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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전 ‘아빠찬스’에도 청년·공정 앞세우는 이준석

기사승인 2021.06.02  12:1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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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권교체만 된다면 상관없다는 ‘이준석 신드롬’, 윤석열 띄우기와 같은 맥락

“이준석 비대위원, 아버지가 유승민 의원과 친구라던데 그렇다면 박근혜 만난 경위와 횟수도 거짓일 가능성이 높고 아빠 친구 덕에 한나라당 공천권을 갖는 비대위원이 됐다. 본인이 공천에 관심이 없다니 아빠친구 유승민이 시키는 대로 따를 테고.” (2011년 11월 30일 강용석 변호사 트위터 글)

정치입문의 출발부터 ‘아빠찬스’ 의혹이었다. 게다가 학교 입학이나 채용 관련이 아니었고,  ‘의원실 인턴’ 정치입문의 연결고리 중 하나였다. 국민의힘 이준석 전 최고위원이 27살 나이로 거대 여당의 비상대책위원이 된 배경에 이렇게, 당시만해도 ‘친박’의 핵심이었던 유승민 의원의 입김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당 내에서 제기됐던 것이다. 심지어 정치초년생이던 이 전 최고위원은 이 같은 의혹제기에 ‘말바꾸기’를 시도했던 정황도 있었다.   

“최근 20대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으로 화제를 모으고 있는 이준석 클라세스튜디오 대표가 2004년 유승민 한나라당 의원실에서 인턴으로 근무한 바 있으며, 유승민 의원과 이 위원의 아버지는 친구사이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준석 위원은 애초 ‘인턴한 적 없다’고 밝혔다가 나중에 말을 바꿨다.” (2011년 11월 30일 <한겨레>, <한나라 비대위원 이준석 아버지, 유승민 의원과 친구> 기사 중)

   
▲ <이미지 출처=한겨레 홈페이지 캡처>

해당 <한겨레> 보도에 따르면, 당시 이 전 최고위원은 <조선일보>의 ‘국회 인턴’과 관련된 질문에 “누가 그런 말을 하느냐. 그런 적 없다”고 답했다가 이후 “아까는 정신없이 (전화를) 받다 보니 그렇게 말했었는데, 인턴 근무한 사실이 있다’고 밝혔다”고 말을 바꿨다. 이에 대해 이 전 최고위원이 <한겨레>에 밝혔던 사실은 이랬다. 

“하버드대 1학년 재학하던 2004년 6월부터 약 3개월간 유승민 의원실에서 여름방학을 이용해 인턴으로 근무했다(...). 내가 하버드에서 경제학을 전공해 경제문제에 관심이 많았다. 유승민 의원은 (2000년~2003년까지) 한나라당 여의도연구소장을 했고 정무위 소속이었기 때문에 배울 게 많다고 생각했다(...). 사석에서 유 의원을 만난 적이 없었기 때문에 언제부터 어떻게 아버지와 유 의원이 친구가 되었는지 모른다.” 

또 인턴 추천 경로에 대해 당시 이 전 최고위원은 “아버지가 구체적으로 유 의원에게 어떤 도움을 요청했는지는 모른다”면서 “그냥 사람들이 유승민 의원을 추천하길래 유 의원실에 직접 전화한 뒤 찾아갔다. 어떤 사람들이 추천했는지는 밝히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아빠찬스’를 통해 화려하게 정치에 입문한 이 전 최고위원은 당시 유승민 의원실에서 ‘인턴 증명서’를 발급 받았는지. 물론 정말 궁금한 건 그게 아니었다.  

2011년 ‘정치초년생’ 이준석과 2021년의 ‘이준석 신드롬’ 

“이 위원은 2003년 서울과학고 2학년 재학 중 카이스트에 합격했으나 2004년 하버드대에 추가 합격해 하버드대로 진학했고 컴퓨터공학과 경제학을 함께 전공했다. 이 위원은 비교적 유복한 가정에서 자란 편이고 학창 시절 아버지를 따라 인도네시아에서 1년간 지내며 미국인 학교에서 수학하기도 했다.”

해당 <한겨레> 기사가 소개한 이 전 최고위원의 정치입문 전 약력이다. 이러한 화려한 ‘스펙’은 이 전 최고위원이 정계진출 이후 방송이 주목하는 정치인으로 성장하는 발판이자 전부였다. 거기에 날개를 달아 준 것이 바로 ‘아빠찬스’였다. 당시 함께 주목을 받았던 강용석 변호사의 과거 주장처럼 ‘아빠친구’가 없었으면 정계 입문도 없었거나 늦어졌을 공산이 커 보인다. 

그랬던 이 전 최고위원이 조국 전 장관을 비난하고, 청년들의 향해 ‘공정’을 부르짖고 있다. 오죽했으면 나경원 전 의원이 TV토론에 나와 청년할당제에 의문을 제기하는 이 전 최고위원에게 “사다리 걷어차기 아니냐”고 꼬집었을까. 

