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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석, 가면쓰고 李·安·여가부 비판…‘눈가리고 아웅’ JTBC

기사승인 2022.01.15  12: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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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성태의 와이드뷰]제1야당 대표가 익명성에 기대 지상파에서 독설, 적절한지 의문

“오늘자 리서치뷰 여론조사를 보면 예고했던대로 72.5 보다 더 센 강도로 20대 남성 표심이 잡히고 있습니다. 이 상황을 유지하고 전체 표심이 7~8% 차이를 이룬 상태가 지속되면 2030이 5060의 부모세대를 설득해서 동조효과가 강화될 겁니다. 미래를 상징하는 젊은 세대가 왜 윤석열을 선택했는지 조리 있게 설명해내면 자식 이기는 부모 없고 손주 이기는 어르신들 없을 겁니다.”

14일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페이스북에 한 여론조사 결과를 공유하며 올린 게시물이다. 지난 6일 윤석열 대선 후보와의 2차 갈등 봉합 이후 윤 후보의 20대 남성 지지율이 오르고 있다는 사실을 강조한 것이다. 

   
▲ 국민의힘 윤석열(왼쪽) 대선 후보와 이준석 당대표가 12일 서울시 종로구 그랑서울 타워1에서 열린 2022LCK스프링 개막전을 관전하기 위해 입장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이처럼 최근 이 대표의 행보는 자신감과 활력이 넘쳐 보인다. 최근 본인이 직접 출연하는 이른바 ‘short 공약’을 연일 공개하고 있다. 유튜브와 소셜 미디어 채널을 중심으로 공약 홍보에 열심이다. 

‘여성가족부 폐지’ 등 윤 후보 페이스북을 통한 단문 메시지의 배경에도 이 대표의 이러한 전략이 주효한 것 아니냐는 평가도 나온다. 일각에선 ‘젠더 갈라치기’라는 지적이 여전한 가운데 14일에도 이 대표는 <야당 “여가부 차관이 지시해 만든 여당 대선공약 자료 확보”>란 중앙일보 기사를 페이스북에 공유하며 여가부를 향한 질타를 이어갔다. 

“여가부가 여당의 대선 공약 개발에 도움을 줬다면 그 자체로 황당하고 근절되어야 할 일입니다. 그런데 좀 당황스러운 건 민주당이 실제 여가부 이야기를 들어서 공약을 내면 우리 후보가 72.5가 아니라 92.5를 받아도 이상하지 않을 겁니다. 따라서 여가부가 잘못한 건 맞지만 누구에게 도움 되는 일을 하려고 한 것인지는 명확하지 않습니다.”

윤 후보와의 갈등 시에도 나름의 직설화법을 통해 소위 ‘이대남’들의 열렬한 지지를 이끌어냈던 이 대표. 그런 그가 얼굴을 가리고 토론에 임하는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한 것으로 드러나 언론이 주목하고 나섰다. 바로 지난 5일 첫 방송된 JTBC <가면토론회>가 그 문제적 프로그램이었다. 

제1야당 대표가 가면 쓰고 나와 토론하는 예능프로그램  

‘계급장 떼고 벌이는 가면 논객들의 토론 한 판. 이름, 나이, 직업, 얼굴 등 자신의 모든 것을 숨기고 벌이는 가면 쓴 토론 전사들의 세상에 둘도 없는 진짜 독한 말싸움! 과연 첨예하게 대립되는 사회문제에 대해 이들은 얼마나 속 시원한 ‘진짜’ 이야기를 들려줄지?’

<가면토론회> 홈페이지 속 방송 소개다. 실제 이게 전부다. 방송 내용은 방송인 박미선이 진행을 맡고, 각자 가면을 쓰고 얼굴과 실명을 공개하지 않은 6명의 패널이 각종 주제를 놓고 격렬하게 토론을 벌이는 형식이다. 익명을 전제로 한 만큼 독한 실명 토크가 펼쳐지며 주제도 정치‧사회 현안을 넘나든다. 예컨대 이런 식이다. 

“진짜 이게 수준도 안 되는 논쟁을 지금 하려고 시작하는 게 대선 후보의 어쨌든 부인에 대한 의혹 제기를 하면서 기준을 높이고 높일수록 여러분이 감당해야 되는 게 뭐냐 하면 대선 후보 본인에 대한 검증 더 엄격하게 해야 되는 거예요. 

지금 말씀하신 것들이 허위 이력의 기재나 이런 것들이 있다 한들 그래서 대한민국의 영부인 자격이 없다고 주장하려면 전과 4범 그것도 공무원 사칭 이런 사람은 대통령 직을 사퇴하는 게 맞아요.”

