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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을 제대로 아는 것이 한 존재를 아는 첫걸음”

기사승인 2021.08.26  15:3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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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영광의 발로GO 인터뷰] 송원근 뉴스타파 PD

2019년 다큐 영화 <김복동>을 연출한 송원근 뉴스타파 PD가 지난 14일 첫 에세이집인 <그 이름을 부를 때>를 출간했다. 다큐 영화 <김복동>의 기획부터 공동체 상영까지 송 PD가 겪고 느낀 점을 솔직담백하게 담았다.
 
책을 출간한 소회가 궁금해 <그 이름을 부를 때>의 저자인 송원근 뉴스타파 PD와 지난 17일 전화 연결해 책에서 다하지 못한 이야기를 들어 보았다. 다음은 송 PD와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이다. 

   
▲ 송원근 뉴스타파 PD <사진=송원근 PD 제공>

“조선학교 학생들 직접 보니 할머니 눈물 흘렸던 이유 알게 돼”

- 다큐 영화 <김복동>의 제작기를 담은 에세이집 <그 이름을 부를 때>가 14일 출간되었잖아요. 첫 책인데 소회가 어떠세요?

“책이 나왔다는 게, 사실 부끄럽기도 해요. 지금까지 살면서 제 이야기를 담은 책을 낼 거라고 생각을 해본 적이 단 한 번도 없었거든요. 책이란 게 자신의 경험에 대한 확고한 인식을 지닌 사람이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이 책을 쓰기 전까지 딱히 그런 생각을 해보지 않았기 때문인지 사실 지금도 당황스러운 마음과 부끄러운 마음이 더 큰 것 같아요.

다만, 영화 <김복동>을 통해 겪었던 지난 3년 가까운 시간이, 이제는 목적지에 다다랐다는 생각이 들어요. 김복동 할머니를 만나고, 다큐를 제작한 이들이 이렇게 책으로 마무리가 지어진 느낌이라고 할까요. 어쨌든 이렇게 책이 세상에 나왔으니, 기왕 세상에 나온 만큼 보다 많은 이들의 손에 들려 읽혔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 책을 작업해 보니 어때요?

“솔직히 말하면, 저한테는 굉장히 어려운 작업이었어요. 만약, 책을 쓰는 게 이렇게 오랜 시간을 필요로 하고, 내면을 깊숙이 들여다봐야 한다는 것을 알았다면, 아마 시작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생각은 해봤던 것 같아요. 책을 쓰면서 제가 제일 많이 생각했던 게, 내가 지금 이 작업을 왜 하고 있는가, 였거든요.

1년을 넘게 책을 썼어요. 쉽게 쓰는 사람들은 한 달 만에 책을 쓴다는데 저는 딱히 글을 제대로 써본 적도 없고, 잘 쓰는 법도 몰라서인지 시간이 많이 걸린 것 같아요. 무엇보다 내 생각을 누군가 읽고 공감해야 하잖아요. 그러기 위해서는 써놓은 글을 읽고 또 읽어가며 버리고, 수정하는 과정을 거쳐야 하는데, 해본 작업이 아니니 어색하고, 제대로 하는 건지 잘 모르겠더군요. 한 장 한 장의 ‘마침표’ 부호를 찍는 게 이렇게나 어려운 일이다는 것을 몸소 깨닫게 되는 시간이었어요.”

- 그럼 책을 처음 받았을 때 느낌은 어땠어요?

“사실, 책을 실물로 받았을 때 그렇게 새로운 느낌들이 느껴지진 않더라고요. 낯선 느낌이었어요. 그게 뭣 때문인지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제 것이 아닌 것 같고, 어색해서 눈을 돌리게 되는 거죠. 눈앞에 책이 나왔는데도 말이죠. 그래서 실감을 하고 싶어서 서점에 갔어요. 후배들과 함께 점심을 먹고 지하철을 타고 광화문에 가서 직접 서점에 놓인 <그 이름을 부를 때>를 만났어요. 눈으로 보고, 손으로 만지고, 그 감촉을 느끼고 나니 그제서야 비로소 조금 실감이 났어요. 그리고, 그 책이 신기해 사진을 찍으니까 조금 떨림이 왔어요. 그때부터 조금 신기해지기 시작한 것 같아요. 책의 맨 뒤에 있는 작가의 말을 읽는데, 괜히 가슴이 뭉클해지더라고요.”

