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fault_top_notch
default_setNet1_2

“도어스테핑 중단·가벽 설치?..미숙한 정부의 태도”

기사승인 2022.11.26  10:35:45

default_news_ad1

- [go발 책터뷰] <우리가 보지 못한 대한민국> 출간한 라파엘 라시드 외신기자

영국 출신 저널리스트 라파엘 라시드 기자는 한국에 11년째 살면서 정치, 사회, 문화 등 다양한 기사를 쓰고 있다. 그는 <엘르 코리아>에서 칼럼니스트로 활동하며 쓴 내용을 바탕으로 <우리가 보지 못한 대한민국>을 출간했다. 11년간 한국에서 보고 듣고 느낀 점들이 때로는 많은 독자들을 불편하게 만들지만 그동안 ‘국뽕’에 취해있던 독자들에게 한국의 뿌리박힌 문제는 무엇인지 상세히 설명해준다.

라파엘 라시드 기자가 전용기 논란으로 본 한국 언론의 문제점과 윤석열 정부의 태도, 10.29 참사 등에 대해 입을 열었다. 대통령실 가벽 설치 논란에 대해 “너무 미숙하”다며 “마치 삐진 아이 같다”고 했다. 또 “이번 사안이 끝이 아니라 피해자가 더 생길 걸로 보인”다며 “이번 문제로 정부가 자신감을 얻은 것 같다”고 밝혔다.

인터뷰는 지난 23일 서울 노고산동에 있는 한 카페에서 진행됐다. 

   
▲ 영국 출신 저널리스트, 라파엘 라시드 기자 <사진=박효연 기자>

# 우리가 보지 못한 대한민국

Q 11년째 한국에서 프리랜서 기자로 활동하면서 한국인이 보지 못한 한국에 대해 보고 계십니다. <우리가 보지 못한 대한민국>이라는 책이 나왔는데, 책을 낸 이유는?

먼저 출판사에서 한국에 대해 써보는 게 어떻겠냐면서 연락이 왔어요. 그런데 그 전부터 <엘르 코리아>에 ‘라파엘의 한국살이’라는 제목으로 연재 기고를 하고 있었어요. 이번 기회에 조금 더 디테일하게 들어가보자, 그리고 내가 진짜 하고 싶은 말을 해보자, 한국 사회를 더 이상 아름답게 포장하는 일을 하지 말자, 라고 생각하면서 글을 정리했어요. 다른 외신기자 동료들 대부분은 한국에서 살면서 남북한 문제라든지 정치 문제 같은 글을 주로 쓰거든요. 그런데 저는 그 부분보다는 진짜 한국 사회에 대해 쓰고 싶었어요. 

Q 책을 출간하고 주변 반응은 어떤가요?

책 출간 후 이메일이나 메시지 등을 정말 많이 받았어요. 특히 해외에 사는 한국인들에게도 메시지를 받았는데 대부분 반응은 “내가 진짜 하고 싶은 말이에요”였어요. 제 책 내용이 ‘국뽕’과는 거리가 있거든요. 이런 쓴소리가 필요했다고 하더라고요.   

Q 책에서 인상 깊었던 게. 한국에서 유독 ‘혐오’가 많다고 했어요. 이유는 뭐라고 생각하나요?

가장 큰 이유는 사람들 스스로 행복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내가 행복하지 않은데 다른 사람의 행복을 보면 공감하지 못하고 오히려 공격해야 한다고 보는 것 같아요. 이건 또 한국 사람들이 생각하는 ‘꿈’과 관련이 있다고 보는데 한국 사회에서 꿈을 꾼다는 건 삶의 구체적 목표를 의미하는 것 같아요. 얼마나 경제적으로 성공했나와 관련이 있죠. 꿈을 꾼다는 게 개인의 희망과 바람, 행복이 아닌 개인을 구속하고 끊임없이 채찍질하는 수단이기 때문에 주변을 돌아볼 여유가 없는 거죠. 혐오는 거기서 출발한다고 생각해요.

Q 한국에서 청년들이 행복하지 않다고 느끼는 이유는 뭘까요?

한국의 젊은이들은 태어났을 때부터 사회의 요구에 따라서 움직이기 때문인 것 같아요. 태어났을 때부터 좋은 학교에 가야 하고, 좋은 직장에 가야 하죠. 개인의 선택이 아니라 사회의 요구에 따라 선택한다는 거예요. 그래서 학교가 끝나면 바로 학원을 가고 원치 않는 길을 걷는다고 봐요. 그런 것들이 행복과 연관이 있다고 봐요.

# 10.29 참사와 우리

Q 10.29 참사 희생자 유가족의 기자회견이 있었어요. 어떻게 봤나요?

너무, 너무 슬펐어요. 유가족들이 요청하는 게 큰 게 아니잖아요. 그냥 단순히 우리 아들 왜 죽었나, 그 질문에 한국 정부에서 원하는 대답을 받지 못하고 있어요. 

Q 세월호 때도 한국에 있었는데, 세월호 참사랑 다른 점, 또 같은 점이 있다면요?