패널 중 1명인 일명 마라탕의 주장은 이랬다. 상대 패널이 김건희씨 허위경력 부풀리기 의혹에 대한 팩트 체크에 나서자 마라탕이 한 주장은 이랬다. 명백히 이재명 후보를 가리키는 반론이었다. 이 주장과 관련해 프로그램 제작진은 자막을 통해 ‘전과 4범 이재명’을 명시했다. 마라탕의 워딩에 등장하지 않은 실명을 제작진이 친절하게 부연한 셈이다. 

   
▲ <이미지 출처=JTBC '가면토론회' 화면캡처>

이 마라탕이 바로 이준석 대표라는 지적이 나왔다. 실제 방송을 본 시청자라면, 또 유튜브에 공개된 영상을 본 이들이라면 바로 이 마라탕이 평소 이 대표의 말투나 언변과 판박이라는 사실을 쉬이 눈치챘을 것이다. 자당 의원들이 하소연을 할 만큼 최근들어 현역 정치인 중 뉴스나 예능, TV나 라디오 가리지 않고 방송에 가장 많이 출연하는 것이 바로 이 대표 아닌가. 

“다만, 음성 변조가 됐음에도 이 대표 특유의 어투가 남아있어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마라탕’이라는 닉네임으로 활동하는 패널이 이 대표 아니냐는 추측이 난무했다. 이 대표는 마라탕으로 활동하며 자신에 대한 비평을 늘어놓기도 했다. 

대표적으로 여성가족부 폐지와 관련한 이야기를 하면서 ‘이 대표도 여가부 관련 토론에 여러 차례 참여했다’라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현재 이 대표가 가면토론회에 마라탕으로 출연 중”이라고 전했다.”

14일 해당 소식을 최초 보도한 미디어오늘 <JTBC ‘가면토론회’ 논객 마라탕, 알고보니 이준석> 기사의 일부다. 이후 연합뉴스를 필두로 조선일보, 경향신문 등 일간지들이 해당 소식을 전했다. 익명을 전제로 한 프로그램 특성을 들어 JTBC 측이 이 대표를 포함해 출연진이 누구인지 밝힐 수 없다는 설명이 줄을 이었다. 반면 프로그램 홈페이지 내 시청자 게시판의 반응은 사뭇 달랐다. 

   
▲ <이미지 출처=JTBC '가면토론회' 화면캡처>

‘마라탕’ 이준석 대표에게 쏠린 당연한 관심 

<가면토론회> 시청자 게시판은 첫 방송 직후 200여개의 게시글이 올라온 가운데 프로그램 제작 의도를 의아해 하는 시청자들의 주장 일색이었다. 가장 많은 조회수를 기록한 게시글이 마라탕을 이 대표로 지적한 내용이었고(<마라탕 이준석>, 카카오 계정 심*영), <야당 대표를 출연시키는건 불공평>(카카오계정 슬****생) 글도 호응을 얻었다. 어제(14일) 언론 보도 직후 시청자들의 주장이 게시판에 점철됐다. 

<가면토론회>는 대놓고 진보/보수 패널 간 익명을 전제로 한 화끈한 토론을 표방했다. 패널 뒤에 자리한 청년 시민논객들의 반응도 마찬가지였다. 그 중심에 선 것은 역시 이준석 대표일 수밖에 없었다. 

마라탕은 여가부 폐지와 같은 기존 주장과 함께 “이 대표 역시 여가부 관련 토론에 8번 이상 나갔다”며 제3자를 취급하는 듯한 화법을 구사했다. 또 그는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에 대해서도 격한 어조로 “안철수 대선후보의 지지율은 내려갈 것”이라고 주장하고 나섰다. 특유의 화법으로 인해 ‘마라탕=이준석’ 임을 눈치 챌 수밖에 없는 장면의 연속이었다. 

공당의 대표가 가면을 쓰고 예능 아닌 예능 같은 토론 프로그램에 출연한 것 자체가 화제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익명성이 갖가지 폐해를 끼치는 온라인 주도 사회에서 제1야당 대표까지 익명성에 기대 독한 언설을 지상파 방송에서 쏟아내는 것이 적절한지는 의문을 표할 수밖에 없다. 

상식적으로, 아무리 상대 진영 패널이 존재하더라도 자신의 주장이 정당하기만 하다면 그 어떤 독한 언설이라도 가면에 의지하지 않고 펼쳐내는 것이 공당 대표쯤 되는 정치인의 자세 아니겠는가. 동시에 마라탕이 이준석 대표임을 숨길 의도가 없어 보이는 <가면토론회>가 구태여 ‘논객들이 계급장을 떼고 벌이는 토론’을 강조한 것도 스스로 프로그램의 권위를 깎아내리는 일일 것이고.     

하성태 기자 

하성태 기자 woodyh@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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