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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사는 게 ‘조빠인증’? ‘조국의 부활’ 경계하는 보수언론의 공포

기사승인 2021.06.11  19: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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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선일보 ‘피부과’ 오보 기사 사진 보내달라”…‘따박따박’ 반격하는 조국

“제 딸이 세브란스 피부과 방문을 하여 인턴 요구를 했다는 2020.8.28. 자 조선일보 오보 관련하여 민사소송이 진행 중입니다. 그런데 조선일보측 변호사는 이 기사가 실린 초판이 수도권 극히 일부 지역에만 배포되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당시 비수도권에 사는 많은 시민들께 자신이 확인한 조선일보를 SNS에 올려주셨습니다. 페친 여러분 중 위 기사가 실린 조선일보 또는 이를 찍은 사진 파일이 있으면 저에게 보내주십시오. 감사합니다.”

11일 오전 조국 전 법무부장관의 페이스북 글이다. 글에서 볼 수 있듯, 지난해 8월 <조선일보>가 사과문까지 냈던 오보의 ‘증거’를 수집한다는 내용이었다. 회고록 <조국의 시간>과 마찬가지로 향후에도 ‘따박따박’ 반격을 취할 것을 드러내는 의지의 표현이기도 했다. 

   
▲ 조국 전 법무부장관의 요청에 시민들이 당시 조선일보의 해당 기사를 찍은 사진을 SNS에 올리고 있다. <이미지 출처=트위터 캡처>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아들이 연세대 대학원에 입학할 당시 제출한 서류를 무단으로 폐기한 의혹을 받은 연세대 관계자들이 검찰 수사결과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11일 법조계 등에 따르면 서울서부지검은 연세대 대학원 입학전형 자료를 보존하지 않고 폐기한 혐의(공공기록물관리법 위반)로 수사를 받아온 학교 관계자 60여명을 지난달 전원 불기소 처분했다.”

같은 날 CBS <노컷뉴스>의 <檢, ‘조국 前장관 아들 입학서류 폐기’ 연대 무혐의 처분> 보도의 일부다. 해당 사안은 검찰의 ‘조국 일가족 수사’ 이후 연세대 측의 행정적 과오조차 마치 조국 일가족의 비리인양 보도됐던 사안이다. 

대학원 입시서류의 4년 이상 보존 의무를 연세대 측이 지키지 않은 것조차 검찰과 언론이 문제를 삼고 조 전 장관과의 연관성을 따졌던 사안이었다. 일부 언론은 이를 바탕으로 조 전 장관 아들의 입학 취소를 운운하기도 했다. 검찰의 불기소와 별개로 우리 언론의 ‘조국 죽이기’가 얼마나 극심했는지에 대한 방증이라 할 수 있었다.  

<조국의 시간>이 20만부를 돌파하면서 그러한 언론의 ‘조국 죽이기’를 일부 언론이 재현하는 모양새다. 이날 <문화일보>의 <‘문빠’시대 가고 ‘조빠’시절 오나> 시론이 내세운 근거가 딱 그랬다. 

멸칭 동원한 <문화일보>의 칼럼 수준 

“최근 용인 법무연수원과 일산 사법연수원 앞에는 조국 전 장관 지지자들이 ‘검찰의 만행 그 진실을 밝힌다. 조국의 시간’이라는 현수막을 붙여 놓았다. 지방에도 지지자들이 현수막을 걸어놓고 ‘인증샷’을 올려놓기도 한다. 

조 씨가 ‘현수막을 내려달라’고 SNS를 통해 부탁했지만 진심인지는 모를 일이다. ‘조국의 시간’이라는 책이 출간된 지 2주도 안 돼 20만 권 이상 팔려나갔다고 한다. 읽기 위한 것도 있지만 구매 자체가 일종의 ‘조빠 인증’이 돼 버렸다.”

<문화일보> 이현종 논설위원 명의의 해당 칼럼은 이렇게 시작한다. 시작부터 <조국의 시간> 열풍을 ‘조빠 인증’이란 멸시적 언어로 비하한 것이 눈에 띈다. 조 전 장관이 정중하게 현수막을 내려달라고 요구한 것조차 “진심인지도 모를 일”이라 일축한 것 또한 같은 맥락일 터이다. 이 논설위원 주장의 핵심은 바로 이 문장에 여실히 드러난다. 

“이런 움직임을 보면 ‘조국의 시간’은 이들에게 단순히 책 한 권이 아니다. ‘문빠’ 시대는 가고 ‘조빠’ 시대가 도래한다는 상징이다.”