공통점과 차이점이 많아요. 일단 젊은 사람들이 한꺼번에 세상을 떠났고, 둘 다 막을 수 있는 참사였다, 이런 게 같은 점이죠. 차이점은 세월호 참사 때는 컨트롤타워가 없었잖아요. 박근혜 전 대통령이 7시간 동안 어디에 가 있었는지 아직도 미스테리고요. 10.29 참사 때는 윤석열 대통령의 반응이 조금 있었죠. 그래서 뭔가 할 줄 알았죠. 그나마 세월호보다 다행이겠다, 그런 생각을 했는데 시간이 갈수록 책임에 대한 질문은 회피되고 있는 것 같아요.  

   
▲ 라파엘 라시드 기자가 트위터에 11월 23일 열린 10.29참사 유가족들이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을 전하고 있다. <사진제공=라파엘 라시드>

Q 참사 당일에 이태원에 계셨는데 근처에서 지켜 본 입장으로서 더 마음이 무거웠을 것 같아요.

일주일간 계속 울었어요. BBC 등 세계 각국에서 방송 인터뷰 요청이 들어 왔는데 생방송을 20개 정도 했거든요. 방송이 끝나면 펑펑 울고 다시 방송하고 그랬어요.

제가 원래 관심 있게 다루는 주제가 주로 빈곤, 성범죄, 인권, 젠더, 차별과 같은 이슈들이에요. 이런 주제는 특히 외신에서도 잘 다루지 않는데 기사에 다루지 못한 것들을 주로 트위터를 통해 전달하고 있었어요. 하지만 최근 한국 상황 때문에 이런 문제들을 뒤로하고 10.29 참사나 한국 언론 문제에 대해 집중하고 있습니다. 

Q 참사가 나고 정부에서 한다는 게 경찰서, 소방서 등 압수수색을 했잖아요. 어떻게 보나요?

역시 정치적이다. 너무나 정치적이다. 이런 참사에, 너무나 슬픈 시기에 추모보다 정치가 먼저구나, 이런 생각을 했죠. 압수수색을 하는 대상도 사실 다 아랫사람들이잖아요. 진짜 잘못한 사람이 아닌 사람들이죠. 누가 봐도 희생양을 찾는 것 같아요.

윤 대통령은 사과 한 번도 안 했죠. 뭐 일이 생겨서 죄송한 마음이라고 표현은 했는데 사실상 사과가 아니죠. 대통령으로서 책임을 다하지 못했죠. 어제(22일) 기자회견을 보면서 부모들의 마음이 이해됐어요. 그분들은 진지한 사과를 원하고 있는 거죠. 대통령으로 사과한다는 건 유죄를 뜻하는 게 아니잖아요. 그런 것도 아닌데 왜 이렇게 일을 어렵게 만드는지 궁금해요. 

# 외신기자가 본 한국 언론

Q MBC 기자와 대통령 비서관의 설전, 어떻게 봤나?

너무 말도 안 돼요. 먼저 탑승 금지 문제가 있었잖아요. 그건 확실한 언론탄압이에요. MBC는 그것 때문에 국민들에게 제대로 보도를 못 하죠. 물론 요즘은 SNS 등을 통해 다 전달이 되지만 그 문제가 아니죠. 차단한 것 자체가 큰 문제죠. 두 달 전 비속어 논란을 보면 사실 대통령이 일부러 그렇게 말한 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그냥 실수로, 아무 생각 없이 말한 거죠. 그런 문제가 생기면 그냥 ‘의도는 그렇지 않았지만 어쨌든 논란을 일으켜 미안하다’ 이렇게 하고 정리될 일이었어요. 그런데 계속 아니라고 했고 그걸 보도한 사람들한테 가짜뉴스다, 하면서 공격을 하고 있는 거죠. 제 생각에는 지금 대통령실에서 하는 행동이 일부러 하는 것 같아요. 논란을 사용하고 있다는 거죠. 

Q 정부의 의도는 뭘까요?

정부는 일부러 두려움을 만들고 싶었던 것 같아요. 예전 독재자들이 쓰던 방법인데 검열하고 눈치 보게 만드는 거죠. 한국 언론 매체에 있는 기자들을 몇 아는데 그들 역시도 다들 눈치 보고 있다고 들었어요. 그래서 일부러 MBC를 이용한 거죠. 너희도 그러면 MBC처럼 된다, 이렇게 말이죠. 짧은 시간에 이렇게 만든 건 일종의 희생양이죠. 

슬리퍼 문제도 마찬가지에요. 뭐가 더 중요해요? 슬리퍼 신는 거? 언론 자유? 대통령실에는 프레스룸이 있잖아요. 기자들이 하루 종일 있는 곳이잖아요. 저도 한국 회사 다닐 때 회사에서 하루종일 슬리퍼 신고 있었어요. 이것 자체는 문제가 되지 않죠. 무례하다는 프레임을 만들어서 공격하는 거죠. 

   
▲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8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한 뒤 집무실로 향하고 있는 모습. <사진제공=뉴시스>

Q 가벽 설치도 한다는데?

