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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컬링, 소치에서 만난 또 하나의 ‘우생순’

기사승인 2014.02.14  14: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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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러시아 혼 ‘쏙 빼’.. 4강 불씨 살린 여자 컬링

   
▲ ⓒ'탁발'블로그

소치 동계올림픽에서 한국팀은 메달 기근에 시달리고 있다. 한국의 전통적인 금밭 쇼트트랙이 이유를 알 수 없는 불운이 겹치면서 남자팀을 거의 전멸 분위기로 몰아가고 있다. 믿었던 5천미터 계주마저 패널티를 받고 실격하는가 하면, 중국벽에 가로막혔던 여자 500미터에서는 박승희가 금메달을 목전에 두고도 영국선수의 석연치 않은 방해로 동메달에 그쳤다. 게다가 부상까지 입어 1500미터 출전을 포기하게 됐으니 이 정도면 저주라고 해야 할 판이다.

올림픽이나 월드컵을 보면서 승부가 아니라 경기를 보자고, 4년간 흘렸을 선수들의 땀을 보자고 말을 하면서도 경기에 몰입하다보면 애초의 다짐이 무색해지고 만다. 하긴 사람인데 어찌 이기는 것을 바라지 않을 수 있겠는가. 그런데 이번 소치 올림픽에서 아주 흥미로운 일이 벌어졌다. 진심으로 승부와 무관하게 경기 그 자체에 빠져들게 하는 종목을 발견한 것이다. 그것은 바로 여자 컬링.

올림픽 첫 출전에서 여자 컬링팀은 숙적 일본을 만나 속 시원하게 이겨줬다. 그러나 이 경기는 한일전이라는 숙명적 전투의지보다는 낯선 컬링이라는 경기의 재미에 더 빠지게 했다. 한일전의 투지마저 잠시 잊게 만든 컬리의 매력은 대단했다. 무엇보다 이 경기가 한국인에게 정말 잘 맞는다는 사실이다. 컬링은 신장의 열세를 극복할 필요도 없다. 다만 섬세한 손재주와 명석한 두뇌를 요구할 뿐이다. 한국인의 특성과 딱 봐도 찰떡궁합이다. 왜 이 경기를 그동안 하지 않았는지가 더 궁금할 따름이다.

   
▲ ⓒ'탁발'블로그

아무튼 여자 컬링팀의 첫 경기의 여파는 매우 컸다. 방송사들은 앞 다퉈 컬링경기를 중계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일본을 이긴 한국팀은 이후 스위스, 스웨덴 등 강적을 연달아 만나 석패했다. 그러면서 일부 선수들을 비난하는 철없는 모습도 보이기도 했지만 그것도 잠시 한국 여자 컬링 경기를 보고 싶은 마음이 더 커보였다. 2시간이 넘는 중계시간이지만 잠시도 지루함을 느낄 수는 없는 박진감의 매력에 이미 중독된 탓이다.

그리고 13일 2연패의 부진한 분위기 속에서 여자 컬링 선수들에게는 뭔가 반전이 필요한 상황 속에서 하필이면 홈팀 러시아를 만나게 됐다. 그러나 팀내 맏언니 신미성 대신에 막내 엄민지를 대신 기용한 한국팀은 앞서 스위스나 스웨덴과의 경기와는 전혀 다른 자신감 넘치는 모습으로 시종 홈팀 러시아를 압도해가는 모습이었다. 경기 그 자체만으로도 꿀맛 같은 재미를 주는데 이기기까지 하니 그야말로 금상첨화다.

우리가 선공일 때는 1점만 주고, 후공일 때는 2점을 착실히 따내는 진행으로 러시아의 급한 마음을 더욱 초조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두 팀의 운명을 확실하게 가른 7엔드는 그야말로 명승부였다. 우리가 후공이었지만 자칫하면 러시아팀에게 오히려 큰 점수(스틸)를 내줄 수도 있는 묘한 상황에 놓여 있었다. 그러나 그 상황을 한 순간에 뒤집는 투구가 나왔다. 주장격인 스킵을 맡고도 잦은 실수를 범했던 김지선의 회심의 일타였고, 우리팀은 이날 최고 득점인 3점을 가져올 수 있었다.

7엔드를 마친 상황에서 7대3은 이미 승리를 확신해도 좋은 점수다. 그러나 어떻게든 역전을 노리는 러시아팀의 집요한 공략에 9엔드에서 마지막 고비를 맞았다. 우리에게도 3실점의 위기가 찾아왔고, 아껴뒀던 작전타임까지 써가며 국면전환을 노렸다. 그리고 이 위기는 이 날 최고의 샷이라고 해도 좋을 김은지의 런백 더블 테이크아웃(가드된 스톤을 가격해서 다른 두 스톤을 밀어내는 것)을 보기 좋게 성공했고, 한국팀은 3실점의 위기를 벗어나며 1득점으로 8대 4로 점수차를 벌리며 승리에 쐐기를 박았다.

이로써 한국 여자 컬링은 2승 2패로 여전히 4강의 희망을 품을 수 있게 됐다. 그러나 4강 진출 여부보다도 매 경기마다 보는 이를 매료시키는 경기진행을 보이고 있는 여자 컬링은 메달과 관계없이 가장 보고 싶은 종목이 됐다. 때로는 속상한 실수도 보이지만 그러면서 온몸에 전율이 흐를 정도의 짜릿한 경기로 시청자를 들었다 놨다 하기를 반복하고 있다. 시쳇말로 이런 요물이 따로 없다. 그렇다. 여자 컬링. 그녀들은 이번 소치의 최고 요물로 등극했다. 이제 여자 컬링의 4강 진출을 바라는 이유는 어쩌면 메달보다 한 경기라도 더 보고 싶은 마음이 더 클지도 모를 일이다. 소치 전과 후가 천지차이인 여자 컬링, 아무도 관심을 주지 않았던 여자 컬링. 그녀들에게서 또 하나의 우생순을 보게 된다. (☞ 국민리포터 ‘탁발’ 블로그 바로가기)

[편집자註] 이 글은 외부 필진(블로거)의 작성 기사로 ‘go발뉴스’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go발뉴스’는 다양한 블로거와 함께 하는 열린 플랫홈을 표방합니다. 

국민리포터   탁발 balnews21@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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