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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산 숏컷 나라 망신’ 책임론에 ‘尹 패싱’, 역풍 맞은 이준석

기사승인 2021.07.31  09: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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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성태의 와이드뷰] 여성 유권자들의 반격과 윤석열의 뒷통수, 이준석 ‘위기’ 봉착

“끝까지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경기였습니다. 대한민국의 자랑스런 안산 선수가 도쿄올림픽 3관왕이 되었습니다. 양궁 개인전 결승에서 금빛 화살을 날리며 올림픽 양궁 역사상 최초, 하계올림픽 한국 선수 최초 3관왕의 새역사를 썼습니다. 안산 선수는 뛰어난 기량뿐 아니라 강철 같은 정신력과 집중력으로 국민들께 최고의 감동을 선물했습니다.” (30일 문재인 대통령 축하 메시지)

30일 도쿄올림픽 여자 양궁 대표팀 안산 선수의 3관왕 소식에 문재인 대통령도 온 국민과 함께 감동했다. 스무 살의 나이로 첫 올림픽 무대에 대기록의 주인공이 된 안산은 이날 시상대에서 눈물을 보인 뒤 “아직은 실감이 잘 나질 않는다. 내일도 시합을 해야 할 것 같다”며 “3일 동안 잠만 자고 싶다. 엄마가 해준 한국음식을 먹고 싶다”는 소감을 전해 감동을 더했다. 그런 안 선수에게 문 대통령은 “더 많은 박수와 격려를 보내달라”고 요청했다. 

   
▲ 양궁 3관왕을 달성한 안산이 30일 일본 도쿄 유메노시마 양궁장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양궁 여자 개인전 시상식을 마친 뒤 금메달을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반복되는 훈련과 지독한 외로움이 있습니다. 때로는 지나친 기대와 차별과도 싸워야 합니다. 우리는 간혹 결과만을 보게 되지만, 그 과정 하나하나 결코 쉬운 순간이 없습니다. 서로의 삶에 애정을 갖는다면, 결코 땀과 노력의 가치를 깎아내릴 수 없을 것입니다. 모든 것을 끝까지 이겨낸 안산 선수가 대견하고 장합니다. 국민들께서도 더 많은 박수와 격려를 보내주시기 바랍니다.” (30일 문재인 대통령 축하 메시지)

그럴 이유가 있었다. 지난 29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 BBC 등 주요 외신이 안산 선수에 대한 일부 남성 온라인 커뮤니티 사용자들의 ‘온라인 폭력’을 보도했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이 “차별과도 싸워야 합니다”라거나 “땀과 노력의 가치를 깎아내릴 수는 없을 것”이라는 표현을 쓴 것도 그러한 온라인 폭력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세 번째 금메달 시상 직후 안 선수는 “이슈에 대해서는 알고 있었다”며 “최대한 신경 쓰지 않고 경기에만 집중하려고 노력했다. 많은 응원 덕분에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렇게 한국 스포츠사에 새역사를 쓴 안산 선수를 향한 온라인 폭력에 대한 국내외의 비판이 잇따르는 가운데 그 책임론의 복판으로 끌려나온 정치인이 탄생했다. 바로 ‘이대남 현상’을 등에 업고 ‘커뮤니티 정치’를 한다고 비판 받아온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였다. 

외신의 ‘나라 망신’ 보도에 들끓은 이준석 책임론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 사용자) 이들은 안 선수가 과거 SNS에 적은 일부 단어가 남성 혐오 발언이라며, 고향, 세월호 배지 착용 등 경기력과 상관없는 것까지 엮어 문제 삼고 있습니다(...). 대한양궁협회 홈페이지엔 안 선수를 지켜달라는 응원 글이 만 건 넘게 올라왔습니다. SNS에는 자신의 ‘쇼트 커트’ 사진을 올리는 캠페인도 진행 중입니다.” (30일 KBS <뉴스9>, <“안산은 페미니스트, 금메달 박탈하라”…도넘은 온라인 혐오> 중에서)

이날 지상파 3사 및 JTBC는 메인뉴스를 통해 안산 선수의 3관왕 소식을 톱뉴스로 다루는 한편 일반인 인터뷰 및 외신 보도 인용 등을 통해 안 선수를 향한 ‘온라인 폭력’과 그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주요하게 보도했다. 

그 중 해당 사안을 둘러싼 현상과 원인을 가장 직접적으로 진단한 KBS는 “BBC 등 외신은 안 선수의 짧은 머리에 대한 ‘온라인 학대’ 배경에는 일부 한국 남성의 반 페미니즘 정서가 있다고 보도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이는 반만 맞는 보도였다. 안산 선수를 향한 온라인 폭력에 반대하는 누리꾼들 중 다수가 그런 현상의 배경으로 정치권 및 언론, 기업 등 한국사회 전반에 만연한 여성혐오 정서를 부추기고 제 이익 추구에 활용한 이들 모두를 비판 중이기 때문이다. 이중 이름이 가장 많이 거론된 개인이 바로 이준석 대표라 할 수 있었다. 

“국민의힘 이준석 당대표와 같은 정치인들은 지난 4월 재보궐 선거 여론조사 결과에 나타난 20대 남성의 투표 행태에만 주목하고 연일 반페미니즘을 내건 발언을 하며 성평등 정책을 흔들고 공론장을 어지럽혔다(...).  

