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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컬링이 거둔 금메달보다 값진 성과

기사승인 2014.02.18  15:3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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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생순 신화, 좌절 아닌 시작”

   
▲ ⓒ'탁발'블로그

소치 동계올림픽에 출전 중인 여자컬링팀이 4강의 목표를 이루지 못했다. 그러나 사실 4강은 목표가 아니라 희망이었을 뿐이다. 많은 사람들이 여자컬링 선수들을 보며 하계 올림픽의 우생순 신화를 떠올렸다. 혹시 그렇게 되지 않을까 기대와 희망을 걸었다. 그러는 동시에 컬링에 대한 일반의 관심은 급속도로 높아졌다. 그런 관심과 기대를 받아본 적 없는 선수들로서는 이 갑작스런 현상이 기쁘면서도 또 얼마나 부담이 됐을지 충분히 짐작하고도 남는다.

처음 네 번의 경기에서 2승 2패라는 나름 준수한 성적으로 순향하는 여자컬링이기에 국민적 관심은 더욱 커졌다. 그러나 이후 한국팀은 눈에 보이게 부진한 모습이었다. 상대가 강한 것도 있겠지만 앞선 경기에서는 볼 수 없었던 실수와 경직된 플레이가 패인이었다. 급기야 스킵인 김지선이 마지막 투구 자리를 김은지에게 내주고 세컨을 맡는 파격적인 변화를 시도했지만 한번 기울어진 분위기를 다시 끌어올리지는 못했다.

   
▲ ⓒ'탁발'블로그

그래도 4강이 좌절된 상황에서 맞은 미국팀과의 경기에서는 간만에 11대 2라는 압도적인 점수로 이겨준 것은 아주 다행한 일이었다. 또한 패배했지만 마지막 상대이자 세계 최강인 캐나다를 만나서도 끝까지 최선을 다하는 모습은 당당해 보였다. 혹시라도 실망했을 국민들에게 위안이 될 만한 선전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선수들 자신을 위해 투지를 잃지 않을 좋은 선물이었을 것이다. 그렇게 우생순의 신화는 좌절된 것처럼 보였다. 갑자기 쏟아졌던 국민적 관심과 기대가 실망과 비난으로 바뀔까 걱정스러운 상황이었다.

그러나 어쩐 일인지 성적을 올리지 못한 여자컬링에 대한 국민반응이 오히려 더 좋다. 어떤 기사에도 기계적으로 달리던 악플조차 찾아보기 어렵다. 그리도 대부분의 국민들은 올림픽 첫 출전이라는 설렘과 긴장을 이기고 첫 상대이자 숙적 일본을 꺾어준 것만도 대견하고 기쁜 일로 기억하는듯하다. 참 놀라운 변화가 아닐 수 없다.

다른 나라와 달리 우리는 동메달이나 은메달을 성공이 아니라 실패에 더 가깝게 간주해왔다. 그래서 은메달이나 동메달을 딴 선수들은 자연스레 금메달을 놓친 아쉬운 선수로 묘사돼왔다. 기대를 받던 종목이나 선수라면 그런 현상은 더욱 심했다. 물론 이런 한국의 분위기는 분명 잘못된 것이고, 박승희의 동메달, 심석희의 은메달에서 조금씩 변화하던 반응이 마침내 여자컬링에게는 나쁜 성적에도 불구하고 격려가 쏟아지는 흐뭇한 변화의 정점을 이루고 있다.

   
▲ ⓒ'탁발'블로그

아닌 게 아니라 만일 여자컬링팀을 비난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것은 대단히 비정상적이다. 전국에 경기장이 달랑 2개뿐인데, 그것조차 겉만 컬링시트일 뿐 국제경기의 감을 익힐 수 없는 무늬만 경기장이기 때문이다. 굳이 다른 나라와 비교할 필요조차 없는 열악한 환경 속에서 올림픽 출전권을 따고, 몇 승이라도 올려준 것만도 대단한 성과라고 할 수 있다.

심지어 2012년 세계선수권 4강신화를 이뤘을 때에는 컬링선수들이 태릉선수촌에서 훈련을 하면서도 비인기종목이라 식당에서 밥도 못 먹고, 근처 분식집에서 배달음식을 시켜 먹고 잠도 근처 모텔에서 자야 했던 홀대를 이겨낸 속사정을 안다면 아무리 야박한 사람이라도 여자컬링선수들에게 격려를 아끼지 못할 것이다. 이 모든 것이 정말 한국여자선수이기에 가능한 것이다. 그러기에 여자컬링에 걸었던 우생순의 신화는 좌절이 아니라 이제 겨우 시작이고, 진행 중이라고 말하는 것이 맞다.

   
▲ ⓒ'탁발'블로그

또한 이번 올림픽을 통해 여자컬링 선수들이 거둔 성과는 컬링경기장의 확보 문제라 할 수 있다. 앞서도 말했듯이 우리나라에는 제대로 된 컬링경기장은 전무한 상태. 그러나 현실적으로 비인기종목의 경기를 위해 공적예산을 무한정 쓸 수는 없는 일이다. 그러나 다른 종목에 비해 컬링은 엘리트 분야인 동시에 어떤 것보다 생활체육의 성격이 짙다. 그렇기 때문에 아무리 많이 늘린다고 하더라도 비워둘 염려는 없다. 정말로 남녀노소 제한 없는 생활체육으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선수저변도 넓혀질 테니 일석이조, 일석삼조의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이번에 당장 신세계에서 컬링에 100억원의 지원을 약속하고 나섰다. 지금의 분위기라면 현 여자컬링 선수들이 소속된 경기도청도 나서서 경기장 하나쯤 세워줄 것도 같다. 이만하면 올림픽 메달을 단 것만큼의 효과 아니 그 이상의 성과를 올렸다고 해도 과하지 않다. 여자컬링 선수들이 남몰래 흘린 눈물의 대가일 것이다. (☞ 국민리포터 ‘탁발’ 블로그 바로가기)

[편집자註] 이 글은 외부 필진(블로거)의 작성 기사로 ‘go발뉴스’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go발뉴스’는 다양한 블로거와 함께 하는 열린 플랫홈을 지향합니다.

국민리포터   탁발 balnews21@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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