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 42초 심사”…방문진 이사 지원자들 이진숙에 소송

▲ 이진숙 신임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이 지난 7월 31일 오후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전체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사진=방송통신위원회 제공, 뉴시스>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이 출근 첫날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 이사진 6명 임명을 강행하자 지원자들이 절차 등을 지적하며 법적 대응에 나섰다. 

방문진 이사 공모에 지원했으나 탈락한 조능희 전 MBC플러스 사장, 송요훈 전 아리랑국제방송 방송본부장, 송기원 MBC 저널리즘스쿨 전임교수는 1일 서울행정법원에 이진숙 위원장을 대상으로 공영방송 이사 선임 취소 소송을 제기하고 효력 정지를 신청했다. 

경향·한겨레신문 등에 따르면 이들은 입장문을 통해 “후보자로서 투명하고 공정하게 경쟁할 권리, 평등권 및 이사 임명 기대권이 심각하게 침해됐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방통위법에서 정한 5인의 합의제 행정위원회를 위원장과 부위원장 ‘2인 체제’로 독단적으로 운영했고, 기피신청 당사자로 제척돼야 할 이진숙 위원장이 본인에 대한 기피신청을 각하해 방통위법을 위반했다”고 밝혔다. 

또 “방통위 상임위원으로 임명된 당일 공영방송 이사 임명을 강행하고 이전과 달리 면접 절차는 생략되는 등 밀실에서 불투명하고 불공정하게 심사했다”며 “명백한 재량권 일탈이고 남용”이라고 했다.

아울러 KBS와 방문진 이사 후보자 83명에 대해 불과 1시간(후보자 1명당 42초) 만에 심사를 마친 점 등을 짚었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은 인사청문회 닷새 만인 지난달 31일 오전 9시경 이진숙 위원장 임명안을 재가했다. 이후 이 위원장은 오후 5시 비공개 전체회의를 열어 방문진 이사진 6명 임명과 KBS 이사진 7명 추천을 강행했다. 

김홍일 전 방통위원장이 지난달 2일 국회에서 본인의 탄핵안이 처리되기 전 자진 사퇴해 방통위는 이상인 부위원장 1인 체제로 운영됐다. 위법적 운영 논란에도 방통위는 KBS‧방문진 이사 공모를 진행했으며 지난달 11일 KBS 이사에 53명, 방문진 이사에 32명이 지원했다고 밝혔다.  

이번 소송에 참여한 조능희 전 사장은 2일 SNS에 “한사람의 역량을 42초만에 심사”라고 적었다. 

이어 조 전 사장은 “방통위의 불법적인 공영방송 이사 선임의 효력을 정지해달라고 소송을 제기했다”며 “법원이 현명하게 판단하리라 믿는다”고 밝혔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노종면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일 “단 2시간 만에 지원자 80여명(MBC 32명, KBS 53명)을 심사했다니 가당키나 한 일인가”라고 따졌다. 

노종면 의원은 SNS를 통해 “윤석열 대통령과 그를 둘러싼 막무가내파가 결국 독배를 마셨다, 이진숙 탄핵 전에 모두 끝내야 한다는 생각에 너무 큰 무리수를 뒀다”면서 이같이 지적했다. 

노 의원은 “단 2시간 회의 시간 중에 부위원장 뽑고, 이진숙 기피 신청 각하 결정도 했다. 게다가 83명을 심사했다?”고 의문을 표한 뒤 “한마디로 그냥 정신 없이 해치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탄핵에 쫓겨 절차 정당성, 최소한의 심의 따위는 안중에 없었다”며 “이젠 탄핵이 아니라 집행정지 가처분이 걱정스럽지 않은가?”라고 꼬집었다. 

▲ 윤석열 대통령이 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방송통신위원장(방통위원장) 임명장 수여식에서 이진숙 방통위원장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