너무 미숙해요. 마치 삐진 아이 같아요. 

Q 이 사안과 관련해서 다른 외신기자들은 어떻게 보고 있나요?

제 생각에는 아마 저와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을 거예요. 하지만 그들은 소속이 있으니 자유롭게 표현하는데 한계가 있다고 보고요 기자들끼리 단체방이 있어 대화를 나누는데 다들 말도 안 된다고 해요.

Q 윤석열 정부와 이전 문재인 정부의 언론환경을 비교한다면요?

문재인 정부 때도 완벽한 시스템은 아니었어요. 만약 정부를 비판하는 기사를 쓰면 자신들 입장이 있다며 반박을 하기도 했어요. 물론 압박은 없었지만 완벽하지는 않았죠. 그런데 지금에 와서 보니 ‘아, 그때가 나쁘지 않았구나’라고 생각을 했어요. 

Q 책에서 한국인은 똑똑하지만 조종하려 하는 언론이 문제라고 했어요. 어떤 문제일까요?

제 생각에는 오래전부터 언론 뒤에 무엇인가 있죠. 재벌, 권력자들이죠. 뭐 꼭 한국 문제만은 아니에요. 다른 나라도 마찬가지죠. 

또 하나 문제는 다는 아니지만 전문성이 떨어지는 경우도 있다고 보는데요. 팩트체크 없이 클릭 수를 위해 자극적인 제목, 내용의 기사들을 쓴다고 봐요. 이런 문제의 피해자는 결국 국민들이죠. 

국민들은 일상이 바빠요. 언론에서 나오는 걸 그대로 믿을 수밖에 없어요. 그렇기 때문에 언론의 역할이 상당히 중요한 거죠. 언론들은 거울을 들여다보며 나에게 이런 책임이 있구나, 라고 생각하면서 책임 있는 뉴스를 전달해야 해요. 

Q 윤석열 정부의 앞으로의 언론환경을 어떻게 예상하나요?

지금 이야기한 부분이 끝이 아니겠죠. MBC 같은 피해자가 더 생길 걸로 보고요. MBC를 더 공격할 거고요. MBC 기자 개인에게 명예훼손 등으로 고소 고발이 갈 걸로 보여요. 이미 보수단체에서 위협까지 한 수준이잖아요. 정부는 자신감이 있는 것 같아요. 두 달 전 욕설 논란은 일부러 만든 건 아닌데 이제 생기는 논란들은 정부의 자신감을 보여주는 것 같아요.  

# 마무리

Q 11년간 한국에서 외국인이면서 기자로 사는 게 어땠나요?

재밌었어요. 재미 없었으면 다른 나라로 갔을 거예요. (웃음) 한국에 있을수록 떠날 수가 없었어요. 사실 한국이 유럽이나 영국보다 한국이 살기 편리해요. 영국이 제 고향이지만 한국은 제2의 고향이에요. 떠날 계획도 없어요. 주변의 한국 친구들 덕분에 11년을 살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모두 고마운 사람들이에요. 이런 사람들을 만난 건 무척 운이 좋은 것 같아요. 

   
▲ <우리가 보지 못한 대한민국> 민음사/라파엘 라시드/2022년 <사진제공=예스24>

Q 이 책을 누가 읽었으면 좋겠나요?

젊은이들이요. 원하고 싶은 걸 할 수 있다고 여겼으면 좋겠어요. 또 부모 세대들이요. 자신의 자녀들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봤으면 해요. 

Q 앞으로 계획은요?

큰 계획은 없는데 사실 쓰고 싶은 게 너무 많아요. 써야 할 리스트들도 많은데 집중을 못하고 있어요. 시간이 되면 제가 평소에 관심 있었던 아이템들을 쓸 거예요. 최근에 다큐멘터리 제작에 함께 했는데 정말 재밌었어요. 앞으로 기회가 있으면 함께 참여하고 싶어요. 

Q 마지막으로 고발뉴스 독자 여러분께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please be happy. (행복하세요)

라파엘 라시드 기사

런던대학교 SOAS에서 한국·일본학을 전공하고 고려대학교 국제대학원 한국학 석사 과정을 졸업했다. 국제 홍보 대행사에서 수년간 근무했으며 <가디언>, <뉴욕타임즈>, <텔레그래프>, <닛케이 아시아> 등의 언론 매체에 한국 관련 기사를 기고하고 있다. TBS eFM 라디오에 정기 출연하고 있으며, <엘르 코리아>에서 칼럼니스트로 활동했다. 한국에서 살면서 트위터를 통해 세계인들에게 한국 이슈를 전하고 있다. 

 

박효연 기자 balnews21@gmail.com

ad44
default_news_ad3
<저작권자 © 고발뉴스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default_news_ad4
default_side_ad1

인기기사

ad41
ad37
default_side_ad2
ad38
ad34
ad39

고발TV

0 1 2 3
set_tv
default_side_ad3
ad35

섹션별 인기기사 및 최근기사

default_setNet2
default_bottom
#top
default_bottom_notc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