   
▲ 주호영(왼쪽부터), 이준석, 나경원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가 지난 5월 31일 오후 서울 상암 MBC스튜디오에서 열린 100분토론에 참석해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유승민계’니 ‘유승민 전 의원의 사무실을 썼다’느니 하는 딴죽은 도리어 지엽적인 비판일 뿐이다. 그조차 당내 계파 싸움의 일환일 뿐이고. 핵심은 소위 전형적인, 유례없는 ‘금수저 아빠찬스’의 수혜자이자 신자유주의적인 능력주의를 청년 정치와 공정으로 연결 짓는 공허한 구호를 앞세운, 게다가 혐오정치에 앞장선 ‘이준석 신드롬’을 누가 왜 만드느냐는 것일 터이다. 

‘이준석 신드롬’은 정권교체에만 기여한다면 그런 이 전 최고위원이라도 상관없다는 언론이 만들어 낸 환영이라 할 수 있다. 윤석열 전 총장 띄우기와 매한가지이다. 이에 대해 교육계 출신인 강민정 열린민주당 의원은 2일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 “젊은 사람이 이제 야당 당대표까지 갈 수 있다는 이런 현상에만 너무 우리가 많이 경도되어 있는 게 아닌가”라며 이런 우려를 표했다. 진짜 청년들이 들어야 할 분석이 아닐 수 없었다.  

“저는 사실 정치인 이준석 같은 경우는 좀 약간 극우 포퓰리스트의 어떤 그런 그림자, 이런 게 너무 강하게 느껴져서 굉장히 이제 우려가 되는 거거든요. 이준석 씨의 정치인으로서 어떤, 그동안의 발언을 보면 예를 들면 차별은 없고 차이만 있을 뿐이다. 그리고 노력하는 사람이 성취한 것은 인정 받고 존중되어야 된다. 이런 식의 논리를 펴면서 아주 극단적인 어떤 능력주의 가치를 마치 최고의 가치인 것처럼 주장을 하잖아요. 

그런데 제가 볼 때는 능력주의라고 하는 건 혐오나 차별의 동전의 앞뒷면 같은 거다. 왜냐하면 능력을 인정 받던 사람은 존중 받아야 되지만 역으로 능력을 인정받지 못한 사람은 무시 당하거나 가난하게 살아도 된다는 논리를 같이 함의하고 있는 거기 때문에(...). 

사실은 그 논리가 굉장히 무서운 논리고 노력하고 싶어도 노력할 수 없는 청년들이 우리 사회에 너무 많고 노력을 정말 열심히 했는데도 안 되는 청년들은 더 많다, 이런 사회 구조적인 문제에 대해서 눈 감고 노력과 능력이라고 하는 아주 개인의 문제로 책임을 다 돌리는 이런 논리가 횡행하게 된다, 이준석을 통해서.”

데자뷔와 ‘이준석 신드롬’의 현재 

제 이익을 위해 ‘이준석 신드롬’을 기정사실화하고 확대재생산하는 언론들이, 그에 휘둘리는 청년들이 들어야 할 고견이 아닐 수 없었다. 물론 이준석의 극우 포퓰리즘, 트럼피즘은 이미 수없이 지적돼 왔던 바다. 

심지어 나 전 의원까지 TV 토론에 나와 트럼피즘 운운하지 않았던가. 그럼에도 수많은 언론이 지금 ‘이준석 신드롬’에 ‘올인’ 중이다. 과거 ‘아빠 찬스’는 ‘<가로세로연구소> 강용석의 일방 주장’ 등으로 치부한 채로. 당장의 이익이나 진영 논리 등을 앞세우고, 한국사회 전체의 방향이나 미래엔 눈 감은채로 말이다. 그리고 2일, 이 전 최고위원이 10년 전처럼 ‘말 바꾸기’를 시도한 정황이 포착됐다. 

이날 <한겨레>는 <김무성 만나고도 딱 잡아뗀 이준석> 단독 기사에서 “지난 30일 오전 8시40분께 서울 여의도의 한 주상복합 건물 앞에서 이준석 전 최고위원과 김무성 전 새누리당(현 국민의힘) 대표가 함께 대화하며 걸어가는 모습이 포착됐다”면서 관련 취재 상황을 설명한 뒤 “그러나 두 사람은 회동 당일 <한겨레>가 추가 취재를 시작하자 만남 자체를 강하게 부인했다”고 전했다. 

10년 전의 상황을 떠올리게 만드는 데자뷔가 아닐 수 없다. 물론 그 연결고리는 유승민 전 의원이다. 이러한 데자뷔에서 되짚을 것은 당내 ‘유승민계’ 논란이 아니다. ‘아빠찬스’라는 이준석 전 최고위원의 출발과 공정과 극우 포퓰리즘, 여성혐오를 앞세운 ‘이준석 신드롬’의 실체다. 

   
▲ <이미지 출처=한겨레 홈페이지 캡처>

하성태 기자 

하성태 기자 woodyh@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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