공포 그 자체다. 조국 전 장관에 대한 지지가 정치적 세력으로 부상할 지 모른다는 공포 말이다. 이어 <조국의 시간>을 주제로 한 정봉주 전 의원의 유튜브 방송을 두고 “(나꼼수 멤버들이) 장사가 된다고 봤는지 스멀스멀 다시 모여들었다”고 분석(?)한 이 논설위원.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대국민 사과와 양정철 전 민주연구원장의 언론 인터뷰 등을 언급한 그는 이어 “아내, 동생, 5촌 조카가 구속되고, 아들과 딸 모두 표창장·인턴 위조 사실이 밝혀지고 자신도 재판을 받는 등 법률적으로만 접근하면 그의 재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단정한 뒤 <조국의 시간> 출간 배경을 이렇게 추정했다. 하나하나가 ‘공포’ 그 자체다. 

   
▲ <이미지 출처=문화일보 홈페이지 캡처>

“필자의 판단으로는 첫째, 문재인 정권 하면 먼저 생각나는 ‘내로남불’의 촉발점이 된 자신의 원죄를 벗기 위한 일종의 ‘선동’이다. 여기에 정권 내내 방송 등에서 ‘꿀’을 빨다가 새로운 먹잇감을 발견한 김어준 등 나꼼수가 조국을 등에 업고 제2의 부활을 노리고 있다.

둘째, 다음 정권을 겨냥한 정치세력화다. 정권을 재창출할 경우 차기 주자들에게 ‘나를 잊지 말라’는 압박이다. 이낙연·정세균 전 총리는 이미 ‘조국의 시간’에 무릎을 꿇었다. 경선에서 비토당하지 않으려면 조국에게 머리를 조아릴 수밖에 없을 것이다. 아직 이재명 경기지사만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친조국 세력들은 이 지사에게 끊임없이 입장을 강요할 것이다. 만약 정권을 빼앗긴다면 노무현처럼 검찰에 탄압당한 자신의 이미지를 부각해 ‘조빠’ 시대를 열어보겠다는 계산도 할 것이다. 

셋째, 검찰과 사법부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여 대법원에서 무죄를 받아내려 할 것이다. 이미 검찰은 무력화됐고, ‘코드’ 김명수 대법원장과 대법관들이 어떤 식으로든 보답할 것이라고 희망하고 있을 것이다.”

풀이하자면, 우선 ‘나꼼수 세력’이 결집하면 안 된다. 둘째, ‘조국의 시간’ 구매자들이 정치세력화해서도 안 된다. 끝으로, ‘정경심, 조국 재판’에서 무죄가 나선 절대 안 된다. 이런 소망 성취나 소설에 가까운 칼럼이 일간지 지면에 버젓이 실린다는 것 자체가 공포라 할 수 있지 않은가. 

그들의 무한한 공포 

“속단하긴 이르지만, 국민의힘은 이준석 바람과 윤석열 몸풀기에 힘입어 ‘극혐’에서 벗어나 미래로 달려가려는 조짐이 보인다. 반면 민주당은 조국이라는 과거의 늪에 빠져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변화맹시(變化盲視·변화를 탐지하지 못함)’라는 양 전 원장 지적이 정확하지만, 지금 민주당은 이를 인식하고 쇄신하기엔 역부족인 듯하다.”

이 논설위원이 “이제 문 정권의 큰 늪이 돼버린 ‘조국의 시간’은 전적으로 문재인 대통령의 책임이다”라며 내린 결론은 이랬다. 역시나 ‘이준석과 윤석열’을 일종의 ‘미래세력’으로 규정한 것이 무척이나 흥미롭다. ‘트럼피즘’을 연상시키는 이준석 신임 국민의힘 당 대표의 혐오정치나 ‘검찰주의자’이자 이제야 ‘열공’ 중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문화일보>와 보수 진영이 염원하는 미래라니, 그 자체로 공포 아니겠는가. 

그러거나 말거나, 조 전 장관은 같은 날 6개월 만에 재판에 직접 출석, 모든 공소사실을 부인했다. “위조의 시간” 운운하며 언론 플레이에 나선 검찰을 향해 조 전 장관 측은 “법정에서 공소사실에 준하는 용어(법률용어)를 써 달라”며 응수했다고 한다. 

<조국의 시간> 출간을 염두에 두고 “위조의 시간”을 들먹인 검찰이나 ‘조빠’란 멸칭 짓기에 여념이 없는 보수언론이나 매한가지라 할 수 있다. <조국의 시간> 열풍과 조 전 장관의 부활에 무한한 공포를 느낀다는 공통점 말이다.  

   
▲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1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원에서 열리는 입시비리 및 감찰무마 등 혐의에 대한 10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하성태 기자

하성태 기자 woodyh@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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