   
▲ <그 이름을 부를 때 - 영화 「김복동」이 일깨워준 세상을 기록하다>(송원근 (지은이)/ 다람/ 2021-08-14)

- 제목의 의미는 뭔가요?

“영화 <김복동>이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김복동 할머니의 삶을 통해 일본군 ‘위안부’ 27년의 역사를 들여다보고자 했다면, 책 <그 이름을 부를 때>는 그 영화를 연출한 저라는 사람이 걸어온 1년의 시간을 이야기하면서 누군가의 이름을 알고, 기억해야 하는 이유에 대해 깨달아가는 과정을 말하거든요. 그러니까 우리가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잊지 않아야 한다고 말은 하지만, 그것을 어떻게 실현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다들 고민이 많잖아요. 저는 사실 그것이 피해자들의 이름을 기억하는 것에서 시작한다고 말하고 싶었어요. 그러니까 이름을 기억하는 것은 존재를 새기는 일이고, 기억하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이름을 불러야 하거든요. 그 이름을 부르고 되뇌일 때 이름을 기억할 수 있고, 이름을 기억하는 것으로 우리는 존재를 제대로 기억할 수 있죠. 그런 뜻으로 ‘그 이름을 부를 때’라는 제목이 나왔다고 보면 될 것 같아요.” 

- 부제가 ‘영화 <김복동>이 일깨워준 세상을 기록하다’예요. 영화 <김복동>이 일깨워준 세상은 어떤 세상인가요?

“세상의 모든 존재에는 모두 이름이 있고, 존재를 기억하기 위해서는 이름을 기억하는 것이 기본이라는 것. 그리고, 이름을 기억하기 위해서는 먼저 그 이름을 불러야 한다는 것. 뿐만 아니라 세상의 모든 존재는 그 자체로 소중하다는 것. 그 소중한 것을 지키기 위해, 김복동 할머니가 쉼 없이 싸워왔던 것처럼, 우리 역시 자신의 자리에서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하자, 그런 메시지들 아닐까 싶네요.”

- 에세이집 <그 이름을 부를 때>를 출간하게 된 계기가 있을까요?

“처음에는 2019년 가을 무렵, 영화 <김복동>을 제작하면서 제가 지났던 시간을 책으로 정리해야겠다는 막연한 생각일 뿐이었어요. 이 작업을 하지 않으면, 영화 <김복동>이 내게 스며들어온 시간들, 나에게 변화를 주었던 시간이 언젠가 사라져 버릴 것 같았거든요. 제 기억 속에서 모든 게 사라지기 전에, 생생하게 남아 있을 때, 책으로 정리해야겠다고 생각을 했고, 그래서 원고를 쓰고 결국 이렇게 출간을 하게 됐습니다.”

- 영화 시작할 때부터 계획 있었던 건 아닌가요?

“영화 제작을 할 때는 전혀 계획에 없었어요. 책으로 내야겠다고 생각하고 한 작업은 아닌데, 제가 <김복동>을 제작하던 당시 꾸준히 제작 과정을 기록했어요. 그게 어떻게 보면 제작기이기도 한 건데, 사실은 그저 매일 썼던 일기일 뿐인 거죠. 그런데 그 일기가 영화를 제작하는 기간 동안 쓰여지고 나니, 자연스레 제작일기가 되었고, 그 일기를 기반으로, 책은 새로 정리를 했어요. 일기는 누구에게 보여주기 위해 쓰는 게 아니잖아요. 제가 그 순간들을 똑바로 기억하고 싶었기 때문에 써 내려간 글들이어서 있는 그대로를 책으로 낼 수는 없었어요.”

- <그 이름을 부를 때>는 날짜별로 2018년 10월 몽구님에게 영화 제안을 받을 때부터 2019년 10월까지 일을 기록한 거잖아요. 일기를 읽는 거 같은 느낌도 있던데 이렇게 한 이유가 있을까요?

“제가 겪어온 1년이라는 시간을 독자들 눈에도 고스란히 그려주고 싶었기 때문이에요. 이 책을 읽는 분들이 좀 쉽게 저의 이야기에 빠져들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는데, 그 이유가 바로 일기 형식을 사용한 이유라고 보시면 될 것 같아요. 시간의 흐름에 따라 저의 변해가는 모습이 보여야만 했고요. 독자들이 책을 읽으면서 시간의 흐름에 따라 감정이입도 잘하게 만들어야 했기 때문에, 일기 형식을 사용했어요.” 

