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fault_top_notch
default_setNet1_2

파벌로 얼룩진 쇼트트랙의 ‘희망대안’ 조혜리

기사승인 2014.02.26  11:27:20

default_news_ad1

- 올림픽 정신 위배된 ‘결승 양보’.. 본능 이겨낸 언니 마음

   
▲ ⓒ'탁발'블로그

러시아에서 열린 소치 동계올림픽은 언제나 그랬듯이 우리 선수의 금메달을 강탈해갔다. 그것도 세계가 주목해 온 김연아의 것이라는 사실이 더 충격적이다. 아직도 그 논란은 계속되고 있지만 정작 김연아의 모국 빙상연맹이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어 안타까움과 함께 분노를 느끼게 된다. 그렇게 소치에 대한 마지막 기억은 분노로 마감되었다. 그렇지만 소치의 기억이 모두 나쁜 것만은 아니다.

이상화 선수의 올림픽 2연패도 기뻤으며 여자쇼트트랙 3000미터 계주 금메달 역시 감동을 주기에 충분했다, 오늘의 주인공은 바로 이 여자쇼트트랙을 이끄는 맏언니 조해리 선수다. 마지막까지 추했던 중국 선수들의 방해에도 불구하고 마지막 한 바퀴에서 기적의, 문노의 질주로 중국을 다돌리는 괴물소녀 심석희를 통해 유쾌, 통쾌, 상쾌한 기분을 얻을 수 있었다. 그렇게 금메달이 확인되는 순간 우리 선수들은 누구라고 할 것 없이 모두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 ⓒ'탁발'블로그

그중에서도 맏언니 조해리 선수의 눈물은 더욱 뜨거워 보였다. 우리 나이로 29살. 결코 현역 운동선수로서는 적지 않은 나이로 선수촌에서 땀을 흘려온 조해리는 이번 올림픽에 계주 한 종목에만 출전했다. 계주에서 한을 풀지 못하면 그대로 올림픽 금메달을 목에 걸지 못한 채 대표선수생활을 마쳐야 했을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조해리가 다른 종목에 뛰지 못할 기량은 아니었다.

여자 500미터 결승에서 부상을 입은 박승희 대신 출전한 1500미터에서 조해리는 예선부터 월등한 기량과 노련한 경기운영으로 조1위로 승승장구하는 모습을 보였다. 중계를 하는 안상미 위원은 조해리의 몸이 무척 가벼워보인다는 말을 강조했다. 마치 내친 김에 그대로 금메달까지 달려보라는 선배의 마음이 담겨 있어 보였다. 그러나 조해리는 그러지 않았다. 묵묵히 동생을 위한 페이스 메이커로서의 역할만 우직하게 하는 모습이었다.

   
▲ ⓒ'탁발'블로그

결국 준결승에서는 앞서 달리는 김아랑을 너무 보호하려고 했던지 그만 실격을 당하고 말았다. 그 바람에 결승에서 우리선수 3명이 나란히 결승점을 통과하는 흔치만 항상 짜릿한 장면은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아마도 조해리가 결승에 올랐다면 금메달을 중국에게 내주지는 않았을 것도 분명하다. 그런 아쉬움이 없지 않지만 그래도 조해리는 동생 김아랑이 결승에 무사히 안착할 수 있는 살신성인의 역할을 백퍼센트 해냈다.

그러나 그런 모습은 사실 올림픽 정신에 위배된다. 올림픽 정신 혹은 스포츠 정신이란, 아무리 같은 국가 선수들끼리라도 최선을 다해 승부해야 하는 것이다. 또한 올림픽 정신을 논하지 않더라도 이상하게 운이 따르지 않았던 조해리로서는 개인종목 금메달에 욕심을 부려볼 만도 했다. 다른 것도 아니라 운동선수라면 누구나 꿈인 올림픽 금메달이 아니었던가. 그러나 조해리는 그런 욕심 따윈 자기 것이 아니라는 투로 동생을 위한 역할만을 해내고자 했다.

   
▲ ⓒ'탁발'블로그

계주에서 금메달을 딴 후 이어진 인터뷰에서 여자선수들은 서로가 남이 잘해서 된 거라고 공을 돌리는 훈훈한 모습을 보여 금메달 이상의 즐거움을 국민들에게 선사했는데, 그것 역시 조해리가 이끌어온 분위기가 아닐까 싶다. 계주 결승이 끝나고 금메달이 확정된 순간 조해리는 동생들의 손을 일일이 잡아주며 “고마워”라고 하는 모습이 중계화면에 비쳐졌다. 심지어 결승에는 나오지 않았던 공상정에게도 똑같이 대했다. 그런 조해리에게 권위의식 따위는 보이지 않았다.

그것은 운동선수로서의 본능마저 이겨낸 언니의 마음이 아닐까 싶다. 조해리의 언니 본능은 비단 쇼트트랙 선수들에게만 발휘되는 것도 아니었다. 올림픽 2연패라는 위업을 달성한 이상화는 경기날 아침을 꼭 조해리와 먹어야 한다고 귀여운 앙탈을 보였다. 선수촌 전부를 커버하지는 못해도 스케이팅 종목의 큰언니로서 두루두루 정을 나누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런가 하면 박승희가 500미터 결승을 마치고는 조해리에게 달려가 눈물을 흘렸을 때 마치 자기 일처럼 함께 울어주며 박승희를 달래주던 짠한 모습도 기억에 오래 남을 장면이었다.

조해리의 따뜻한 언니의 마음이 통해 여자쇼트트랙은 선전할 수 있었고, 누구보다 기쁜 마음으로 귀국길에 오를 수 있었을 것이다. 소치에서 확인된 맏언니 조해리는 선수로서도 그렇지만 아주 좋은 지도자의 재목이라는 기대도 함께 보여줬다. 파벌이니 폭력이니로 시끄러운 쇼트트랙에 조해리가 희망의 대안이 되어주길 기대해본다. (☞ 국민리포터 ‘탁발’ 블로그 바로가기)

[편집자註] 이 글은 외부 필진(블로거)의 작성 기사로 ‘go발뉴스’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go발뉴스’는 다양한 블로거와 함께 하는 열린 플랫홈을 지향합니다.

 

국민리포터   탁발 balnews21@gmail.com

ad44
default_news_ad3
<저작권자 © 고발뉴스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default_news_ad4
default_side_ad1

인기기사

ad41
ad37
default_side_ad2
ad38
ad34
ad39

고발TV

0 1 2 3
set_tv
default_side_ad3
ad35

섹션별 인기기사 및 최근기사

default_setNet2
default_bottom
#top
default_bottom_notc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