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호원들 손 꼭 잡고 빠져나온 윤석열, 어떤 생각 했을까
“그리고 윤석열 후보님, 토론에서 후보가 공격을 당했다고 그 지지자들이 밖에서 폭력을 행사해서는 안 됩니다. 지지자들이 벌인 일이라고는 해도 후보자 본인이 자제를 촉구하고 재발 방지 조치를 취해야 합니다. 정정당당하게 토론은 토론으로 맞서길 바랍니다.”
16일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이 TV조선 주최로 열린 국민의힘 ‘제20대 대통령선거 경선후보자 1차 방송토론회’ 직후 페이스북에 게시한 글 중 일부다. 이날 토론회 직후 일부 윤석열 전 검찰총장 지지자와 홍준표 의원 사이에 벌어진 물리적 충돌과 관련해 일종의 윤 전 총장 책임론을 제기한 것이다.
▲ 국민의힘 대선 경선 예비후보들이 16일 서울 중구 TV조선에서 열린 방송토론회 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황교안, 홍준표, 하태경, 유승민, 최재형, 원희룡, 안상수, 윤석열 후보. <사진제공=뉴시스> |
관련 언론보도를 종합하면, 이날 토론회 직후 TV조선 건물 밖에서 윤 전 총장을 기다리던 지지자들이 홍 의원에게 직접 달려드는 불상사가 발생했다. 이들 지지자들의 물리적 폭력을 막는 과정에서 홍준표 캠프 측 인사가 부상을 입은 것으로 전해졌다.
<경향신문> 등에 따르면, 홍준표 캠프 소속 해당 인사는 언론에 보낸 메시지를 통해 “TV조선 토론회를 마치고 나오던 중 극성 지지자분들 몇 분이 홍 후보에게 달려들어 그 분들을 막던 중 물리적 마찰이 있었다”며 “약간의 부상과 출혈은 있었지만 걱정하실 정도의 큰 부상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그러자 윤석열 국민캠프 김병민 대변인도 같은 날 논평을 내고 “경선과정에서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모두가 신중한 언행을 해주시기 바랍니다”라며 아래와 같이 두루뭉술한 입장 표명을 내놨다.
“금일 TV토론 이후, 방송국을 나서는 홍준표 후보와 일부 시민 간 마찰이 있었다고 합니다. 불미스러운 사안에 대해 매우 안타깝게 생각합니다.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선거 과정에서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어떤 형태의 폭력도 용납될 수 없습니다. 앞으로 선거과정에서 이같은 불미스러운 일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기를 바랍니다.”
TV토론 직후 특정 후보의 지지자들이 상대 후보를 대상으로 물리적 마찰을 빚는 상황은 극히 이례적이라 할 만하다. 경선 과열의 과정이라 치부하기엔 그 행태가 극히 저열한 것은 물론 민주주의 대의와 어긋나는 행태라고 밖에 할 수 없을 것이다. 그에 비해 윤석열 캠프가 내놓은 입장은 분명 일반론에 가까워 보였다.
그리고, 17일 윤 전 총장을 둘러싼 또 다른 물리적 충돌이 빚어졌다. 목불인견의 상황이 벌어진 곳은 바로 윤 전 총장이 이날 방문한 경북 구미 ‘박정희 생가’였다.
연이틀 벌어진 국민의힘 둘러싼 물리적 폭력
‘박근혜 대통령에게 자유를’, ‘죄 없는 대통령을 구속한 윤석열은 물러가라’.
우리공화당 당원 등 전직 대통령 박근혜씨를 지지하는 지지자들이 몰려들었다. 지난달 31일 윤 전 총장이 충북 옥천에 위치한 박정희 전 대통령의 부인 육영수 여사 생가를 방문했을 때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였다.
이날 오전 10시 이후 박정희 생가를 찾은 윤 전 총장을 맞이한 것은 소위 ‘박근혜 지지자’들의 거센 항의에 이은 물리적 충돌이었다. 오마이TV, MBC 등 유튜브 등을 통해 생중계된 보도 영상을 보면, 경호원들의 손을 깎지 낀 채 삼엄한 경호를 받으며 생가를 빠져나오는 장면을 생생히 확인할 수 있다.
“결국 윤 후보는 오전 10시 10분쯤 반대 무리를 뚫고 박정희 추모관에 진입하는 데 성공했다. 추모가 끝난 뒤에는 경찰의 호위를 받으며 겨우 빠져나갔다. 윤 후보가 참배하는 데 걸린 시간은 2~3분에 불과했다.