- 일기형식이라 그런지 책이 어렵지 않고 금방금방 읽히던데.

“아 그랬나요? 그럼 저의 의도가 제대로 전달된 것이라고 봐도 되겠네요. 내용을 어렵지 않게, 일기라는 형식에 맞게 정리했기 때문에 잘 읽힐 수 있는 것 같아요. 제작진이 된 듯한 느낌이 들었다는 후배의 소감도 있어서, 의도가 잘 산 듯해 기쁘더군요.”

- 몽구님에게 제안 받을 당시 김복동 할머니를 잘 모르셨던 거 같은데 그럼에도 선뜻 받아들였다고 책에 나오던데 왜 그랬을까요?

“제가 김복동 할머니에 대한 궁금증 굉장히 컸던 것 같아요. 다큐멘터리라는 분야가 전문가처럼 어떤 분야에 대해 잘 알아야만 제작할 수 있는 분야가 아니거든요. 제작하는 과정을 통해서 알아가는 거죠. 관련한 전문가냐 아니냐보다는, 다큐멘터리 대상에 대해 내가 어떤 시선을 가지고 있는지가 더 중요한 거죠.

저는 몽구님께 제안을 받은 그때, 김복동 할머니의 아픈 모습을 보면서, ‘질곡의 세월을 살아낸 저분은 자신의 삶에서 되찾고 싶은 소중한 순간이 언제일까’를 먼저 생각했던 것 같아요. 일본군 ‘위안부’로서의 역사로 김복동 할머니를 보지 않고, 아픈 한 사람으로 본 거죠. ‘할머니가 되찾고 싶은 순간’ 그게 저는 무엇보다 궁금했던 것 같아요. 그 궁금증이 없었다면 아마 다큐멘터리 제작은 시작도 못 하지 않았을까요.”

   
▲ 2019년 8월 다큐 영화 <김복동> 개봉 후 제작진이 고 김복동 할머니 묘역을 찾아 인사하고 있는 모습. <사진=김정환씨 제공>

- 왜 그런 궁금증이 생겼을까요?

“제가 개인적으로 몸이 좀 안 좋은 상태였거든요. 당시에. 누군가의 말처럼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흔들려본 경험이 스스로에게 있었어요. 그렇기 때문에 죽음의 문턱에 다다랐을 때 스스로의 삶을 돌아보고 그 속에서 가장 의미 있는 순간을 찾게 되더라고요. 저는 그게 저 혼자만의 생각이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사람은 누구나 죽음의 곁에 가게 되면 찾게 되는 소중한 순간이 있다고 생각을 했어요. 분명히 할머니에게도 그런 순간이 있을 거라고 생각을 했죠.” 

- 그럼 다큐멘터리 제작하며 궁금증은 풀렸나요?

“답을 찾았다고 할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지만, 할머니가 이 모습을 찾고 싶어 했구나 하고 떠오른 순간은 있었어요. 2018년 6월 할머니가 일본으로 건너가서 재일 조선학교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전달하거든요. 그때 할머니가 검은 치마에 흰 저고리를 교복으로 입고 있는 학생들을 만나게 돼요. 할머니가 그 모습을 보고 눈물을 흘리고, 저는 촬영된 영상 속에서 그 모습을 보면서 왜 할머니가 저 학생들을 보자마자 손을 잡고 눈물을 흘릴까 의아했거든요. 할머니에게 직접 그 당시에 왜 눈물을 흘리셨냐고 물어도, 할머니는 그저 ‘이상하게 그 아이들만 보면 그냥 눈물이 난다’고만 할 뿐이었어요. 할머니 스스로도 제대로 설명하지 못한 감정인 거죠. 그래서 제가 직접 일본으로 건너가서 그 학생들을 만나요. 그런데 그 학생들의 모습을 본 순간 할머니가 왜 눈물을 흘리게 되었는지를 알 것만 같았어요. 16, 17살의 앳된 모습, 일본에 사는데 한복을 입고 사는 재일 조선학교의 학생들 모습을 보면서, 할머니는 아마도 자신의 어린 시절을 떠올린 게 아닐까 생각이 들었거든요. 결국, 할머니가 되찾고 싶었던 순간은 다름 아닌, 일본군에 끌려가기 전 평범하게 살아가던 16살인 그 순간이라고 저 스스로 생각하고 결론을 내리게 됐죠.”

