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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신 전문가, ‘공포 조장’ 언론인들의 이중성에 ‘경악’

기사승인 2021.06.12  11:5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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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얀센 재고떨이” <조선> 이어 ‘백신공포 조장’ 악명 높던 <중앙> 기자의 충격 반전

“팩트를 보고한다고 해서 그것이 꼭 올바른 기사일 순 없다고 지적했는데요. 팩트는 23일 부근에 (얀센 백신)유효기간이 만료되는 것은 맞다, 그런데 유효기간이라는 게 오늘 100이고 내일 0으로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구구절절 설명 드렸습니다.

근데 지금 이 기자는 자기 보도에서는 얀센 백신이 재고떨이 아니냐, 뭔가 문제 있는 것 아니냐 라고 본인 나름대로의 문제의식, 또는 남의 멘트를 따서 보도하면서 정작 자신은 얀센 백신 접종 예약을 하고, 예약에 성공을 한 거죠. 접종에 성공했는지 모르지만 그러니까 기사와 본인 행동은 전혀 일치하지 않는다. 기사는 따로 내고 본인은 완전히, 180도 다르게 행동한다는 거죠.”

   
▲ <이미지 출처= ‘TBS특보’ 코로나19 LIVE 유튜브 영상 캡처>

지난 11일 ‘TBS특보’ 코로나19 LIVE에 출연한 설대우 중앙대 약학대 교수는 실제 ‘분노’하고 있었다. 설 교수의 분노를 이끌어낸 이는 지난 9일 <美가 준 얀센, 유효기간 대부분 이달 23일>이란 제목의 기사에서 ‘재고떨이’ 운운한 <조선일보>의 배모 기자였다(☞관련 기사 : ‘재고떨이’ 기사 쓰고 ‘얀센 예약’ 자랑한 <조선>기자와 국힘 ‘뒷북’).

설 교수는 배모 기자가 ‘백신 공포’를 조장하는 기사를 쓰고선 실제로 지난 1일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얀센 백신 접종 예약에 성공한 사실을 알린 것을 두고 “이 기자의 나이가 얼마나 되는지 모르겠지만 만약 젊은이라고 하면 한 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며 강하게 질타했다. 하루 전만 해도 배모 기자의 백신 접종 예약 사실을 몰랐다는 설 교수는 백신 전문가로서 ‘백신 공포’에 일조한 언론인들의 이중성에 경악하고 있었다.

“제가 문제 삼고 싶은 것은 우리가 언론이라고 하면 사회의 등불이네, 사회의 어두운 곳을 비추네, 또 경우에 따라선 권력에 대항하네, 펜의 힘이 총칼보다 더 세네, 이런 얘기를 하지 않습니까. 그런데 본인이 그런 어떤 철학이나 사명감, 또는 나이가 얼마나 되지 모르지만 본인이 견지하고 있는 언론인으로서의 자세, 이런 걸 봐선 이런 기사가 본인에게도 전혀 도움이 안 된 다는 거죠.

제가 묻고 싶은 건 이런 거예요. 우리가 이런 얘기 하지 않습니까. 집에서 새는 바가지 밖에서도 샌다고. 이런 기사를 내는 기자의 앞길이... 향후 이런 기자가 무슨 기사를 내겠습니까. 그런 점에서 저는 이 개인에게도 우려가 있지만 이 개인이 이 나라에 미치는 악영향이 얼마나 크냐는 거죠. 제가 볼 때는 기자를 계속 해도 되냐고 할 정도로 상당히 회의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악명 높던 ‘중앙’ 기자, 잔여백신 예약까지

“상당히 분노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런 점에서 볼 때, 꼭 이 (배모)기자만 그러겠느냐 란 겁니다. 지금 우리 상황에서 다양한 형태의 문제 기사가 많다는 거죠. 이 (배모)기자는 상당한 각성이 필요하고, 다른 기자들도 뭔가 되돌아봐야 하지 않느냐 생각합니다.”

이처럼 설 교수가 분노한 기자가 배모 기자만은 아니었다. 아니나 다를까, 설 교수의 분노를 자극할 만한 기자가 연달아 출현했다. 같은 날 이재갑 한림대 교수가 “중앙일보의 제목 장사는 여전하네요ㅜㅜ”라며 페이스북에 공유한 <“멀쩡하다 간밤에 몽둥이질 당했다”..얀센 접종자 반전 후기>란 기사의 주인공인 <중앙일보> 이모 기자였다.

이 교수의 페이스북에 “적어도 중앙일보 너그덜 기레기는 백신 맞지 마라”란 댓글을 달리게 한 해당 기사는 일반인의 얀셉 접종 후기를 전한 뒤 접종 후 이상 반응과 대처법 등을 소개하는 내용이었다. 이 교수의 한탄대로 사실 실제 내용보다 ‘제목 장사’가 더 눈에 띌 수밖에 없는 기사였다. 더 나아가, 기사보다 눈길을 끄는 건 포털에 달린 댓글 하나였다.

“유명한 중앙의 그 분이 납셨네. 코로나 치사율이 높으니 어르신들 먼저 백신 맞추게 한 것도 힘없으니 먼저 맞게 하냐고 비아냥 기사 쓴 사람. 중앙 이XXX 이름으로 검색 좀 해 보세요. <4355만명 접종하는데 7600만명분 확보..남은 백신은 어쩌나>, <미국처럼 했다면 정은경 감옥갔다>, <유럽은 백신 공급대란인데.. 한국은 문제없다 자신한 정부 왜>, <백신먼저 맞은 노인, 의료인은 무료, 일반 국민은 돈 낼 듯>, 아주 가관이 아닙니다. 이런 사람도 언론인이고 기자라고 해야 할까요?? 표현의 자유를 아주 맘껏 누리고 있네요.”