당초 참배 후 기자들과 일문일답이 예정돼 있었지만 반대자들의 극렬한 기세에 취소됐다. 윤 후보는 몰려드는 사람들을 피해 황급히 자신의 차량에 올라탔고 경북 영덕으로 향했다.” (17일 오마이뉴스, <“감히 여기를!” 윤석열, 박정희 생가서 ‘혼쭐’... 3분만에 끝난 참배>)
▲ 우리공화당 조원진 대표 <이미지 출처=오마이뉴스TV 영상 캡처> |
이날 윤 전 총장이 떠난 후 박정희 생가를 찾았다는 조원진 우리공화당 대표는 “어디 감히 박 대통령을 구속시키고, 생가에 와서 이런 짓을 하는 건 옳지 않다”며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윤석열이가 이런 식으로 하면 가는 곳마다 가서 국민 뜻 전달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또 조 대표는 “45년 구형 때린 자가 여기 와서 정치쇼를 한다”며 “박정희 대통령, 육영수 여사를 속마음으로 존경해서 온 것이냐”고도 되물었다. 해당 보도 영상을 보면, 화가 단단히 난 조 대표의 모습과 함께 그 이전 우천 속에서 ‘박근혜 지지자’들에게 쫓기듯 박정희 생가를 떠나는 대선 후보의 흔치 않은 광경이 담겼다. 전날 폭력 사태에 이은 ‘윤석열 정치’의 이면이라고 할까.
‘굴러온 돌’ 윤석열은 왜 봉변을 당했을까
“굴러온 돌에 늘 상처 받던 당이였습니다. 당원 여러분들은 자존심도 없습니까? 궤멸되어 가던 당을 살려 놓으니 지나가던 과객들이 안방을 차지 할려고 달려드는 격입니다. 정신 차립시다. 내 집은 내가 지켜야 합니다. 아무런 흠 없는 적장자만으로도 충분한데 왜 대선 역사상 가장 흠 많은 사람에게 기웃 거리십니까?”
17일 홍 의원의 페이스북글 중 일부다. 전날(16일) 폭력 사태엔 가타부타 언급하지 않은 홍 의원이 ‘굴러온 돌’ 윤 전 총장을 겨냥해 “이번 추석날 가족 모두 모여 Come Back Hong! 무야홍을 외쳐 봅시다!”라며 지지를 호소한 것으로 풀이된다.
전날 홍 의원을 향한 지지자들의 물리적 폭력에 이어 ‘박정희 생가’에서는 윤 전 총장 자신이 봉변을 당했다. 이 같은 ‘박근혜 지지자’들의 원성은 이미 육영수 생가 방문 이후 이미 예고된 것이나 다를 바 없었다고 볼 수 있다.
▲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가 17일 오전 경북 구미시 상모동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를 찾아 분향을 마친 뒤 박근혜 전 대통령 구속에 항의하는 보수단체 회원들이 대거 몰리자, 경찰의 호위를 받으며 생가를 나오고 있다.<사진제공=뉴시스> |
전통적인 국민의힘 지지층들이 보기에 ‘굴러온 돌’인 윤 전 총장은 ‘박근혜 수사’와 관련해 경선 레이스가 본격 돌입하기 전 “송구하다”거나 “비판을 충분히 이해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그러다 16일 TV 토론회에선 “(국정농단) 수사로 보수가 궤멸했다”는 홍 의원의 공세에 윤 전 총장은 “법리에 기반했을 뿐 사과할 일이 아니다”로 일축한 바 있다.
뜬금없이 육영수 생가를 찾을 때부터 말이 많았다. 친박 및 TK 민심에 대한 갈구 아니냐는 분석이 나왔다. 그러나 윤 전 총장은 정작 토론회에서 관련 공세가 이어지자 자신에겐 책임이 없다는 투로 일관했다. 이 같은 오락가락 행보야말로 조원진 대표를 비롯해 친박 지지자들을 분노케 한 지점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물리적 폭력은 이유고하를 막론하고 근절해야 마땅하다. 하지만 그에 앞서 윤 전 총장이 당하기 전 지지자들의 물리적 마찰부터 단속했어야 옳다. 경호원들의 손을 꽉 쥔 채 박정희 생가를 빠져나오던 윤 전 총장. 당황함이 역력한 그는 박정희 생가를 빠져나오며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을까.
하성태 기자
하성태 기자 woodyh@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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