   
▲ 2018년 9월 28일 당시 김복동(둘째 줄 가운데), 길원옥(맨 앞) 할머니가 일본 오사카 조호쿠 조선초급학교를 찾아 태풍 피해 복구 지원금을 전달하고 있는 모습.<사진=정의기억연대 제공, 뉴시스>

“세상을 대하는 한 사람의 자세, 감독 시선 통해 간접경험할 수 있을 것”

- 책 중간중간 인터뷰를 담으셨잖아요. 왜 이렇게 하셨어요?

“이 책이 물론 저의 변화해가는 시간을 담고 있지만 궁금함이 많았던 제가 문제를 해결해가는 과정을 무시할 수는 없다고 생각을 해요. 왜냐하면 그 과정이 바로, 아무것도 제대로 몰랐던 제가 하나씩 알아가는 과정이거든요. 제 변화의 주요 기점들이 된 취재들이었기 때문에 당시 제가 제작을 하며 취재한 분들의 이야기를 정리해서 담아야만 했죠. 영화 속에서는 짧은 인터뷰로만 담길 뿐이었기 때문에, 이 책을 통해서 그분들의 이야기를 맥락까지 포함해 전달하고 싶었어요.”

- 책에 보니 영화 개봉 전 투병한 사실도 나와요. 이것을 책에 쓸 건지에 대한 고민도 많았을 거 같아요. 원래 투병 남들에게 알리고 싶어 하지 않았잖아요.

“맞아요. 저에겐 가장 큰 숙제였어요. 처음에는 이 얘기를 책에 쓰지 않으려 했어요. 영화 <김복동>의 제작기록을 담은 에세이인데, 제 이야기가 무슨 가치가 있을까 생각했던 것 같아요. 그렇게 원고를 세 번째로 고치고 있었어요. 글을 쓰기 시작한 지 1년 가까이 되어갈 때였어요. 그때 결심을 했어요. ‘이 책 속에 나의 온전한 이야기가 들어가지 않는다면, 이 책은 그저 겉만 비추는 이야기를 담은 책으로 남겠구나, 내 이야기를 해야만 하는구나,’ 하고요. 거의 1년 만에 처음으로 제 이야기를 집어넣자 생각을 바꾸게 된 거죠.”

- 후회는 없어요?

“후회하지 않았다면 거짓말이겠죠. 사실, 원고를 넘기고 나서도 다람출판사 대표 박혜진 씨에게 몇 차례 이야기했어요. 내가 아픈 이야기는 빼도 되면 빼고 갔으면 한다고요. 괜히 한 권의 책에 두 가지 이야기가 담기는 것은 아닌지 걱정도 됐고요. 그런데 제 얘기가 담기면서, 제가 얼마나 진심으로 영화에 임했는지가 보인다고 하더군요. 그 얘기 듣고 그 후로는 빼자는 얘기 하지 않았던 것 같아요. 또, 제가 겪었던 일들이 아픈 이야기이긴 하지만, 사실이니까 담담하게 표현하면 괜찮겠다는 믿음도 있었던 것 같아요. 다만, 여전히 조심스러운 게 사실이에요. 가족들에게 여전히 아픔으로 남아 있기도 하니까요. 그래서 책에 정리해 둔 이야기로 저의 투병 이야기는 갈음하고 싶어요.”

- 지금 건강 상태 물어도 될까요?

“제가 2019년 12월 30일에 수술을 받았어요. 수술 후 1년을 휴직했고요. 앞으로도 평생을 조심해서 살아가야 해서, 건강 관리에 노력하고 있어요. 꾸준히 병원도 다니면서 각종 검사도 이어가고 있어요. 지난해 12월에 다시 뉴스타파로 복귀했고, 복귀 후 한국전쟁 3부작 다큐멘터리 제작에 합류해 다큐멘터리 <판문점>을 연출하기도 했어요.”

- 책에 보니 공동체 상영할 때 전국 어디든 가셨더라고요. 건강한 사람도 힘들었을 거 같아서 엄청 힘드셨을 거 같은 생각이 들던데.