여성혐오 정서를 적극적으로 조장하여 제1야당의 대표가 된 정치인과, 여성혐오를 시대 흐름으로 오인하고 이들의 표를 얻기 위해 ‘나는 페미니스트 아니야’, ‘나는 페미니즘 반대해’, ‘젊은 남성들이 공정한 사회 만들어야지‘라고 열심히 주장했던 대한민국의 정치인들은, 지금 이 사태에 어떻게 답할 것인가.”

이날 29개 여성단체가 공동으로 발표한 <페미니스트니까 금메달 반납하라는 한국 사회, 누가 만들었나>란 성명 중 일부다. 이들은 이준석 대표의 이름을 꼭 집어 호출하고 이 대표의 혐오정치를 비판한 뒤 “그리고 오늘 우리는 어떤 사태를 마주했는가”라고 물었다. 

같은 날 민주노총 또한 <안산 선수에 대한 혐오와 폭력을 멈춰라>란 논평에서 “여성혐오주의자들의 이러한 준동은 정치권의 책임도 있습니다”라며 “최근 여야를 비롯해서 여성혐오주의자들의 억지주장에 편승해서 여성가족부 폐지를 대선 공약으로 들고 나오며 젠더갈등을 부추긴 정치인들에게도 그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라고 꼬집었다. 여성가족부 폐지 논쟁을 촉발시킨 장본인 중 하나 역시도 이 대표임을 상기할 수밖에 없는 대목이었다. 

   
▲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 의원들이 30일 오전 전남 순천시 순천팔마종합운동장에 설치돼 있는 여순항쟁탑 앞에서 참배를 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호프 회동’ 뒤 ‘이준석 패싱’으로 뒤통수 친 윤석열

“그리고 우리 대선 준비 때문에 바쁜데 정의당에서 저한테 뭘 입장 표명 하라고 요구했던데 정의당은 대선 경선 혹시 안하시나요? 다른 당들은 대선 때문에 바쁜데 정의당은 무슨 커뮤니티 사이트 뒤져서 다른 당 대표에게 입장표명을 요구하고 있나요. 이준석이 무슨 발언을 한 것도 아닌데 커뮤니티 사이트에 왜 관심을 가져야 합니까?” (29일 이준석 대표 페이스북글 중)

이날 “여성에 대한 불합리한 차별은 없다”며 공천할당제, 여성가족부 폐지 등을 주장해 온 이 대표에게 정의당 장혜영 의원이 안선 선수를 향한 사이버 폭력에 대한 책임론을 제기하자 이 대표는 위와 같은 답을 내놨다. 이 대표의 이 같은 책임 회피는 펨코와 같은 커뮤니티의 온라인 폭력 분위기에 기름을 부었고, 안 선수의 3관왕 달성 직후 역풍을 자처한 단초가 됐다. 

이날 <한국일보>는 <“안산 페미 공격” 입장 요구에 어물쩍 넘어간 이준석에 쏟아진 비판>이란 기사로 이 대표를 직격했다. 한데 관심이 없을 만했다. 29일과 30일 사이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국민의힘 입당이 급물살을 탄 것이다. 

급기야 30일 오후 윤 전 총장이 ‘기습’ 입당하게 이르렀다. 그 과정에서 ‘이준석 패싱’ 논란이 불거졌다. 앞선 지난 29일 지방 일정을 떠난 이 대표가 자리를 비운 사이 이뤄진 윤 전 총장의 ‘기습’ 입당은 정치권 안팎에서 갖가지 관측을 낳을 수밖에 없었다. 

“버스에서 윤석열 전 총장의 전화를 받은 적이 없습니다. 오늘 입당 전에는 윤석열 전 총장과 통화를 한 바 없고 서울로 돌아오는 항공편에 착석한 직후 통화가 있었습니다. 오늘 워낙 급작스러운 입당이다 보니 과도한 취재경쟁이 벌어진 모양입니다.” (30일 이준석 대표 페이스북글)

   
▲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25일 서울 광진구 한 치킨집에서 회동을 하며 건배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이날 대표는 페이스북에 주간조선의 <이준석 버스서 ‘尹 입당’ 전화받고 표정 굳어졌다>란 단독기사를 공유하며 위와 같이 짐짓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을 보였다. 평소 페북 정치에 몰두해 온 이 대표가 쏟아지는 ‘이준석 패싱’ 보도에 위와 같은 ‘팩트 체크’에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은 것이다. 

어떤가. 거론을 해도 궁색하다는 사실을 본인 스스로도 알고 있는 걸까. 더 나아가 이 대표 스스로 윤 전 총장과 그를 지지하는 당 내 인사들에게 무시를 당했다는 사실을 자각하고 있지 않을까.  

종합해 보면, 당 대표 선거 전후 ‘혐오 정치’, ‘이대남 선동’에 몰두해 온 이 대표가 이제 여성 유권자들의 반격과 역풍이란 성적표를 받는 모양새다. 여기에 연일 입당을 촉구해 왔고 최근 ‘호프 회동’까지 가진 윤 전 총장이 이 대표의 요구를 받으면서도 결과적으론 뒤통수를 친 꼴이 됐다. 당 대표 선출 후 채 한 달도 안 돼 ‘이준석 리스크’에 휘청했던 이 대표가 진짜 ‘위기’에 봉착했다. 

하성태 기자 

하성태 기자 woodyh@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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