얼마나 지속적으로 ‘백신 공포’를 조장하는 기사를 양산해 왔으면 이 정도의 댓글이 달릴 수 있는 걸까. 이모 기자는 12일 또 한 번의 반전을 선보였다. 이날 이모 기자가 <말 많은 AZ, 30대 아이 엄마인 기자가 주저없이 맞은 이유는>란 기사를 통해 본인이 5월 초 예비접종자명단에 이름을 올렸고, 신청 한 달 만인 9일 아스트라제네카 잔여백신을 접종했다고 고백(?)한 것이다.

   
▲ <이미지 출처=중앙일보 인터넷판 기사 캡처>

“AZ 백신을 접종한 이유는 ‘코로나19에 걸리고 싶지 않아서’다. 취재 차 다양한 사람을 두루 만나는 기자가 코로나19에 감염된다면…. 30대인 기자는 만에 하나 코로나19에 걸리더라도 어렵지 않게 완치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주변 사람들을 생각하면 ‘걸리면 앓고 말지 뭐’란 생각은 감히 할 수 없다. 가까이 사는 부모님은 60대로, 코로나19 고위험군에 속한다.

두 분께 코로나19를 감염시키는 상황은 상상조차 하고 싶지 않다. 그다음은 초등학생인 두 아이. 아이들은 당장 학교에 가지 못할 테고, 아이가 다니는 학교는 문을 닫을 거다. 전교생이 검사를 받고, 같은 반 친구들은 자가격리를 해야 될 테다. 회사도 업무가 마비되고 여러 사람이 검사받고 격리되며 곤란을 겪게 될 수 있다.”

인지부조화인가 ‘공동체의 해악’들의 비애인가

이것은 과연 인지부조화 현상일까, <중앙일보> 기자의 비애인 걸까. 무려 한 달 전에 잔여백신 접종을 신청하고도 지속적으로 ‘백신 공포’ 조장에 앞장선 이모 기자의 보도 행태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적어도 “제가 볼 때는 기자를 계속 해도 되냐고 할 정도로 상당히 회의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습니다”라던 설 교수가 또 다시 분노할 만한 행태인 것은 분명해 보인다.

더 아이러니한 것은 해당 기사의 논조였다. 초반엔 일반적인 백신 접종기였다. 하지만 이모 기자는 후반부로 갈수록 자신의 잔여 백신 접종의 정당성을 부여하는 동시에 극소수에 해당하는 부작용이나 감염 가능성을 끊임없이 환기시키고 있었다.

그간 본인이 쓴 기사의 정당성을 부여하기 위함인지, 접종기여도 정보전달에 충실해야 한다는 기자정신의 발로인지, 실제로 본인이 백신 부작용이나 돌파감염 등에 대한 공포가 극에 달한 것인지 헷갈릴 지경이었다.

   
▲ <사진제공=뉴시스>

“물론 백신을 접종해도 감염 가능성이 있다. 백신의 면역을 뚫고 감염되는 ‘돌파감염’이다. 그래도 접종자는 앓는 기간이 짧고, 증상도 훨씬 덜하다고 한다. 주변 영향도 확 줄어든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백신 접종자는 감염되더라도 바이러스를 40%가량 적게 뿜어내고, 바이러스가 검출되는 기간도 미접종자에 비해 6일 짧다.

백신이 불안하니 조심하면서 버티겠다는 이들도 있다. 그런데 그건 그리 간단찮은 일이다. 코로나19 사태 와중 자가격리를 한 적이 있다(...). 코로나19는 나만 조심하면 되는 감염병이 아니다. 무인도에 혼자 사는 게 아닌 이상, 일상생활 도중 언제라도 어디서든 감염될 수 있다.

단기간 개발된 백신인 만큼 완전하지 못할 수 있다. AZ와 얀센은 TTS 우려가, 화이자ㆍ모더나는 심근염 가능성이 제기된 상태다. 기자가 맞은 AZ는 백신 접종으로 인한 이득(사망 예방)과 위험(희귀 혈전으로 인한 사망) 정도를 비교할 때 20대를 제외한 전 연령에서 이득이 더 크다고 한다. 접종으로 되찾는 일상을 수치화해 더할 수 있다면 이득은 눈덩이처럼 불어나지 않을까. 전문가들은 ‘뭐든 가장 빨리 맞을 수 있는 백신을 맞겠다’라고 말한다. 나 자신과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해 과학을 믿어보기로 했다.”

실제 본인이 극심한 불안에 떨었다면 잔여백신을 신청조차 하지 않았을 터. 반대로 본인이 공포에 떨며 전 국민에게 그런 불안과 공포를 조장하는 기사를 써왔던 것이라면 기자 자격 상실인 셈이고. ‘과학을 믿어보기로 했다’며 잔여백신을 먼저 맞을 것이 아니라 사실이 무엇인지 취재를 해서 실제로 검증되고 있는 코로나19 백신의 안전성을 알리는 것이 기자윤리에 더 부합하는 일 아니겠는가.

설대우 교수와 같은 방송에 출연한 어느 과학전문기자는 배모 기자와 같은 이들을 향해 “공동체의 해만 끼치지 말아 달라”고 당부했다. 틀렸다. AZ 잔여백신을, 얀센 백신 접종을 예약하고 또 접종하는 와중에 ‘백신 공포’를 조장해 온 기자들과 해당 매체들은 이미 해악을 끼칠 만큼 끼친, 앞으로도 변할 가능성이 거의 없는 ‘공동체의 해악’이다.

하성태 기자

하성태 기자 woodyh@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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