“근데 그때는 그런 생각보다, 영화 <김복동>을 더 알리는 게 우선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지금 생각하면 그렇게까지는 안 했어야 하는 거 아닌가 생각이 드는데, 그때는 저보다 영화가 우선이었던 것 같아요. 그래도 그렇게 무리하지는 않았어요. 할 수 있는 선에서 움직였으니까요. 그래도 지역 상영회에 가서 상영장을 가득 메운 관객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관객들의 궁금증을 해결해주고, 또 관객들에게 김복동이란 이름을 가슴에 새기자고 말할 수 있어서 뿌듯하기도 했어요. 오히려 제가 더 힘을 내고, 살아야겠다 다짐을 하게 되기도 했고요. 내 힘이 닿는 데까지 싸우고 떠나겠다는 김복동 할머니의 말처럼 저 역시 그 마음을 실천하려고 했다고 할까요. 지금도 딱히 그때 왜 그렇게까지 했을까, 설명할 순 없지만, 후회하고 싶지 않았던 것 같아요. 미련을 두지 않고, 최선을 다해 마무리하자는 생각뿐이었던 것 같아요.”

   
▲ 영화 <김복동> 포스터

- 주위에선 걱정이 많았을 거 같아요.

“아내가 가장 걱정을 많이 했죠. 그래도 욕심 많은 제 마음을 많이 이해해 줬어요. 친한 선배 한 명도 대체 왜 그렇게까지 하는 거냐고 물을 정도였는데, 우선 공동체상영 요청이 그만큼 많이 들어오기도 했고, 갈 수 있을 때까지는 가야 한다고 생각했으니까요. 그리고, 무엇보다 후회를 남기지 않고, 영화 <김복동>을 마무리하고 싶었던 것 같아요. 훗날 내 삶을 돌아봤을 때, 미련이 남게는 하지 말자는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 책을 쓸 때 1년 되돌아보며 느끼는 것도 있었을 거 같아요.

“저의 변화해가는 모습들을 제가 깊이 들여다보고, 만날 수 있는 시간이었다고 생각을 해요. 그렇게 일 년이라는 시간을 하나의 이야기를 쓰기 위해 오롯이 써야 했으니까요. 글을 쓰는 것은 분명 쉽지 않았지만, 그 결과가 이렇게 탄생하게 되니, 이제야 보람이 조금 생기는 듯해요.” 

- 책으로 전하려는 메시지가 있을까요?

“<그 이름을 부를 때>라는 제목 안에 메시지가 담겨 있어요. 저는 김복동이라는 사람을 잘 모른 상태에서 다큐멘터리 제작을 시작하게 돼요. 이름을 아는 게 어떤 의미인지, 한 사람의 삶을 통찰하는 데 이름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 모르죠. 그러다가, 문득 깨닫게 돼요. 이름을 제대로 아는 것이야말로, 한 존재를 제대로 아는 첫걸음이라는 것을요. 그리고 그 이름을 제대로 알기 위해서는 그 이름을 불러야 한다는 것도 알게 되고요. 이름을 불러 이름을 알고, 기억하는 일. 그게 아마 이 책의 메시지가 아닐까 싶어요.”

- 마지막으로 <GO발뉴스> 독자들에게 한마디 부탁드려요.

“영화 <김복동> 보신 분들이 이 책을 꼭 한번 읽어 줬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어요. 영화를 보신 분들은 ‘<김복동>이 이런 과정을 통해서 만들어졌구나’라고 생각할 수 있을 거예요. 영화의 숨겨진 이야기와 더 깊은 이야기를 느낄 수 있을 거라 생각해요. 영화 <김복동>을 아직 안 보신 분이라면 ‘그 이름을 부를 때’를 통해 일본군 ‘위안부’ 문제의 진상과 그 피해자의 이름을 알아야 할 이유, 그리고 이 영화를 제작하는 감독의 시선을 통해 영화 제작을 간접 경험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해요. 소설가 김금희 작가님께서 <그 이름을 부를 때>의 서평을 써주셨는데, 여름에 읽은 책 중에서 가장 위로받은 책이었다고 말씀하셨어요. 너무 무겁게만 받아들이지 마시고, 이 세상을 사는 한 사람의 세상을 대하는 자세에 대해서도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를 <그 이름을 부를 때>가 만들어주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감사합니다.”

이영광 기자 

이영광 기자 kwang383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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