표준 신고기한 만료 20일 전)까지 서면으로 통지해야 한다. 단서 생략(제38조) 

※ 위 내용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세무사신문 제815호(202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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